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00-喜雨亭記(희우정기)-蘇軾(소식)

耽古樓主 2024. 4. 11. 16:33

古文眞寶(고문진보)

喜雨亭記(희우정기)-蘇軾(소식)

 

 


亭以雨名, 志喜也.
정자를 '雨'자로 이름 지음은 '기쁨 [喜]'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志喜 : 기쁨을 기념하다. 는 기억하고 잊지 않음을 뜻한다.

古者有喜, 卽以名物, 示不忘也.
옛날에는 기쁜 일이 있으면 그것으로 물건에 이름을 지어서, 잊지 않음을 보였다.

周公得禾, 以名其書, 漢武得鼎, 以名其年, 叔孫勝敵, 以名其子, 其喜之大小不齊, 其示不忘一也.
周公이 嘉禾를 얻자 그 글의 篇名을 지었고, 武帝가 寶鼎을 얻자 그 연호를 명명하였고, 叔孫가 적군을 이기자 그의 아들을 명명하였으니, 그 기쁨의 크기는 가지런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잊지 않음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한 가지였다.
得禾以名其書) : 곡식을 얻고 그 글의 이름을 붙이다. 周 成王 때 왕의 동생인 唐叔이 각기 다른 밭에서 난 벼 이삭이 서로 합쳐진 것을 얻어 이것을 왕에게 바쳤더니 왕이 보고 이것은 천하가 화합하는 상이라 하여 周公에게 보내었다. 이에 주공은 그 일을 글로 적으니 바로 嘉禾篇이다. 이 글은 본래 書經에 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져 볼 수 없다.
漢武得鼎 : 漢 武帝가 솥을 얻다. 한 무제는 元狩 6년 여름, 汾水가에 있는 后土祠堂 옆에서 솥[]을 얻은 후 연호를 元鼎이라 고쳤다.
叔孫勝敵以名其子(숙손승적이명기자) : 叔孫은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적장의 이름을 아들 이름으로 함. 나라 숙손이 북쪽 오랑캐인 長狄과 싸워 대장 僑如를 사로잡자, 그 공을 길이 기념하기 위하여 자기 아들의 이름을 교여라 하였다.

予至扶風之明年, 始治官舍, 爲亭於堂之北而鑿池其南, 引流種樹, 以爲休息之所.
내가 扶風縣에 온 이듬해, 官舍를 수리하고, 堂의 북쪽에 정자를 짓고, 그 남쪽엔 못을 파서 물을 끌어들여 나무를 심어서, 휴식처로 삼으려 하였다.
扶風 : 長安 서쪽에 있는 이름.
: 우물이나 못 따위를 팜.

是歲之春, 雨麥於岐山之陽, 其占爲有年.
그해 봄, 岐山 남쪽 기슭에 보리가 비오듯 쏟아지더니, 그 점괘가 풍년이라고 하였다.
▶ 雨麥 : 하늘에서 보리비가 내림. ‘漢 呂后 3년, 秦에 큰 좁쌀비가 내렸다’, ‘武帝 때 廣陽縣에 보리비가 내렸다’, ‘宣帝 때 기근으로 인하여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늘에서 禾穀이 비처럼 내렸다' 등의 기록이 있다.
▶ 岐山之陽 : 기산의 남쪽 기슭. 陽은 산의 남쪽. 陰은 북쪽을 가리킨다.
▶ 其占爲有年 : 점에 풍년[有年]이라고 함.

旣而, 彌月不雨, 民方以爲憂, 越三日乙卯乃雨, 甲子又雨.
그 후 한 달이 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 백성이 한창 근심하였더니, 사흘 더 지나 乙卯日에 비가 오고, 甲子 일에 또 비가 내렸다.
彌月(미월) : 만 한 달. 1개월을 뜻한다.
: 지나다. 넘다.

民以爲未足, 丁卯大雨, 三日乃止.
백성이 부족하다고 여기는데, 丁卯일에 큰 비가 사흘 동안 내린 뒤 그쳤다.

