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雨亭記(희우정기)-蘇軾(소식)
亭以雨名, 志喜也.
정자를 '雨'자로 이름 지음은 '기쁨 [喜]'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 志喜 : 기쁨을 기념하다. 志는 기억하고 잊지 않음을 뜻한다.
古者有喜, 卽以名物, 示不忘也.
옛날에는 기쁜 일이 있으면 그것으로 물건에 이름을 지어서, 잊지 않음을 보였다.
周公得禾, 以名其書, 漢武得鼎, 以名其年, 叔孫勝敵, 以名其子, 其喜之大小不齊, 其示不忘一也.
周公이 嘉禾를 얻자 그 글의 篇名을 지었고, 武帝가 寶鼎을 얻자 그 연호를 명명하였고, 叔孫가 적군을 이기자 그의 아들을 명명하였으니, 그 기쁨의 크기는 가지런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잊지 않음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한 가지였다.
▶ 得禾以名其書) : 곡식을 얻고 그 글의 이름을 붙이다. 周 成王 때 왕의 동생인 唐叔이 각기 다른 밭에서 난 벼 이삭이 서로 합쳐진 것을 얻어 이것을 왕에게 바쳤더니 왕이 보고 이것은 천하가 화합하는 상이라 하여 周公에게 보내었다. 이에 주공은 그 일을 글로 적으니 바로 〈嘉禾篇〉이다. 이 글은 본래 《書經》에 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져 볼 수 없다.
▶ 漢武得鼎 : 漢 武帝가 솥을 얻다. 한 무제는 元狩 6년 여름, 汾水가에 있는 后土祠堂 옆에서 솥[鼎]을 얻은 후 연호를 元鼎이라 고쳤다.
▶ 叔孫勝敵以名其子(숙손승적이명기자) : 叔孫은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적장의 이름을 아들 이름으로 함. 魯나라 숙손이 북쪽 오랑캐인 長狄과 싸워 대장 僑如를 사로잡자, 그 공을 길이 기념하기 위하여 자기 아들의 이름을 교여라 하였다.
予至扶風之明年, 始治官舍, 爲亭於堂之北而鑿池其南, 引流種樹, 以爲休息之所.
내가 扶風縣에 온 이듬해, 官舍를 수리하고, 堂의 북쪽에 정자를 짓고, 그 남쪽엔 못을 파서 물을 끌어들여 나무를 심어서, 휴식처로 삼으려 하였다.
▶ 扶風 : 長安 서쪽에 있는 縣 이름.
▶ 鑿 : 우물이나 못 따위를 팜.
是歲之春, 雨麥於岐山之陽, 其占爲有年.
그해 봄, 岐山 남쪽 기슭에 보리가 비오듯 쏟아지더니, 그 점괘가 풍년이라고 하였다.
▶ 雨麥 : 하늘에서 보리비가 내림. ‘漢 呂后 3년, 秦에 큰 좁쌀비가 내렸다’, ‘武帝 때 廣陽縣에 보리비가 내렸다’, ‘宣帝 때 기근으로 인하여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늘에서 禾穀이 비처럼 내렸다' 등의 기록이 있다.
▶ 岐山之陽 : 기산의 남쪽 기슭. 陽은 산의 남쪽. 陰은 북쪽을 가리킨다.
▶ 其占爲有年 : 점에 풍년[有年]이라고 함.
旣而, 彌月不雨, 民方以爲憂, 越三日乙卯乃雨, 甲子又雨.
그 후 한 달이 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 백성이 한창 근심하였더니, 사흘 더 지나 乙卯日에 비가 오고, 甲子 일에 또 비가 내렸다.
▶ 彌月(미월) : 만 한 달. 1개월을 뜻한다.
▶ 越 : 지나다. 넘다.
民以爲未足, 丁卯大雨, 三日乃止.
백성이 부족하다고 여기는데, 丁卯일에 큰 비가 사흘 동안 내린 뒤 그쳤다.
官吏相與慶於庭, 商賈相與歌於市, 農夫相與抃於野, 憂者以樂, 病者以喜, 而吾亭適成.
관리들은 관청의 뜰에서 경하하고, 상인들은 저자에서 노래를 불르고, 농부들은 들에서 손뼉을 쳤으니, 근심하던 자가 즐거워하고, 병자도 기뻐하였는데, 나의 정자도 마침 이때 완성되었다.
