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의 잡사(雲谷雜詠)-주희(朱熹)
▶ 雲谷(운곡) : 복건성(福建省) 건양현(建陽縣) 서북쪽 70리 되는 곳. 숭안현(崇安縣)과 접한 곳에 서산(西山)과 대치하고 있는 산 이름. 본시는 노봉(蘆峯)이라 불렀으나 주희(朱熹:호는 晦庵)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글을 읽으면서 이름을 운곡(雲谷)이라 고쳤다. 《朱子大全》권6에 운곡잡영 12수가 있는데 각각 다른 시제가 붙어 있다.
野人載酒來, 農談日西夕.
농사꾼이 술을 지고 와서, 농사 얘기 하다 보니 해는 서산에 기울었네.
▶ 野人 : 田野에서 일하며 사는 사람, 곧 농부, 재조(在朝)의 군자(君子)에 대가 되는 말이다.
▶ 載酒 : 본시 술을 수레에 싣고 오는 것이나, 여기서는 그대로 술을 가지고 왔다고 봄이 좋겠다.
▶ 農談(농담) : 농사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
此意良已勤, 感歎情何極?
찾아준 뜻 정말로 고마우니, 마음에 스미는 정 가이 없네.
▶ 此(차의) : 이렇게 찾아준 뜻.
▶ 良已勤(양이근) : 정말로 이미 각별하다. 근(勤)은 여기서는 '친절' 또는 '각별함'의 뜻으로 보아야 한다.
▶ 感歎(감탄) : 마음속에 느끼는 것.
▶ 極(극) : ‘끝’ 또는 '한(限)’의 뜻.
歸去莫頻來, 林深山路黑.
돌아가거들랑 자주 오진 마오. 깊은 숲속 산길이 어두우니.
▶ 頻(빈) : 자주.
▶ 山路黑 : 산길이 어둡다. 곧 산길이 위험하다는 뜻. 주희가 객을 사절하는 본뜻은 '자기는 공부하며 수도하는 사람이라 한담(閑談)할 여유가 없으니 자주 찾아오지 말아 달라'라는 것이겠으나, 객에 대한 예(禮) 때문에 완곡히 사절한 것이다.
해설
이 시는 주자(朱子, 1130~1200)가 운곡(雲谷)에 들어앉아 공부에 열중하고 있을 적에 지은 것이다. 술을 짊어지고 찾아온 농부의 뜻은 고맙기 그지없으나, 자기로서는 이처럼 술 마시며 놀고 지낼 겨를이 없다, 그러기에 길도 험하니 다음부터는 자주 찾아오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한편 내객(來客)은 은거(隱居)하는 청고(淸孤)한 생활을 흔들어 놓는 것이기 때문에 내객을 사절한 것이라고도 하겠다.
어떻든 세속에서 술로써 인위적인 허식을 지워버리고 벗들과 그날그날을 즐긴 이백의 放達한 태도와는 좋은 대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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