離騷經(이소경)-屈原(굴원)
離騷 초나라의 懷王과 충돌하여 물러나야 했던 실망과 憂國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자서전식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家系의 고귀함과 재능의 우수함을 말하고, 이어 역사상의 인물·신화·전설·초목·조수 등을 비유로 들어 자신의 결백함을 노래하며, “세속은 틀리고, 내가 옳다”고 주장한다. 후반에는 자신이 하늘 세계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道家的으로 읊으며 현인을 찾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였고, 彭咸처럼 물에 빠져 죽으리라고 암시하였다.
고문진보의 離騷 서두에는 朱文公의 서문, 劉安과 宋景文公 의 평가가 곁들여져 있다.
朱文公曰:
朱熹가 말하였다.
▶ 朱文公曰 : 이 글은 朱熹의 《楚辭集註》 離騷經 서문을 축약한 것이다.
「原名平, 與楚同姓.
屈原의 이름은 平이고, 楚나라 왕실과 同姓이다.
仕於懷王爲三閭大夫, 上官大夫及靳尙妬毁之, 王疏原.
懷王에게 벼슬하여 三閭大夫가 되었는데, 上官大夫와 靳尙이 투기하고 모함하매 회왕이 굴원을 멀리하였다.
▶ 懷王 : 楚나라 임금. 기원전 328~기원전 299 在位.
▶ 三閭大夫 : 초나라 왕족인 昭·屈·景 3姓을 관장하는 벼슬임.
▶ 上官大夫 : 뒤의 靳尙과 함께 굴원을 모함한 초나라의 대부.
▶ 妬毁 : 질투하여 모함하다.
原被讒憂煩, 乃作〈離騷〉, 上述唐虞三后之制, 下序桀ㆍ紂ㆍ羿ㆍ澆之敗, 冀君覺悟, 反於正道而還己也.
굴원은 모함을 받자 걱정과 괴로움에서 〈離騷〉를 지어, 위로 堯·舜과 夏·殷·周 3대의 제도를 기술하고, 아래로 桀·紂와 羿·澆의 실패를 서술하여, 임금이 깨달아 正道로 돌아오고 자기에게로 마음이 되돌아오기를 바랐다.
▶ 唐虞三后 : 堯·舜임금과 夏禹·商湯·周 文武를 가리킴. 옛날의 聖君.
▶ 桀紂羿澆(걸주예요) : 傑은 하나라 최후의 폭군, 紂는 상나라 최후의 폭군. 羿와 澆는 하나라 때 포악한 짓을 일삼다 죽은 사람들.
▶ 冀 : 바라다.
時秦使張儀, 詐懷王, 誘與會武關.
그때 秦나라는 張儀를 사신으로 보내어, 회왕을 속여 武關에서 함께 만나자고 꾀었다.
▶ 張儀 : 戰國시대의 辯舌家로 秦나라를 위하여 連橫策을 폈던 인물.
▶ 武關 : 지금의 陝西省 商縣 동쪽에 있는 관문 이름. 진나라의 南關이었다.
原諫王勿行, 弗聽而往, 爲所脅歸, 卒以客死.
굴원은 회왕에게 가지 말라고 간하였으나 회왕이 듣지 않고 가더니, 협박을 당하고 끌려가서 마침내 객사하였다.
襄王立, 復用讒, 遷原江南, 原復作〈九歌〉ㆍ 〈天問〉ㆍ 〈九章〉ㆍ 〈遠游〉ㆍ 〈卜居〉ㆍ 〈漁父〉等篇, 冀伸己志, 以悟君心.
襄王이 즉위하자 다시 모함을 들어주어 굴원을 강남으로 내쫓으니, 굴원은 다시 九歌·天問·九章·遠遊·卜居·漁父 등의 글을 지어 자기의 뜻을 펴냄으로써, 임금의 마음을 일깨우기를 바랐다.
▶ 襄王 : 頃襄王이라고도 부르며, 회왕의 뒤를 이은 임금.
終不見省, 不忍見宗國將亡, 遂自沈汨羅淵死.」
끝내 살펴 주지 않자, 조국이 곧 망함을 차마 볼 수가 없어, 마침내 스스로 汨羅水에 빠져 죽었다.”
▶ 汨羅淵(멱라연) : 지금의 湖南省에 흐르는 강물 이름. 湘水의 지류임.
淮南王安曰:
漢나라 淮南王 劉安이 말하였다.
▶ 淮南王安 : 劉安. 漢高祖의 손자. 글을 좋아하고 신선술을 좋아했으며, 《淮南子》의 저자로 유명하다.
「國風好色而不淫, 小雅怨誹而不亂, 若〈離騷〉者可謂兼之矣.
“《詩經》 國風은 여색을 좋아하되 지나치지 아니하고, 小雅는 원망하고 비난하면서도 어지럽지 아니한데, 〈이소〉 따위는 두 가지를 겸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 國風 : 뒤의 小雅와 함께 《詩經》의 편 이름.
▶ 怨誹(원비) : 원망하고 비방함.
蟬蛻於濁穢之中, 以浮游塵埃之外, 推此志也, 雖與日月爭光, 可也.」
탁하고 더러운 곳에서 매미처럼 허물을 벗고 塵埃 밖을 떠돌아다니었으니, 이러한 뜻을 미루어 나간다면 비록 日月과 빛을 다투더라도 괜찮을 터이다.”
▶ 蟬蛻(선태) : 매미가 껍질을 벗.
宋景文公祁曰:
宋나라 景文公 宋祁가 말하였다.
▶ 宋景文公祁 : 宋祁. 宋나라 학자로 龍圖閣學士를 지내고 史館修撰으로 《唐書》 편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죽은 뒤의 諡가 景文이며, 문집 100권을 남기고 있다.
「〈離騷〉爲詞賦之祖, 後人爲之, 如至方不能加矩, 至圓不能過規矣.」
“〈이소〉는 詞賦之祖여서, 후인이 이를 배움에 지극히 방정하여 곱자를 다시 댈 필요가 없고, 지극히 둥글어서 그림쇠를 쓸 필요가 없다.”
▶ 矩(구) 목수들이 네모꼴을 가늠할 때 쓰는 곱자.
▶ 規(규) : 목수들이 원을 그릴 때 쓰는 그림쇠.
帝高陽之苗裔兮, 朕皇考曰伯庸.
高陽 황제의 후손이네, 나의 선친은 伯庸이시네.
▶ 高陽 : 중국 전설상의 五帝 중 한 사람인 顓頊의 칭호. 그의 후손 熊繹이 周代에 초나라에 봉해졌고, 또 그 후손 瑕가 춘추시대에 屈邑에 봉해져 굴을 성으로 썼는데, 굴원은 바로 굴하의 후손임.
▶ 苗裔 : 후예. 후손.
▶ 朕 : 나. 고대에 自稱語로 쓰였음. 秦 이후로는 황제의 자칭어로 변함.
▶ 皇考 : 선친. 皇은 존칭, 考는 돌아가신 아버지.
▶ 伯庸 : 굴원의 아버지의 字
攝提貞于孟陬兮, 惟庚寅吾以降.
寅年의 바로 정월이네, 庚寅날에 내가 태어났네.
▶ 攝提(섭제) : 寅年. 호랑이 해. 歲星이 하늘의 寅 방위에 온 해를 섭제라 함.
▶ 貞 : 바로. 正.
▶ 孟陬(맹추) : 정월. 孟은 시작을 뜻하며, 陬는 정월의 별명.
▶ 降 : 태어나다.
皇覽揆余于初度兮, 肇錫予以嘉名.
아버님이 내 생년월일을 따져 보셨네, 비로소 내게 훌륭한 이름 지어 주셨네.
▶ 皇 : 아버님. 皇考의 약칭,
▶ 覽揆(남규) : 헤아려 보다. 따져 보다. 覽은 관찰, 揆는 재어 보다.
▶ 初度 : 태어난 때의 법도. 생년월일 등 하늘의 법도
▶ 肇(조) : 비로소, 처음으로,
▶ 錫 : 주다. 賜와 같은 뜻.
名余曰正則兮, 字余曰靈均.
이름을 正則이라 하셨네, 자를 靈均이라 하셨네.
▶ 正則 : 공정한 법칙. 《史記》에 의하면 굴원의 이름은 平이고, 자는 原인데, 洪興祖는 《楚辭補注》에서 정칙이란 곧 平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 靈均 : 신령스러운 평지. 靈은 神 또는 善의 뜻, 均은 평평한 곳. 홍흥조는 이 또한 굴원의 자인 原을 뜻한다고 하였다.
紛吾旣有此內美兮, 又重之以修能.
나는 이미 이처럼 아름다운 품성 듬뿍 지녔네, 또 그 위에 힘써 수양을 보태었네.
▶ 紛 : 많은 모양.
▶ 內美 : 안에 품은 좋은 성품.
▶ 脩能 : 王逸의 《楚辭章句》에서는 脩를 遠의 뜻으로 보고 수능을 남다른 뛰어난 재능으로 풀이했는데, 혹자는 能을 態로 보고 수능을 뒷 구와 연결시켜 향초로 꾸민 용모로 보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앞 구에서 말한 좋은 품성에 재능도 포함된다고 보고, 脩를 전편의 대의 및 다음 구와 관련하여 수양의 뜻으로 보았으며, 能은 후자의 설을 따라 態로 보고 수양하는 태도, 즉 수양의 德으로 풀이했다.
扈江離與江離兮, 紉秋蘭以爲佩.
江離와 江離를 몸에 두르네, 가을 난초 엮어서 허리의 장식으로 삼네.
▶ 扈(호) : 몸에 두르다. 걸치다.
▶ 江離(강리) : 얕고 맑은 물에서 나는 향초.
▶ 辟芷(벽지) : 깊은 숲속에 나는 향초, 白.
▶ 紉(인) : 꿰다. 엮다.
▶ 佩(패) : 허리에 두르는 장식.
汨余若將不及兮, 恐年歲之不吾與.
물처럼 흐르는 세월을 따라가지 못할 듯하네, 나이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을까 걱정하네.
▶ 汨(골) : 물이 콸콸 흐르는 모양. 세월이 빨리 지나감을 형용.
▶ 不吾與 : 나를 기다리지 않다.
《論語》에 '해와 달이 가고,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日月逝矣, 歲不我與.]’라는 구절이 있다.
朝搴阰之木蘭兮, 夕攬洲之宿莽.
아침에는 阰山의 木蘭을 꺾네, 저녁에는 섬에 가서 宿莽를 캐네.
