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書賸語 14

第12章 論古(논고)

1 鍾太傅書以唐摸賀捷表爲第一. 鍾太傅의 書는 唐摸의 賀捷表를 第一로 여긴다. 幽深古雅 一正一偏 具有法外之妙. 幽深하고 古雅하여 한편으로는 正鋒이고 한편으로는 偏鋒으로 法外의 玄妙함을갖추고 있다. 力命表摸榻失真 了乏勝概. 力命表는 摸榻으로 眞實을 잃어 결국 훌륭함이 없다. 季直乃是偽跡 了乏賀捷勝概不足觀也. 季直은 僞跡으로 결국 賀捷이 지니는 훌륭함이 없어 볼 가치가 없다. 論古에서는 法書로 간주되는 古名跡의 考證과 評論을 하고, 아울러 學書者에게 提言하고 있다. 法書의 評論에 관해서는 古來로 많은 學者들의 異見이 있다. 그러므로 本書는 虛舟의 思想을 상세히 전달함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文意를 충실히 해설하고 그친다. 따라서 讀者에게 虛舟의 사상에 의심되는 바가 있으면 다른 書品論에 관해서 깊이 연구하기를 ..

論書賸語 2024.02.02

第11章 牓書(방서)

1 牓書須我之氣足蓋此書. 牓書는 모름지기 자기의 氣運이 足히 그 글씨를 덮어야만 한다. 雖字大尋丈只如小楷乃可指揮匠意. 비록 글자의 크기가 尋丈이라도 小楷같이 해야만 이에 뜻한 바를 指揮할 수 있다. 有意展拓 即氣爲字所奪 便書不成. 뜻을 筆의 展開에만 두면 氣運은 文字에게 빼앗겨서 書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牓은 榜과 통한다. 題榜,門榜,牌榜 등이 있다. 牓書는 極大字인데 대부분 楷書로 쓰며 때에 따라서는 行書로 쓰기 때문에 매우 嚴正한 書이다. 牓書는 自己의 氣運이 書를 덮어버리듯이 해야한다. 筆者의 氣運이 글씨 가운데에 있다고 하는 정도만으로는 안 된다. 書 전체를 氣運으로 완전히 덮어쌀 정도로 되어야 한다. 牓書는 멀리서 보는 것이다. 山門의 額 등은 일종의 野外音樂과 같다. 氣運이 글자를 다 덮어버려..

論書賸語 2024.02.01

第10章 草書(초서)

1 右軍以後無草書. 右軍 이후에는 草書가 없다. 雖大令親承過庭之訓 亦已非復乃翁門仞. 大令은 직접 父親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이미 그의 父親의 훌륭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顛素已降則奔逸太過. 張顚과 懷素 이후로는 奔逸함이 매우 지나치다. 所謂驚蛇走虺勢入戸 驟雨旋風聲滿堂」 不免永堕異趣矣. 이른바 「놀란 뱀과 질주하는 이무기의 氣勢가 문에 들고 소낙비와 회오리바람 소리가 집에 가득하다.」이니, 영원히 異趣에 빠짐을 면치 못할 터이다. 孫虔禮謂: 子敬以下莫不鼓努爲力, 標置成體. 孫虔禮가 말하였다. 「子敬 以下는 모두 기운이 밖으로 나타남을 筆力으로 여기고 標置가 體를 이룬다」 內不足者外必張 非直世降風移之故也. 안으로 충실치 못한 자가 밖으로 항상 과장하니. 다만 世代가 바뀌고 풍속이 바뀜에 의한 까닭만이 아니다. ..

論書賸語 2024.02.01

第9章 行書(행서)

1 以楷法作行則太拘 以草法作行則太縱. 楷法으로 行書를 쓰면 너무 구속되고 草法으로 行書를 쓰면 너무 放縱하게 된다. 不拘不縱瀟洒縱橫 穠纖得中 高下合度. 拘束되지도 않고 放縱하지도 않고, 瀟酒하여 縱橫으로 잘 어울리며, 穠厚함과 纖細함이 中庸을 얻어 高下가 法度에 合致된다. 蘭亭聖教鬱焉何遠! 蘭亭・聖敎는 얼마나 훌륭한가! 拘는 拘束이고 막힌다는 뜻이다. 縱은 放縱이며 함부로의 뜻이다. 瀟洒는 瀟灑(산뜻하고 깨끗하여 質이 좋음)와 같으며 穠은 빽빽이 들어선 상태를 말하고 纖은 그 반대를 말한다. 高下의 高는 楷書와 같이 日常性에서 먼 것이고 下는 草書와 같이 일반적으로 유행되고 있는 것이다. 鬱焉은 餘韻이 充實한 상태이고 遠은 그 정도가 훌륭함을 말한다. 다음에 意譯해 보자. 楷書의 用筆로써 行書를 쓰면 지..

