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秦少章序(송진소장서)-張耒(장뢰)
『詩』不云乎. “蒹葭蒼蒼, 白露爲霜.”
"갈대 무성한데 흰 이슬 서리되어 내리네."
라고 《시경》에서 읊지 않았던가?
▶ 詩(시) : 《시경》 秦風 편에 보이는 시임.
▶ 蒹葭(겸가) : 蒹과 葭가 모두 갈대의 종류.
▶ 蒼蒼(창창) : 푸른 모양. 무성한 모양.
夫物不受變則材不成, 人不涉難則智不明.
물건이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목을 이루지 못하고, 사람은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지혜가 총명해지지 않는 법이다.
▶ 涉難 : 어려움을 겪음. 고난을 경험함.
季秋之月, 天地始肅, 寒氣欲至.
늦가을의 달에는 천지가 肅然하기 시작하고 차가운 기운이 닥쳐오려 한다.
▶ 肅(숙) : 縮과 통하여 동식물이 움츠러드는 것( 《詩經》 豳風 七月 注.)
方是時, 天地之間, 凡植物, 出於春夏雨露之餘, 華澤充溢, 支節美茂.
이때에는 천지간의 모든 식물이 봄 여름의 雨露에서 난 끝에 화사한 윤택이 차고 넘치고, 가지와 마디가 아름답고 무성하다.
▶ 華澤(화택) : 화려한 윤택, 아름다운 윤택.
及繁霜夜零, 旦起而視之, 如戰敗之軍, 卷旗棄鼓, 裹瘡而馳, 吏士無人色.
된서리가 밤에 내리매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마치 전쟁에 패한 군대가 깃발을 말고 북도 내던진 채 상처를 싸매고 달아나서 장교와 사병 모두 사람의 빛을 잃은 듯하다.
▶ 繁霜(번상) : 많은 서리. 된서리.
▶ 夜零(야령) : 밤에 내리다.
▶ 裏瘡(과창) : 상처를 싸매다.
▶ 吏士(이사) : 군사. 장교와 졸병들.
豈特如是而已.
단지 그러하기만 할 뿐이겠는가?
於是天地閉塞而成冬, 則摧敗拉毁之者過半, 其爲變亦酷矣.
이로부터 천지가 닫혀서 겨울이 되매 꺾이고 부서지고 부러지고 무너짐이 반을 넘으니, 그 변화가 또한 참혹하다.
▶ 閉塞(폐색) : 닫히고 막힘. 식물을 성장케 하는 따스한 기운이 없어짐을 뜻함.
▶ 推敗拉毁(최패랍훼) : 꺾이고 부서지고 부러지고 무너짐.
然自是, 弱者堅, 虛者實, 津者燥, 皆斂其英華於腹心而各效其成.
그러나 이로부터 약한 것은 튼튼해지고 허한 것은 충실해지고 물기 넘치던 것은 건조해지면서, 모두가 그의 꽃답고 화려함을 뱃속으로 거두어 그 성취를 힘쓴다.
▶ 津者燥(진자조) : 물기가 많던 것이 건조해짐.
▶ 斂(염) : 거두다.
▶ 英華(영화) : 꽃답고 성한 기운. 아름답고 왕성한 것.
▶ 腹心 : 마음속. 뱃속.
深山之木上撓靑雲, 下庇千人者, 莫不病焉, 況所謂蒹葭者乎.
깊은 산의 나무가 위로는 靑雲에 얽히며 천 명을 가려주면서도 그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하물며 이른바 갈대이겠는가?
▶ 撓(요) : 소란케 함. 흔듦.
▶ 庇(비) : 가리다. 덮다.
然匠石操斧, 以遊山林, 一擧而盡之, 以充棟梁桷杙輪輿輹輻, 巨細强弱, 無不勝其任者,此之謂損之而益, 敗之而成, 虐之而樂者, 是也.
그러나 匠石이 도끼를 들고 山林을 돌아다니며 한꺼번에 다 베어서 마룻대·들보·서까래·말뚝·수레바퀴·수레바탕·바퀴테·바퀴살에 충당하여, 巨細强弱에 그 소임을 감당하지 않음이 없으니, 이것을 일러 덜어서 유익하게 하고 무너뜨리어 이루고 학대하여 즐겁게 한다고 하니 이것이다.