▶ 搴(건) : 뽑다. 꺾다.
▶ 阰(비) : 楚나라 남쪽에 있는 산 이름.
▶ 木蘭 : 목련. 목련의 껍질은 향료로 쓰는데, 껍질을 벗겨도 나무는 죽지 않는다고 한다.
▶ 攬(람) : 캐다. 따다.
▶ 洲(주) : 강물 가운데의 섬.
▶ 宿莽(숙무) : 숙근초, 겨울에도 죽지 않는다는 향초.
日月忽其不淹兮, 春與秋其代序.
해와 달은 홀연히 가며 머무름이 없네, 봄과 가을은 차례를 바꾸네.
▶ 淹(엄) : 오래 머무르다.
▶ 代序 : 차례를 바꾸다.
惟草木之零落兮, 恐美人之遲暮.
초목이 시들어 떨어짐을 보네, 美人 또한 늙어갈까 걱정되네.
▶ 零落(영락) : 잎이 시들어 떨어지다.
▶ 美人 : 王逸의 註에서는 楚王을 가리킨다고 보았고, 巫歌로 보는 측에서는 선배격인 巫, 또는 숭배하는 巫로 풀이한다.
▶ 遲暮 : 나이들어 늙어감.
不撫壯而棄穢兮, 何不改乎此度.
한창 때에 나쁜 행동을 버리지 못하네, 어찌하여 이 법도를 고치지 않는지?
▶ 撫壯(무장) : 한창 때에. 撫는 ~하는 기회를 틈타서, ~하는 동안에.
▶ 棄穢(기예) : 惡을 버리다.
▶ 度 : 태도, 법도,
乘騏驥以馳騁兮, 來吾道夫先路.
날랜 말을 타고 달리네, 자! 내 앞서 길을 인도하리라.
▶ 騏驥(기기) : 천리마. 날랜 말.
▶ 馳騁(치빙) : 말을 달리다.
▶ 來 : 發語辭. 자!
▶ 道 : 인도하다. 導와 같음.
昔三后之純粹兮, 固衆芳之所在.
옛날의 삼왕께선 덕이 순수하셨네, 실로 뭇 향기로운 꽃들을 함께 썼다네.
▶ 三后 : 三王. 즉 夏禹, 殷湯, 周文武을 가리킴.
▶ 純粹 : 덕행이 純美함.
▶ 衆芳 : 여러가지 향기로운 꽃. 뒤에 보이는 향초들.
雜申椒與菌桂兮, 豈維紉夫蕙茝.
申椒와 菌桂가 섞여 있었네, 어찌 蕙草와 茝草만 쓰셨겠는가?
▶ 申椒(신초) : 山椒의 일종인 향나무.
▶ 菌桂(균계) : 계수나무의 일종인 향나무
▶ 紉(인) : 엮다.
▶ 蕙茝(혜채) : 蕙草(혜초)와 茝草(채초)로 둘 다 향초임.
彼堯舜之耿介兮, 旣遵道而得路.
저 堯舜은 광명정대하셨네, 도를 지키고 바른 길 터득했었네.
▶ 堯舜 : 전설상의 聖帝인 요임금과 순임금.
▶ 耿介(경개) : 광명정대함.
何桀紂之猖披兮, 夫唯捷徑以窘步.
어찌하여 桀紂는 허리띠도 매지 않았나? 황급히 邪道로 빠져들었네.
▶ 桀紂 : 夏나라 걸왕과 殷나라 주왕. 둘 다 亡國의 포악한 군주.
▶ 猖披(창피 : 옷을 입고 띠를 매지 않은 모양. 창피스런 모습.
▶ 捷徑 : 지름길. 여기서는 邪道를 뜻함.
▶ 窘步(군보) : 허둥대는 걸음걸이. 황급히 달려감.
惟黨人之偸樂兮, 路幽昧以險隘.
무리가 구차히 즐거움을 탐하네, 길은 어두워지고 험난해졌네.
▶ 黨人 : 무리. 도당.
▶ 偸樂(투락) : 즐거움을 탐하다. 구차히 즐기다.
▶ 幽昧 : 어둠.
▶ 險隘(험애) : 험하고 좁음. 험난
豈余身之憚殃兮, 恐皇輿之敗績.
어찌 내 몸의 재앙을 꺼리리오? 임금님의 수레를 뒤엎을까 걱정이네.
▶ 憚殃(탄앙) : 재앙을 꺼리다.
▶ 皇輿 : 임금님의 수레. 나라를 비유.
▶ 敗績 : 엎어지다. 또는 공적이 무너지다.
忽奔走以先後兮, 及前王之踵武.
분주히 앞뒤로 달리네, 선왕의 발자취에 미치려 하였네.
▶ 前王 : 전대의 聖王. 三后와 堯舜을 가리킴.
▶ 踵武(종무) : 발자취.
荃不揆余之中情兮, 反信讒而齌怒.
荃草는 내 마음 살피지 않네, 도리어 모함하는 말을 믿고 진노하였네.
▶ 荃(전) : 荃草. 돌 위에 나는 菖蒲의 일종인 향초.
▶ 齌怒(제노) : 몹시 노함. '齌'는 '심하게'의 뜻.
余固知謇謇之爲患兮, 忍而不能舍也.
간곡한 충언이 재난이 됨을 본래 알고 있었네, 차마 그만두지 못하였네.
▶ 謇謇(건건) : 어렵게 忠諫하는 모양.
▶ 舍 : 버리다. 捨와 같은 뜻.
指九天以爲正兮, 夫唯靈修之故也.
높은 하늘 가리켜 증명하네, 오로지 靈修 탓이라네.
▶ 九天 : 하늘은 八方과 중앙으로 나뉘는데 구천은 이를 총칭한 말.
▶ 靈脩 : 뛰어나게 덕이 높은 사람. 王逸의 註에서는 靈은 神, 脩는 遠을 뜻하며 神明이 있어 멀리 내다보는 자로 군주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楚辭》에는 이외에도 '靈'자가 들어간 명칭이 많이 보이는데 모두 巫와 관련된다. 초나라엔 巫習이 성했으므로 작자도 그 영향을 받아 巫界의 용어를 많이 빌어 쓴 듯하다.
曰黃昏以爲期兮, 羌中道而改路.
황혼을 기약한다고 말하셨네, 도중에서 길을 바꾸고 마셨네.
▶ 曰黃昏以爲期兮, 羌中道而改路 : 洪興祖의 《楚辭補注》에서는 이 두 구를 두고 “어떤 판본에는 이 두 구절이 있으나, 王本에는 注가 없고, 뒤에 나오는 '羌內恕己以量人'에서야 비로소 '羌'을 풀이했다. 이 두 구절은 후인이 보탠 듯하다.”라고 하였다.
初旣與余成言兮, 後悔遁而有他.
처음에 이미 나와 약속했었네, 뒤에는 생각을 바꿔 딴 마음 품으셨네.
▶ 成言 : 약속.
▶ 遁(둔) : 피하다.
▶ 他 : 다른 마음.
余旣不難夫離別兮, 傷靈修之數化.
내 이별하긴 어렵지 않네, 靈修께서 자주 변함이 가슴아프네.
▶ 數化(삭화) : 자주 변하다.
余旣滋蘭之九畹兮, 又樹蕙之百畮.
나는 이미 난초를 九畹이나 심었네, 또 혜초를 백 이랑 심었네.
▶ 滋 : 재배하다. 심다.
▶ 畹(원) : 밭 스무 두둑, 1畹은 20畝에 해당하는 넓이임.
▶ 畮(묘) : 畝와 통하는 글자. 1步로 한 마지기 정도의 넓이임.
畦留夷與揭車兮, 雜杜衡與芳芷.
留夷와 揭車를 나누어 심었네, 杜衡과 芳芷를 섞어 심었네.
▶ 畦(휴) : 밭두둑을 나누다. 여기서는 다음 구의 雜과 대를 이루어 나누어 심는다는 뜻으로 쓰였다.
▶ 留夷(유이) : 향초 이름.
▶ 揭車(게거) : 향초 이름.
▶ 杜衡(두형) : 향초 이름.
▶ 芳芷(방지) : 향초 이름.
冀枝葉之峻茂兮, 願竢時乎吾將刈.
가지와 잎사귀 무성하기 바랐네, 때 되면 장차 베어들이기 원하였네.
▶ 冀 : 바라다.
▶ 峻茂 : 무성하게 우거지다.
▶ 竢時(사시) : 때를 기다려. 때가 되면, 竢(사)는 俟와 같음.
▶ 刈(예) : 베다.
雖萎絶其亦何傷兮, 哀衆芳之蕪穢.
비록 시들어 버려도 무엇이 안타까우랴? 향초들이 더러워짐이 애달프다네.
衆皆競進以貪婪兮, 憑不猒乎求索.
모두들 앞다퉈 재물을 탐내네, 실컷 구하고도 물리지 않고 더 찾네.
▶ 競進 : 앞을 다투다.
▶ 貪婪(탐람) : 탐하다. 재물을 탐함을 貪, 음식을 탐함을 婪(람)이라 함.
▶ 憑 : 가득 차다. 滿의 뜻.
▶ 不猒 : 물리지 않음. 猒은 厭과 같으며 물리다의 뜻.
▶ 求索 : 구하고 찾다. 榮利를 구하다.
羌內恕己以量人兮, 各興心而嫉妬.
안으로 자기는 용서하되 남에게는 따지네, 각각 마음을 일으켜 질투하네.
▶ 羌(강) : 발어사. 아아!
▶ 恕己 : 자신을 용서하다.
▶ 量人 : 남을 재어 보다. 남에게 따지다.
▶ 嫉妬(질투) : 질투하다. 嫉은 덕이 있는 사람에 대한 시새움, 妬는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시새움을 뜻한다고 함.
忽馳騖以追逐兮, 非余心之所急.
바삐 달리며 뒤쫓네, 내 마음엔 절실한 바는 아니라네.
▶ 馳騖(치무) : 달리다. 馳騁과 같음.
老冉冉其將至兮, 恐脩名之不立.
늙음이 점점 다가오네, 훌륭한 이름 세우지 못할까 걱정이네.
▶ 冉冉(염염) : 점점 다가오는 모양.
▶ 脩名 : 훌륭한 이름. 洪興祖는 ‘깨끗하게 수양을 쌓은 이름[修潔之名也]’이라 풀이했다. 수양을 잘 쌓아 명성을 얻음을 뜻한다.
