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들을 애달파하며(傷田家)-섭이중(聶夷中)
▶ 傷(상) : 슬퍼하다. 상전가(傷田家)는 앞에 나온 李紳의 〈憫農〉시처럼 농가의 노고를 노래한 것이다. 전가(田家)는 농가.
二月賣新絲, 五月粗新穀.
2월에 미리 새 고치실을 팔고, 5월이면 새 곡식을 팔아 돈을 빌리네.
▶ 二月 : 음력 2월로 누에를 치기 시작하는 때, 누에를 치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담보로 돈을 미리 빌려 쓰기 때문에 '매신사(賣新絲)’ 곧 ‘새로 생산될 실을 판다'라고 한 것이다.
▶ 五月 : 음력 5월은 모를 심을 때.
▶ 糶(조) : 곡식을 팔다. 양식이 떨어져 농민은 모심을 때 이미 추수할 곡식을 담보로 곡식이나 돈을 빈다. 소위 '보릿고개'는 중국 농민에게도 있었던 모양이다.
醫得眼前瘡, 剜却心頭肉.
눈앞의 부스럼은 고쳐지지만, 심장의 살을 도려내는 것이다.
▶ 醫(의) : 병을 고치는 것.
▶ 瘡(창) : 부스럼.
▶ 眼前瘡(안전창) : 눈앞의 고통을 뜻한다. 농민들은 양식이 없어 굶고 있으므로, 추수할 것을 담보로 곡식이나 돈을 빌리면 당장의 굶주림은 면하게 된다.
▶ 剜(완) : 도려내는 것.
▶ 却(각) : '버림'.
▶ 心頭肉(심두육) : 심장(心臟)의 살점. 농민들이 이처럼 미리 누에고치나 양식을 담보로 돈이나 곡식을 빌리는 것은 심장의 살을 도려냄과 같다는 말이다.
我願君王心, 化作光明燭.
바라노니 임금님의 마음, 밝게 비추는 촛불이 되어,
▶ 化作(화작) : 변화하여 ~이 되다.
▶ 燭(촉) : 촛불.
不照綺羅筵 徧照逃亡屋.
화려한 잔치를 비추지 말고, 유랑할 집들에 두루 비춰줬으면.
▶ 綺(기) : 무늬 비단.
▶ 羅(라) : 비단, 기라(綺羅)는 귀족들의 옷, 또는 화려함을 형용한 말임.
▶ 筵(연) : 잔치, 宴席.
▶ 徧(편) : 두루.
▶ 逃亡屋(도망옥) : 생활고로 생활 근거지로부터 유산(流散)하게 되는 집안.
해설
만당(晩唐)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모순된 경제체제에 고생하는 농민들의 실태를 읊은 것이다. 《才子傳》권9에 의하면 작자 섭이중(攝夷中, 837~?)은 오래도록 벼슬하지 못하고 갖은 고생을 한 뒤에 임관(任官)된 사람이다.
《全唐詩》 제10함 1책에는 이미 앞의 이신(李紳, 780~846)의 〈憫農〉시 해설에 인용한 것처럼 섭이중의 〈田家〉시 2수가 있다. 이 〈傷田家〉 시와 비슷한 내용인 것으로 보아 작자는 특히 농민들의 고통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듯하다. 작자가 거용(擧用)되기 전에 농촌에서 농민들의 고통을 친히 체험했던 때문이리라. 이러한 농민들의 고통을 살펴줄 임금이 나오기를 작자는 간절히 바랐지만 唐나라엔 그런 명군(明君)이 영영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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