▶ 匠石(장석) : 옛날의 유명한 匠人 石. 석은 그의 이름( 《莊子》徐无鬼 )
▶ 棟梁(동량) : 마룻대와 들보.
▶ 桷杙(각익) : 네모진 서까래와 말뚝.
▶ 輪輿(윤여) : 수레바퀴와 수레바탕
▶ 輹輻(복폭) : 바퀴테와 바퀴살.
吾黨有秦少章者, 自余爲大學官時, 以其文章示余, 愀然告我曰:
“余家貧, 奉命大人而勉爲科擧之文也.
異時率其意, 爲詩章古文, 往往淸麗奇偉, 工於擧業百倍.”
우리 고장에 秦少章이란 사람이 있는데, 내가 太學 벼슬에 있을 때 자기의 글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정색하며 나에게 말하였다.
“우리 집이 가난하매 아버님의 명을 받들어 과거를 보기 위한 글공부에 힘쓰고 있습니다.
전날 뜻을 좇아 詩章과 古文을 지어 보니 간혹 淸麗奇偉하여 과거 공부보다 백배나 잘되었습니다.”
▶ 秦少章(진소장) : 秦覯. 자가 소장. 당시의 유명한 시인 秦觀은 그의 형임.
▶ 愀然(초연) : 정색하는 모양.
▶ 異時(이시) : 전날․
▶ 擧業(거업) : 과거를 위한 공부.
元祐六年及第, 調臨安主薄, 擧子中第, 可少樂矣, 而秦子每見余, 輒不樂, 余問其故, 秦子曰:
元祐 6년(1091) 과거에 급제하여 臨安의 主簿로 임명되었는데, 과거 보는 사람이 급제하였으니 조금 즐거워할 만하였으나, 진소장은 나를 만날 때마다 늘 즐거워하지 않으매, 내가 그 이유를 물으니 진소장이 대답하였다.
▶ 元祐(원우) : 송나라 哲宗의 연호, 원우 6년은 1091년.
▶ 臨安 : 지금의 浙江省 杭州市.
▶ 主簿(주부) : 여러 관청 또는 지방 관청에서 簿書를 주관하던 벼슬 이름.
▶ 擧子(거자) : 과거를 보는 사람.
▶ 中第(중제) : 과거에 급제함.
“余世之介士也. 性所不樂不能爲, 言所不合不能交, 飮食起居動靜百爲, 不能勉以隨人.
“저는 세상의 강직한 선비로서 성격상 즐겁지 않은 일은 하지 못하고, 말이 합치되지 않는 사람이면 사귀지 못하며, 飮食·起居·動靜의 온갖 행동에 억지로 남을 따르지 못합니다.
▶ 介士(개사) : 강직한 선비, 절조가 꿋꿋한 선비.
▶ 動靜(동정) : 행동함.
▶ 百爲(백위) : 갖가지 행위.
今一爲吏, 皆失己而惟物之應, 少自偃蹇, 悔禍響至.
지금 한번 관리가 되고 보니 자기는 모두 잃고 사물에 대응하기만 하매, 젊어서 스스로 줏대가 없으니 불행이 이에 따라 닥칠까 후회하고 있습니다.
▶ 偃蹇(언건) : 굽히어 따르는 모양. 줏대없이 잘 따르는 모양.
▶ 響(향지) : 소리의 울림처럼 어떤 일을 따라옴.
異時一身資養於父母, 今則婦子仰食於我, 欲不爲吏, 又不可得.
전날에는 한 몸을 부모에 힘입어 保養했지만, 지금은 처자가 저에게서 仰食하매 관리 노릇을 아니 할 수도 없습니다.
▶ 資養(자양) : 힘입어 保養되다. 양육받다.
▶ 仰食(앙식) : 우러르며 먹고 살다. 의지하여 먹고 살다.
自今以往, 如沐漆而求解矣.”
지금부터는 옻칠로 머리를 감으면서 머리카락을 풀려고 함과 같겠습니다.“
▶ 沐漆(목칠) : 옻칠로 머리를 감음. 머리가 도리어 모두 엉기고 달라붙을 터이다.
余解之曰:
내가 설명하였다.
“子之前日, 春夏之草木也, 今日之病子者, 蒹葭之霜也.
"그대의 전날은 봄 여름의 초목이었고 오늘 그대를 걱정시키는 것은 갈대에 내리는 서리이오.
凡人性惟安之求, 夫安者天下之大患也, 能遷之爲貴.
