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97-表忠觀碑(표충관비)-蘇軾(소식)

耽古樓主 2024. 4. 9. 17:53

古文眞寶(고문진보)

表忠觀碑(표충관비)-蘇軾(소식)

 


熙寧十年十月戊子, 資政殿大學士右諫議大夫知杭州軍事臣抃言.
熙寧 10년(1077) 10월 戊子날에 資政殿大學士右諫議大夫知杭州軍事인 신하 趙抃이 아룁니다.
熙寧(희령) : 송나라 神宗의 연호(1068~1077)
() : . 자는 . 進士가 된 뒤로 성격이 강직하여 올바른 말 잘하기로 유명하였다. 신종 때 參知政事까지 되었고, 王安石과 뜻이 맞지 않아 벼슬을 그만두었다.

故吳越國王錢氏墳墓, 及其父祖妃夫人子孫之墳, 在錢塘者二十有六, 在臨安者十有一, 皆蕪廢不治, 父老過之, 有流涕者.
“옛 吳越國王 錢氏의 무덤과 그의 아버지·할아버지·부인·자손의 묘가 錢塘에 스물여섯이 있고, 臨安에 열하나가 있는데, 모두 황폐하여진 채로 손질하지 않아 父老가 지나가다가 눈물을 흘리는 이가 있습니다.
錢氏(전씨) : 뒤에 보이는 錢錄. 太祖에게서 吳越王에 봉해졌다. 시호가 武肅.
錢塘(전당) : 지금의 浙江省 杭縣에 있던 땅 이름.
臨安(임안) : 지금의 절강성 杭州市.
蕪廢(무폐) : 황폐함.

謹按故武肅王鏐, 始以鄕兵, 破走黃巢, 名聞江淮, 復以八郡兵, 討劉漢宏, 幷越州, 以奉董昌而自居於杭, 及昌以越叛, 則誅昌而幷越, 盡有浙東西之地, 傳其子文穆王元瓘.
삼가 살펴보건대, 옛날 武肅王 錢鏐가 처음 鄕兵을 가지고 黃巢를 쳐부수어 달아나게 하여 이름이 江淮에 알려졌고, 다시 8郡의 군사로써 劉漢宏을 쳐서 越州에 임명됨으로써 董昌을 받들면서 자신은 杭州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동창이 월주를 근거로 반란을 일으키자 동창을 쳐 죽이고 월주와 함께 浙江 동서쪽 지방을 모두 차지하여, 그의 아들 文穆王 錢元瓘에게 전해주었습니다.
黃巢(황소) : 나라 때 소금 장수로 돈을 번 집안 출신으로, 僖宗 王仙芝가 난을 일으키자(874) 그에 호응하여 난을 일으키어 한때는 長安까지 함락시키고 齊帝를 자칭하였다. 그러나 몇 년 뒤 관군에게 패망하였다.
江淮(강회) : 長江淮水 지방. 지금의 江蘇·安徽지방.
劉漢宏(유한) : 兗州의 낮은 관리로 대장을 따라 王仙芝를 토벌하다가 반대로 군비를 가로채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항복하여 다시 황제를 따르다가 義勝軍節度使에 임명된 뒤 다시 그의 아우와 모반하다가 전유에게 잡혀 죽었다.
越州(월주) : 지금의 浙江省 紹興縣 지방.
董昌(동창) : 당나라 임안 사람. 僖宗 義勝軍節度使가 된 이래 임금의 신임을 받아 檢校太尉同中書門下平章事 벼슬까지 오르고 隴西郡王이 되었다. 그러나, 昭宗 때 스스로 국호를 大越羅平이라 하고 제왕이 되었으나 전유에게 패하여, 잡혀 죽었다. 전유는 그 전에는 동창의 장수로 활약하였다.
() : 杭州. 지금의 절강성에 있음.
() : 浙江. 절강성 안을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漸水·曲江·錢塘江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절강성 서북부를 浙西, 그 동남부 지방을 浙東이라 흔히 부른다.
元瓘(원관) : 전유의 일곱 번째 아들. 학문과 시를 좋아했고, 전유가 죽은 뒤 吳越國王하였다. 시호가 文穆이다.

