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한문 공부/한번은 한문공부 49

피동을 나타내는 관용 형식

此吾死所也, 彎弓射賊數人, 爲賊所害. -유성룡 징비록“여기가 내 죽을 자리로구나.”활을 당겨 왜적 몇을 쏘고 적에게 살해당했다.-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평양에서 임진강을 방어선으로 적과 대치하던 때였습니다. 배가 없어서 임진강을 건너지 못하던 일본군이 퇴각하는 척하며 조선군을 유인했지요. 전쟁 경험이 많았던 유극량과 몇몇 장수가 유인책일 수도 있음을 경고했지만 유극량보다 직급이 높았던 신할, 임진강 방어의 책임자였던 한응인이 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오히려 적을 무서워하여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유량을 베려고 했습니다.그러자 유량은 화를 내며 자신의 군사들을 이끌고 선두에 서서 임진강을 건넜습니다. 자신의 주장이 비겁함 때문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리고 적을 추격하다 예상했던 매복에 걸려 전사합니..

피동의 표지 見, 被

君子不修, 不恥見汚.恥不信, 不恥不見信.恥不能, 不恥不見用. -순자 비십이자군자는 수양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모욕당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미덥지 않음을 부끄러워하지 믿어주지 않는다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능력이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등용되지 않는다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見은 '보다'는 뜻의 동사로 흔하게 쓰지만 다른 동사 앞에서 조동사 구실을 하면 피동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같은 단어인 信을 동사로 썼더라도 不信이 능동의 의미라면 不見信은 피동의 의미가 됩니다. 불신은 '스스로가 신의를 지키지 못하다' 또는 '신심이 없다'는 뜻이고, 불견신은 '남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修나 汚처럼 서술어가 다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被 역시 동사로 쓰이면 '입다'라는 뜻이지만 다른 동사 앞에서 조동..

사동의 표지 使, 令, 敎, 遣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聘畋獵, 令人心發狂. 難得之貨, 令人行妨, 是以聖人為腹不為目. 故去彼取此. -노자 12장오색은 사람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은 사람 귀를 먹게 하며 오미는 사람 입맛을 상하게 한다. 말 달리며 하는 사냥은 사람 마음을 발광시키고 얻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의 행위를 방해한다. 이 때문에 성인은 배를 위하고 눈을 위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五色令人目盲은 한문에서 사동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보여줍니다. 令처럼 사동의 의미를 가진 동사 뒤에 2개의 목적어를 두는 형식이지요. 令AB는 'A가 B하게 하다, A로 하여금 B하게 하다'로 해석됩니다. 令의 초기 뜻인 '명령하다'가 'A에게 명령해서 B하게 하다'로 쓰이면서 추상화된 의미라 할..

문장 의미로 나타내는 사동과 피동

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為, 所以動心忍性, 會盡其所不能. -맹자 고자 하하늘이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심지를 괴롭히고 뼛골과 근육을 힘들게 하며 몸과 살갗을 굶주리게 하고 일신을 궁핍하게 해서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흐트러뜨린다. 마음을 동요시키고 성질을 참도록 해서 그가 할 수 없는 한계를 더 늘리기 위해서이다. 사동은 어떤 동작을 남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말에선 동사나 형용사 '-이, -히, -리, -기, -우, -구, -추' 같은 접미사를 붙이거나 '게 하다'라는 보조동사를 붙여 만듭니다. 그렇지만 한문에서는 특별한 문법적 표지 없이 사동을 나타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苦其心志나 勞其筋骨은 한문..

可와 비슷한 말 足, 足以, 得, 能

善不積, 不足以成名. 惡不積, 不足以滅身. -주역 계사하선을 쌓지 않으면 명성을 떨칠 수 없고 악도 쌓지 않으면 몸을 망칠 수 없다.  可의 유의어: 足, 足以, 得,能  足과 得, 能은 可처럼 '~할 수 있다'로 해석되는 한자들입니다. 모두 조동사로 썼을 때 가능의 의미를 나타내지요. 다만 숨은 의미는 살짝 다릅니다.  우선 足은 어떤 조건이 충족되거나 충분한 가치가 있어서 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풀이할 때에도 '~할 수 있다'라는 뜻이 아니라 숨은 의미를 살려서 '~에 충분하다(족하다)', '~할 만하다', '~할 만한 가치가 있다' 등으로 두루 해석합니다. 善不積, 不足以成名도 "선이 쌓이지 않으면 명성을 떨치는 데 충분치 않다"라는 의미이지요. 또 足과 足以의 관계는 앞에서 다룬 可와 可以의 ..

