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無 |
無有 無는 본래 “없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그런데 만약 “없다”라는 뜻으로 無有라고 썼다면 여기에서의 “無”는 “有”자의 상황어(부사어)로서 이것은 곧 부정부사가 된다. 無는 또한 부정부사 “不”로 쓰이며, 또한 “…을 하지 말라”라는 뜻의 ‘금지사,’ 즉 “莫 ~하지마라” “不要 ~하지마라”라는 뜻으로 쓰인다. 기타 다른 용법도 더 있다. |
(1) 無는 無指代名詞로서 “아무도 없다” “방법이 없다, 어찌할 수 없다”의 뜻으로 쓰인다.
¶ 相人多矣, 無如季相. 《史記 高祖本紀》
○ 여러 사람의 상을 보았지만, 아무도 그대 만한 사람이 없었읍니다.
¶ 奮無文學, 恭謹無與比. 《史記 萬石君傳》
○ 석분은 학문에 힘쓰지는 않았지만, 공손하고 삼가하기로는 그에 비교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상 예문에서 無는 “아무도 없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 無는 또한 “방법이 없다”라는 뜻으로도 쓰이는데, 이러한 뜻이 현대 중국어에 남아있는 숙어로서는 “無可奈何”[그에 대해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를 들 수 있다.
¶ 朝廷見人或毁曰: “不疑狀貌甚美, 然獨無奈其善盜嫂何也!” 《史記 直不疑傳》
○ 조정에서 보는 사람이, 혹 헐뜯어 말하기를: “불의는 얼굴 모습이 몹시 아름다운데, 그러나 형수와 사통하기를 잘하는 것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2) 無는 동사로서 “…이 아니다(非아닐비)”라는 뜻을 나타낸다. 현대 중국어의 “不是[…이 아니다]”에 해당한다.
☞이러한 뜻으로 쓰이는 “無”는 물론 實詞로서, 여기 논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지만,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문을 몇 개 들어보기로 한다. 다행히도 이와 같은 동사적 용법은 전국 시대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고, 서한 시대 이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 苟無忠信之人, 則禮不虛道. 《禮記 禮器》
○ 가령 충성스럽고 신실한 사람이 아니라면, 예는 허위로는 행할 수 없다.
☞ 《易經 系辭下》에 보이는 “苟非其人 道不虛行”[적격자가 아니면 道는 헛되이 행해지지 않는다.]이 바로 이러한 용법의 문장인 바, 無자 대신 非자가 쓰여서, 無가 非를 뜻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無德厚以安之, 無度數以治之, 則國非其國, 民無其民. 《管子 形勢解》
○ 덕의 돈독함이 없이 백성을 안정시키고자 하고, 제도와 법률이 없이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면, 나라는 바로 그의 나라가 아니고, 백성은 바로 그의 백성이 아니다.
☞상기 “國非其國, 民無其民”의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한 구절에서는 非자를 쓰고 다른 한 구절에서는 無자를 쓰고 있지만, 뜻은 모두 “…이 아니다”로 해석된다.
이와 같이 非자와 無는 상호 호용된다.
(3) 無有는 “없다”라는 뜻이다.
¶ 人性之善也, 猶水之就下也. 人無有不善, 水無有不下. 《孟子 告子下》
○ 사람의 성이 선한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과 같다. 사람으로서 선하지 않은 사람은 없고, 물로서 아래로 흘러내려 가지 않는 물은 없다.
¶ 至於好色, 臣無有也. 《文選 宋玉: 登徒子好色賦》
○ 색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臣은 그러한 일이 없습니다.
¶ 雖遇執事, 其弗敢違, 其竭力致死, 無有二心. 《左傳 成公3年》
○ 비록 초나라의 장수들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감히 우리나라의 사명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힘을 다하고 목숨을 바쳐 싸우며, 두 마음을 품지 않을 것입니다.
(4) 無는 “문제 삼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 君子無衆寡, 無小大, 無敢慢. 《論語 堯曰》
○ 군자는 남을 대할 때에는, 사람이 많거나 적음을 문제 삼지 않고, 지위가 높거나 낮음을 문제 삼지 않으며, 교만함이 없이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 今天下無大小國, 皆天之邑也; 人無幼長貴賤, 皆天之臣也. 《墨子 法儀篇》
○ 지금의 천하는 나라의 대소를 불문하고, 모두 하늘 아래 성읍이며; 연령의 고하나 신분의 귀천을 불문하고, 모두 하늘 아래 신민이다.
¶ 廣遂引刀自剄, 廣軍士大夫一軍皆哭. 百姓聞之, 知與不知, 無老壯, 皆爲垂涕. 《史記 李將軍列傳》
○ 이광은 즉시 칼을 뽑아 자신의 목을 찔러 자결했다. 이광 군대의 장사졸들은 모두 통곡했다.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이광을 알고 있건 모르고 있건 간에, 노인이나 청년을 불문하고,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이러한 류의 無자 용법은 간혹 無有 즉 “없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 王子虎盟諸侯于王庭. 要言曰: “皆獎王室, 無相害也! 有渝此盟, 明神殛之, 俾隊其師, 無克祚國, 及而玄孫, 無有老幼!”
