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일에 두이습유에게 부침(人日寄杜二拾遺)-고적(高適)
▶ 人日寄杜二拾遺 : 人日에 두이습유에게 붙인다. 人日은 정월 7일.
옛날엔 《東方朔占書》의 설이라 하여 年頭의 8일간을 초하루부터 鷄·犬·豕·羊·牛·馬·人·穀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인일에 날이 개면 풍년이 든다 하였다《事文類聚》前集 卷六.
二는 杜甫의 排行, 拾遺는 두보가 肅宗 때 좌습유란 벼슬을 지냈으므로 두보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시는 인일에 두보에게 붙인 시이다. 《高常侍集》 권5에 이 시가 실려 있다.
人日題詩寄草堂, 遙憐故人思故鄉.
정월 초이렛날 시를 지어 두보의 초당으로 보내며, 멀리 옛 친구도 고향 그림을 애처로워하네.
▶ 草堂 : 두보는 이때 四川省 成都의 浣花溪에 초당을 짓고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 憐 : 동정한다는 뜻.
▶ 故人 : 옛 친구. 두보를 가리킴.
柳條弄色不忍見, 梅花滿枝空斷腸.
버들가지는 빛깔을 희롱하는 듯하여 차마 볼 수 없고, 매화는 가지 가득히 피어 공연히 애를 끊네.
▶ 弄色 : 빛깔을 弄絡하듯 하루하루 푸르럼.
▶ 不忍見 : 차마 보지 못한다. 중국에선 옛날 멀리 떠나는 사람을 전별할 때 버들가지를 꺾어 주었다. 푸르러 가는 버들가지를 보면 옛날 이별하던 때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身在南蕃無所預, 心懷百憂復千慮.
몸은 남쪽 변경에 있어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나, 마음은 백 가지 근심 천 가지 시름을 품고 있네.
▶ 南蕃 : 남쪽 邊境地. 이때 高適은 남쪽 蜀州의 刺史로 있었다.
▶ 無所預 : 조정의 정사에 참예하는 바가 없다.
今年人日空相憶, 明年人日知何處?
올해 초이렛날엔 공연히 그리움에 잠겨 있지만, 내년 초이렛날엔 어느 곳에 있을까?
一臥東山三十春, 豈知書劒老風塵?
고향에 숨어 살기 30년, 책과 칼로 사는 선비가 세상 풍진에 늙어 버릴 줄 어찌 알았으리?
▶ 一臥東山 : 晉나라 謝安이 처음엔 고향인 東山에 臥居하며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 故事를 인용, 자기도 옛날엔 고향에 은거하여 나오지 않았다는 뜻.
一臥는 '한번 와거하자'의 뜻.
▶ 書劍 : 선비는 책과 칼을 의지하고 산다. 곧 학문과 의기로 산다는 것이다.
▶ 老風塵 : 세상의 풍진 속에 어느덧 늙어 버렸다는 뜻.
龍鍾還忝二千石, 愧爾東西南北人.
구차하게 오히려 욕되게 2천 석의 녹을 받으니, 그대들 동서남북 모든 사람에게 부끄럽기만 하네.
▶ 龍鍾 : 失意하여 기력을 잃고 몰골이 형편없음. 꾀죄죄하다. 隴種·儱偅·籠東·隴涷 등으로도 쓰인다.
▶ 忝(첨) : 욕되다. 욕되게 하다.
▶ 二千石 : 郡太守의 祿. 忝二千石은 욕되게도 2천 석의 녹을 받는 몸이 되었다는 말이다.
해설
高適(702~765)은 2천 석의 녹을 받는 태수였으나 두보는 이때 成都 浣花草堂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人日이 되면 봄기운이 짙어져 버들가지와 매화꽃은 떠나온 고향과 함께 그리운 벗들을 생각케 한다. 더욱이 작가는 지방 태수에서 조정에 참여치 못하므로 어지러워져만 가는 나라의 형편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시인으로서 비교적 영달하고 있던 고적에게도 이러한 시름이 있었다. 그러기에 지나간 평생이 더욱 아쉽고 하는 일 없이 차지하고 있는 태수자리가 백성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 두보에 대한 우정이 잘 일치되어 있고, 만족하지 못하는 지난 평생과 지금의 생활이 시인 사이에 통하는 뜻으로 느껴진다.
두보는 이 시를 받고 고적의 생사를 모르다가, 고적이 죽은 지 5년 뒤 大曆 5년(770) 정월 21일 이 시에 대한 대답으로, 〈故 高蜀州가 人日에 부쳐준 것에 追酬한다〉라는 시를 쓰고 있다.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4七言古風短篇-36醉後答丁十八以詩譏予搥碎黃鶴樓(취후답정십팔이시기여추쇄황학루) (0) | 2024.02.12 |
---|---|
4七言古風短篇-35流夜郎贈辛判官(유야랑증신판관) (0) | 2024.02.12 |
4七言古風短篇-33月夜與客飮酒杏花下(월야여객음주행화하) (1) | 2024.02.11 |
4七言古風短篇-32南陵敍別(남릉서별) (0) | 2024.02.11 |
4七言古風短篇-31雉帶箭(치대전) (1) | 2024.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