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분들이 들러심(高軒過)-이하(李賀)
▶ 高軒過 : 높은 수레가 들르다. 높은 수레는 귀한 신분의 사람을 가리킴. 軒: 수레.
▶ 過 : 들름.
《李賀歌詩篇》 권4에 실려 있는데, 韓愈와 皇甫湜이 지나다 이하에게 들렀는데, 그때 지은 시라 한다. 한유와 황보식은 어린 이하가 지은이 시를 보고 크게 탄복하였다 한다[ 《太平廣記》 권202 憐才 ].
華裾織翠靑如葱, 金環壓轡搖玲瓏.
화려한 옷자락은 비취색으로 짜서 푸르기 파와 같고, 金環은 고삐에 묵직히 매달려 흔들리며 쟁그렁거리네.
▶ 華裾 : 화려한 옷자락.
▶ 織翠 : 翠色으로 짬.
▶ 葱(총) : 파.
▶ 金環 : 금으로 만든 고리. 말의 재갈 양편에 달려 고삐가 연결되어 있다.
▶ 轡(비) : 고삐.
▶ 玲瓏 : 구슬이 댕그렁거리는 모양. 또는 구슬이 반짝이는 모양.
馬蹄隱耳聲隆隆, 入門下馬氣如虹, 云是東京才子文章鉅公.
말발굽은 귀에 울리도록 소리가 덜커덕덜커덕하고, 문에 들어와서 말에서 내리니 높은 의기 무지개 같은데, 낙양의 才子인 문장의 대가라고 말하네.
▶ 隱耳 : 귀에 은은히 들린다. 殷耳 또는 隱隱으로 된 판본도 있다. 隆隆 : 우레소리가 요란한 모양. 말이 달리는 요란한 소리.
▶ 氣如虹 : 뛰어난 기상이 무지개처럼 드높고 곱게 보인다는 뜻.
▶ 鉅公 : 大家.
二十八宿羅心胸, 元精炯炯貫當中.
28宿가 가슴에 벌여 있고, 만물의 근원되는 정기가 번쩍번쩍 그 가운데를 꿰뚫고 있는 듯.
▶ 二十八宿 : 하늘에는 모두 28개의 星宿가 있다. 따라서 28수는 하늘의 모든 성좌를 가리킨다.
▶ 羅 : 벌이다. 나열의 뜻.
▶ 元精 : 만물의 근원이 되는 精氣.
▶ 炯 : 빛나다.
▶ 貫 : 꿰다.
殿前作賦聲摩空, 筆補造化天無功.
어전에서 賦를 지어 명성이 하늘에 닿고, 문필은 자연의 조화를 보충하여 하늘에 공로가 없는 듯하네.
▶ 聲摩空 : 명성은 蒼空을 어루만진다. 명성이 하늘에 닿는다는 뜻.
▶ 筆 : 문필. 문장.
▶ 造化 : 우주자연의 창조와 변화.
▶ 天無功 : 하늘은 공로가 없는 듯하다. 하늘의 조화가 그의 문장 앞엔 무색하다는 뜻.
厖眉書客感秋蓬, 誰知死草生華風?
厖眉의 서생이 秋蓬을 느끼고 있나니, 죽은 풀에 꽃을 피울 바람이 일어날 줄 누가 알리?
▶ 厖眉 : 厖에 雜의 뜻이 있어 厖眉는 흑백의 毛色이 섞인 눈썹, 늙었음을 뜻한다. 《漢武故事》에 일렀다.
‘厖眉는 어느 곳 사람인지 모른다. 漢文帝 때에 郎이 되었고, 武帝가 일찍이 수레를 타고 郎署를 지나다가 駟의 厖眉 皓髮(:白髮)을 보고 물었다. “노인은 언제 낭이 되었소? 어찌 그렇게도 늙으셨소?” “신은 문제 때 낭이 되어 三世不遇하여 낭서에서 늙었습니다.” 임금이 그를 뽑아 會稽都尉에 임명했다.’
지금은 자신이 불우하지만 厖眉였던 厖眉처럼 출세할 날이 있겠다는 말이다.
▶ 蓬 : 다북쑥. 感秋蓬은 가을의 쑥대처럼 된 자신의 처지를 느낀다는 뜻.
▶ 華風 : 꽃을 피우는 봄바람. 華風은 출세를 뜻한다.
我今垂翅附冥鴻, 他日不羞蛇作龍.
나는 지금 나래를 늘어뜨린 附冥鴻이니, 뒷날 부끄럽지 않게 뱀이 용이 되리라.
▶ 垂翅 : 날갯죽지를 드리우고 있다. 출세하지 못하고 下位에 있음을 뜻한다. 앞에 나온 杜甫의 〈贈左丞〉 시에도 ‘靑冥却垂翅’란 구절이 있다.
▶ 附冥鴻 : 靑冥의 큰기러기 같은 자질이 있다는 뜻.
《太平廣記》엔 負冥鴻이라 되어 있으니 ‘푸른 하늘의 큰 기러기처럼 뜻을 펴지 못하고 있다.’라는 뜻으로 보아도 좋다.
▶ 蛇作龍 : 뱀이 용이 된다. 하위에 있던 자기가 출세함을 말한다.
해설
이 시는 〈太平廣記〉에 의하면 李賀의 소년 시절 작품이다. 당대의 명사인 韓愈와 皇甫湜이 자기 집에 왔을 때 읊은 시로 자기의 포부를 표명한 것이다.
젊은 그가 자신을 出世하지 못한 老書生에 비유한 것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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