凌虛臺記(능허대기)-蘇軾(소식)
臺於南山之下, 宜若起居飮食, 與山接也.
臺가 남산 아래에 있으니 起居·飮食은 산과 접하기 마련이다.
四方之山, 莫高於終南, 而都邑之最麗者, 莫近於扶風.
사방의 산에 남산보다 높은 것이 없고, 도읍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는 扶風에 근접할 곳이 없다.
以至近, 求最高, 其勢必得, 以太守之居, 未嘗知有山焉.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찾는다면 그 형세로 보아 틀림없이 깨달을 터이나, 太守는 이곳에 살면서도 산이 있음을 지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 南山(남산) : 終南山이라고도 부르며 主峯이 陝西省 長安縣 남쪽에 있는 산임.
▶ 起居飮食(기거음식) : 사람의 생활을 뜻한다.
▶ 扶風(부풍) : 지금의 섬서성 咸陽縣 동쪽에 있던 곳으로, 鳳翔府의 별명이다. 작자는 이 글을 지을 때(28세) 봉상부 태수 陳希亮 밑에 判官 벼슬을 하고 있었다.
▶ 必得(필득) : 반드시 알게 되다. 반드시 종남산을 발견하게 됨을 뜻한다.
雖非事之所以損益, 而物理有不當然者, 此凌虛之所爲築也.
비록 일의 손익이 아니어서 사물의 이치에 당연하지 않음이 있으나, 이것이 능허대를 짓는 까닭이다.
方其未築也, 太守陳公, 杖屨逍遙於其下, 見其山之出於林木之上者, 壘壘然如人之旅行於墻外而見其髻也, 曰: “是必有異.” 使工鑿其前, 爲方池, 以其土築臺, 出於屋之簷而止.
능허대를 짓기 전에 태수 陳公이 지팡이와 짚신으로 그곳을 거닐다가 林木 위로 산이 솟아난 것이 올망졸망하여 마치 담 밖에서 길가는 사람의 상투와 같음을 발견하였으매 “여기에는 틀림없이 특이한 점이 있겠다.”라고 하고, 공인을 시켜 그 앞에 네모난 연못을 파고 그 흙으로 墩臺를 쌓았는데, 지붕의 처마만큼 높아지자 멈추었다.
▶ 陳公 : 진희량, 자는 소, 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었으며, 이때 봉상현 태수로 있으면서 이 능허대를 건축하였다.
▶ 杖履(장구) : 지팡이 짚고 짚신 신음. 노인이 외출할 때의 모습임.
▶ 逍遙(소요) : 왔다 갔다 거닐다.
▶ 纍纍然(유류연) : 올망졸망한 모양. 여러개의 물건이 불쑥 크고 작게 솟아 있는 모양.
▶ 髻(계) : 상투.
▶ 有異(유이) : 특이함이 있다. 특별한 풍경을 가리킴.
▶ 鑿(착) : 파다.
▶ 屋之簷(옥지첨) : 집의 처마. 지붕 추녀.
然後人之至於其上者, 怳然不知臺之高, 而以爲山之踴躍奮迅而出也.
그런 후 사람들이 그 위에 올라와 보고는 황홀한 듯 대가 높은 줄은 지각하지 못하고 산이 튀어 솟아 나왔다고 여겼다.
公曰:
“是宜名凌虛.”
진공께서 말하였다.
“이곳은 의당 능허라 이름지어야겠다.”
▶ 怳然(황연) : 황홀한 모양, 정신이 아득해지는 모양.
▶ 湧躍奮迅(용약분신) : 뛰어서 떨치고 달려 나옴.
以告其從事蘇軾而俾爲之記.
그 사실을 그의 밑에서 일하는 蘇軾에게 고하여 글을 짓게 하였다.
▶ 從事(종사) : 밑에서 일하는 사람.
▶ 俾(비) : 시키다. 使와 같음.
軾復於公曰:
나 소식은 진공에게 아뢰었다.
▶ 復(복) : 復命하다. 대답하여 아룀.
“物之廢興成毁, 不可得而知也.
“만물이 廢滅과 흥기, 생성과 毁損은 알 수가 없습니다.
昔者荒草野田, 霜露之所蒙翳, 狐虺之所竄伏, 方是時, 豈知有凌虛臺耶.
