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秦少游書(여진소유서)-陳師道(진사도)
辱書喩以章公降屈年德, 以禮見招, 不佞何以得此?
보내주신 편지에 章公께서 나이와 德望을 굽히시고 예를 갖추어 만나자고 부르심을 알려주었는데, 못난 제가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 喩(유) : 알려주다. 깨우쳐주다.
▶ 章公(장공) : 宋나라 때의 章惇. 자는 子厚. 학문을 많이 했고 글도 잘 지었다. 王安石의 마음에 들어 벼슬이 哲宗 樞密院事에 올랐다. 그러나, 劉摯·蘇轍 등의 공격을 받아 한때 쫓겨났다가 다시 尙書左僕射 겸 門下侍郞이 되었다.
▶ 降屈年德(강굴년덕) : 많은 나이와 높은 덕망을 지니고도 아랫사람에게 굽힘.
▶ 見招(건초) : 만나자고 부름.
▶ 不伝(불영) : 재주가 없는 자. 不才와 같은 뜻으로 남에게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임.
豈侯嘗欺之耶.
장공께서 속이셨을까요?
公卿不下士尙矣, 乃特見於今而親於其身, 幸孰大焉.
公卿이 士에게 자신을 낮추지 않음은 오래되었는데, 특별히 지금 뵙고 자신에게 친분을 쌓으면 다행스럽기에 무엇이 이보다 크겠습니까?
▶ 尙(상) : 오래되었다. 오래된 일이다.
▶ 幸孰大焉 : 행복이 이보다 더 클 수 있는가?
愚雖不足以齒士, 猶當從侯之後, 順下風而成公之名.
저가 비록 士의 대열에 끼기에도 부족한 형편이나 마땅히 장공의 뒤를 따라 風度를 받들고 따라서 장공의 명성을 이룩하여야 하겠습니다.
▶ 齒士(치사) : 사의 대열에 끼다. 사와 나란히 행세하다.
▶ 下風(하풍) : 바람의 아래편. 여기서는 높은 사람 아래에서 뜻을 받듦을 뜻함.
▶ 傳贄(전지) : 贄는 初見禮에 갖다바치는 幣帛. 傳은 通의 뜻으로 폐백을 바치어 만남의 뜻이 서로 통함.
然先王之制, 士不傳贄爲臣, 則不見於王公.
그러나 옛 先王의 제도에 '士가 初見禮物을 가지고 서로 통하여 신하가 되지 않고는 王公을 뵙지 못한다.'라고 하였습니다.
夫相見所以成禮, 以其幣必至於自鬻.
서로 만남은 예를 이루는 방법이며, 자신을 소개함에 幣帛을 반드시 바쳐야 합니다.
▶ 幣(폐) : 폐백.
▶ 自鬻(자육) : 스스로를 상대방에게 잘 알림.
故先王謹其始以爲之防, 而爲士者世守焉.
그러므로 선왕은 그 시작을 삼가서 허물을 예방하였고, 사가 된 사람은 대대로 그것을 지켜왔습니다.
▶ 防(방) : 경계케 함. 잘못됨을 막음.
師道於公, 前有貴賤之嫌, 後無平生之舊, 公雖可見, 禮可去乎.
장공에게 있어서 저는 앞으로 貴賤의 혐의가 있고 뒤로 평소의 교분도 없으니, 장공을 뵙더라도 예를 버려서 되겠습니까?
▶ 舊(구) : 오래 사귐. 친교를 뜻함. 舊交
且公之見招, 公豈以能守區區之禮乎.
더욱이 장공께서 만나자고 부르심에 있어서, 장공이 어찌 자질구레한 예를 지킬 수가 있겠습니까?
▶ 區區(구구) : 자질구레한 모양. 작은 모양.
若冒昧法義, 聞命走門, 則失其所以見招, 公又何取焉.
만약 법도와 의리를 무시하고 명을 따라 장공 댁으로 달려감은 만나자고 부르시는 뜻을 망칠 터이니 장공은 제게서 무엇을 취하시겠습니까?
▶ 冒昧(모매) : 무릅쓰고 무시함.
雖然有一於此, 幸公之他日, 成功謝事, 幅巾東歸, 師道當御款段, 乘下澤, 候公於上東門外, 尙未晩也.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방도가 있으니, 다행히 장공께서 훗날 공을 세우고 정사를 그만둔 다음 가벼운 巾을 쓰고 동쪽으로 돌아오시면, 제가 당연히 더디고 둔한 말이 모는 짐수레를 타고 上東門 밖에 나가 기다리는 것이고, 그래도 늦지 않을 터입니다.
▶ 有一(유일) : 한 해결책 또는 좋은 방법가 있다.
▶ 幅巾(폭건) : 간편한 두건의 일종.
▶ 御款段 : 관단은 款段馬로 더디고 둔한 말. 御는 말이 끄는 수레를 몲.
▶ 乘下澤 : 下澤은 下澤車로 시골에서 짐을 싣는 데 쓰는 수레, 乘은 타다. 《後漢書》 馬援傳의 글귀를 인용한 것이다.
▶ 上東門(상동문) : 洛陽의 성문 이름.
해설
陳師道가 秦觀에게 답한 글, 진관은 자가 少游이며 진사도와 함께 蘇軾의 제자이다.
당시 王安石의 개혁파 중의 한 사람으로 높은 벼슬자리에 있던 章惇이 진관을 통하여 진사도에게 만나자고 요청해 왔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보통 권세가를 만나지 못해 안달일 터이나, 진사도는 禮를 내세워 그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하고 있다.
편지 끝머리에서 장돈이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온다면 스스로 성문 밖까지라도 나가 그를 마중하겠다는 말에 큰 뜻을 느끼게 된다.
진사도는 가난하면서도 깨끗하고 꼿꼿하게 평생을 살았던 문인으로 알려져 있다.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後集115-王平文集後序(왕평보문집후서)-陳師道(진사도) (0) | 2024.04.20 |
---|---|
後集114-上林秀州書(상임수주서)-陳師道(진사도) (1) | 2024.04.20 |
後集112-答李推官書(답이추관서)-張耒(장뢰) (1) | 2024.04.20 |
後集111-書五代郭崇韜傳後(서오대곽숭도전후)-張耒(장뢰) (0) | 2024.04.16 |
後集110-送秦少章序(송진소장서)-張耒(장뢰) (1) | 2024.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