원단구가 무산의 병풍 앞에 앉아있음을 보고(觀元丹丘坐巫山屛風)-이백(李白)
▶ 觀元丹丘坐巫山屛風 : 巫山을 그린 병풍 앞에 元丹丘가 앉아있음을 봄.
원단구는 앞의 〈將進酒〉 시에 나왔던 丹丘生.
이태백의 〈원단구의 노래〉에 일렀다.
‘원단구는 신선을 좋아하여, 아침엔 潁川의 淸流를 마시고 저녁엔 崇岑의 紫烟으로 돌아온다.’
무산은 四川省 무산현 동남쪽에 있는 산 이름으로 12봉이 있고, 그 중 神女峰 아래엔 신녀묘가 있다. 宋玉의 〈高唐賦〉序에 초나라 襄王이 송옥과 雲夢에 놀러 갔는데 송옥이 말하였다.
‘옛날 先王께서 高唐에 놀러 나가셨습니다. 꿈에 神女가 잠자리를 함께하기를 自請하고 떠날 때 자신은 무산 남쪽 기슭에 산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신녀가 산다는 무산을 그린 병풍 앞에 앉은 仙骨인 원단구를 본 느낌을 읊은 것이다.
昔遊三峽見巫山, 見畵巫山宛相似.
옛적에 三峽을 노닐다가 巫山을 보았는데, 무산의 그림을 보니 완연히 비슷하다.
▶ 三峽 : 長江 상류 四川·湖北 두 성의 7백리 사이에 있는 瞿塘峽·巫峽·西陵峽의 삼협인데, 급류로 유명하다. 그밖에 巫峽·西陵峽·歸峽 또는 西陵·明月·黃牛를 삼협이라 치는 이도 있다.
疑是天邊十二峰, 飛入君家彩屏裏.
하늘가에 솟은 열두 봉우리가 그대의 집 채색 병풍으로 날아든 것처럼 보인다.
▶ 十二峰 : 무산에 있는 望霞·翠屛·朝雲·松巒·集仙·聚鶴·淨壇·上昇·起雲·飛鳳·登龍·聚泉의 열두 봉우리.
寒松蕭瑟如有聲, 陽臺微芒如有情.
차가운 소나무에선 바람 소리 이는 듯하고, 陽臺는 희미한데 다정하게 보이네.
▶ 蕭瑟 :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에 소리내며 부는 모양.
▶ 陽臺 : 宋玉의 〈高唐賦〉 序에 일렀다.
‘옛날 楚襄王이 송옥과 운몽의 臺에 노닐며 高唐의 觀을 구경하였다. 그 위에 雲氣가 있더니 높이 올라가 갑자기 모양을 바꾸며 잠깐 사이에 변화가 무궁하였다. 임금이 玉에게 물었다. “이건 무슨 氣인가?” 옥이 대답하였다. “이른바 朝雲입니다.” “어째서 조운이라는 거요?” “옛날 先王께서 고당에 노셨는데 고단하셔서 낮잠을 주무셨습니다. 꿈에 한 부인이 나타나, [저는 무산의 여자인데 고당의 손이 되었습니다. 임금께서 납신다는 말을 듣고 잠자리를 모시고자 하옵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임금께서 잠자리를 함께하셨는데 부인이 떠나면서, [저는 무산의 남쪽 기슭 高丘의 산허리에 있는데, 아침엔 떠다니는 구름이 되고 저녁엔 비가 되어 내립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陽臺 아래에 있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아침과 저녁에 그곳을 보니 말과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廟를 세우고 朝雲이라 號하였습니다.”’
무산현 북쪽에 陽雲臺의 遺址가 있다고 한다.
▶ 微芒 : 아득하고 희미한 것.
錦衾瑤席何寂寂? 楚王神女徒盈盈.
비단 이불과 옥돌 자리는 왜 이렇게 쓸쓸한가? 楚나라 임금과 神女가 공연히 아리땁기만 하구나.
▶ 衾 : 이불.
▶ 瑤席 : 옥돌로 장식된 자리.
▶ 徒 : 공연히. 소용없이.
▶ 盈盈 : 아리따운 형용. 고시 19수의 제2수에도 ‘盈盈樓上女’라 하였다.
高丘咫尺如千里, 翠屛丹崖粲如綺.
높은 봉우리가 지척이되 천 리로 보이고, 푸른 병풍에 붉은 벼랑이 비단처럼 곱다.
▶ 粲 : 곱다.
▶ 綺 : 비단.
蒼蒼遠樹圍荊門, 歷歷行舟汎巴水.
검푸른 먼 나무들이 荊門山을 둘러싸고, 뚜렷하게 흐르는 배는 巴水에 떠있다.
▶ 荊門 : 湖北省 宜都縣 서북쪽 長江의 絶險處에 있는 산 이름.
▶ 歷歷 : 뚜렷한 모양. 汎 : 뜨다.
▶ 巴水 : 四川省 巴州에 있는 강물 이름.
水石潺湲萬壑分, 煙光草色俱氳雰.
바위 사이의 물 철철 많은 골짜기에 갈리어 흐르고, 안개 낀 경치에 草色이 한데 어울려 자욱하다.
▶ 潺湲(잔원) : 물이 콸콸 흐르는 모양.
▶ 氳雰(온분) : 기운이나 연기가 자욱한 모양.
溪花笑日何時發, 江客聽猿幾歲聞?
시냇가 꽃은 해를 향해 웃으니 언제부터 피었더냐? 강가의 나그네가 원숭이 소리를 들으니 어느 해부터 들렸나?
使人對此心緬邈, 疑入嵩丘夢綵雲.
이 그림 대하고 있으려니 마음 아득해져, 崇山에 들어가서 채색의 구름을 꿈꾸는 듯 착각하게 한다.
▶ 緬邈(면막) : 아득하고 먼 것. 長遠의 뜻.
▶ 夢綵雲 : 채색 구름을 꿈꾼다. 아침에는 구름이 된다는 무산의 신녀를 연상한 말일 터이다.
해설
무산을 그린 병풍 앞에 仙風을 지닌 그의 친구 元丹丘가 앉아있으매, 낭만적인 상상이 더욱 멋지게 전개된 듯하다.
長江을 낀 絶險이 점철되는 무산의 그림 자체도 아름답지만, 이 산과 함께 전해지는 楚나라 襄王과 神女 사이의 전설이 더욱 仙氣를 짙게 한다.
송옥의 〈高唐賦〉에 연유하여 후세까지도 ‘무산’이니 ‘雲雨’로써 남녀관계를 표현한다. 속세의 명리를 초월한 이들도 이처럼 이해관계를 초월한 남녀관계는 동경의 대상이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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