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12-答李推官書(답이추관서)-張耒(장뢰)

耽古樓主 2024. 4. 20. 09:30

古文眞寶(고문진보)

答李推官書(답이추관서)-張耒(장뢰)

 


南來多事, 久廢讀書.
남으로 오니 일이 많아 오래도록 讀書를 폐하였습니다.

昨送簡人還, 忽辱惠及所作「病暑賦」及雜詩, 誦詠愛歎.
어제 편지를 보냈던 사람이 돌아오는 편에, 지으신 「病暑賦」와 雜詩를 외람되이 받고, 誦詠愛歎하였습니다.

旣有以起竭涸之思, 而又喜世之學者, 比來稍稍追古人之文章, 述作體製, 往往已有所到也.
그 때문에 竭涸의 생각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당세의 학자가 근래에 조금씩 古人의 문장을 좇아서 지은 글의 체제가 간혹 거기에 도달함을 기뻐하였습니다.
起竭涸之思(기갈학지사) : 물이 다 마르는 듯한 생각이 일어나다. 李推官이 지은 病暑賦를 읽고, 거기에서 표현한 무더위의 모습이 자기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 마르다
比來(비래) : 근래. 요새.
稍稍(초초) : 조금씩. 점점.
述作體製(술작체제) : 지은 글의 체제. 지은 글의 형식과 내용.
所到 : 옛사람의 경지나 일가를 이루는 수준에 이른 것.

耒不才. 少時喜爲文辭, 與人遊, 又喜論文字, 謂之嗜好則可, 以爲能文則世自有人, 決不在我.
저는 재주가 없으나 젊었을 적에 글짓기를 좋아하고 남과 교유하며 또 문장을 논하기를 좋아하였으매, 글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몰라도 글을 잘 짓는다고 말하면 세상에 진실로 그런 사람이 있긴 하나, 절대로 제게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足下與耒, 平居飮食笑語, 忘去屑屑, 而忽持大軸, 細書題官位姓名, 如卑賤之見尊貴, 此何爲者?
선생과 제가 평소 생활하며 飮食과 笑語함에 저의 구차한 행동은 잊어버리고, 갑자기 큰 두루마리에다가 꼼꼼히 저의 벼슬과 성명을 題하여 마치 비천한 사람이 존귀한 사람을 대하듯 하시니, 이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屑屑(설설) : 부질없는 일로 애쓰는 모양, 행동이 불안한 모양.
大軸(대축) : 큰 두루마리 책. 앞에 얘기한 병서부雜詩를 뜻한다.

豈妄以耒爲知文, 繆爲恭敬若請敎者乎.
어찌 망령되이 제가 글을 안다고 여겨서, 가르침을 청하는 사람처럼 잘못 공경하는 것인지요?
() : 그릇 생각함. 잘못 여기다.

欲持納而貪於愛玩, 勢不可得捨, 雖怛然不以自寧, 而旣辱勤厚, 不敢隱其所知於左右也.
글을 받기를 원하고 애완하기를 탐하여 버릴 수 없는 형세이니, 비록 걱정스러워 스스로 편하지 못하나 이미 간곡한 부탁을 받았으매, 알고 있는 바를 주위에 감히 숨기지 못합니다.
持納(지납) : 보내준 글을 받아 올리다.
不可得捨(불가득사) : 그것을 버릴 수가 없다.
恒然() : 슬퍼하는 모양. 걱정하는 모양.
旣辱勤厚(기욕근후) : 이미 외람되이 부지런하고 두텁게 하였다. 곧 간곡하고 진실하게 부탁하였음을 뜻한다.