朝飮木蘭之墜露兮, 夕餐秋菊之落英.
아침엔 木蘭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네, 저녁엔 秋菊의 지는 꽃잎을 먹네.
苟余情其信姱以練要兮, 長顑頷亦何傷.
진실로 내 마음 굳게 믿고 道의 요체를 가려 행하려네, 오랫동안 굶주린다 해도 어찌 아프겠는가?
▶ 荀 : 만약.
▶ 信姱(신과) : 크게 믿다. 굳게 믿다. 姱(과)를 아름답다는 뜻으로 보고 ‘진실로 아름답다'로 해설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五臣注를 따라 姱를 大의 뜻으로 보았다.
▶ 練要 : 요체를 가려 행하다. 오신주에 따라 練을 擇의 뜻으로 보고, 要를 道의 요체로 보았다. 정련되다의 뜻으로 풀이하는 설도 있음.
▶ 顑頷(함함) : 굶주림으로 면모가 초췌하고 파리해진 모양.
擥木根以結茝兮, 貫薜荔之落蘂.
나무 뿌리를 캐어 茝草를 묶네, 薜荔에서 떨어진 꽃술을 꿰네.
▶ 擥(람) : 캐다. 攬과 같은 뜻.
▶ 薜荔(폐려) : 향나무.
▶ 蘂(예) : 꽃술.
矯菌桂以紉蘭兮, 索胡繩之纚纚.
菌桂를 가지고 혜초를 묶네, 胡繩을 꼬아 아름답게 엮네.
▶ 矯(교) : 들다. 擧의 뜻.
▶ 胡繩(호승) : 향초 이름.
▶ 纚纚(사사) : 아름답게 엮어진 모양.
謇吾法夫前修兮, 非世俗之所服.
아! 내 본받고자 하는 앞사람의 수양이여! 세속이 행하려는 바 아니라네.
▶ 謇(건) : 아아! 발어사.
▶ 法 : 본받다.
▶ 前修(전수) : 전에 수양을 했었던 사람. 先賢을 가리킴
▶ 服 : 행하다. 行의 뜻.
雖不周於今之人兮, 願依彭咸之遺則.
비록 요즘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네, 원컨대 彭咸이 남긴 법도를 따르고저.
▶ 彭咸(팽함) : 殷나라의 賢臣으로 군주에게 간하였으나 듣지 않자 물에 빠져 죽었다 함. 그런데 《山海經》 및 《呂氏春秋》에 고대의 巫 이름으로 巫彭과 巫咸이 보이므로, 이 작품을 巫歌로 보는 측에서는 팽함을 고대의 신령스런 무인 무팽과 무함으로 본다.
長太息以掩涕兮, 哀民生之多艱.
길게 탄식하고 눈물 흘리네, 인생에 어려움 많음을 슬퍼하네.
▶ 掩涕(엄체) : 눈물을 닦다. 掩은 拭의 뜻.
▶ 民生 : 인생. 淸대 王夫之와 蔣驥는 民人을 뜻한다고 하였다. 《楚辭通釋》, 《山臺閣注楚辭》․ 전국시대엔 백성이란 개념이 성립되지 않았으므로, 이 작품을 애국시로 보는 측에서도 民을 人으로 풀이함에는 동의하고 있다.
余雖好修姱以鞿覊兮, 謇朝誶而夕替.
나는 비록 옳게 수양함을 즐겼음에도 재갈과 굴레에 묶였네, 아아, 아침에 말씀 올렸다가 저녁에 쫓겨났다네.
▶ 脩姱(수과) : 옳게 수양함. 美好, 곧 아름다움의 뜻으로 풀이하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서는 앞 단락에 나왔던 信姱의 예에서처럼 姱를 大의 뜻으로 보아 크게 수양함, 옳게 수양함의 뜻으로 풀이했다. 그것이 문맥과도 부합된다.
▶ 鞿覊(기기) : 말재갈과 굴레. 속박당하였음을 뜻함.
▶ 誶(수) : 諫言하다.
▶ 替(체) : 폐하다. 쫓겨나다.
旣替余以蕙纕兮, 又申之以攬茝.
혜초 허리띠를 매었다 하여 쫓겨났네, 그런데도 채초를 가지고 거듭하네.
▶ 蕙纕(혜양) : 혜초 허리띠. 纕(양)은 佩帶, 허리띠를 뜻함.
▶ 申之(신지) : 그것을 거듭하다. 즉 허리띠를 겹쳐 둘렀다는 뜻.
亦余心之所善兮, 雖九死其猶未悔.
내 마음에 옳다고 믿는 바이네, 비록 아홉 번 죽어도 후회하지 않으리.
怨靈修之浩蕩兮, 終不察夫民心.
靈修가 사려분별 없음을 한하네, 끝내 내 마음을 살펴 주지 못하네.
▶ 浩蕩 : 사려 분별이 없는 모양. 浩浩蕩蕩. 원뜻은 아주 넓어 끝이 없는 모양이나 큰 물이 횡류하는 모양임.
▶ 民心 : 人心. 남의 마음. 여기서는 자기의 마음을 가리킴.
衆女嫉余之蛾眉兮, 謠諑謂余以善淫.
여인들은 내 아름다움을 질투하네, 내가 음란한 짓을 잘한다고 악담하네.
▶ 峨眉 : 아름다운 눈썹, 여기서는 굴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곧 뛰어난 덕을 가리킴.
▶ 謠諑(요착) : 악담을 퍼뜨림.
▶ 善淫 : 음란한 짓을 잘하다. 善은 동사로 잘한다는 뜻.
固時俗之工巧兮, 偭規矩而改錯.
실로 時俗이란 교묘하네, 법규를 어기고 뒤바꾸어 놓네.
▶ 偭(면) : 어기다. 위반하다.
▶ 規矩(규구) : 그림쇠와 곱자. 법규를 뜻함.
▶ 改錯(개조) : 자리를 바꾸어 놓다. 錯는 置의 뜻.
背繩墨以追曲兮, 競周容以爲度.
반듯함을 등지고 굽음을 따르네, 다투어 남의 뜻에 맞춤을 법도라 하네.
▶ 繩墨(승묵) : 먹줄, 역시 법도를 뜻함.
▶ 周容(주용) : 남의 비위에 맞추다. 周는 合과 같은 뜻.
忳鬱邑余侘傺兮, 吾獨窮困乎此時也.
우울에 잠겨 멍청히 서 있네, 나만이 홀로 이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네.
▶ 忳(돈) : 근심하는 모양. 번민하다.
▶ 鬱邑(울읍) : 우울해지는 모양.
▶ 侘傺(차체) : 실의한 모양. 侘(차)는 서있는 모양. 傺(체)는 멈춰 선 모양.
寧溘死以流亡兮, 余不忍爲此態也.
차라리 훌쩍 죽어 없어지리라, 나는 차마 이런 짓은 하지 않으리.
▶ 溘死(합사) : 갑작스레 죽다. 훌쩍 죽다.
▶ 流亡(유망) : 흘러 없어지다. 사라져 버리다.
鷙鳥之不群兮, 自前世而固然.
사나운 새는 무리짓지 않네, 예로부터 본래 그러하였네.
▶ 鷙鳥(지조) : 사나운 새. 새매
▶ 不羣(불군) : 떼짓지 않다. 무리짓지 않다.
何方圜之能周兮, 夫孰異道而相安.
모난 것과 둥근 것을 어찌 맞추랴? 누가 道를 달리하고도 서로 편히 지내랴?
▶ 方圆(방환) : 네모진 것과 둥근 것. 圓은 圓과 같음.
▶ 周(주) : 들어맞다. 합해지다. 合의 뜻.
▶ 相安(상안) : 서로 편히 지내다.
屈心而抑志兮, 忍尤而攘訽.
마음을 굽히고 뜻을 억누르네, 허물을 참으며 치욕을 뿌리치네.
▶ 忍尤(인우) : 허물을 참다. 尤는 잘못. 허물.
▶ 攘訽(양구) : 치욕을 뿌리치다. 攘은 除의 뜻
伏淸白以死直兮, 固前聖之所厚.
청백함을 지니고 곧게 죽으려네, 본래 옛 성현들이 도탑게 여기던 바이네.
▶ 伏(복) : 지니다. 服 또는 抱의 뜻.
▶ 死直(사직) : 곧게 죽다. 정의를 위해 죽다.
▶ 厚(후) : 두터이 여기다. 중히 여기다.
悔相道之不察兮, 延佇乎吾將反.
길을 잘 살피지 못함을 후회하네, 오랫동안 망설였으나 나 이제 돌아가리.
▶ 相道(상도) : 길을 보다. 相은 視의 뜻.
▶ 延佇(연저) : 오래 머물다. 오래 서있다. 反(반) : 돌아가다. 返과 같음.
回朕車以復路兮, 及行迷之未遠.
나의 수레를 돌려 길을 되찾네, 아직 길 잃은 지 늦지 않은 때이네.
▶ 行迷(행미) : 길을 잃음. 길을 잘못 들음.
步余馬於蘭皐兮, 馳椒丘且焉止息.
난초 핀 언덕에 내 말을 걷게 하네, 山椒 언덕을 달리고 또 어디에서 쉴까?
▶ 蘭皐(난고) : 난초 핀 언덕.
▶ 椒丘(초구) : 산초가 자란 언덕.
進不入以離尤兮, 退將復修吾初服.
나아갔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허물만 만났네, 물러나 다시 내 처음 뜻을 따르리라.
▶ 離尤(이우) : 허물을 입다. 離는 遭의 뜻, 尤는 허물.
▶ 初服(초복) : 처음 입은 깨끗한 옷. 처음의 뜻을 상징함.
製芰荷以爲衣兮, 集芙蓉以爲裳.
마름과 연잎을 마름질해 저고리 만드네, 연꽃을 모아 치마를 만드네.
▶ 芰荷(기하) : 마름과 연잎.
▶ 芙蓉(부용) : 연꽃.
不吾知其亦已兮, 苟余情其信芳.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그만이네, 실로 내 마음 꽃답기만 하다면.
高余冠之岌岌兮, 長余佩之陸離.
높다란 내 冠을 더욱 높이네, 늘어진 내 패물을 더욱 늘이네.
▶ 岌岌(급급) : 높이 솟은 모양.
▶ 陸離(육리) : 아름다운 모양. 늘어진 모양. 王逸 注에는 들쭉날쭉 많은 모양이라 하였는데, 여기서는 패물을 더욱 늘어뜨린다는 '長'자에 연관시켜 늘어진 모양으로 보았다.
