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槐堂銘(삼괴당명)-蘇軾(소식)
天可必乎? 賢者不必貴, 仁者不必壽.
하늘의 뜻이 실현될 수 있는가? 賢者가 반드시 귀해지지 않고, 仁者가 반드시 오래 살지 않는다.
▶ 天可必(천가필) : 하늘은 반드시 ~한다고 할 수 있다. 하늘의 뜻은 반드시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天不可必乎? 仁者必有後.
하늘의 뜻이 실현될 수 없는가? 仁者에게 항상 後嗣가 있다.
二者將安收衷哉?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절충해야 하는가?
▶ 二者(이자) : 天可必과 不可必의 두 가지.
▶ 安(안) :어떻게. 어찌.
▶ 收衷(수충) : 절충하다. 올바름을 판단함.
吾聞之, 申包胥曰:
“人衆者勝天, 天定亦能勝人.”
내가 듣건대 申包胥가 말하였다.
“사람이 많으면 하늘을 이길 수 있고, 하늘의 뜻을 정하면 역시 사람을 이긴다.”
▶ 申包胥(신포서) : 춘추시대 楚나라의 大夫. 성은 公孫. 이름이 포서. 뒤에 申 땅에 봉해져 신포서라 흔히 부른다. 초나라에 큰 공을 세웠던 사람. 여기에 인용된 말은 《國語》 楚語에 보인다.
▶ 天定(천정) : 하늘이 정함. 하늘의 뜻이 결정됨.
世之論天者皆不待其定而求之.
세상에 하늘의 뜻을 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 정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것을 구한다.
故以天爲茫茫, 善者以怠, 惡者以肆, 盜跖之壽, 孔ㆍ顔之厄, 此皆天之未定者也.
그러므로, 하늘은 아득하다고 여기매 착한 사람은 태만하고 악한 자들은 멋대로 행동하게 되는데, 盜跖이 오래 살고 孔子와 顔回의 困厄은 모두 하늘의 뜻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茫茫(망망) : 넓고 아득한 것.
▶ 肆(사) : 멋대로 행동함. 방자한 것.
▶ 盜跖(도척) : 옛날의 유명했던 강도 이름.
▶ 孔顔(공안) : 공자와 그의 제자 顔回.
▶ 厄(액) : 불운. 재난.
松栢生於山林, 其始也, 困於蓬蒿, 厄於牛羊, 而其終也, 貫四時閱千歲而不改者, 其天定也.
소나무와 잣나무가 山林에 나서 처음에는 쑥에 곤욕을 치르고 소와 양에게 재액을 당하다가, 나중에는 사철을 궤고 천년을 지나도 변함이 없음이 하늘의 뜻이 정해진 모습이다.
▶ 蓬蒿(봉호) : 쑥대 같은 잡초.
▶ 貫四時 : 1년 사철을 관통함.
▶ 閱千歲 : 천년 지남.
▶ 審(심) : 사실이다. 분명하다.
善惡之報, 至於子孫, 則其定也久矣.
선악의 應報가 자손에게 미치는데, 그렇게 정해짐은 오래되었다.
吾以所見所聞而考之, 其可必也審矣.
내가 듣고 본 바를 통하여 상고하건대 그것이 항상 실현됨은 확실하다.
國之將興, 必有世德之臣, 厚施而不食其報, 然後其子孫, 能與守文太平之主, 共天下之福.
나라가 흥성해지려 할 적에는 항상 대대로 덕을 쌓은 신하가 있어, 두터이 은덕을 베풀고도 그 응보를 누리지 않으매 훗날 그의 자손이 守文太平之主와 천하의 복을 함께 누린다.
▶ 世德之臣(세덕지신) : 몇 대를 두고 덕을 쌓아온 신하.
▶ 厚施(후시) : 후덕을 베풂.
▶ 不食其報(불식기보) : 그 응보는 먹지 아니하다. 그 응보는 누리지 않다.
▶ 守文太平(수문태평) : 문화를 잘 지키며 나라를 태평하게 잘 다스림.
故兵部侍郞晉國王公, 顯於漢周之餘, 歷事太祖太宗, 文武忠孝, 天下望以爲相, 而公卒以直道, 不容於時.
옛날 兵部侍郞을 지낸 晉國公 王祜는 後漢·後周에서 著名하였고 宋 太祖와 太宗을 내리 섬겼는데, 文武忠孝를 갖추어 천하 사람이 그를 재상으로 삼기를 바랐으나, 왕공이 끝내 곧은 道義를 지켜 市勢에 용납되지 못하였다.