足下之文, 可謂奇矣.
선생의 글은 기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捐去文墨常體, 力爲瓌奇險怪, 務欲使人讀之, 如見數千歲前科斗鳥跡所記弦匏之歌, 鍾鼎之文也.
문장의 일반적인 體例를 버리고 힘써 奇特과 險怪를 추구하여, 사람들이 읽으면 마치 수천 년 전의 科斗·鳥跡으로 기록한 弦匏의 歌辭나 鐘鼎文처럼 보이려 힘씁니다.
捐去(연거) : 버리다.
文墨(문묵) : 문장, 글짓기.
瓌奇(괴기) : 뛰어나게 기특한 것.
科斗(과두) : 과두문자, 중국 고대에 쓰인 올챙이 형상의 字體.
鳥跡(조적) : 새 발자국. 東漢 許愼說文序에 옛날 사람들이 처음 글자를 만들 때 새 발자국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보고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 옛날의 글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 것임.
弦匏(현포) : 현악기와 타악기. 는 박으로, 바가지로 만든 타악기를 뜻한다.
鍾鼎(종정) : 종과 세 발 달린 솥. 옛날의 銅器이름.

足下之所嗜者如此, 固無不善者, 抑耒之所聞所謂能文者, 豈謂其能奇哉.
선생의 기호가 이러함은 본시 좋지 않을 것은 없으나, 제가 듣고 말하는 바인 ‘글을 잘 지음’이 어찌 기특한 능력을 이르겠습니까?
() : 그렇지만, 그러나

能文者固不以能奇爲主也.
글을 잘 지음은 본시 기특한 능력을 위주로 하지 않습니다.

夫文何爲而設也?
문장이란 무엇 때문에 마련되었습니까?

不知理者不能言, 世之能言者多矣.
이치를 알지 못하면 말할 수 없는데 세상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而文者獨傳, 豈獨傳哉?
그러나 문장만이 전해지는데, 어찌 전해지기만 하겠습니까?

因其能文也而言益工, 因其言工也而理益明. 是以聖人貴之.
글을 잘 지음으로 인하여 언어가 더욱 공교롭고, 언어가 공교로움으로 인하여 이치도 더욱 분명해지므로, 이 때문에 성인이 귀중히 여기셨습니다.

自六經, 下至于諸子百氏, 騷人辯士論述, 大抵皆將以爲寓理之具也.
六經부터 아래로 諸子百家와 騷人·辯士의 논술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모두가 이치를 담는 용구로 삼으려 하였습니다.
六經(육경) : ·····春秋등 유가의 여섯 가지 기본 경전.
騷人(소인) : 詩賦를 짓는 사람, 시인. 옛날 屈原離騷를 지은 데서 생겨난 말.

 

 

後集1-離騷經(이소경)

離騷經(이소경)-屈原(굴원) 離騷 초나라의 懷王과 충돌하여 물러나야 했던 실망과 憂國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자서전식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家系의 고귀함과 재능의 우수함을 말하고,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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寓理(우리) : 이치를 깃들이다. 이치를 실어 표현하다.

是故理勝者, 文不期工而工, 理媿者巧於粉澤而間隙百出.
그런 까닭에 이치에 뛰어난 사람은 글을 잘 쓰려 기약하지 않아도 잘 쓰게 되고, 이치에 어두운 사람은 글을 꾸밈에 교묘하더라도 빈틈이 百出합니다.
媿() : 부끄러운 것. 잘 모름.
間隙(간극) : . 결함

此猶兩人, 持牒而訟.
이것은 마치 두 사람이 고소장을 가지고 소송함과 같습니다.
() : 공문, 고소장.

直者操筆, 不待累累, 讀之如破竹, 橫斜反覆, 自中節目.
정직한 사람은 붓을 잡고 더덕더덕 쓰지 않되, 破竹之勢로 읽어서 기울이거나 되풀이하더라도 자연히 節目에 들어맞습니다.
累累(누루) : 여러 번 번거로이 함. 쌓여 있는 모양. 더덕더덕 붙어 있음.