芳與澤其雜糅兮, 唯昭質其猶未虧.
향기와 윤택이 함께 섞여 있네, 오직 그 밝은 바탕은 이지러짐 없으리라.
▶ 芳與澤 : 향기와 윤택.
▶ 雜糅(잡유) : 섞이다. 糅 역시 雜의 뜻.
▶ 昭質(소질) : 밝은 바탕.
忽反顧以遊目兮, 將往觀乎四荒.
망연히 되돌아보고 휘둘러보네, 장차 사방의 끝까지 가보고자 하네.
▶ 忽(홀) : 망연히. 망연하여 의식이 없는 모양을 가리킴.
▶ 遊日(유목) : 눈을 돌려 둘러보다.
▶ 四荒(사황) : 사방의 끝. 荒은 遠의 뜻.
佩繽紛其繁飾兮, 芳菲菲其彌章.
패물은 풍성하게 꾸몄네, 향기는 물씬물씬 더욱 또렷해지네.
▶ 繽紛(빈분) : 많은 모양.
▶ 繁飾(번식) : 풍성하게 꾸미다.
▶ 菲菲(비비) : 향기가 물씬물씬 풍기는 모양.
▶ 章(장) : 환해지다. 뚜렷해지다. 明의 뜻.
民生各有所樂兮, 余獨好修以爲常.
사람에겐 저마다 즐기는 바 있네, 나만이 好德을 常道로 삼네.
雖軆解吾猶未變兮, 豈余心之可懲.
비록 몸이 찢긴다 해도 나는 변치 않으려네, 어찌 내 마음을 懲罰하리오?
▶ 體解(체해) : 몸이 찢김. 옛 형벌의 하나로 四肢를 찢는 극형. 支解라고도 함.
▶ 懲(징) : 변하다. 고치다.
女嬃之嬋媛兮, 申申其詈予.
여수가 걱정하며 소매를 당기네, 거듭 나를 타이르네.
▶ 女嬃(여수) : 王逸의 注에 따르면 굴원의 누이라 하며, 다른 설에는 여자 이름, 여자 배우자라 하기도 한다. 유국은 《楚辭女性中心說》에서 초나라 사람들은 여인을 통칭하여 嬃라 하였으며 여기의 女嬃는 굴원과 관련되는 노파인 듯하다 하였다. 巫歌로 보는 입장에서는 동료인 巫로 보기도 한다.
▶ 嬋媛(선원) : 왕일은 끌어당긴다는 뜻으로 보았는데, 걱정하다의 뜻으로 풀이하였다.
▶ 申申(신신) : 거듭하여 부탁하는 모양.
▶ 詈(이) : 꾸짖다.
曰鯀婞直以亡身兮, 終然殀乎羽之野.
“곤은 강직함으로써 몸을 망쳤네, 끝내 羽山의 들판에서 요절하였네.
▶ 鯀(곤) : 夏나라 禹왕의 아버지로, 舜임금을 도와 治水에 힘썼으나 강직한 성격 때문에 실패하여 羽山에서 참살되었다고 함.
▶ 婞直(행직) : 강직함.
▶ 殀(요) : 天折하다.
▶ 羽(우) : 羽山 山東省 蓬萊縣 동남쪽에 있음.
汝何博謇而好修兮, 紛獨有此姱節.
그대는 어찌하여 박학 충직하고 好德하는가? 듬뿍 홀로 이 아름다운 節操를 지녔는가?
▶ 博謇(박건) : 박식하고 곧게 말함.
▶ 姱節(과절) : 아름다운 절조
薋菉葹以盈室兮, 判獨離而不服.
남가새, 조개풀, 도꼬마리가 집에 가득하네, 구별하여 멀리 두고 쓰지 않네.
▶ 薋菉葹(자록시) : 납가새, 조개풀, 도꼬마리, 모두 惡草로 향초의 대가 됨.
▶ 判(판) : 구별하다. 別의 뜻.
▶ 服(복) : 몸에 차다. 佩의 뜻.
衆不可戶說兮, 孰云察余之中情.
사람들에게 집집마다 찾아가 설명할 수도 없네, 누가 내 속마음을 살핀다고 하겠는가?
▶ 戶說(호세) : 집집마다 다니면서 설복시키다.
世幷擧而好朋兮, 夫何煢獨而不余聽.
세상 사람들은 어울리어 무리짓기를 좋아하네, 어찌하여 홀로 내 말을 듣지 않는가?”
▶ 竝擧(병거) : 함께 행동하다, 함께 어울리다.
▶ 瑩獨(경독) : 혼자 외로이, 고독하게.
依前聖以節中兮, 喟憑心而歷玆.
옛 성인을 따라 중용을 지키네, 분한 마음으로 이 지경에 이르렀음을 탄식하네.
▶ 前聖 : 옛 성현.
▶ 中 : 중용의 도리에 맞게 행함. 치우침 없이 올바르고 곧게 행함.
▶ 喟 : 탄식하는 모양.
▶ 憑心(빙심) : 분한 마음, 억울한 심정.
▶ 歷玆(역자) : 이에 이르다. 이 지경에 이르다.
濟沅湘以南征兮, 就重華而敶詞.
沅水와 湘水를 건너 남쪽으로 가네, 순임금께 나아가 말씀을 사뢰네.
▶ 濟(제) : 건너다.
▶ 沅湘(원상) : 沅水와 湘水. 洞庭湖의 남쪽으로 흘러들어오는 두 강.
▶ 就(취) : 나아가다.
▶ 重華(중화) : 舜임금의 別號. 湘水상류의 九疑山에 순의 무덤이 있다 함.
▶ 敶詞(진사) : 말씀을 사뢰다. 敶은 陳과 같음.
啓九辨與九歌兮, 夏康娛以自縱.
“啓는 九辯과 九歌로써 다스렸으나, 夏나라 太康은 제멋대로 즐기며 방종했습니다.
▶ 啓(계) : 夏나라 禹王의 아들. 九辯과 九歌는 禹의 음악임.
▶ 夏康 : 夏나라 太康. 이는 王逸의 설을 따른 것인데, 일설에는 뒤에 나오는 '日康娛以自縱', '日康娛以淫遊’의 용례를 따라 康娛를 한 단어로 보고 편안히 즐긴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앞 구에서 啓가 구변과 구가로써 잘 다스렸던 것에 비해 그의 아들 태강은 방종했다는 뜻으로 보았다.
不顧難以圖後兮, 五子用失乎家衖.
환난을 꺼리지 않고 후일을 도모하지 않았으므로, 다섯 형제는 그 때문에 집을 잃게 되었습니다.
▶ 圖後 : 훗날을 도모하다.
▶ 五子用失乎家衖(오자용실호가항) : 다섯 형제가 그 때문에 집을 잃다. 太康이 놀이를 좋아하여 사냥갔다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므로 有窮氏의 임금 예가 그 귀로를 막아 돌아오지 못하게 하고 정권을 빼앗았다. 그 때문에 啓의 다섯 아들, 즉 태강의 다섯 아우도 집을 잃게 되었다.
羿淫遊以佚畋兮, 又好射夫封狐.
羿는 방탕하게 놀며 사냥에 빠져, 큰 여우 쏘기를 즐겼습니다.
▶ 羿(예) : 앞에 나온 유궁씨의 임금 예. 활의 명수였다 함.
▶ 淫遊(음유) : 지나치게 놀아남.
▶ 佚畋(일전) : 사냥에 빠지다.
▶ 封狐(봉호) : 큰 여우. 封은 大의 뜻.
固亂流其鮮終兮, 浞又貪夫厥家.
본래 어지러운 무리에겐 좋은 종말이 드물다더니, 착이 또한 그의 집안을 넘보았습니다.
▶ 亂流(난류) : 음란한 무리. 음란한 풍기.
▶ 鮮終(선종) : 좋은 종말이 드물다. 鮮은 少의 뜻.
▶ 浞(착) : 羿의 재상 寒浞. 예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취하여 澆를 낳게 했다.
▶ 厥家(궐가) : 그 집안, 즉 예의 아내를 가리킴. 厥은 其, 家는 妻의 뜻.
澆身被服强圉兮, 縱欲而不忍.
澆는 몸에 굳센 힘을 갖추었지만, 욕심대로 하고 참을 줄을 몰랐습니다.
▶ 澆(요) : 寒浞의 아들. 힘이 센 장사였음.
▶ 被服(피복) : 몸에 갖추다.
▶ 强圉(강어) : 굳세고 힘셈.
日康娛而自忘兮, 厥首用夫顚隕.
날마다 편히 즐기고 자신을 잊으매, 그의 목은 그 때문에 잘려 떨어졌습니다.
▶ 康娛(강오) : 편안히 놀다. 康은 安의 뜻.
▶ 用 : 그 때문에. 以의 뜻.
▶ 顚隕 : 떨어지다. 澆가 太康의 조카인 夏后 相을 죽이고 일락을 일삼다가 상의 小康에게 죽임을 당해 머리가 잘려 땅에 떨어진 것을 뜻함.
夏桀之常違兮, 乃遂焉而逢殃.
夏나라 桀은 늘 하늘의 뜻을 어기더니, 끝내 거기에서 재앙을 만났고,
▶ 夏桀 : 夏나라 망국의 폭군 桀王.
▶ 常違 : 늘 도리에 어긋난 행동을 함.
▶ 遂焉 : 드디어. 끝내. 焉은 조사, 終焉의 뜻.
后辛之葅醢兮, 殷宗用之不長.
后辛은 충신을 죽여 소금에 절였는데, 殷나라는 그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 后辛 : 은나라 紂王. 폭군으로 유명함. 后는 임금, 辛은 紂王의 이름
▶ 葅醢(저해) : 소금에 절이다. 葅는 채소를 절여 김치를 만듦, 醢는 고기를 절여 젓을 담는 것인데, 저해는 사람을 죽여 그 살을 소금에 절이는 고대 형벌의 일종이다. 紂王이 충간한 比干과 梅伯 등을 죽여 소금에 절였다 한다.
▶ 殷宗 : 은나라의 宗祀.
湯禹儼而祗敬兮, 周論道而莫差.
탕왕과 우왕은 근엄하고 경건하였고, 주나라 왕실은 道를 따져 허물이 없었습니다.
▶ 湯禹 : 은나라 湯王과 夏나라 禹王. 은나라가 하나라의 후대인데도 탕이 먼저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탕을 大로 보아 大禹로 풀이하거나, 우를 武의 잘못으로 보아 湯武로 풀이하는 설도 있다.