至其孫忠獻王仁佐, 遂破李景兵, 取福州, 而仁佐之弟忠懿王俶, 又大出兵攻景, 以迎周世宗之師, 其後卒以國入覲, 三世四王, 與五代相終始.
그의 손자 忠獻王 仁佐에 이르러는 李景의 군사를 쳐부수어 福州를 빼앗았고, 전인좌의 동생 忠懿王 錢俶이 또 크게 出兵하여 이경을 공격하고 周世宗의 군사를 맞아들였다가, 그 뒤에 마침내 나라를 들어 宋 천자를 찾아와 뵈었으니, 3대에 걸친 4왕은 五代와 더불어 활동을 개시하고 끝맺었던 것입니다.
仁佐(인좌) : 전유의 손자. 시호는 忠獻.
李景(이경) : 五代 南唐의 임금, 남당은 그의 아들 (: 後主) 때 송나라에게 멸망됨.
福州 : 지금의 福建省에 있던 고을 이름.
() : 錢元瓘의 아홉 번째 아들. 뒤에 오월국왕 자리를 계승하였다. 송나라 太宗 (978) 그가 입조했으며, 강남 평정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시호는 忠懿.
周世宗(주세종) : 後周의 임금, 이름은 . 후주 太祖의 양자, 문무를 아울러 잘하였고, 훌륭한 정치를 한 것으로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후주는 주세종이 죽은 직후 恭帝 때 송나라에게 멸망당하였다.
以國入覲(이국입근) : 나라를 들고 송나라 太宗을 찾아뵘. 송나라 천자에게 충성을 맹세함이다.
三世四王(삼세사왕) : 전유와 그의 아들 전원관, 그의 손자 전인좌와 전숙의 네 오월국왕.
五代(오대) : 당나라와 송나라 사이의 약 50년 사이에 생겨났다 망한 다섯 나라. 後梁·後唐·後晉·後漢·後周를 가리킴.

天下大亂, 豪傑蜂起, 方是時, 以數州之地, 盜名字者, 不可勝數. 旣覆其族, 延及于無辜之民, 罔有孑遺.
천하가 크게 混亂하자 호걸이 벌떼처럼 일어났고, 그때에는 몇 고을의 땅으로써 명성을 훔치는 자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었고, 그 일족을 망치고 무고한 백성에게까지 파급되매 남겨진 자손이 하나도 없게 되었습니다.

以吳越地方千里, 帶甲十萬, 鑄山煮海, 象犀珠玉之富, 甲于天下.
吳越의 땅은 사방 천 리나 되고 무장한 군사가 10만이고, 鑄山煮海하였으며, 상아·외뿔소의 뿔·진주·보옥의 풍부함은 천하의 으뜸이었습니다.
延及(연급) : 멸망의 화가 연이어져 미침.
孑遺(혈유) : 살아 남은 자손들.
帶甲(대갑) : 갑옷 입은 군사. 무장한 군사.
鑄山煮海(주산자해) : 산에서 광석을 채굴하여 녹이어 을 생산하고,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생산함.
象犀(상서) : 象牙와 외뿔소의 뿔.
() : 으뜸.

然終不失臣節, 貢獻相望於道, 是以其民, 至於老死, 不識兵革, 四時嬉遊, 歌鼓之聲相聞, 至于今不廢, 其有德於斯民甚厚.
그러나 끝내 신하의 절조를 잃지 않아, 공헌이 길에서 눈에 뜨일 정도이고, 그래서 그곳 백성은 늙어 죽을 때까지 전쟁을 모르고 사철 즐겁게 놀아, 노래와 악기 소리가 어디에나 들리어 지금까지 없어지지 않으니, 그가 이곳 백성에게 끼친 은덕은 매우 두텁습니다.
兵革(병혁) : 무기와 갑옷. 뜻이 전하여 전쟁을 가리킴.

