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릉에서의 이별 노래(南陵敍別)-이백(李白)
▶ 南陵敍別 : 南陵은 安徽省 蕪湖縣 남쪽에 있는 지명. ‘敍別’은 이별을 기술한다는 뜻. 《이백시집》 권15에는 〈南陵別兒童入京〉의 題下에 이 시를 싣고 있다.
白酒初熟山中歸, 黃鷄啄黍秋正肥.
白酒가 처음 익을 때 산속으로 돌아오니, 누런 닭이 기장을 쪼는데 가을이 되어 마침 살쪘네.
▶ 白酒(백주) : 바이주라고 하는 이 술은 색이 희고 투명하여 통칭하는 명칭으로 한국인들은 고량주, 혹은 빼갈(白干儿)이라 부르기도 한다. 쌀, 옥수수, 고량 등의 곡물을 증류 및 정제하여 주조하는 종류의 술을 총칭하는데, 알코올 도수는 높은 편으로 30~60도가 일반적이며, 도수가 높을수록 정제도가 높은 편이고, 중국에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즐기는 술이기도 하다.
▶ 山中歸 : 산속의 집으로 돌아옴.
▶ 啄(탁) : 새가 부리로 쪼다.
▶ 黍(서) : 기장, 곡식.
▶ 秋正肥 : 때는 가을이어서 마침 살이 쪄 있다.
呼童烹雞酌白酒, 兒女嬉笑牽人衣.
아이 불러 닭을 삶게 하고 白酒를 마시니, 아이들은 즐거워 웃으며 내 옷자락을 잡아 끄네.
▶ 烹(팽) : 삶다.
▶ 嬉(희) : 희롱하다.
▶ 牽(견) : 끌다.
高歌取醉欲自慰, 起舞落日爭光輝.
소리높여 노래하며 술 취하여 자신을 위로하려, 일어나 춤추니 지는 해와 붉은 빛을 다투네.
▶ 爭光輝 : 얼굴이 취하여 붉어져서, 지는 붉은 해와 빛깔을 다투는 듯하다.
游說萬乘苦不早, 著鞭跨馬涉遠道.
천자의 설득하기를 일찍 하지 못하였음을 괴로워하며, 채찍 치며 말에 올라 먼 길을 떠나려네.
▶ 游說 :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며 자기의 포부나 의견으로 임금을 설득함.
▶ 萬乘 : 天子. 乘은 兵車인데 천자를 만승이라 한다.
▶ 苦不早 : 일찍 못함이 괴롭다는 뜻.
▶ 著鞭(착편) : 채찍을 침.
▶ 跨馬(과마) : 말에 올라탐.
會稽愚婦輕買臣, 余亦辭家西入奉.
옛날 회계 땅의 어리석은 여자도 출세 못한 남편을 버렸었으니, 나도 역시 집을 떠나 서쪽 장안으로 가려네.
▶ 會稽 : 浙江省에 있는 고을 이름.
▶ 買臣 : 朱買臣. 漢代 사람으로 字는 子翁. 會稽 사람. 武帝 때 中大夫가 되어 회계태수를 거쳐 丞相長史까지 되었던 사람이다. 일찍이 그는 집안이 매우 가난하여 나무를 해다 팔아 糊口하였는데, 나뭇짐을 지고 다니면서도 책을 읽었다 한다. 그의 처는 이것을 창피하게 여기고 남편을 버리고 가버렸다. 뒤에 태수가 되어 회계로 부임하면서 보니 전처가 改嫁한 남편과 함께 길을 정리하고 있었다. 주매신은 이들 부부를 뒷수레에 태워 태수의 官舍로 데려왔는데, 그 처는 부끄럽고 분하여 목매어 죽고 말았다 《漢書》朱買臣傳.
지금 李白 자신도 처의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 주매신이 집을 나가 출세했듯이 자기도 출세하러 집을 다시 나가겠다는 뜻이다.
▶ 秦 : 長安이 秦 땅에 있었으므로 장안에 감을 뜻한다.
仰天大笑出門去, 我輩豈是蓬蒿人?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으며 문을 나서니, 내가 어찌 초야에 살 사람이랴?
▶ 我輩 : 나 같은 무리. 이백 자신을 가리킨다.
▶ 蓬 : 쑥. 다북쑥,
▶ 蒿(호) : 쑥. 蓬蒿人은 쑥대밭에 묻혀 사는 사람. 쑥대밭은 초야를 뜻한다.
해설
유랑생활로부터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이백이 가족과 즐거운 聚會를 즐길 겨를도 없이 또다시 장안으로 떠나가는 마음을 노래하였다.
닭 잡아놓고 아이들을 보며 백주를 마시는 기쁨은 순간적인 것이다. 남편으로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행색이 한편 부끄럽기도 하려니와, 자기의 경륜을 펼 기대가 다시 그의 발길을 장안으로 돌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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