▶ 儼(엄) : 존엄하다.
▶ 祗敬(지경) : 공경히 하고 삼가다. 祗는 敬과 같음.
▶ 周(주) : 周나라 왕실.
▶ 論道 : 道를 따지다.
擧賢才而授能兮, 循繩墨而不頗.
현인을 등용하고 유능한 사람에게 벼슬을 주었으며, 올바른 도리를 따라 치우침이 없었습니다.
▶ 授能 : 유능한 사람에게 자리를 주다.
▶ 循 : 준수하다. 따르다.
▶ 不頗 : 치우치지 않다.
皇天無私阿兮, 覽民德焉錯輔.
하늘은 사사로움이 없이 사람의 덕을 살펴 조치를 내리십니다.
▶ 皇天 : 하늘.
▶ 私阿(사아) : 사사로이 편듦. 私는 사사로움을, 阿는 비호함을 뜻함.
▶ 錯輔(조보) : 보좌할 사람을 내리다. 조치를 취하다.
夫維聖哲之茂行兮, 苟得用此下土.
무릇 성인과 현인은 덕행을 많이 쌓았기에, 실로 그것으로 천하를 얻어 다스렸습니다.
▶ 茂行 : 훌륭한 행위.
▶ 下土 : 天上界에 대응되는 말로 천하의 뜻.
瞻前而顧後兮, 相觀民之計極.
앞을 살펴보고 뒤를 돌아보면, 사람들의 계책과 종말을 볼 수 있습니다.
▶ 瞻前 : 앞을 보다. 앞시대를 보다.
▶ 顧後 : 뒤를 보다. 지난 시대를 살펴보다.
▶ 相觀 : 보다. 相은 視의 뜻.
▶ 計極 : 계책과 종말. 왕일은 計를 謀로, 極을 窮으로 보아 도모하는 바가 막힘의 뜻으로 풀이했으며, 최고의 도리로 풀이하는 설도 있으나, 여기서는 계책과 종말로 풀이했다.
夫孰非義而可用兮, 孰非善而可服.
그 누가 의롭지 않은데도 등용이 되고, 그 누가 선하지 않고도 쓰였습니까?
▶ 服 : 쓰이다. 用의 뜻, 설득시켜 따르게 한다는 설도 있음.
阽余身而危死兮, 覽余初其猶未悔.
내 몸 위태로워져 죽게 된다 해도 내 처음의 뜻 지키며 후회하지 않으렵니다.
▶ 阽(점) : 위험에 접하다.
▶ 危死 : 위험한 죽음.
不量鑿而正枘兮, 固前修以葅醢.
구멍을 살펴보지도 않고 쐐기를 박으려다가, 先賢은 소금에 절여졌습니다.”
▶ 鑿(조) : 구멍. 동사로 쓰일 때는 '착’으로 읽음.
▶ 正枘(정예) : 쐐기를 바로잡다.
▶ 前脩(전수) : 전날에 수양을 했던 사람. 앞의 前聖을 받는 말로 곧 간언하다 소금에 절여졌던 比干 등 충신을 뜻함.
曾歔欷余鬱邑兮, 哀朕時之不當.
거듭 울며 흐느껴도 내 마음 답답하네, 시대를 잘못 만났음을 애석해하네.
▶ 曾 : 거듭하다.
▶ 獻飮(허희) : 흐느껴 우는 소리.
攬茹蕙而掩涕兮, 霑余襟之浪浪.
부드러운 혜초를 따서 눈물을 닦네, 눈물은 주르르 내 옷깃을 적시네.
▶ 茹蕙(여혜) : 부드러운 혜초.
▶ 霑(점) : 적시다.
▶ 浪浪 : 흘러내리는 모양.
跪敷衽以陳辭兮, 耿吾旣得此中正.
옷자락 펼치고 꿇어앉아 말씀 올렸네. 내 마음 환하게 이미 바른 道를 얻었네.
▶ 跪(궤) : 꿇어앉다.
▶ 敷衽(부임) : 옷섶을 땅에 펼치다. 衽은 옷의 앞자락.
▶ 耿(경) : 빛나다. 환하다.
駟玉虯以乘鷖兮, 溘埃風余上征.
네 마리 玉虯가 끄는 봉황 수레에 오르네, 홀연히 먼지바람 일으키며 나는 하늘로 올라가네.
▶ 駟(사) : 네 마리 말을 붙여 끌게 하다.
▶ 玉虯(옥규) : 흰 뿔 없는 용. 玉은 흰색의 美稱, 虯는 뿔 없는 용.
▶ 鷖(예) : 봉황의 일종. 여기서는 봉황새 모양의 수레를 뜻함.
▶ 溘(합) : 문득. 갑자기. 혼연히.
▶ 埃風(애풍) : 먼지바람. 埃는 티끌, 먼지.
朝發軔於蒼梧兮, 夕余至乎縣圃.
아침에 蒼梧에서 수레가 출발하네, 저녁에 縣圃에 이르네.
▶ 發軔(발인) : 수레를 출발시키다. 軔은 수레가 저절로 굴러감을 막기 위해 수레바퀴 앞에 고이는 橫木이며, 이 횡목을 들어내어 수레가 굴러가게 함이 발인임.
▶ 蒼梧(창오) : 땅 이름. 舜임금을 장사지냈다는 九疑山이 이곳의 남쪽에 있음.
▶ 縣圃(현포) : 玄圃라고도 쓰며 신화에 나오는 땅 이름. 崑崙山에 있는 神의 채마밭이라 함.
欲少留此靈瑣兮, 日忽忽其將暮.
이 신령스런 거처에 잠시 머물고자 하네, 해는 어느새 저물려고 하네.
▶ 靈瑣(영쇄) : 신령들이 모여 사는 곳. 신령스런 거처. 瑣는 藪와 통하여, 생물들이 모여 사는 곳을 뜻한다.
▶ 忽忽 : 빨리 가는 모양.
吾令羲和弭節兮, 望崦嵫而勿迫.
내 羲和에게 명하여 해가 지는 속도를 늦추려 하네, 崦嵫山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네.
▶ 羲和(희화) :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해를 수레에 싣고 하늘을 달리는 신.
▶ 弭節(미절) : 속력을 늦추다.
▶ 崦嵫(엄자) : 신화에 나오는 산 이름으로 해가 지는 곳.
路曼曼其修遠兮, 吾將上下而求索.
길은 아득히 머네, 내 장차 오르내리며 찾아보려네.
▶ 曼曼 : 길이 먼 모양.
▶ 修遠 : 길고 멀다. 脩는 長의 뜻.
飮余馬於咸池兮, 㧾余轡乎扶桑.
咸池에서 내 말에 물을 먹이네, 扶桑에다 내 말고삐 매어 두네.
▶ 咸池(함지) : 해가 목욕하는 곳이라는 전설상의 못 이름.
▶ 㧾(총) : 매다. 묶다.
▶ 轡(비) : 고삐.
▶ 扶桑(부상) : 해 뜨는 곳에 있다는 나무. 해 뜨는 곳을 상징.
折若木以拂日兮, 聊逍遙而相羊.
若木을 꺾어 해를 쳐서 지지 못하게 하네, 잠시 逍遙하고 相羊하려네.
▶ 若木(약목) : 해 지는 곳에 있다는 푸른 잎사귀. 붉은 꽃이 피는 나무. 해지는 곳을 상징하기도 함.
▶ 拂日 : 해를 털어 쫓다. 若木으로 해를 쳐서 해가 지는 것을 막는다는 뜻.
▶ 聊(요) : 잠시.
▶ 逍遙 : 거닐다.
▶ 相羊 : 배회하다. 尙祥이라고도 씀.
前望舒使先驅兮, 後飛廉使奔屬.
앞에는 望舒로 길잡이를 삼네, 뒤에는 飛廉에게 따라오도록 하네.
▶ 望舒(망서) : 달의 수레를 모는 신.
▶ 飛廉(비렴) : 바람신. 風師라고도 함.
▶ 奔屬(분주) : 뒤에서 쫓아오며 달리다. 洪興祖의 《楚辭補注》에 屬는 음이 注이며 連의 뜻이라 했다.
鸞皇爲余先戒兮, 雷師告余以未具.
난새와 봉황은 날 위해 앞서가며 알려주네, 雷師는 내게 부족한 점을 일러주네.
▶ 鸞皇(난황) : 난새와 봉황. 난새는 봉황과 비슷한 상상의 새임.
▶ 先戒 : 앞서 경계하다. 먼저 가며 경계할 일을 알려준다는 뜻.
▶ 雷師 : 천둥신. 雷神
吾令鳳鳥飛騰兮, 繼之以日夜.
봉황새가 날아오르게 하네, 밤낮으로 계속 날아다니게 하네.
飄風屯其相離兮, 帥雲霓而來御.
회오리바람 모였다 흩어지네, 구름과 무지개 몰고 와 맞이하네.
▶ 飄風 : 회오리바람.
▶ 屯 : 모이다. 모여들다.
▶ 相離 : 서로 헤어지다. 흩어지다.
▶ 雲霓(운예) : 구름과 무지개. 天帝에게 나아가는 길을 막는 간신배 또는 장애요인들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한다.
▶ 御(어) : 맞이하다.
紛總總其離合兮, 斑陸離其上下.
총총히 흩어지고 모여들고 하네, 어지러이 갈라지고 오르락내리락하네.
▶ 總總 : 잔뜩 모여든 모양.
▶ 斑 : 어지러운 모양.
▶ 陸離 : 흩어지는 모양.
吾令帝閽開關兮, 倚閶闔而望予.
天帝의 문지기에게 문 열라 하네, 天門에 기대어 나를 보기만 하네.
▶ 帝閽(제혼) : 天帝의 문지기. 閽은 석양에 문을 닫는 문지기라 함.
▶ 閶闔(창합) : 天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
時曖曖其將罷兮, 結幽蘭而延佇.
때는 어둑어둑 날이 지려 하네, 그윽한 난초 묶어 든 채 우두커니 서있네.
▶ 暖暖(애애) : 어둑어둑한 모양.
世溷濁而不分兮, 好蔽美而嫉妬.
세상은 혼탁하고 분별이 없네, 아름다움 가리고 시샘하기 좋아한다네.
▶ 溷濁(혼탁) : 흐리고 탁함.
▶ 不分 : 시비와 선악을 못 가림. 분별없음.
朝吾將濟於白水兮, 登閬風而緤馬.