皇宋受命, 四方僭亂, 以次削平, 西蜀江南, 負其險遠, 兵至城下, 力屈勢窮然後束手, 而河東劉氏, 百戰守死, 以抗王師, 積骸爲城, 釃血爲池, 竭天下之力, 僅乃克之.
宋나라가 天命을 받자, 사방의 반란이 차례로 평정되었으나, 西蜀과 江南은 그 지형이 險固하고 거리가 멂을 믿으매, 군대가 성에 육박하여 力屈勢窮하고 나서야 항복하였고, 河東의 劉氏는 백번 싸우며 죽기로 수비하며 官軍에 대항하였으므로, 시체가 쌓여 成이 되고 흘린 피가 못을 이루며 천하의 힘을 다하고야 겨우 정복하였습니다.
僭亂(참란) : 참람된 짓을 하고 혼란을 일삼음.
西蜀(서촉) : 지금의 四川省지방.
江南(강남) : 長江이남 지방.
束手(속수) : 손을 묶다. 손을 들다.
河東劉氏(하동유씨) : 하동은 黃河 동쪽 지방. 지금의 山西省 지경 안의 황하 동쪽 지방. 유씨는 後漢의 고조 劉知遠을 가리킨다.
釃血(시혈) : 피를 흘리.
克之(극지) : 그들을 이기다. 그들을 쳐부수다.

獨吳越不待告命, 封府庫籍郡縣, 請吏于朝, 視去其國, 如去傳舍, 其有功於朝廷甚大.
유독 오월만은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자진하여 창고를 봉하고 군현의 장부를 정리하고 관리를 요청하였으니, 나라를 떠남을 여관을 떠나듯 보았으매, 그들이 조정에 끼친 공로는 매우 컸습니다.
封府庫(봉부고) : 나라 창고의 문을 봉해놓고 손대지 않음.
籍郡縣(적군현) : 지방 여러 고을의 문서를 정리해 놓고 처분을 기다림.
傳舍(전사) : 여관, 객주집.

昔竇融, 以河西歸漢, 光武詔右扶風, 修理其祖父墳塋, 祠以大牢.
옛날 後漢 竇融은 河西 땅을 가지고 한나라에 歸附했는데, 光武帝는 그에게 右扶風벼슬을 내리고 그의 부모와 조상의 묘를 수리하고, 大牢의 제물로서 제사지내게 하였습니다.
竇融(두융) : 東漢 때 사람, 王莽 밑에서 波水將軍을 지냈고, 왕망이 죽은 뒤엔 淮陽王에게 붙어 鋸鹿太守 등을 지냈다. 뒤에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아 河西 五郡의 대장군 일을 맡았다. 光武帝가 즉위하자 곧 나라로 歸附하여, 뒤에 大司馬까지 되고 安豊侯에 봉해졌다.
河西(하서) : 황하 서쪽 지방으로, 지금의 陝西·甘肅 2성과 綏遠·寧夏 두 성의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右扶風(우부풍) : 京兆尹·左馮翊과 함께 三輔라 부르던 나라의 중심지역을 관장하던 벼슬 이름, 우부풍은 지금의 섬서성 중부의 長安縣 서편에 있던 이름이기도 하였다.
大牢(대뢰) : 천자와 제후와 卿大夫를 제사지낼 때 쓰던 제물 이름으로, ··돼지의 세 가지 제물이 갖춘 것을 말함.禮記王制. 여기에서 소가 빠지면 少牢라 불렀다.

今錢氏功德, 殆過於融, 而未及百年, 墳墓不治, 行道傷嗟, 甚非所以勸獎功臣, 慰答民心之義也.
지금 錢氏의 공덕은 두융보다도 나은데, 백년도 못되어 분묘를 관리하지 않으매 길가는 사람이 가슴 아파하면서 탄식하니, 공신을 권장하고 민심을 위로하는 도리가 도무지 아닙니다.
傷嗟(상차) : 가슴아파하면서 탄식함.
慰答(위답) : 위로해 주고 보답함.