官吏相與慶於庭, 商賈相與歌於市, 農夫相與抃於野, 憂者以樂, 病者以喜, 而吾亭適成.
관리들은 관청의 뜰에서 경하하고, 상인들은 저자에서 노래를 불르고, 농부들은 들에서 손뼉을 쳤으니, 근심하던 자가 즐거워하고, 병자도 기뻐하였는데, 나의 정자도 마침 이때 완성되었다.
商賈 : 장사치. 은 행상함을 가리키고, 는 고정된 자리에 앉아 장사함을 말함.
▶ 抃(변) : 손뼉을 침.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춤추다.

於是擧酒於亭上, 以屬客而告之曰:
“五日不雨可乎?”
그래서, 나는 정자에서 술잔을 들어 손님에게 권하며 물었다.
“5일 동안 비가 안 내렸어도 괜찮았을까요?"
擧酒 : 술잔을 들어 술을 마심.
屬客 : 술을 따라 손님에게 권함.

曰:
“五日不雨則無麥.”
“닷새를 비가 안 내렸다면 보리가 없어졌을 테지요.”

“十日不雨可乎?”
“열흘 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괜찮았을까요?”

曰:
“十日不雨則無禾.”
“열흘이나 비가 오지 않았으면 벼가 없어졌을 터입니다.”

“無麥無禾, 歲且荐饑, 獄訟繁興, 而盜賊滋熾, 則吾與二三子, 雖欲優游以樂於此亭, 其可得耶?
보리도 벼도 없어졌다면 농사에 기근이 들어, 소송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도둑떼가 더욱 들끓게 될 터이니, 내가 그대들과 이 정자에서 마음 편히 놀려고 하나 가능하겠?
歲且荐饑(세차천기) : 농사에 기근이 들다.
▶ 獄訟 : 소송.
滋熾(자치) : 더욱 성해짐.
優遊(우유) : 한가롭게 노닒, 마음 편히 즐김

今天不遺斯民, 始旱而賜之以雨, 使吾與二三子, 得相與優游以樂於此亭者, 皆雨之賜也, 其又可忘耶?”
이제 하늘이 백성을 버리지 않으시고, 처음엔 가물었다가 비를 내려주셔서, 나와 그대들 몇 사람이 이 정자에서 함께 놀면서 즐길 수 있게 함은, 모두 비의 덕택인데,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旣以名亭, 又從而歌之曰:
“使天而雨珠, 寒者不得以爲襦, 使天而雨玉, 飢者不得以爲粟, 一雨三日, 伊誰之力?
정자에 이름을 붙이고 나서 뒤이어 노래불렀으니 이러하다.
하늘이 구슬을 뿌려도 헐벗은 자 그것으로 속옷도 지을 수 없고, 하늘이 옥을 뿌려도 굶주리는 자 그것을 곡식으로 삼을 수 없네. 한번 비가 내려 사흘이나 온 것은 그 누구의 힘이었는가?
() : 짧은 속옷. 저고리.

民曰太守, 太守不有, 歸之天子. 天子曰不然 歸之造物, 造物不自以爲功, 歸之太空, 太空冥冥, 不可得而名. 吾以名吾亭.”
백성은 태수 덕분이라 하나, 태수는 그렇지 않다고 하고 그 공을 천자에게 돌리니, 천자도 그렇지 않다고 하고 그 공을 조물주에게 돌리니, 조물주도 자기 공로가 아니라 고 하고 그 공을 太空으로 돌리는데, 태공은 까마득하여 이름 붙일 수가 없으니 나는 그것으로 내 정자를 이름하노라.
太守 : 陳希亮을 가리킨다. 자는 公弼이며, 당시 扶風의 태수로 소식의 상관이었다.
造物 : 조물주.
太空 : 大空. 하늘.
冥冥 : 아득히 높고 까마득한 것.

 

 

 해설


喜雨亭은 송 仁宗 嘉雨 7년에 소식이 지은 정자 이름이다.

소식은 가우 6년 11월에 첫 벼슬자리로 鳳翔府 僉判에 임명되었다. 그가 부임한 이듬해인 가우 7년 봄에 가뭄이 들어 고을 백성이 모두 큰 걱정을 하던 중 큰비가 내려 가뭄을 면하였다. 이 무렵 소식은 官衙 동북쪽에 정자를 짓고 있었는데, 마침 비가 오고난 후에 落成이 되어 친구들과 낙성식을 베풀면서, 정자의 이름을 희우정이라 하였다. 이 글은 정자 이름을 희우정이라 붙인 연유를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