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손님과 함께 살구꽃 아래에서 술 마시며(月夜與客飮酒杏花下)-소식(蘇軾)
▶ 月夜與客飮酒杏花下 : 달밤에 손님과 함께 살구꽃 아래에서 술을 마시다. 《東坡詩集》 권10에 실려 있다.
杏花飛簾散餘春, 明月入戶尋幽人.
살구꽃이 발[簾]에 날아들어 남은 봄을 흩어버리고, 밝은 달은 문 안으로 들어 조용히 사는 사람을 찾는다.
褰衣步月踏花影, 烱如流水涵靑蘋.
옷을 걷고 달 아래 거닐며 꽃 그림자를 밟으니, 流水처럼 밝은 빛이 푸른 마름을 적신다.
▶ 褰(건) : 옷자락을 걷어올림.
▶ 烱(형 : 빛나다. 밝게 비치다.
▶ 涵(함) : 젖다. 잠기다.
▶ 蘋(빈) : 水草의 일종으로 물 위에 잎새가 떠다니는 개구리밥. 마름풀.
花間置酒淸香發, 爭挽長條落香雪.
꽃 사이에 술자리를 벌이니 淸香이 피어나고, 다투어 긴 가지 휘어잡아 향기로운 눈을 떨어뜨린다.
▶ 挽(만) : 끌다. 휘어잡아 당기다.
山城薄酒不堪飲, 勸君且吸杯中月.
산성의 묽은 술은 마실 만한 것이 못되매, 술잔 속의 달이나 마시라고 그대에게 권하네.
▶ 山城 : 徐州의 城. 이 시는 蘇東坡가 서주에 있을 때 손님들과 술 마시며 지은 시이다.
▶ 薄酒(박주) : 독하지 않은 묽은 술.
洞簫斷月明中, 惟憂月落酒盃空.
퉁소 소리 끊이고 달빛만 밝은 중에, 달도 져서 술잔이 빌까 걱정하네.
明朝卷地春風惡, 但見綠葉棲殘紅.
내일 아침 땅을 말아올리는 봄바람이 고약하면, 푸른 나뭇잎만이 지다 남은 꽃잎에 섞여 보이리라.
▶ 卷地 : 땅을 말아올린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모양.
▶ 棲殘紅 : 지다 남은 붉은 꽃에 깃듦. 棲는 栖로도 씀.
해설
살구꽃이 만발한 봄날, 달빛 아래 술을 마시는 東坡의 분위기는 이미 이 세상이 아닌 仙界인 듯한 느낌을 준다. 술에 취하는 것 자체보다도 술잔에 비친 달을 마신다는 풍류가 잡된 현대인의 머리를 씻어 줄 듯하다. 소동파는 자기에게 三不如人(: 남만 못한세 가지)이 있는데 그것은 술마시는 것, 노래하는 것, 바둑두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시나 詞文을 보면 술마시고 노래하는 장면이 다른 시인 못지않게 자주 나온다. 술은 마셨으되 陶淵明이나 李白처럼 술에 취하여 天眞한 自我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멋만을 즐겼던 듯하다. 그러기에 술은 남았으되 달이 짐이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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