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亡 |
亡은 두 가지 음이 있다. ① “망”으로 읽는다. 亡失、逃亡、滅亡、消亡 등으로 쓰인다. 모두 實詞이다. 亡其 妄其 등에 관하여는 妄에서 살펴본 바 있다. ② “무”로 읽는다. 대부분의 용법이 無와 같으며, “없다”의 뜻으로 해석한다. 부사 및 부정적 응대사로 쓰인다. |
(1) “亡없을 무”은 “무”로 읽는다. 용법과 의미는 모두 無자와 같다. “…이 아니다”
☞때로는 亡 다음에 동사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부사로 쓰인 것이다.
¶ 軍亡導, 或失道. 《史記 李廣傳》
○ 군대에 향도가 없어서, 일부 길을 잃은 자가 발생했다.
¶ 天積氣耳, 亡處亡氣. 《列子 天瑞篇》
○ 하늘은 본래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형체가 없는 기운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어디든 기운이 없는 곳이 없다.
¶ 常苦枯旱, 亡有平歲. 《漢書 食貨志上》
○ 내내 가뭄에 시달린 결과, 정상적인 작황을 얻지 못했다.
¶ 趨利如水走下, 四方亡擇也. 《漢書 食貨志上》
○ 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아서, 방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2) 亡은 西漢시대 이전에는 “없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였으나, 東漢 시대 이후에는 이러한 용법이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으며, 예문도 2, 3개에 불과하다.
¶ 吾所以得三士者, 亡於十人與三十人中, 乃在百人與千人之中.《荀子 堯問篇》
○ 내가 얻은 세명의 선비란, [폐백을 가지고 온] 10명이나 [서로 폐백을 교환한] 30명 가운데에는 없으며, [예모를 갖춰 대접하는] 1백여 명이나 [자신은 말을 하고자 하고 일을 마치기를 청하는] 1천여 명 속에 있었다.
¶ 然則鬪與不鬪, 亡於辱之與不辱也, 乃在於惡之與不惡也. 《荀子 正論篇》
○ 그러므로 싸우고 안 싸우고 하는 것은, 모욕으로 여기느냐 모욕으로 여기지 않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미워하느냐 미워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 王覇安存, 危殆滅亡, 制擧在我, 亡乎人. 《荀子 王制篇》
○ 왕자가 되는가 패자가 되는가, 안전한가, 위태로운가, 존속하는가, 멸망하는가 하는 것은 그 제도 및 그 나라 자체에 있는 것이지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3) 亡은 부정부사 “不”자로 쓰인다.
¶ 方今天下飢饉, 可亡大自損減以救之稱天意乎? 《漢書 貢禹傳》
○ 지금 천하에 기근이 들었는데, 스스로 대대적인 근검절약을 시행하여 하늘의 뜻에 부응하지 않겠는가?
¶ 相守選擧不以實及有臧者, 輒行其誅, 亡但免官, 則爭盡力爲善. 《漢書 貢禹傳》
○ 각 나라의 재상, 각 군의 태수 및 선발인으로서 현실정에 의거하지 아니하고 뇌물을 받거나 법을 어긴 자는 즉시 살육한다. 단지 해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관리들 상호간에 경쟁적으로 선정에 진력하도록 한다.
(4) 亡은 역시 부사로서 부정 응대사로 쓰인다. 단독으로 쓰인다.
¶ 穆姜薨於東宮, 始往而筮之, … 史曰: “… 君必速出!” 姜曰: “亡!” 《左傳 襄公9年》
○ 목강이 동궁에서 돌아가셨다. 목강이 처음에 동궁으로 들어갈 때 점을 쳤는데, … 점치는 자가 말하기를: “군께서는 반드시 동궁에서 속히 나가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목강은 “아니다! (나갈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 靖郭君將城薛, 客多以諫者, 不聽. 靖郭君戒謁者: “毋爲客通!” 客曰: “臣請三言而已矣! 益一言, 臣請烹.” 靖郭君因見之. 客趨進, 曰: “海大魚.” 因反走. 靖郭君曰: “客有於此.” 客曰: “鄙臣不敢以死爲戲.” 靖郭君曰: “亡! 願爲寡人言之!” 《戰國策 齊策》
○ 정곽군이 자기의 봉읍인 설땅에 성을 쌓고자 했다. 많은 빈객들이 그 일을 말리고자 했으므로, 정곽군은 일체 빈객들을 들여 보내지 말도록 명령했다. 그런데 제나라 사람 하나가 뵙기를 청하며, 말하기를 “저는 꼭 세 마디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 마디라도 더 말을 하게 되면, 그 때는 기름 가마에 집어 넣어도 좋습니다.” 하고 사정을 한다 하므로, 정곽군은 그를 들여 보내라고 허락했다. 그 빈객은 총총히 걸어 들어와서, “바다의 큰 고기!” 라고 외치고는 곧 물러났다. 정곽군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 하고 묻자, “저는 목숨을 놓고 장난을 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을 거절하므로, “(기름가마에 넣으라고는) 하지 않겠다! 과인에게 설명해 보아라!”
¶ “請問蹈水有道乎?” 曰: “亡, 吾無道.” 《莊子 達生篇》
○ “물어봅시다. 물속에서 걸어 다니는 도술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나는 그런 도술이 없습니다.”
☞이상 들어본 예문과 그 역문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같은 “亡무”자라 할지라도 어떤 경우에는
① 부정응대부사로 쓰이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② “아니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③ “없다”라는 뜻으로 쓰이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④ 필요한 몇 자를 추가해야 비로소 의미가 명백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든, “亡무”자의 이러한 용법은 중고 시대 이후 점차 폐지되거나 쓰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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