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 봉선사에서 노닐며(遊龍門奉先寺)-두보(杜甫)
▶ 龍門(용문) : 하남성(河南省) 하남부(河南府) 이궐현(伊闕縣) 북쪽 45리에 있는 산 이름. 이궐(伊闕) 또는 궐구(闕口)라고도 부른다. 용문석굴(龍門石窟)로 특히 유명하다. 이 시는 용문산에 있는 봉선사(奉先寺)에 가 놀았던 때의 정경을 읊은 것으로 《杜少陵集》권1의 첫머리에 실려 있다.
已從招提遊, 更宿招提境.
이미 스님 좇아 놀고서, 또 절 경내에 묵도다.
▶ 招提(초제) : 梵語로서 본지는 '척제(拓提)'라 하였다. 《玄應音義)》에 ‘초제(招提)는 拓鬪提奢란 말로서 사방을 뜻한다. 번역하는 사람이 투(鬪)와 사(奢)는 빼버렸고, 척(拓)은 초(招)라 잘못 쓰게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열반경(涅槃經)》에는 '초제는 승방(僧坊)이라 하였는데 《혜림음의(慧琳音義)》에선 '초제가 승방(僧坊)이라는 것은 사방승방(四方僧坊)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번역명의집(飜譯名義集)》에는 ‘후위(後魏) 태무(太武) 시광(始光) 2년에 가람(伽藍)을 만들고 초제란 이름을 붙였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볼 때 초제는 본시가 사방의 뜻이어서, 사방의 승(僧)들을 초제승(招提僧), 사방의 승(僧)이 있는 곳을 초제승방(招提僧坊)이라 불렀는데, 위(魏)나라 태무(太武)가 절의 이름을 초제라 한 뒤로 마침내 초제는 절의 다른 이름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는 첫 구의 ‘초제’는 승(僧)을, 둘째 구의 것은 사원(寺院)을 가리킨다.
陰壑生靈籟, 月林散清影.
북녘 골짜기에선 영묘한 소리 나고, 달빛 아래 숲속에는 맑은 그림자 어지럽다.
▶ 陰壑(음학) : 그늘진 산의 북쪽 골짜기.
▶ 靈籟(영뢰) : 영묘(靈妙)한 바람소리. 莊子는 자연의 음향을 천뢰(天籟)·지뢰(地籟)·인뢰(人籟)로 구분하였다. 《杜少陵集》엔 영뢰가 '호뢰(虎籟)'로 된 판본도 있다.
▶ 淸影(청영) : 임목(林木)의 맑은 그림자.
天闕象緯逼, 雲臥衣裳冷.
하늘 문 같은 용문산은 성좌에 닿은 듯, 구름 속에 누우니 옷이 차가워진다.
▶ 天闕(천궐) : 하늘의 궐문(關門). 용문산(龍門山)의 서봉(西峯)이 문궐(門闕)처럼 생겼다 한다. 양(梁)나라 유견오(庚肩吾)도 ‘구름에 잠기어 천궐같다.'고 읊었다. '천규(天闚)' 또는 '천개(天開)'로 된 판본도 있다.
▶ 象緯(상위) : 일월성신(日月星辰)의 경(經 : 날) 형상과 하늘을 수놓은 위(緯: 씨)의 성좌(星座). 곧 象緯는 천체들의 배열을 가리킨 것이다.
▶ 逼(핍) : 가깝다.
▶ 雲臥(운와) : 구름 속에 눕는다. 봉선사(奉先寺)는 용문산 높은 곳에 있어 방에 누워 있어도 구름이 날아 들어오므로 누웠다고 형용한 것이다.
欲覺聞晨鐘, 令人發深省.
잠결에 아침 종소리 들으니, 사람으로 하여금 깊이 반성케 하도다.
▶ 發深省(발심성) : 사람이 깊은 반성을 발(發)하게 한다, 곧 새벽 절의 종소리를 들으면 인간이나 우주 같은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도록 만든다는 뜻.
해설
두보(712~770)가 용문산 봉선사에 하룻밤 묵었던 맑은 흥취(興趣)를 읊은 것이다.
스님들과 노닐다 산속의 절에 묵으니 골짜기에선 바람소리가 신비스럽고 숲속에 비치는 달빛이 한없이 아름답다.
자기가 있는 용문산은 하늘의 천체들에 닿을 듯이 높은 곳이라 방에 누워 있어도 문틈으로 구름이 날아 들어와 입은 옷을 축축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속세와는 달리 청정(淸淨)하기만 하다. 더욱이 절에서 흘러나오는 새벽 종소리를 들으니 무언가 마음속으로 깊이 깨닫게 하는 듯한 느낌이 나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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