論書賸語 2024.01.31

第8章 楷書(해서)

1 晋唐小楷 經宋元來 千臨百模 不唯妙處全無 竝其形狀亦失. 晋·唐의 小楷는 宋·元을 지나는 동안 여러 번 臨摹를 하였으매 妙處가 全無할 뿐 아니라 그 형상도 잃고 있다. 惟唐人碑刻 雖經剝蝕 而其存者去眞跡 僅隔一紙 猶可想見古人妙處. 오직 唐人의 碑刻만은 剝蝕1)을 겪었지만, 그 殘存함과 眞跡과의 거리가 겨우 종이 한 장 차이이므로 그래도 古人의 妙處를 상상해 볼 수 있다. 從此學之 上可追蹤魏晋 下亦不失宋元. 이것을 따라서 배우면 위로는 魏晋을 追蹤할 수 있고, 아래로는 宋元을 잃지 않는다. 晋唐의 小楷라고 하면 二王과 唐四大家2)의 小楷이다. 千臨百摹란 臨書나 摹書를 여러 번 되풀이했다는 뜻이다. 僅隔一紙란 겨우 종이 한 장 차이란 뜻이다. 追蹤은 先人의 자취를 추구하는 것이다. 1) 剝蝕(박식) : 碑面이..

論書賸語 2024.01.30

第7章 隷書(예서)

1 漢唐隷法 體貌不同 要皆以沈勁爲本. 漢唐의 隷法은 體貌는 다르지만 요컨대 모두 沈勁을 근본으로 삼고 있다. 唯沈勁斯健古 爲不失漢人遺意 結體弗論也. 오직 沈勁해야 健古하고 漢人의 遺意를 잃지 않으니 結體는 論할 필요도 없다. 不能沈勁無論爲漢爲唐 都是外道. 沈勁하게 할 수 없으면 漢을 배우든지 唐을 배우든지 모두 外道이다. 漢과 唐의 隷法을 비교해 보면 體貌는 다르지만, 모두 沈勁을 근본으로 삼음을 알 수 있다. 沈은 沈着이고 勁은 骨의 강함이다. 즉 漢唐의 用筆이 沈勁하다는 것이다. 沈勁하기만 하면 浮薄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강건한 運筆을 할 수 있으니, 이것이 健이다. 또 古法은 모두 用筆이 沈勁하기 때문에 沈勁하게 하면 차례차례로 古法을 익혀서 취할 수가 있다. 이것이 古이다. 健古하게..

論書賸語 2024.01.30

第6章 篆書(전서)

1 篆須圓中規方中矩直中繩. 篆書에서 圓함은 規에 알맞고 方함은 矩에 알맞고 直함은 繩에 알맞아야 한다. 圓을 그리는 기구를 規(그림쇠)라 하고, 方을 그리는 기구를 矩(곱자)라 하고. 直線을 긋는 기구를 繩(먹줄)이라 한다. 이 三字(規·矩·繩)를 사용해서 篆書의 三法을 분명히 설명하고 있다. 中은 的中하다는 뜻이다. 2 篆書 用筆須如線裏鐵 行筆須如蠶吐絲. 篆書에서 用筆은 모름지기 솜이 鐵線을 싼 듯이 하고, 行筆은 모름지기 누에가 실을 吐하는 듯이 한다. 用筆法과 運筆法을 兼해서 用筆法이라고도 하고 運筆法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俠義의 用筆法과 運筆法을 설명하고 있다. 협의의 용필법은 筆鋒의 活躍 즉 抑揚이고, 협의의 行筆法은 運筆의 리듬 즉 遲速이다. 篆書에서 筆鋒의 活躍은 부드러운 솜으로 강한 線을..

論書賸語 2024.01.30

第5章 臨古(임고)

1 自運在服古 臨古須有我 兩者合之則雙美 離之則兩傷 自運은 服古에 있고 臨古에는 모름지기 我가 있어서, 兩者가 합해지면 모두 아름답고 遊離되면 모두 傷하게 된다. 自運과 臨古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自運은 자신의 創作이고 臨古는 古典의 臨書이다. 創作하려면 반드시 古法을 익혀야만 하고 臨古에는 自己의 主觀이 있어야만 한다. 창작과 臨書가 調和統一되면 아름답지만 둘이 遊離되면 둘 모두 실패한다. 글씨를 공부하는 사람은 대부분 창작과 臨古를 따로 하고 있다. 평소에는 古法帖을 臨書하거나 門下生에게 臨書의 방법 등을 가르치는 書家도, 막상 전람회에 출품할 때는 古法을 버리고 돌아보지도 않으며, 流行作家나 심사위원의 書風을 그대로 모방해서 스스로 창작이라 하고 服古 따위는 조금도 없다. 2 臨古須是無我. 臨古에..

論書賸語 2024.01.29

第4章 用墨(용묵)

1 東坡用墨如糊 云: 須湛湛如小兒目睛 乃佳. 東坡는 먹을 풀처럼 갈아서 쓰며 말하였다. 「모름지기 湛湛하여 어린애의 눈동자와 같아야만 좋다」 古人作書 未有不濃用墨者. 古人은 글씨를 쓸 때 먹을 진하게 갈아서 쓰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晨起即磨墨汁升許 供一日之用. 새벽에 일어나면 墨汁을 한 되 정도 갈아서 하루의 쓰임에 준비했다. 及其用也 則但取墨華而棄其渣滓 所以精彩煥然 雖經數百年 而墨光如漆 餘香不散也. 사용할 때는 墨華만을 取하고 찌꺼기는 버렸으니, 精彩가 빛이 나며 수백 년을 經過해도 墨光은 漆과 같고 餘香은 흩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至董文敏始以畫法用墨 董文敏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畫法을 用墨으로 삼았다. 初覺氣韻鮮妍 久便黯無色. 처음에는 氣韻이 선명하고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오래되면 검게 되어 色이 없어..

論書賸語 2024.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