曲者雖使假辭於子貢, 問字於揚雄, 如列五味而不能調和, 食之於口, 無一可愜, 何況使人玩味之乎.
비뚤어진 사람은 비록 子貢에게서 言辭를 빌리고 揚雄에게 글솜씨를 물어보더라도 五味를 늘어놓되 요리하지 못하여 입으로 먹어 보면 하나도 뜻에 맞지 않음과 같은데, 하물며 남에게 맛을 즐기라고 하겠습니까?
子貢(자공) : 論語先進편에 공자의 제자 중 덕행·언어·정사·문학 각 분야에 뛰어난 사람들의 이름을 들고 있는데 [孔門四科], 언어에는 宰我와 자공을 들고 있음.

 

 

論語集註 先進 第十一(논어집주 선진 제십일) 第二章

▣ 第二章 子曰: 「從我於陳、蔡者,皆不及門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陳나라와 蔡나라에서 따르던 자들이 모두 門下에 있지 않구나!” 孔子嘗厄於陳、蔡之間,弟子多從之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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揚雄(양웅) : 西漢대의 대표적인 작가인데, 자전으로 訓纂方言도 지었다.
五味(오미) : 달고 짜고 맵고 시고 쓴 다섯 가지 맛. 또는 여러 가지 맛을 내는 양념.
() : 뜻에 맞음. 흡족한 것.

故學文之端, 急於明理.
그러므로 글을 공부하는 端緖로서는 이치를 밝힘을 서둘러야 합니다.

夫不知爲文者, 無所復道, 如知文而不務理, 求文之工, 世未嘗有是也.
글을 지을 줄 모르면 다시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만약 글을 알면서도 이치에 대하여는 힘쓰지 아니하고 글이 공교롭기를 추구한다면, 세상에 일찍이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夫決水於江河淮海, 水順道而行, 滔滔汨汨, 日夜不止, 衝砥柱, 絶呂梁, 放於江湖而納之海, 其舒爲淪漣, 鼓爲濤波, 激之爲風飆, 怒之爲雷霆, 蛟龍魚黿, 噴薄出沒, 是水之奇變也.
長江·黃河·淮水와 호수에서 물을 터면, 물이 물길을 따라 흘러가면서 도도히 콸콸 밤낮을 쉬지 않고 흘러, 砥柱山에 부딪치고 呂梁山을 허물고 江湖에 방류되어 바다로 들어갈 적에, 서서히 흘러 잔물결이 되고 세차게 흘러 파도가 되고 격동하면 회오리바람이 되고 성나면 우레가 되며, 蛟·龍·魚·黿이 용솟음치며 출몰하는데, 이것이 물의 기특한 변화입니다.
滔滔(도도) : 물이 질펀히 흐르는 모양.
汨汨(골골) : 물이 콸콸 흐르는 모양.
砥柱(지주) : 산 이름. 옛날 임금이 황하의 홍수를 다스릴 때 트인 물길이 흘러가다 산에 부딪치어 황하 가운데 높은 기둥 같은 산이 남아 砥柱라 이름붙였다 (水經河水注)
呂梁(여량) : 산 이름, 山西省 龍門山과 연해져 있었으며, 우임금이 홍수를 다스릴 때 물길을 막기 위하여 그 산의 중턱을 허물어 물이 흐르게 하였다.
() : 물이 퍼져서 서서히 흐름.
淪漣(윤련) : 잔물결.
() : 격동시킴. 물이 세차게 흐름.
() : 회오리바람.
() : 교룡. 용의 일종.
黿() : 큰 자라.
噴薄(분박) : 용솟음쳐 오름.

而水初豈如此? 順道而決之, 因其所遇而變生焉.
그러니 물이 처음부터 어찌 그러하였겠습니까? 물길을 따라 터져 흘러가면서 그것이 만나는 바로 말미암아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溝瀆東決而西竭, 下滿而上虛, 日夜激之, 欲見其奇, 彼其所至者, 蛙蛭之玩耳.
도랑물은 동쪽이 터지면 서쪽은 말라버리고 아래쪽이 차면 위쪽은 비므로, 밤낮으로 그 물을 격동시켜 기특함을 보이려 하여도, 거기에 몰려드는 것은 개구리나 거머리 따위 장난감일 뿐입니다.
溝瀆(구독) : 도랑. 도랑물.
蛙蛭(와질) : 개구리와 거머리.