▶ 兵部侍郞晉國王公(병부시랑진국왕공) : 송나라 때의 王祜, 太祖 때 재상을 삼으려 했으나, 符彦卿의 무죄를 밝히려고 황제 앞에 끝까지 버티는 바람에 재상이 되지 못하였다. 太宗 때 병부시랑 벼슬을 하고 뒤에 晉國公에 봉해졌다.
▶ 顯(현) : 명성이 드러남.
▶ 漢周之餘(한주지여) : 송나라 바로 앞 五代의 後漢과 後周를 가리킴.
蓋嘗手植三槐於庭曰:
“吾子孫, 必有爲三公者.”
그는 일찍이 손수 마당에 세 그루 느티나무를 심으면서 말하였다.
“내 자손에 틀림없이 三公이 되는 자가 있을 터이다.”
▶ 三公(삼공) : 周나라 때는 太師·太傅·太保를 삼공이라 하였다. 후세엔 이름이 바뀌었으나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재상급의 세 벼슬자리를 가리킴.
已而其子魏國文正公, 相眞宗皇帝於景德祥符之間, 朝廷淸明, 天下無事之時, 享其福祿榮名者, 十有八年.
뒷날 그의 아들 魏國 文正公이 眞宗의 景德·祥符 연간(1004~1016)에 재상이 되어 조정은 맑고 밝았으니, 천하가 무사한 때에 그의 福祿과 榮名을 누리기 18년이었다.
▶ 已而(이이) : 그 뒤. 뒷날.
▶ 魏國文正公(위국문정공) : 왕호의 아들 王旦. 진종 때 太保가 되었고, 죽은 뒤 魏國公에 봉해지고, 諡를 文正이라 하였다.
今夫寓物於人, 明日而取之, 有得有否, 而晉公修德於身, 責報於天, 取必於數十年之後, 如持左契, 交手相付, 吾以是, 知天之果可必也.
그런데 물건을 남에게 맡겼다가 다음날 그것을 찾음에도 이득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진국공은 자신의 덕을 닦고서 하늘에 응보를 책임 지우며 수십 년 뒤에 틀림없이 받으리라 여겼는데, 계약한 듯 뒤에 그대로 들어맞았으매, 나는 이것으로써 하늘의 뜻은 결국 실현됨을 아는 것이다.
▶ 寓物於人(우물어인) : 남에게 물건을 맡기다.
▶ 有得有否(유득유부) : 소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함.
▶ 責報(책보) : 응보를 책임지우다. 보답을 책임지게 하다.
▶ 左契(좌계) : 옛날 계약을 할 적에는 대쪽에 글을 써서 좌우 두 쪽으로 나누어 양편이 각기 하나씩 지녔다. 뒤에 이 대쪽[契]을 갖고 와서 맞춰보고 그 계약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左를 지니고 있다는 말은 계약을 맺고 그 증서를 지니고 있음과 같은 뜻이다.
▶ 交手相付(교수상부) : 계약을 했던 대쪽을 두 사람이 꺼내어 서로 맞추어봄. 계약대로 실행되었음을 뜻한다.
吾不及見魏公, 而見其子懿敏公, 以直諫, 事仁宗皇帝, 出入侍從將帥三十餘年, 位不滿其德, 天將復興王氏也歟.
나는 魏國公은 뵙지 못하고 그분의 아드님 懿敏公을 뵈었는데, 直諫으로 仁宗황제를 섬기고 조정을 출입하며 侍從과 장수 노릇을 30여 년이나 하였는데, 지위가 그의 덕에는 차지 못하였으니, 하늘이 장차 왕씨 집안을 부흥하려 하였을까?
▶ 懿敏公(의민공) : 王素. 인종을 섬기어 벼슬이 工部尙書에 이르렀다. 諡가 의민이다.
何其子孫之多賢也.
어찌 그분 자손에 현자가 많다고 하겠는가?
世有以晉公, 比李棲筠者, 其雄才直氣, 眞不相上下.
세상에는 진국공을 唐나라 李棲筠에 비기는 자가 있는데, 그들의 뛰어난 재주와 강직한 기운이 진실로 엇비슷하다 하겠다.
▶ 李棲筠(이서균) : 唐나라 代宗 때 御史大夫를 지냈던 사람.