○ 왕자호는 제후들과 천토의 왕궁에서 동맹을 맺었다. 그 동맹에서 약속한 말은, “제후들은 모두 주나라 왕실을 도와야 하며, 제후들이 서로 침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만일 이 동맹을 위반하면, 밝은 신은 그들을 죽이고, 그 군대를 약하게 하며, 그 나라에는 행복이 없고, 그들의 자자손손에 이르기까지, 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벌을 받을 것이다.” 라고 했다.
¶ 無有遠邇, 用罪伐厥死. 《書經 盤庚上》
○ 멀고 가까움 없이, 죄를 저지르면 처벌하여 죽인다.
(5) 無는 不자로 쓰인다.
¶ 使百里奚雖賢, 無得繆公, 必無此名矣. 《呂氏春秋 愼人篇》
○ 백리해가 아무리 현명하다 하더라도, 목공을 만나지 못했다면 결코 이러한 이름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 天子欲使莊參以二千人往使. 參曰: “以好往, 數人足矣; 以武往, 二千人無足以爲也.” 《南越王尉佗列傳》
○ 천자는 장삼으로 하여금 군사 2천을 주어 사신을 보내고자 했다. 그러자 장삼은 이렇게 대답했다: “친선 우호 사절이라면 두 사람만 가도 됩니다. 토벌하기 위해서라면 2천 명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不자로 쓰이는 無의 용법은 동한 시대 이후부터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고, 상고 문장 모방문에서나 간혹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 坦平心于天下, 無宜示私親之擧. 《晉書 外戚傳 褚裒上疏》
○ 천하에 허심탄회하기 위해서는, 친척 편향적인 거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6) 無는 명령 부사로서 금지를 표시한다.
¶ 五覇, 桓公爲盛. 葵丘之會, 諸侯束牲載書而不歃血. 初命曰: “誅不孝, 無易樹子, 無以妾爲妻.” 再命曰: “尊賢育才, 以彰有德.” 三命曰: “敬老慈幼, 無忘賓旅.” 四命曰: “士無世官, 官事無攝, 取士必得, 無專殺大夫.” 五命曰: “無曲防, 無遏糴, 無有封而不告.” 《孟子 告子下》
○ 오패 중에서는, 제환공이 가장 강성했다. 그는 규구의 회맹에서 제후들이 줄로 묶어 놓은 희생우의 위에 서약서만을 올려놓았을 뿐, 소의 피를 그의 입가에 칠하지 않았다. 첫 번째 명령에서는: “불효한 사람을 처벌하고, 후계자는 바꾸지 말며, 첩을 처로 삼지 말라!” 하였고; 두 번째 명령에서는: “현명한 사람을 존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육성하며, 덕있는 사람을 표창하라!” 하였고; 세 번째 명령에서는: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소중히 여기며, 손님과 나그네에게 소홀히 대하지 말라!” 하였고; 네 번째 명령에서는: “선비에게 관직을 세습시키지 말며, 겸직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선비 채용시 적임자를 얻을 것이며, 대신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 하였고; 다섯 번째 명령에서는: “둑을 꾸불꾸불 쌓지 말고, 곡물수출을 금지하지 말며, 토지를 주어 영주를 삼았을 때는 맹주에게 보고하지 않는 일이 없을 것!” 등이었다.
¶ 與爾三矢, 爾其無忘乃父之志. 《歐陽修: 五代史伶官傳論》
○ 너에게 화살 세 개를 주니, 아버지의 뜻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7) 후대에 들어 無의 신흥 용법으로서, 無를 문장의 말미에 사용하여 의문을 나타냈다. 현대 중국어 “么” “吗”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다. 고대인들은 詩語로 많이 사용했다.
¶ 晩來天欲雪, 能飮一杯無? 《白居易: 問劉十九》
○ 눈이 나릴 것만 같은 이 저녁, 술 한 잔 하지 않으려는가?
¶ 此時還恨薄情無? 《歐陽炯: 浣溪沙詞》
○ 이때도 여전히 박정하다고 원망할 텐가?
(8) 상고 시대로부터 서한 시대에 이르기까지 문장의 맨 앞이나 중간에 無가 쓰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無는 의미가 없을뿐더러 어떠한 어법 기능을 하는 것인지 설명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墨子》에서도 “唯毋”라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때에도 “毋”는 “無”자에 해당하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자주 보이는 “無寧”[차라리 …하는 편이 낫다]이라는 말에 있어서도 “寧”자에만 의미가 있다. 이러한 “無”자의 용법은 서한 중기 이후 점차 사라졌다.
¶ 今唯無以厚葬久喪者爲政, 君死, 喪之三年; 父母死, 喪之三年.《墨子 節葬下篇》
○ 지금은 오직 장례를 후하게 치르고, 복상기간을 길게 잡는 것이 나라의 기본으로 되어있다. 군주가 죽으면 그를 위한 복상기간은 3년이다. 부모가 죽으면 그 부모를 위한 복상기간도 역시 3년이다.
¶ 且予與其死于臣之手也, 無寧死于二三子之手乎! 《論語 子罕》
○ 또 내가 거짓 가신의 손에 죽는 것보다는, 너희들의 손에 죽는 것이 편안치 않겠느냐?
¶ 天之所生, 地之所養, 無人爲大. 《禮記 祭義》
○ 하늘이 낳아 주시고, 땅이 길러 주신 것 가운데, 사람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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