아침에 나는 白水를 건너려 하네, 閬風에 올라 말을 매었네.
▶ 白水 : 崑崙山에서 흘러나온다는 전설상의 강 이름. 곤륜산에는 오색의 강이 있다 하는데, 백수는 그 중의 하나.
▶ 閬風(낭풍) : 곤륜산에 있다는 산 이름. 곤륜산은 3층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맨 위를 層城, 맨 아래를 樊桐이라 하며, 낭풍이 그 가운데 있다고 한다. 縣圃와 같은 곳임.
▶ 緤(설) : 매다.
忽反顧以流涕兮, 哀高丘之無女.
문득 되돌아보며 눈물 흘리네, 높은 산 언덕에 여인이 없네.
▶ 高丘 : 높은 산 언덕.
溘吾遊此春宮兮, 折瓊枝以繼佩.
어느새 나는 春宮에서 노니네, 瓊玉 나뭇가지 꺾어 패물로 삼네.
▶ 春宮 : 봄의 신인 東方靑帝의 궁전.
▶ 瓊枝 : 瓊玉나무의 가지. 玉나무의 가지.
▶ 繼佩 : 노리개에 이어 매달다.
及榮華之未落兮, 相下女之可詒.
화려한 꽃잎이 시들어 버리기 전에, 그것을 선사할 하계의 여인을 찾아야겠네.
▶ 榮華 : 꽃. 경옥나무의 꽃.
▶ 相 : 찾다.
▶ 下女 : 下界의 여자.
▶ 詒(이) : 주다. 胎와 같음.
吾令豊隆乘雲兮, 求虙妃之所在.
豊隆를 시켜 구름 타고 가게 하네, 虙妃가 있는 곳을 찾게 하네.
▶ 豊隆 : 구름신. 또는 雷神.
▶ 虙妃(복비) : 고대 三皇의 하나인 伏羲氏의 딸로 洛水에 빠져 죽어, 그 강의 신이 되었다 함.
解佩纕以結言兮, 吾令蹇修以爲理.
패물 달린 띠 풀어 약속으로 삼네, 蹇修에게 중매를 서게 하네.
▶ 佩纕(패양) : 노리개의 띠, 패물 띠
▶ 結言 : 약속하다. 약속.
▶ 蹇脩(건수) : 복희씨의 신하로 虙妃의 측근이라 하며 중매쟁이의 美稱으로 쓰임.
▶ 理(이) : 중매. 《廣雅》 釋言에 의하면 理는 媒, 즉 중매라 함.
紛總總其離合兮. 忽緯繣其難遷.
총총히 흩어지고 모여들었네, 갑자기 일이 어긋나 뜻을 옮기기 어렵게 되었네.
▶ 緯繻(위획) : 어긋나다.
▶ 遷(천) : 바꾸기 어렵다. 뜻을 옮기기 어렵다.
夕歸次於窮石兮, 朝濯髮乎洧盤.
저녁에 돌아와 窮石山에 머무네, 아침에 洧盤江에서 머리를 감네.
▶ 次 : 묵다. 머물다.
▶ 窮石 : 산 이름, 后羿가 거처했다 함. 지금의 甘肅省 張掖.
▶ 洧盤 : 강 이름. 山에서 흘러 나온다는 전설상의 강.
保厥美以驕傲兮, 日康娛以淫遊.
그 아름다움을 믿고는 교만해지네, 날마다 편히 놀며 지나치게 즐기네.
雖信美而無禮兮, 來違棄而改求.
실로 아름답기는 해도 예의가 없네, 자, 버려두고 다시 찾아보리라.
▶ 來 : 발어사. 자!
▶ 違棄(위기) : 내버리다. 떠나버리다.
覽相觀於四極兮, 周流乎天余乃下.
사방을 끝까지 다 둘러보네, 하늘을 두루 돌아본 후 땅으로 내려오네.
▶ 覽相觀 : 세 자 모두 '보다'의 뜻.
▶ 四極 : 사방의 끝.
▶ 周流 : 두루 돌아다니다. 周遊.
望瑤臺之偃蹇兮, 見有娀之佚女.
높다란 瑤臺를 바라보네, 有娀氏의 미녀가 보이네.
▶ 瑤臺 : 옥으로 만든 樓臺. 瑤는 옥의 일종.
▶ 偃蹇 :높이 솟은 모양.
▶ 有娀(유융) : 고대의 부족국가 이름.
▶ 佚女(일녀) : 미녀. 전설에 의하면 유씨에게는 簡狄이라는 어여쁜 딸이 있어 옥 누대를 지어 그녀가 거처하게 했다 함. 뒤에 帝嚳의 비가 되어 殷의 조상인 契을 낳았다.
吾令鴆爲媒兮, 鴆告余以不好.
鴆새에게 중매를 부탁하네, 짐새는 나를 좋지 않다고 얘기하네.
▶ 鴆(짐) : 짐새. 깃에 독이 있어 그것으로 毒酒를 만들어 사람을 독살하는 데 쓴다 함.
雄鳩之鳴逝兮, 余猶惡其佻巧.
숫비둘기가 울며 날아가 보네, 나는 그 경박한 말주변을 더욱 싫어하네.
▶ 雄鳩(웅구) : 숫비둘기. 잘 울므로 말 많은 사람을 비유.
▶ 佻巧(조교) : 경박하고 말주변만 능함.
心猶豫而狐疑兮, 欲自適而不可.
마음은 머뭇머뭇 의혹에 빠지네, 직접 가보려 해도 그럴 수 없네.
▶ 猶豫 : 주저하다. 우물쭈물하다.
▶ 狐疑 : 여우처럼 의심하다. 의혹에 빠지다.
▶ 自適 : 스스로 가보다. 適은 往의 뜻.
鳳皇旣受詒兮, 恐高辛之先我.
봉황새가 이미 예물을 받아 갔다 하네, 高辛氏가 나보다 앞설까 두렵네.
▶ 鳳皇 : 일설에는 玄鳥라 하기도 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簡狄은 현조가 떨어뜨린 알을 삼키고 契을 낳았다 하며, 그로부터 새에게 중매를 부탁하는 습관이 생겨났다 한다.
▶ 高辛 : 유융씨의 딸 간적을 맞아 설을 태어나게 한 帝嚳의 별칭.
欲遠集而無所止兮, 聊浮游以逍遙.
멀리 떠나가려 해도 갈 곳이 없네, 애오라지 떠돌며 방황할 뿐.
▶ 遠集 : 멀리 가다. 集 대신 進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及少康之未家兮, 留有虞之二姚.
少康이 아직 장가들기 전이네, 有虞의 두 姚氏를 붙잡아 보리.
▶ 少康 : 夏나라를 중흥한 임금. 하나라 왕 相의 아들로, 부왕이 寒浞의 아들 澆에게 살해되자 有虞國으로 망명해 有虞의 두 딸을 아내로 맞고, 한착과 요를 죽여 하나라 정권을 회복하였다.
▶ 有虞 : 하나라 때의 부족국가 이름. 舜의 자손이 세웠고 姚氏성을 썼음.
▶ 二姚(이요) : 姚氏 성을 가진 두 여자. 즉 少康의 아내가 된 유우씨의 두 딸을 가리킴.
理弱而媒拙兮, 恐導言之不固.
이치가 약하고 중매가 졸렬함이여, 말 꺼내는 게 확실하지 못할까 두렵네.
▶ 理弱 : 이치가 약함. 앞에서 蹇脩를 중매쟁이로 삼는다 할 때 理가 중매의 뜻으로 쓰였으므로 여기서도 이는 중매 또는 중매를 서는 말의 이치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媒拙 : 중매가 졸렬하다. 이 理弱과 비슷한 뜻.
世溷濁而嫉賢兮, 好蔽美而稱惡.
세상은 혼탁하여 현인을 헐뜯음이여, 아름다움 가리고 추함을 칭송하기 좋아한다네.
閨中旣以邃遠兮, 哲王又不寤.
규중은 깊고 멂이여, 명철한 왕도 깨닫지 못하시네.
▶ 閨中 : 여자들이 거처하는 곳. 자기의 뜻을 전하기 어려운 깊은 곳을 가리킨다.
▶ 邃遠(수원) : 깊고 멂.
▶ 哲王 : 명철한 왕. 깊고 먼 규중에 있으므로 명철한 왕이라 해도 깨닫지 못한다는 뜻.
懷朕情而不發兮, 余焉能忍而與此終古.
내 진정을 펼쳐 내지 못함이여, 내 어찌 끝내 이렇게 참고 지낼 수 있으리?
索瓊茅以筳篿兮, 命靈氛爲余占之.
瓊茅草와 가는 대로 점가치를 삼네, 靈氣에게 명하여 날 위해 점쳐 보게 하네.
▶ 瓊茅 : 일종의 靈草로 붉은 꽃이 피며 占卜에 사용되었다 한다.
▶ 筳篿(정전:) : 가는 댓가지로 만든 점가치. 筳은 가는 대[小竹]이고, 이것을 사용하여 점을 치는 것을 篿이라 함.
▶ 靈氛(영분) : 옛날에 점을 잘 치기로 유명했던 사람. 靈은 무당을 뜻하고, 氛은 그 무당의 이름임.
曰兩美其必合兮, 孰信修而慕之.
점괘에 이르기를,
“두 아름다운 사람이 반드시 합함이여, 그 누가 참되게 수양하고 사모하고 있는가?
▶ 兩美其必合兮, 孰信修而慕之 : 두 아름다운 사람은 반드시 합해진다. 누가 참되게 수양한 이로서 흠모하고 있는가? 곧 '두 아름다운 사람은 반드시 합해지기 마련이니 누군들 진실로 아름답고 착한 당신을 사모하지 않겠는가'의 뜻.
思九州之博大兮, 豈猶是其有女.
九州가 광대함을 생각함이여, 어찌 이곳에만 여인이 있겠는가?”
▶ 九州 : 옛날에는 중국 전토를 아홉 주로 나누었으므로 온 천하를 가리킴.
曰勉遠逝而無狐疑兮, 孰求美而釋女.
또 이르기를, “힘써 멀리 가되 의심치 말아야 하네, 아름다움을 구하는 이라면 어찌 당신을 버리겠는가?
▶ 釋女 : 그대를 버리다. 女는 汝와 같음.
何所獨無芳草兮, 爾何懷乎故宇.
세상 어느 곳인들 향초가 없을 것인가? 당신은 어찌하여 옛 살던 곳만을 그리워하는가?”
▶ 爾 : 너. 당신. 汝와 같음.