옛날에는 거친 풀이 우거진 들과 밭에 서리와 이슬이 자욱이 덮고 여우와 독사가 숨어 엎드려 있던 곳이었으니, 그때는 능허대가 생길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 蒙翳(몽예) : 자욱히 가리. 덮고 가리.
▶ 狐融(호훼) : 여우와 독사.
▶ 伏(찬복) : 숨어 엎드려 있. 도망다니고 숨.
廢興成毁, 相尋於無窮, 則臺之復爲荒草野田, 皆不可知也.
廢興成毁는 끝없이 서로 찾아옴이 무궁하니, 능허대가 다시 거친 풀이 우거진 들과 밭이 될지 모두 알 수 없습니다.
▶ 相尋(상심) : 서로 찾아오다. 번갈아 이어지다.
嘗試與公, 登臺而望, 其東則秦穆公之祈年槖泉也, 其南則漢武之長楊五柞, 而其北則隋之仁壽, 唐之九成也.
공을 모시고 대에 올라가 바라보았더니, 그 동쪽은 秦 穆公의 祈年宮과 槖泉宮이었고, 그 남쪽은 漢나라 武帝의 長楊宮과 五柞宮이었고, 그 북쪽은 隋나라의 仁壽宮과 唐나라의 九成宮이었습니다.
▶ 秦(진) : 秦과 漢·隋·唐 모두 長安을 중심으로 한 이 근처에 궁성이 있었음.
計其一時之盛, 宏傑詭麗, 堅固而不可動者, 豈特百倍於臺而已哉.
그 한때의 융성을 헤아려 보건대, 장대하고 화려하며 견고하여 움직일 수 없음이 어찌 다만 이 대의 백배에 그칠 따름이겠습니까?
▶ 宏傑(굉걸) : 광대하고 빼어난 것. 장대한 것.
▶ 詭麗(궤려) : 특이하게 화려한 것. 장려한 것.
然而數世之後, 欲求其彷彿, 而破瓦頹垣, 無復存者, 旣已化爲禾黍荊棘, 丘墟隴畝矣, 而況於此臺歟.
그러나, 몇 세대 뒤에 그 비슷함을 찾아보려 해도, 깨어진 기와나 무너진 담장조차 존속함이 없고, 이미 벼와 기장, 가시덩굴, 언덕과 둔덕, 밭둑과 밭이랑으로 변하여 있으니, 하물며 이 대이겠습니까?
▶ 仿佛(방불) : 비슷한 것.
▶ 頹垣(퇴원) : 무너진 담
▶ 禾黍荊棘(화서형극) : 벼와 기장과 가시덩굴과 가시나무.
▶ 丘墟(구허) : 언덕과 둔덕.
▶ 隴畝(농묘) : 밭둔덕과 밭이랑.
夫臺猶不足恃以長久, 而況於人事之得喪, 忽往而忽來者歟.
墩臺도 오래도록 의지할 수가 없거늘, 하물며 사람의 得失이 갑자기 갔다가 갑자기 옴이겠습니까?
▶ 得喪(득상) : 得失. 이익과 손실. 잘됨과 잘못됨.
而或者欲以夸世而自足則過矣. 蓋世有足恃者而不在乎臺之存亡也.”
그런데도 어떤 사람이 세상에 뽐내면서 自足함은 잘못일 터이니, 세상에는 의지할 만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臺의 존망에 달려 있지는 않습니다.”
▶ 奇世(과세) : 세상에 뽐냄.
旣已言於公, 退而爲之記.
진공에게 말씀드리고 나서 물러나와 글로 적는다.
해설
해설
이 글은 鳳翔府 태수였던 陳希亮이 지은 凌虛臺에 관한 글이다.
嘉祐 8년(1063) 소식은 28세의 젊은 나이로 진희량 밑에서 判官란 벼슬을 하고 있었다. 소식이 태수의 분부를 받아 이 글을 지었다는데, 능허대의 勝景에 관하여는 간략히 기술하고 그보다도 사람이 만든 물건이란 영원할 수 없음을 강조함이 주된 내용이다.
옛날 제왕들이 건설했던 장대한 궁전들도 모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으니 소식의 견해는 옳다.
이런 물건이나 사람의 일보다는 영원한 것이 있다고만 하였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학문이나 윤리 따위를 암시한다고 보아야 할 터이다.
능허대에 관한 글치고는 독특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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