而棲筠之子吉甫, 其孫德裕, 功名富貴, 略如王氏等, 而忠信仁厚, 不及魏公父子, 由此觀之, 王氏之福, 蓋未艾也.
그런데 이서균의 아들 吉甫와 손자 德裕의 功名과 富貴는 대략 왕씨 집안과 같았으나, 忠信仁厚는 魏國公 부자에 미치지 못할 터이매, 이로써 본다면 왕씨 집안의 복록은 아직 끊기지 않은 듯하다.
▶ 吉甫(길보) : 이서균의 아들로 德宗 때 재상을 지냈음. 시는 忠懿.
▶ 德裕(덕유) : 이길보의 아들. 文宗 때 재상으로 기용하려 했으나 반대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武宗 때 재상이 되었음.
▶ 艾(애) : 늙다. 끊이다. 멎다.
懿敏公之子鞏, 與吾遊, 好德而文, 以世其家, 吾是以錄之. 銘曰:
의민공의 아드님 鞏은 나와 함께 교유하는데, 덕을 좋아하고 글도 잘하여 그의 가문을 계승하고 있으니, 나는 이 때문에 銘文으로 기록하는 바이다.
▶ 鞏(공) : 왕소의 아들. 소식과 친하였고 시를 잘 지었다. 다만 벼슬로는 출세하지 못하였다.
“嗚呼休哉.
아아, 아름답도다!
▶ 休(휴) : 아름답다. 훌륭하다.
魏公之業, 與槐俱萌, 封植之功, 必世乃成.
위국공의 遺業이 느티나무와 함께 싹이 텄으니, 나무를 심고 북돋운 공은 기필코 다음 세대에 이룩되었네.
▶ 萌(맹) : 싹이 트다.
▶ 封植(봉식) : 북돋고 심음.
旣相眞宗, 四方砥平, 歸視其家, 槐陰滿庭.
진종의 재상이 되어 온 세상 태평케 하고, 돌아와 그의 집 둘러보니 느티나무 그늘 뜰 안을 채웠네.
▶ 砥平(지평) : 태평스러운 것. 지는 숫돌로 역시 평평한 것을 가리킨다.
吾儕小人, 朝不謀夕, 相時射利, 皇卹厥德.
우리 소인은 아침에 저녁 일도 계획하지 못하고, 때를 엿보아 이익이나 뒤쫓는데 그 덕을 걱정할 겨를이 있겠는가?
▶ 吾儕(오제) : 우리들. 나와 같은 무리.
▶ 相時射利(상시사리) : 때를 엿보아 이익을 추구하다.
▶ 皇邮厥德(황휼궐덕) : 그의 덕을 걱정할 겨를이 있겠는가? 皇은 遑違. 卹은 恤과 통함.
庶幾僥倖, 不種而穫.
요행을 바라서, 씨뿌리지 않고 거두려 하지.
▶ 庶幾(서기) : 바라다.
不有君子, 其何能國.
군자가 없다면 그 어찌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王城之東, 晉公所廬, 鬱鬱三槐, 惟德之符.
王城 동쪽에 진국공의 저택에, 울창한 세 그루 느티나무가 바로 그 덕의 증거일세.
▶ 所廬(소려) : 집짓고 사는 곳. 집이 있는 곳.
▶ 鬱鬱(울울) : 울창한 모양. 잘 자란 모양.
▶ 符(부) : 符驗·信. 증거가 됨.
嗚呼, 休哉.”
아아, 아름답도다!
해설
이 글은 생전에 은덕을 쌓았던 宋나라 초기의 王祜란 사람을 칭송한 것이다. 임금이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임금 앞에서도 늘 너무나 강직하게 행동하여 재상이 못되고 말았다. 그러나, 집 앞에 三公을 상징하는 세 느티나무를 심어놓고 자기 자손 중 재상이 나오기를 바랐다.
그 결과 바로 아들인 王旦이 眞宗 밑에서 18년간 명재상 노릇을 하였고, 또 그의 손자 王素, 증손자 王鞏도 모두 훌륭한 인물들이니, 왕씨 집안은 앞으로 더욱 발전하겠다는 것이다. 소식은 이처럼 음덕이 후세에까지 끼치는 큰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三槐堂은 바로 왕호의 집 堂銘이며, 銘은 일종의 문체로서 옛날 자기 좌우의 늘 보는 器物에 훈계가 될 만한 글을 새겨놓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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