可와 可以의 차이

仰不愧俯不怍, 可免天人之譏. -이이 경포대부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구부려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늘과 사람의 꾸지람을 면할 수 있으리. 可는 보통 '옳을 가'로 새기지만 '옳다'로 쓰이는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기능과 허가, 당위를 나타내는 조동사로 흔히 쓰입니다. 문맥에 따라 '~할 수 있다', '~할 만하다'(가능)'~해도 된다'(허가)'~해야 한다'(당위)로 해석하지요.  그런데 '可+동사'로 이루어진 서술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는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피동으로 실현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즉 可 뒤의 동사는 주어가 제 힘으로 행하는 동작이 아니라 남의 힘으로 행해지는 동작이나 행위를 나타내지요. 免만 해도 '면하다'는 '일을 당하지 않는다'라는 피동의 의미를 내포합니..

비교의 표지 猶, 同, 似, 相似

天之佑人, 猶借人以物器矣, 人不求索, 則弗與也. -논형 감허하늘이 사람을 돕는 일은 마치 남에게 도구를 빌려놓고 찾지 않으면 주지 않는 것과 같다. 猶는 부사어로 쓰이면 보통 '여전히', '오히려'라는 뜻이 됩니다. 여기서 쓰인 猶도 같은 부사어이지만 명사(명사구, 명사절) 서술어를 한정하게 되면 비교 대상의 유사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때는 명사 서술어의 표지로 작용하는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고, '~와 같다', '~와 마찬가지이다'라고 풀이합니다. 다만 猶는 동사성이 약해서 不如나 不若처럼 부정사와 결합해서 쓰이진 않습니다. 猶 외에 비교 대상의 공통점이나 유사성을 표시하는 단어로 同이나 似, 相似가 있습니다. 모두 부사어나 서술어로 쓰일 때 '~같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단어들은 猶보다 용..

선택을 표현하는 다양한 형식

此龜者, 寧其死爲留骨而貴乎,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 -장자 추수이 거북은 차라리 죽어서 뼈로 남더라도 귀하게 대접받기를 바랐겠는가, 차라리 살아서 진흙탕 속이라도 꼬리 끌며 다니기를 바랐겠는가?   선택을 표현하는 형식: 寧A 寧B / 與其A 寧(寧其, 無寧, 不如, 不若)B / A孰與B~ 寧은 형용사로 쓰이면 '편안하다'라는 뜻을 지닌 한자입니다. 의문부사로 쓰이면 '어찌 ~하겠는가'라는 뜻의 반문을 나타내지요. 이 寧이 접속사로 쓰이면 寧 뒤에 선택된 한쪽을 강조해서 차라리 ~이 낫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문맥에 따라 '차라리 ~을 원한다', '차라리 ~해야 한다' 등으로 적절히 바꾸어서 해석하지요. ‘寧A 寧B’는 寧을 병렬시켜서 선택을 의문으로 표시하는 형식입니다. 전에 나왔던 'A乎 B乎' 구문과..

비교를 나타내는 如와 若

少而好學, 如日出之陽, 壯而好學, 如日中之光. 老而好學, 如炳燭之明. -유향 설원 건본젊어서 공부를 좋아함은 떠오르는 해가 돋을볕을 뿌리는 것 같고, 장년에 공부를 좋아함은 떠오른 해가 햇빛을 비추는 것 같으며, 늙어서 공부를 좋아함은 촛불을 켜서 밝히는 것과 같다.  문장에서 비교란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다른 것에 견주어서 공통점과 차이점, 차별성이나 선택 관계 등을 드러내는 표현 방식입니다. 如는 이 비교를 표시하는 대표적인 한자입니다. 『설문해자』에 나오는 기본 뜻은 ‘따르다'이고, 여기에서 뜻이 확장돼 ‘~에 따라’ → ‘~같이, ~같다’는 의미도 갖게 됐지요. 비교를 나타내는 부사어나 서술어로 쓰일 때는 '~같이, (마치) ~와 같다'로, 접속사로 쓰일 때는 '~아니면' 정도로 해석합니다. 'A..

양보를 나타내는 雖, 縱

昔者, 天子有爭臣七人, 雖無道不失其天下.諸侯有爭臣五人, 雖無道不失其國. -효경 간쟁-한 나라가 좀 잘못 굴러가더라도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는 신하가 남아 있는 한 망하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더라는 통찰. 공자의 말입니다. 제자인 증자(증삼)가 자식이 부모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효도냐고 공자에게 묻자 꾸짖듯이 내놓았던 답변이었지요. 이 구절 다음에도 비슷한 맥락의 대답이 이어집니다.대부에게 간쟁하는 신하 3인이 있으면 비록 막가더라도 가문을 잃지 않았다. 선비에게 간쟁하는 친구가 있으면 명성을 잃지 않고, 부모에게 간쟁하는 자식이 있으면 옳지 못함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雖와 縱은 양보를 나타내는 접속사입니다. 어구와 어구, 절과 절을 연결하면서 앞 구절의 사실이나 가정을 인정하고 뒤 구절의 내용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