무릇 사람의 본성은 편안함을 추구하나, 편안함이란 천하의 큰 환난이매 다른 곳으로 옮겨감을 귀히 여기오.
▶ 遷之(천지) : 그전의 자리에서 옮겨가다. 안락함으로부터 옮겨가다.
重耳不十九年於外, 則歸不能覇, 子胥不奔, 則不能入郢.
重耳가 19년 동안 국외에 있지 않았다면 귀국하여 覇者가 되지 못하고, 伍子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郢으로 쳐들어가지 못하였을 터이오.
▶ 重耳(중이) : 춘추시대 晉나라 獻公의 아들. 蒲城에 살았는데 뒤에 헌공이 아랫사람을 시켜 포성을 치게 하자, 아버지와 싸울 수 없다며 나라 밖으로 도망하였다. 齊·曹·宋·鄭·楚·秦 등 여러 나라에 19년 동안 망명하다가 秦穆公의 도움을 입어 晉나라로 돌아가 뒤에 文公이 되었다. 齊 桓公을 뒤이어 이른바 春秋五覇의 한 사람이 되었다.
▶ 子胥(자서) : 伍員. 춘추시대 楚나라 사람. 초나라 平王에게 자기 아버지 오사와 형 尙이 억울하게 죽임을 吳나라 闔閭에게 도망쳤다. 뒤에 오나라 장수가 되어 초나라에쳐들어가서 도읍인 郢을 무찔러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았다. 뒤에 오왕 夫差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二子者方其羇窮憂患之時, 陰益其所短而進其所不能者, 非如學於口耳者之淺淺也.
두 사람은 그들이 궁지에 몰리고 환난을 당할 적에 남몰래 그 단점을 보강하고 그 무능을 발전시켰으니, 입과 귀를 통하여 배운 것처럼 얕고 가벼운 것이 아니었소.
▶ 羇窮(기궁) : 궁지에 몰려 있음.
▶ 陰(음) : 남몰래. 슬며시.
▶ 淺淺(천천) : 개울물이 얕고 급하게 흐르는 모양. 얕고 가벼운 모양.
自今吾子思前之所爲, 其可悔者衆矣, 其所知益加多矣, 及身而安之, 則行於天下, 無可憚者矣.
지금부터 그대가 예전의 행위를 생각해 보면 후회할 만한 일도 많을 터이나, 아는 것이 더욱 많아질 터이니, 그것을 자신에게 끼쳐 즐기게 되면 천하에서 행동함에 거리낄 일이 없을 터이오.
能推食與人者, 常飢者也, 賜之車馬而辭者, 不畏徒步者也.
남에게 음식을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일찍이 굶어본 사람이며, 車馬를 주어도 사양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걷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오.
▶ 推食與人(추식여인) : 자기는 먹지 않고 음식을 양보하여 남에게 줌. 解衣推食 참조
苟畏飢而惡步, 則將有苟得之心, 爲害不旣多乎.
진실로 굶주림을 두려워하고 걷기를 싫어하여 구차히 얻으려는 마음을 가짐은, 해가 됨이 또한 많지 않겠소?
▶ 苟得(구득) : 구차히 음식이나 수레와 말을 구하려 함.
故隕霜不殺者, 物之灾也, 逸樂終身者, 非人之福也.”
그러므로, 서리가 내려도 시들지 않음은 식물의 재난이고, 즐기다가 생을 마침은 사람의 행복이 아니오.”
▶ 隕霜(운상) : 서리가 내림.
▶ 殺(살) : 시들고 마름.
▶ 灾(재) : 재난. 災와 같은 글자.
元祐七年仲春十一日書.
元祐 7년(1092) 2월 11일에 씀.
해설
작자인 張耒가 시와 古文을 좋아하는 秦覯에게 보내준 글이다.
글의 내용은 먹고살기 위하여 벼슬을 해야 하는 처지를 한탄하는 친구에게 장뢰가 자신의 인생관을 밝히며 격려한 것이다.
곧 사람이란 어려운 변화에 적응해야 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바른 길을 추구하는 데서 더욱 위대한 성과를 이룩할 수 있고, 또 그러한 가운데 진정한 삶의 뜻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니 처자를 위한 벼슬살이 정도에 절망하지 말고 더욱 분발하여 공부하라는 격려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구는 그의 형 秦觀만큼 詞와 詩文에서 명성을 이룩하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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