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林秀州書(상임수주서)-陳師道(진사도)
宗周之制, 士見于大夫卿公, 介以厚其別, 詞以正其名, 贄以效其情, 儀以致其敬, 四者備矣, 謂之禮成.
周나라 제도에 士가 大夫와 公卿을 뵈려면 소개를 통하여 그 신분의 차별을 엄격히 하고, 말을 통하여 만나는 명분을 바로 세우고, 幣帛을 통하여 그 진정을 나타내며, 威儀로써 그 존경을 표현하여, 넷을 갖추어야만 예가 이루어졌다고 말하였습니다.
▶ 宗周 : 본래는 주나라 도읍을 가리키는 말. 西周의 豐·鎬와 東周의 洛邑. 그러나 여기서는 주나라 시대를 가리키고 있음.
▶ 介(개) : 소개.
▶ 其別(기별) : 사와 대부·공경의 신분상의 차별.
▶ 贄(지) : 幣帛, 初見禮의 예물.
▶ 效其情(효기정) : 그의 진정을 나타내다.
▶ 儀(의) : 威儀. 예의에 맞는 행동.
士之相見, 如女之從人, 有願見之心, 而無自行之義.
士의 알현은 마치 여자가 시집감과 같아서 만나보려는 마음이 있어도 스스로 찾아가는 예의는 없었습니다.
▶ 從人(종인) : 시집가다.
必有紹介爲之前焉, 所以別嫌而愼微也. 故曰:
“介以厚其別.”
반드시 소개하는 사람이 그에 앞섰으니, 신분의 차별을 꺼리어 미세한 잘못에 신중하였으매, 그러므로 ‘소개를 통함으로써 그들 신분의 차별을 엄격히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 別嫌(별혐) : 신분 차이를 혐의함.
▶ 愼微(신미) : 미세한 행동도 잘못이 없도록 신중히 함.
名以擧事, 詞以道名, 名者先王所以定民分也, 名正則詞不悖, 分定則民不犯. 故曰:
“詞以正其名.”
명분으로 일을 일으키고 말로써 명분을 표현하는데, 명분이란 선왕께서 백성의 분수를 정하는 근거였으매, 명분이 바르면 말도 어긋나지 않고 구분이 정해지면 백성은 잘못을 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말을 통하여 만나는 명분을 바로 세운다.'라고 하였습니다.
▶ 悖(패) : 거스르다. 도리에 어긋나다.
言不足以盡意, 名不可以過情, 又爲之贄以成其終.
말이란 뜻을 다 표현하기에는 불충분하고 명분은 진정보다 나을 수는 없으므로 또 폐백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합니다.
▶ 其終(기종) : 그 끝. 그 최후의 목적.
故授受焉, 介以通名, 儐以將命, 勤亦至矣.
그러므로 폐백을 수수하고 소개로써 명분을 통하게 하고 명분을 인도함으로써 명령을 전하였으니, 예에 신중함이 지극하였습니다.
▶ 儐(빈) : 인도하다. 도와주다.
▶ 將命(장명) : 명을 받들다. 명을 전하다.
然因人而後達也, 禮莫重於自盡.
그러나 사람을 통하여야 도달하매, 예에는 스스로 성의를 다함보다 중대한 것은 없습니다.
故祭主於盥, 婚主於迎, 賓主於贄. 故曰:
“贄以效其情.”
그러므로 제사에는 손 씻음을 위주로 하고, 결혼에는 親迎을 위주로 하고, 손님맞이에는 폐백을 위주로 합니다. 그러므로 ‘폐백으로써 그의 진정을 나타낸다.’라고 합니다.
▶ 盥(관) : 제사를 지낼 때 잔을 올리기 전에 손을 씻는 의식.
▶ 迎(영) : 결혼식에 있어서 신랑이 직접 신부댁으로 가서 신부를 마중해 오는 親迎禮.
誠發于心而諭于身, 達于容色, 故又有儀焉.
정성이란 마음에서 발생하여 몸에 퍼뜨리면 얼굴빛에 도달하여 더욱 威儀를 갖게 됩니다.
▶ 諭(유) : 고하다. 나타나게 하다.
詞以三請, 贄以三獻, 三揖而升, 三拜而出, 禮繁則泰, 簡則野, 三者禮之中也. 故曰:
“儀以致其敬.”
말로써 세 번 요청하고, 폐백을 세 번 바치며, 세 번 읍하고 섬돌에 오르고, 세 번 절하고 물러나는데, 예의가 번거로우면 편안하고 간단하면 거치니, 세 번이 예의 중심이 됩니다. 그러므로 ‘威儀로써 그의 존경을 표현한다.’라고 하였습니다.
▶ 泰(태) : 편안한 것. 위대한 것.
▶ 防(방) : 잘못을 막다. 경계하다.
是以貴不陵賤, 下不援上, 謹其分守, 順于時命, 志不屈而身不辱, 以成其善.
이 때문에 귀한 자가 천한 자를 능멸하지 않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기어오르지 아니하며, 삼가 그들의 분별을 지키고 시국의 운명에 순종하여, 그의 뜻을 굽히지 않아서 몸을 욕되게 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선량함을 달성합니다.
當是之世, 豈特士之自賢? 蓋亦有禮爲之節也.
이러한 세상에서 士가 어찌 단지 자신만을 현명하게 만들겠습니까? 역시 예의가 있어서 그를 위하여 조절해 주기 때문입니다.
夫周之制禮, 其所爲防至矣, 及其晩世, 禮存而俗變, 猶自市而失身, 況於禮之亡乎.
周나라가 제정한 예는 잘못을 막는 방법으로 지극하고 그 후대까지 예가 존재하는데도, 풍속이 변하매 자신을 내세우려다 몸을 망치기도 하는데, 하물며 예가 없음이겠습니까?
▶ 自市(자시) : 자신을 팔다. 자신을 내세우다.
自周之禮亡, 士知免者寡矣.
주나라의 예가 없어진 뒤로 士로서 잘못을 면할 줄 아는 자가 드뭅니다.
▶ 免(면) : 잘못을 면하다. 체신을 잃는 짓을 면하다.
世無君子明禮以正之, 旣相循以爲常, 而史官又載其事, 故其弊習而不自知也.
세상에는 군자로서 예를 밝히어 그것을 바로잡을 자가 없어서, 이미 서로 따르며 일상으로 삼으니 史官도 그런 일을 기록하게 되었으매, 그것이 폐습이 되어도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師道鄙人也. 然有聞於南豊先生, 不敢不勉也.
저는 비루한 사람이나 南豊先生님께 들은 것이 있으매, 그것을 힘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先生謂師道曰:
“子見林秀州乎?”
선생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林秀州를 뵌 일이 있느냐?"
曰:
“未也.”
"아직 없습니다."
先生曰:
“行矣.”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곧 가서 뵈어라!”
師道承命以來, 謹因先生而請焉.
저는 선생님의 명을 받들고 와서 삼가 선생님으로 인하여 뵙기를 청합니다.
▶ 南豐先生(남풍선생) : 曾鞏을 가리킴. 자가 子固이다. 南豊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 ‘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古文의 대가임.
▶ 林秀州(임수주) : 秀州刺史를 지내던 임씨 성의 사람.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 林子中이라고 추측하는 이가 있다.
해설
진사도가 자기 스승인 증공의 소개로 林秀州를 찾아가 뵙기를 요청하는 글이다.
증공의 소개를 받고도 진사도는 예를 논하면서 빈틈없는 행동으로 체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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