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五代郭崇韜傳後(서오대곽숭도전후)-張耒(장뢰)
自古大臣, 權勢已隆極, 富貴已亢滿, 前無所希, 則退爲身慮, 自非大姦雄包異志, 與夫甚庸駑昏闟茸, 鮮有不然者.
옛날부터 대신이 권세가 극히 융성해지고 부귀가 높고 충만하여 나아가도 바랄 것이 없게 되면 곧 물러나 자기 몸을 걱정하였으매, 자신이 특이한 뜻을 품은 大姦雄이나 매우 용렬하고 아둔하고 어리석은 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자가 드물 터이다.
▶ 隆極(융극) : 융성함이 극에 이르다. 극히 융성하다.
▶ 亢滿(항만) : 벼슬이 높아지고 재물이 가득 찬 것.
▶ 姦雄(간웅) : 간사한 영웅.
▶ 甚庸(심용) : 매우 용렬한 것.
▶ 駑昏(노혼) : 아둔하고 사리에 어두운 것.
▶ 闒茸(탑용) : 어리석고 못난 것.
其爲謀實難, 不憂思之不深, 計之不工. 然異日釁之所起, 往往自夫至深至工, 是故莫若以正.
그 계획함은 실로 어려우니, 걱정과 생각이 깊지 않거나 계획이 정교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뒷날 말썽이 일어남은 흔히 지극히 깊고 지극히 정교함에서 말미암으므로, 正道로써 계획함보다 좋은 것은 없다.
▶ 爲謀(위모) : 자신을 걱정하여 자기를 위한 계책을 세움.
▶ 釁(흔) : 말썽. 분쟁.
夫正者, 操術簡而周, 智者爲緖多而拙.
正道란 지키는 술법이 간단하면서도 온전하나, 지혜란 하는 일은 많으나 졸렬하다.
▶ 操術(조술) : 지키는 술법.
▶ 簡而周(간이주) : 간단하면서도 완벽한 것.
▶ 爲緖(위서) : 하는 일. 사단을 만듦.
夫正者無所事計也, 行所當然, 雖怨讐不敢議之, 況繼之者賢乎.
正道란 계획을 일삼지 않고 당연한 것을 행하므로, 비록 원수라 하더라도 감히 이의를 달지 못하는데, 하물며 그것을 계승하는 사람이 현명함에랴?
▶ 議(의) : 의논하다. 비평하다.
郭崇韜於五代, 亦聰明權智之士也.
郭崇韜는 五代에 있어서 매우 총명하고 권세와 지혜가 있던 선비이다.
▶ 郭崇韜(곽숭도) : 後唐 莊宗 때 兵部尙書·樞密使를 지냈다. 뒤에 후당을 멸한 공로로 侍中과 成德軍節度가 되었다. 그러나 뒤에 劉皇后의 명을 받은 馬彦珪의 손에 죽임을 당하였다.
佐莊宗, 決策減梁, 遂一天下, 自見功高權重, 姦人議己, 而莊宗之昏, 爲不足賴也, 乃爲自安之計.
後唐 莊宗을 보좌하여 계책을 정하여 後梁을 멸망시킴으로써 마침내 천하를 통일하고, 공로가 높고 권세도 무거워 간사한 자가 자기를 비평하면 장종의 어리석음에 의지할 수 없으리라 여기고, 이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계책으로 삼았다.
▶ 自安之計(자안지계) : 자신이 편안히 살아갈 계획.
時劉氏有寵, 莊宗嬖之. 因請立爲后而中莊宗之欲, 又結劉氏之援. 此於劉氏, 爲莫大之恩.
이때 劉氏가 총애를 받았고 장종은 그를 편애하고 있었으므로, 皇后로 책립하게 주청하여 장종의 욕망을 채워주고 또 유씨와 돕는 관계를 맺었는데, 이것은 유씨에게 있어서는 막대한 은혜였다.
▶ 劉氏(유씨) : 장종의 황후가 되었던 여자임.
▶ 嬖 (폐) : 사랑하다. 편애하다.
▶ 中莊宗之欲(중장종지욕) : 장종의 욕심에 맞추다. 장종의 욕심을 채워주다.
而莊宗日以昏湎, 內聽婦言, 其爲計宜無如是之良者.
그리고 장종은 날로 주색에 빠져들어 안으로 부인의 말을 듣고 따르게 되었으니, 그 계책에 이처럼 훌륭한 것이 마땅히 없었다.
▶ 昏湎(혼면) : 혼미하게 빠지다. 주색에 빠지다.
然卒之殺崇韜者, 劉氏也.
그러나 끝에 가서 곽숭도를 죽인 사람은 유씨였다.
使崇韜繆計, 不過劉氏不能有所助而已, 豈知身死其手哉.
가령 곽숭도가 잘못된 계책을 세웠어도, 불과 유씨가 도울 수 없었을 따름이지, 그의 손에 자신이 죽을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 繆計(유계) : 그릇된 계획을 세우다. 잘못된 계책을 세우다.
好謀之士, 敗於謀; 好辯之士, 敗於辯, 惟道德之士, 爲無窮, 而禍福之變, 豈思慮能究之哉.
계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계책 때문에 실패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達辯 때문에 실패하나, 도덕을 지키는 선비만은 무궁히 발전하니 禍福의 변화를 思慮로써 어찌 구명할 수가 있으랴?
해설
작자가 〈五代史》의 곽숭도전을 읽고 느낌을 적은 글이다.
곽숭도는 後唐을 위하여 큰 공을 세운 뒤 劉氏를 이용하여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으려 그를 황후가 되도록 밀어주지만 결국은 자신이 그 여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러니 사람은 뛰어난 지혜를 이용한 계책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언제나 올바르고 당당한 방법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後集113-與秦少游書(여진소유서)-陳師道(진사도) (1) | 2024.04.20 |
---|---|
後集112-答李推官書(답이추관서)-張耒(장뢰) (1) | 2024.04.20 |
後集110-送秦少章序(송진소장서)-張耒(장뢰) (1) | 2024.04.16 |
後集109-藥戒(약계)-張耒(장뢰) (2) | 2024.04.16 |
後集108-袁州學記(원주학기)-李覯(이구) (1) | 2024.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