江淮河海之水, 理達之文也, 不求奇而奇至矣.
강수·황하·회수·호수의 물은 이치에 통달한 글이어서 기특함을 추구하지 않아도 기특함이 저절로 이릅니다.

激溝瀆而求水之奇, 此無見於理, 而欲以言語句讀爲奇之文也.
도랑물을 격동시켜 물이 기특하기를 추구함은 이치를 표현함이 없이 言語句讀로 기특한 글을 지으려 함입니다.

六經之文, 莫奇於『易』, 莫簡於『春秋』, 夫豈以奇與簡爲務哉. 勢自然耳.
六經의 글에 《易經》보다 더 기특한 게 없고 《春秋》보다 더 간결한 게 없으나, 어찌 기특과 간결에 힘썼겠습니까? 형세가 자연히 그러하였을 뿐입니다.

傳曰:
“吉人之辭寡.”
〈역경〉에 일렀습니다.
"길한 사람은 말이 적다."
() : 易經繫辭傳 하편에 보이는 구절.

彼豈惡繁而好寡哉. 雖欲爲繁而不可得也.
그것이 어찌 繁多함을 싫어하고 적음을 좋아함이겠습니까? 비록 繁多하려 하여도 그렇게 되지 않은 것입니다.

自唐以來至今 文人好奇者不一.
唐나라 이래 지금까지 文人으로 기특함을 좋아하는 자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甚者或爲缺句斷章, 使脉理不屬, 又取古人訓誥, 希於見聞者, 衣被而綴合之, 或得其字, 不得其句, 或得其句, 不得其章, 反覆咀嚼, 卒亦無有, 此最文之陋也.
심하면 구절을 빼먹거나 글귀를 중단하여 문맥이 이어지지 않게 만들기도 하고, 또는 옛사람의 訓誥로서 견문이 드문 것을 취하여 옷을 입히고 이어서 합하매, 그 글자는 맞더라도 그 구절은 맞지 못하거나, 혹은 그 구절은 맞더라도 그 문장은 맞지 못하여, 되풀이하여 음미하여도 끝내 아무것도 없으니, 이것이 문장이 비루함의 으뜸입니다.
脈理(맥리) : 문맥과 문리.
衣被(의피) : 옷을 입힘. 글의 겉을 꾸미는 것.
綴合(철합) : 서로 이어서 합쳐 놓음.
咀嚼(저작) : 음식을 씹듯이 글을 음미함.

足下之文, 雖不若此, 然其意靡靡, 似主於奇矣.
선생의 글은 비록 그와 같지는 않으나 그 뜻이 애매하여 마치 기특함을 위주로 한 듯합니다.

故預爲足下陳之, 願無以僕之言質俚而不省也.
그래서 미리 선생께 그 점을 말씀드리니, 제 말이 질박하고 俚俗하다 여겨 살피지 않음이 없기를 바랍니다.
靡靡(미미) : 더딘 모양, 분명치 않은 모양.
質俚(질리) : 질박하고 俚俗된 것.

 

 

 

 해설


제목은 〈이추관에게 답하는 글〉이다.
推官은 벼슬 이름으로 절도사나 관찰사의 屬官으로 刑獄에 관한 일을 관장하였다. 여기의 이추관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이추관은 편지와 함께 그가 지은 〈病暑賦〉와 여러 편의 시들을 보내면서, 張耒에게 문장평을 부탁하였다.
여기에서 장뢰는 문장의 형식과 표현에만 힘쓰고 내용은 없는 글을 혹독히 비판하고 있다.
이는 ‘文以載道’라는 古文家들의 문학의식을 대표하는 것이다. 글이란 표현이나 문장이 아름답고 독특하기보다는 글의 뜻이 조리있게 잘 표현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