▶ 故宇 : 옛집. 고국을 가리킴.
世幽昧以眩曜兮, 孰云察余之善惡.
세상은 어둡고 혼란함이여, 뉘라서 나의 옳고 그름을 살펴 주랴?
▶ 眩曜(현요) : 눈부시게 현란하다. 어지럽다.
民好惡其不同兮, 惟此黨人其獨異.
사람마다 좋아하고 싫어함은 같지 않음이여, 이곳 사람들은 유독 특별하네.
戶服艾以盈要兮, 謂幽蘭其不可佩.
집집마다 쑥을 허리에 가득 두름이여, 그윽한 난초는 두를 만하지 못하다고 한다네.
▶ 戶 : 집집마다. 누구나
▶ 服艾(복애) : 쑥을 두르다. 艾는 쑥 또는 惡草.
覽察草木其猶未得兮, 豈珵美之能當.
초목을 살핌도 올바르지 못함이여, 어찌 玉의 아름다움을 분별할 수 있겠는가?
▶ 珵美(정미) : 珵玉의 美. 珵은 아름다운 옥이고 美는 아름다움을 뜻함. 혹자는 珵을 程, 즉 품평의 뜻으로 보고 美를 미인으로 보아 미인을 감별하는 능력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蘇糞壤以充幃兮, 謂申椒其不芳.
분뇨로 향주머니를 가득 채움이여, 申椒는 향기롭지 못하다 한다네!
▶ 蘇 : 취하다. 取와 같은 뜻.
▶ 糞壤 : 썩은 흙. 糞土. 분뇨
▶ 充幃(충위) : 향주머니를 채우다.
欲從靈氛之吉占兮, 心猶豫,而狐疑.
靈氣의 길점을 따르고자 함이여, 마음은 망설여지고 의혹스럽네.
巫咸將夕降兮, 懷椒糈而要之.
巫咸이 저녁에 내려옴이여, 山椒와 精米를 품고 가 그에게 점을 청하네.
▶ 巫咸 : 殷나라 때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전해지는 神巫의 이름.
▶ 糈(서) : 제사에 쓰는 精米.
▶ 要 : 요구하다. 점을 청하다.
百神翳其備降兮, 九疑繽其並迎.
온갖 신들이 하늘을 가리며 일제히 내려옴이여, 九疑山의 신령들이 함께 나가 맞이하네.
▶ 翳(예) : 하늘을 가리다.
▶ 備降 : 함께 내려옴. 備: 함께.
▶ 九疑 : 구의산의 신령들.
▶ 繽(빈) : 수가 많은 모양. 성대한 모양.
皇剡剡其揚靈兮, 告余以吉故.
하늘은 번쩍번쩍 신령스러움을 발함이여, 내게 길한 점괘를 고하네.
▶ 皇(황) : 皇天. 하늘 神 중 최고의 신인 천신으로 보기도 한다.
▶ 剡剡(염염) : 번쩍번쩍 빛나는 모양.
▶ 揚靈 : 신령스러움을 발하다. 신령스러운 빛을 내다.
▶ 吉故 : 길한 점괘. 《國語》〈楚語〉에는 故가 意의 뜻으로 쓰였고, 《廣雅》〈語〉에는 故를 事로 풀이하였다.
曰勉陞降以上下兮, 求榘矱之所同.
이르기를, “열심히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법도가 같은 이를 찾으시오.
▶ 榘矱(구확) : 법도. 榘는 曲尺으로 矩와 같으며, 矱은 長短을 측정하는 기구이므로 합쳐서 법도를 상징한다.
湯禹儼而求合兮, 摯咎繇而能調.
탕왕과 우왕이 공경으로 짝을 찾으니, 摯와 繇가 맞았다오.
▶ 摯(지) : 殷나라의 始祖 湯王의 賢相이었던 伊尹의 이름,
▶ 咎繇(고요) : 夏나라 禹의 賢相인 皐陶.
▶ 調 : 조화를 이루다.
苟中情其好修兮, 又何必用夫行媒.
진실로 마음속으로 수양을 좋아하면, 또 어찌 반드시 중매를 필요로 하리오?
▶ 行媒 : 중매를 씀. 알선해 줌.
說操築於傳巖兮, 武丁用而不疑.
傅은 傅에서 길을 닦으며 땅을 다지고 있었는데, 武丁은 그를 쓰고 의심치 않았네.
▶ 說 : 傅說. 은나라 왕 武丁의 재상, 부얼은 원래 傅巖이란 곳에서 길을 닦는 일을 하던 노예였는데, 무정이 꿈에 현인을 보고 그 모습을 닮은 이를 찾아 얻은 이가 바로 그였다. 부암이라는 지명에서 성을 따 부열이라 하였는데, 훌륭한 재상이 되었다고 한다.
▶ 操築 : 木杵를 손에 들고 땅을 다지다. 築: 땅을 다짐.
▶ 傅巖 : 지명. 지금의 山西省 平陸縣 동쪽에 있음.
▶ 武丁 : 은나라 高宗. 明君이었음.
呂望之鼓刀兮, 遭周文而得擧.
呂望은 칼을 두드리는 백정이었지만, 주나라 文王을 만나 천거되었고,
▶ 呂望 : 呂尙. 그 선조가 禹임금의 治水를 도와 공을 세웠으므로 呂땅에 봉해져 여씨 성을 받았음. 자손들은 몰락하여 서민이 되었는데 周文王이 渭水에서 낚시질하고 있는 그를 만나 스승으로 삼고 존칭하여 太公望이라 불렀다. 뒤에 주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하고 천하를 평정하였으므로 齊나라에 봉해졌다. 성이 姜이어서 속칭 姜太公이라고도 한다.
▶ 鼓刀 : 칼을 두드리며 짐승 도살하다. 呂望은 한때 백정일을 했었다고 한다.
▶ 周文 : 周나라 文王. 성은 姬, 이름은 昌. 본래 은나라의 西伯이었는데 덕망이 높아 제후들이 그를 많이 따랐다. 강태공을 스승으로 모셔 주나라를 강성케 하였고 문왕의 시호를 받았다.
寗戚之謳謌兮, 齊桓聞以該輔.
寗戚이 노래를 부르니, 齊나라 桓公이 듣고는 보좌할 신하로 삼았네.
▶ 寗戚(영척) : 춘추시대 衛나라 사람. 불우하게 지내다가 齊나라로 가서 소에 먹이를 먹이며 노래를 불렀는데, 제나라 桓公이 그 소리를 듣고는 그가 현인임을 알아 믿고 上卿의 벼슬을 주었다.
▶ 齊桓 : 춘추시대 五覇의 하나인 제나라의 환공. 이름은 小白.
▶ 該輔 : 보좌로 삼다. 該: 備.
及年歲之未晏兮, 時亦猶其未央.
아직 나이가 늦지 않았고, 시기 또한 다하지 않네.
▶ 晏(안): 늦어지다.
▶ 央(앙) : 다하다. 끝나다.
恐鵜鴂之先鳴兮, 使夫百草爲之不芳.
접동새들이 먼저 울어, 풀들이 꽃피우지 못할까 두렵소.”
▶ 鵜鴂(제결) : 새 이름. 음력 5월의 여름 또는 7월의 가을에 우는데, 추분전에 울면 초목이 시들어 버린다고 함.
何瓊佩之偃蹇兮, 衆薆然而蔽之.
경옥으로 된 내 패물은 얼마나 훌륭한가! 사람들은 까마득히 가리어져 모르고 있네.
▶ 瓊佩(경패) : 瓊玉 나뭇가지로 된 패물.
▶ 偃蹇(언건) : 곱고 화려한 모양. 많은 모양이라고 하기도 함.
▶ 薆然(애연) : 우거져 뒤덮인 모양. 까마득히 모른다는 뜻.
惟此黨人之不諒兮, 恐嫉妬而折之.
이 무리는 믿을 수 없음이여, 질투하여 그것을 꺾어 버릴까 두렵구나.
▶ 不諒 : 믿을 수 없다.
時繽紛以變易兮, 又何可以淹留.
시절이 혼란하게 바뀌어 감이여, 또 어찌 오래도록 머물 수 있으랴.
▶ 繽紛(빈분) : 많고 어지러운 모양.
▶ 淹留(엄류) : 오래 머무름.
蘭芷變而不芳兮, 荃蕙化而爲茅.
난초와 芷草가 변하여 향기를 잃음이여, 荃草와 蕙草는 변하여 띠풀이 되었네.
▶ 茅(모) : 띠풀. 잡초의 일종.
何昔日之芳草兮, 今直爲此蕭艾也.
어찌하여 옛날엔 향기롭던 풀이, 지금은 다만 이처럼 쑥덤불이 되었는가?
▶ 直 : 다만.
▶ 蕭艾(소애) : 쑥.
豈其有他故兮, 莫好修之害也.
그 무슨 다른 까닭 있으리? 수양을 좋아하지 않음이라네.
余以蘭爲可恃兮, 羌無實而容長.
내가 난초는 믿을 만하다고 여김이여, 성실치 못하고 모양만 아름답네.
▶ 以蘭爲可恃 : 난초는 믿을 만하다고 여기다. 여기의 蘭은 楚 懷王의 아들이며 頃襄王의 아우인 令尹 子蘭을 가리킨다고 보기도 한다.
▶ 容長 : 헛되이 겉모양만 아름답다.
委厥美以從俗兮, 苟得列乎衆芳.
그 아름다움 버리고 세속을 따름이여, 구차스럽게 꽃들 사이에 끼어 있네.
▶ 委 : 버리다.
椒專侫以慢慆兮, 樧又欲充夫佩幃.
山椒의 오로지 아첨하고 오만함이여, 樧草는 또 향주머니에 가득 차려 드네.
▶ 椒(초) : 山椒나무. 楚나라 대부인 子椒를 가리킨다고 보기도 한다.
▶ 專侫(전녕) : 아첨에 전념하다. 아첨만 하다.
▶ 慢慆(만도) : 오만하고 방자함.
▶ 樧(살) : 수유나무. 산초나무와 비슷하나 향기가 없음.
旣干進而務入兮, 又何芳之能祗.
이미 나아가기를 구하고 기용되기에 힘씀이여, 또 어느 향초를 존경할 수 있으랴?
▶ 干進 : 나아가기를 구하다. 干은 求의 뜻.
▶ 祗(지) : 공경하다. 敬의 뜻.
固時俗之流從兮, 又孰能無變化.