▶ 商賈 : 장사치. 商은 행상함을 가리키고, 賈는 고정된 자리에 앉아 장사함을 말함.
▶ 抃(변) : 손뼉을 침.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춤추다.
於是擧酒於亭上, 以屬客而告之曰:
“五日不雨可乎?”
그래서, 나는 정자에서 술잔을 들어 손님에게 권하며 물었다.
“5일 동안 비가 안 내렸어도 괜찮았을까요?"
▶ 擧酒 : 술잔을 들어 술을 마심.
▶ 屬客 : 술을 따라 손님에게 권함.
曰:
“五日不雨則無麥.”
“닷새를 비가 안 내렸다면 보리가 없어졌을 테지요.”
“十日不雨可乎?”
“열흘 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괜찮았을까요?”
曰:
“十日不雨則無禾.”
“열흘이나 비가 오지 않았으면 벼가 없어졌을 터입니다.”
“無麥無禾, 歲且荐饑, 獄訟繁興, 而盜賊滋熾, 則吾與二三子, 雖欲優游以樂於此亭, 其可得耶?
보리도 벼도 없어졌다면 농사에 기근이 들어, 소송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도둑떼가 더욱 들끓게 될 터이니, 내가 그대들과 이 정자에서 마음 편히 놀려고 하나 가능하겠?
▶ 歲且荐饑(세차천기) : 농사에 기근이 들다.
▶ 獄訟 : 소송.
▶ 滋熾(자치) : 더욱 성해짐.
▶ 優遊(우유) : 한가롭게 노닒, 마음 편히 즐김
今天不遺斯民, 始旱而賜之以雨, 使吾與二三子, 得相與優游以樂於此亭者, 皆雨之賜也, 其又可忘耶?”
이제 하늘이 백성을 버리지 않으시고, 처음엔 가물었다가 비를 내려주셔서, 나와 그대들 몇 사람이 이 정자에서 함께 놀면서 즐길 수 있게 함은, 모두 비의 덕택인데,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旣以名亭, 又從而歌之曰:
“使天而雨珠, 寒者不得以爲襦, 使天而雨玉, 飢者不得以爲粟, 一雨三日, 伊誰之力?
정자에 이름을 붙이고 나서 뒤이어 노래불렀으니 이러하다.
하늘이 구슬을 뿌려도 헐벗은 자 그것으로 속옷도 지을 수 없고, 하늘이 옥을 뿌려도 굶주리는 자 그것을 곡식으로 삼을 수 없네. 한번 비가 내려 사흘이나 온 것은 그 누구의 힘이었는가?
▶ 繻(유) : 짧은 속옷. 저고리.
民曰太守, 太守不有, 歸之天子. 天子曰不然 歸之造物, 造物不自以爲功, 歸之太空, 太空冥冥, 不可得而名. 吾以名吾亭.”
백성은 태수 덕분이라 하나, 태수는 그렇지 않다고 하고 그 공을 천자에게 돌리니, 천자도 그렇지 않다고 하고 그 공을 조물주에게 돌리니, 조물주도 자기 공로가 아니라 고 하고 그 공을 太空으로 돌리는데, 태공은 까마득하여 이름 붙일 수가 없으니 나는 그것으로 내 정자를 이름하노라.
▶ 太守 : 陳希亮을 가리킨다. 자는 公弼이며, 당시 扶風의 태수로 소식의 상관이었다.
▶ 造物 : 조물주.
▶ 太空 : 大空. 하늘.
▶ 冥冥 : 아득히 높고 까마득한 것.
해설
喜雨亭은 송 仁宗 嘉雨 7년에 소식이 지은 정자 이름이다.
소식은 가우 6년 11월에 첫 벼슬자리로 鳳翔府 僉判에 임명되었다. 그가 부임한 이듬해인 가우 7년 봄에 가뭄이 들어 고을 백성이 모두 큰 걱정을 하던 중 큰비가 내려 가뭄을 면하였다. 이 무렵 소식은 官衙 동북쪽에 정자를 짓고 있었는데, 마침 비가 오고난 후에 落成이 되어 친구들과 낙성식을 베풀면서, 정자의 이름을 희우정이라 하였다. 이 글은 정자 이름을 희우정이라 붙인 연유를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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