실로 시속따라 흐름이여, 또 뉘라서 변치 않을쏜가?
▶ 流從 : 흐름을 따르다.
覽椒蘭其若玆兮, 又況揭車與江離.
산초와 난초를 보아도 이와 같음이여, 또 하물며 揭車와 江離는 어떠하리?
▶ 揭車 : 향초 이름.
▶ 江離 : 향초 이름. 산초나 난초보다 향기가 떨어짐.
惟玆佩之可貴兮, 委厥美而歷玆.
오직 내가 찬 것이 귀함이여, 그 아름다움을 버려서 이 지경에 이르렀네.
芳菲菲而難虧兮, 芬至今猶未沫.
향기는 그윽히 피어올라 일그러질 수 없음이여, 향내음 지금도 여전히 그침 없다네.
▶ 菲菲(비비) : 향기가 물씬물씬 풍기는 모양. 꽃이 우거진 모양.
▶ 難虧 : 없어지기 어렵다. 이그러지기 어렵다.
▶ 沫(매) : 흩어져 소멸하다.
和調度以自娛兮, 聊浮游而求女.
조화로운 법도에 맞추어 스스로 즐김이여, 잠시 떠돌며 여인을 구하리라.
▶ 調度 : 조화로운 법도
及余飾之方壯兮, 周流觀乎上下.
나의 장식물이 한창 아름다운 때임이여, 두루 돌아다니며 위아래를 살펴보리라.
▶ 壯 : 훌륭하다. 아름답다.
靈氛旣告余以吉占兮, 歷吉日乎吾將行.
靈氛이 이미 내게 吉占을 고함이여, 길일을 택하여 내 장차 떠나려네.
▶ 歷吉日 : 길일을 선택하다.
折瓊枝以爲羞兮, 精瓊爢以爲粻.
경옥 나뭇가지를 꺾어 찬을 만드네, 경옥 가루를 빻아 양식을 만드네.
▶ 羞 : 맛있는 반찬, 王逸 注에서는 脯라 하여 여행용 음식으로 만든 乾肉으로 풀이했다.
▶ 精瓊爢(정경미) : 옥 가루를 빻다.
▶ 粻(장) : 양식. 糧과 같음.
爲余駕飛龍兮, 雜瑤象以爲車.
날 위해 飛龍에게 수레를 끌라 하네, 옥돌과 상아를 섞어 수레를 꾸미네.
▶ 瑤象 : 옥과 상아.
何離心之可同兮, 吾將遠逝以自疏.
어찌 갈라진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으리요? 내 장차 멀리 떠나 스스로 멀어지리.
▶ 離心 : 갈라진 마음. 떠나간 마음.
▶ 自疏 : 스스로 멀어지다. 스스로 소원해지다.
邅吾道夫崐崙兮, 路修遠以周流.
내 길을 돌려 곤륜산으로 향하네, 갈 길이 멀고 멀어 두루 돌아가네.
▶ 邅(전) : 길을 돌리다. 轉과 같음.
揚雲霓之晻靄兮, 鳴玉鸞之啾啾.
雲霓 깃발을 드니 해를 가리네, 옥 난새 방울 딸랑딸랑 울리네.
▶ 揚雲霓(양운예) : 구름과 무지개가 그려진 깃발을 들어올린다는 뜻.
▶ 晻靄(엄애) : 하늘을 가리다. 어두운 모양을 뜻함.
▶ 玉鸞(옥란) : 수레의 횡목에 다는 방울. 옥으로 만든 난새 모양의 방울.
▶ 啾啾(추추) : 딸랑딸랑 방울이 울리는 소리.
朝發軔於天津兮, 夕余至乎西極.
아침에 은하수 나루터를 출발하네, 저녁에 나는 서쪽 끝에 이르네.
▶ 天津 : 은하수 나루터.
鳳皇翼其承旂兮, 高翶翔之翼翼.
봉황새 공손히 깃발을 받드네, 높이 날며 가지런히 따르네.
▶ 翼 : 공손한 모양. 《文選》에는 紛으로 되어 있음.
▶ 承旂(승기) : 깃발을 받들다.
▶ 翺翔(고상) : 높이 빙빙 날다.
▶ 翼翼 : 가지런한 모양. 부드러운 모양.
忽吾行此流沙兮, 遵赤水而容與.
순식간에 나는 이 사막을 지나네, 赤水를 따라 천천히 노니네.
▶ 流沙 : 사막. 모래가 물처럼 흐르는 곳이란 뜻. 고비사막을 가리킨다.
▶ 遵 : 따르다.
▶ 赤水 : 서쪽의 강 이름. 崑崙山에서 나와 南海로 흐른다 함.
▶ 容與 : 노니는 모양.
麾蛟龍以梁津兮, 詔西皇使涉予.
蛟龍을 부려 나루터에 다리를 놓네, 西皇에게 고하여 나를 건너게 하네.
▶ 麾 : 지휘하다.
▶ 蛟龍 : 이무기와 용. 작은 용을 蛟라 하고, 큰 용을 龍이라 함.
▶ 梁津 : 나루에 다리를 놓다. 梁: 다리를 놓다.
▶ 詔 : 명령하다. 시키다.
▶ 西皇 : 서방의 神. 少皞를 일컬음.
▶ 涉 : 건너다.
路修遠以多艱兮, 騰衆車使徑待.
길은 멀고 멀어 어려움 많네, 수레들을 앞세워 지름길에서 날 기다리게 하네.
▶ 騰 : 달리다.
▶ 徑待 : 지름길에서 기다리다.
路不周以左轉兮, 指西海以爲期.
不周山으로 가는 길 찾아 왼쪽으로 도네, 西海를 가리켜 기약으로 삼네.
▶ 不周 : 곤륜산 서북쪽에 있다는 산 이름. 산 모양에 결함이 있어 그렇게 불린다고 함.
▶ 西海 : 서쪽 끝에 있다는 전설상의 바다.
屯余車其千乘兮, 齊玉軑而幷馳.
나의 수레 늘어놓으니 천 대나 되네, 옥으로 된 수레바퀴 나란히 하고 달리네.
▶ 屯 : 모이다. 모으다.
▶ 玉軑(옥대) : 옥으로 된 수레바퀴통.
駕八龍之蜿蜿兮, 載雲旗之委蛇.
꿈틀거리는 여덟 마리 용을 모네, 펄럭이는 구름 깃발 꽂고 가네.
▶ 蜿蜿(완완) : 용이 꿈틀거리는 모양.
▶ 委蛇(위이) : 깃발이 휘날리는 모양. 蛇는 移로 된 판본도 있으며, 逶迤로 된 판본도 있음.
抑志而弭節兮, 神高馳之邈邈.
뜻을 누르고 천천히 가려 하네, 정신은 높이 치달려 아득해지네.
▶ 弭節(미절) : 속력을 늦추다.
▶ 邈邈(막막) : 아득한 모양.
奏九歌而舞韶兮, 聊假日以婾樂.
九歌를 연주하고 舞韶를 추네, 잠시 틈을 내어 즐겁게 놀아 보네.
▶ 舞韶 : 韶舞를 추다. 韶는 舜임금의 음악인 九韶.
▶ 假日 : 틈을 내다. 假는 暇의 뜻.
▶ 喩樂(유락) : 유쾌히 즐기다.
陟陞皇之赫戱兮, 忽臨睨夫舊鄕.
하늘의 눈부시게 빛나는 곳 올라보니, 문득 옛 고향이 저 아래 보이네.
▶ 陟 : 오르다.
▶ 陞(승) : 오르다. 升의 뜻.
▶ 皇 : 皇天. 하늘.
▶ 赫戱 : 빛나는 모양, 戱는 曦와 같은 뜻.
▶ 臨 : 위에서 아래를 대하다.
▶ 睨(예) : 보다. 視의 뜻.
僕夫悲余馬懷兮, 蜷局顧而不行.
나의 종은 슬퍼하고 내 말은 그리워하네, 머뭇머뭇 뒤돌아보며 나아가지 않네.
▶ 蚣局(권국) :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않는 모양. 꿈틀꿈틀 뒤돌아보며 나아가지 않는 모양.
亂曰, 已矣哉. 國無人莫我知兮, 又何懷乎故都.
亂辭에 이르기를,
“아서라! 나라에 사람 없고 날 알아주지 않네, 또 어찌 고향을 그리워하랴?
旣莫足與爲美政兮, 吾將從彭咸之所居.
더불어 아름다운 政事를 펼치지 못하네, 나는 장차 彭咸이 있는 곳으로 가리라.”라고 하였다.
▶ 亂(난) : 끝맺는 말. 樂歌의 종장. 《國語》 〈魯語〉의 韋昭 注에 의하면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되면 그 요점을 뽑아 亂辭로 한다고 함. 王逸은 理로 풀어, 요점을 다스리는 말이라 하였다.
▶ 已矣哉 : 끝나 버렸도다. 아서라!
▶ 故都 : 고향. 고국.
해설
이 작품은 전국시대 楚나라 사람 굴원이 쓴 장편시로, 《楚辭》란 책에 실려 있다.
굴원은 충신이었으나 왕에게 간언하다 모함을 받아 쫓겨났고, 후에 汨羅水에 투신자살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그가 추방당한 상태에서 쓴 것이라 하며, 〈離騷〉라는 제목은 '근심을 만나다', '근심과 이별하다' 등의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의 학자들은 예부터 이 작품을 憂國의 衷情을 토로한 愛國詩로 解說하여 왔으니, 굴원이 억울하게 초나라 조정으로부터 쫓겨나 자신의 불만과 충정을 이 작품을 통하여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漢나라 이전의 기록에는 굴원이나 그의 작품에 관하여 언급한 곳이 전혀 없고, 《史記》屈原列傳을 비롯한 그의 傳記는 앞뒤가 맞지 않고 史實과 다른 기록이 많아 그의 실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중국학자들은 이 〈이소〉를 굴원의 대표적인 애국시라 하나, 애국을 노래한 대목은 실제로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遊仙的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소〉를 비롯한 굴원의 작품들은 초나라 巫歌의 영향 아래, 漢대에 와서 神仙思想이 널리 유행한 뒤에 이루어진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後集3-上秦皇逐客書(상진황축객서)-李斯(이사) (9) | 2024.03.01 |
---|---|
後集2-漁父辭(어부사) (2) | 2024.02.29 |
고문진보 作者略傳 (1) | 2024.02.27 |
12辭類-1連昌宮辭(연창궁사) (1) | 2024.02.26 |
12辭類(사류) (1) | 2024.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