臣願以龍山廢佛寺曰妙因院者爲觀, 使錢氏之孫爲道士曰自然者居之, 凡墳墓之在錢塘者, 以付自然, 其在臨安者, 以付其縣之淨土寺僧曰道微.
臣이 바라옵건대, 龍山의 낡은 佛寺 妙因院을 道觀으로 개조하여, 전씨의 후손으로 도사가 된 自然을 살게 하되, 전당의 모든 분묘를 자연에게 맡기고, 임안에 있는 것은 그 縣 淨土寺의 중 道微에게 맡기십시오.

歲各度其徒一人, 使世掌之, 籍其地之所入, 以時修其祠宇, 封植其草木.
해마다 그 문도 한 사람을 데려다 대를 물려 관장하게 하고, 그 땅의 수입을 정리하여 제 때에 그 사당을 수리하고 초목을 심고 북돋아 주게 하십시오.
龍山(용산) : 절강성 杭州 근처에 있는 산 이름. 그 아래 龍井이 더욱 유명하다.
() : 道觀. 道敎의 절.
() : 나르다. 운반하다.
() : 물건을 받아서 장부에 기록 정리함.

有不治者, 縣令丞, 察之, 甚者易其人, 庶幾永終不墜, 以稱朝廷待錢氏之意. 臣抃昧死以聞.
잘 관리하지 않는 자를 縣令과 縣丞이 살펴서, 심한 자는 사람을 교체하면 아마도 영원히 태만하지 않아서 조정에서 전씨를 후대하는 뜻에 걸맞을 터입니다. 臣 抃이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庶幾(서기) : 아마도 ~할 것이다.
永終(영종) : 영원히 끝내,
不墜(불추) : 일을 빠뜨리지 않다. 일에 태만하지 않은 것.
昧死(매사) : 죽음을 무릅씀.

制曰可, 其妙因院, 改賜名曰表忠觀. 銘曰:
황제의 명령이 가하다고 하니, 묘인원을 고쳐 명칭을 하사하니 表忠觀이다. 碑銘에 일렀다.
() : 임금의 명령.

“天目之山, 苕水出焉, 龍飛鳳舞, 萃于臨安.
天目山에서 苕水가 나오고, 용이 날고 봉이 춤추며 臨安에 모였네.
天目之山 : 天目山. 苕水(초수)와 함께 모두 杭州에 있는 산과 강물.
龍飛鳳舞(용비봉무) : 용과 봉은 모두 빼어난 인물에 비유한 말, 빼어난 인물들이 재능을 발휘함을 뜻한다.
() : 모으다.

篤生異人, 絶類離羣, 奮梃大呼, 從者如雲.
굽어살펴 異人을 내시어 보통 사람과 달라서, 떨치고 나서서 크게 소리치니 따르는 사람들 구름 같았네.
奮挺(분정) : 떨치고 나섬.

仰天誓江, 月星晦蒙, 强弩射潮, 江海爲東.
하늘 우러러 강을 두고 맹세하니 달과 별이 어두워졌고, 강한 쇠뇌로 물결을 쏘니 강물 바닷물 동쪽으로 쏠렸네.
晦蒙(회몽) : 가리어져 어두워짐.
强弩射潮(강노사조) : 강한 쇠뇌로 潮水를 쏘다. 해마다 杭州에는 조수가 밀려와서 곧바로 浙江羅刹石이란 곳 바위를 치며 밀려오고 있었다. 오월왕 錢鏐가 강한 쇠뇌를 들고 있다가 조수가 밀려올 때 이에 맞서서 화살을 쏘아대자 조수가 물러갔다는 전설이 있다北夢瑣言.

殺宏誅昌, 奄有吳越, 金券玉冊, 虎符龍節.
유한굉과 董昌을 쳐 죽이고 오월을 차지하니, 金券·玉冊이요, 虎符·龍節이라.
金券玉冊(금권옥책) : 金券金書鐵券이라고도 하며, 공신에게 내리어 대대로 그것을 전하여 소지하여 죄를 면하게 해주던 물건. 玉册은 옛날 임금이 신하들에게 작위를 내릴 때 주던 존귀한 冊書의 일종.
虎符龍節(호부용절) : 병권의 信物과 사신의 증빙. 虎符古代帝王授予臣属兵权和调动军队的信物龙节金制龙形多为邦国使臣凭据

大城其居, 包絡山川, 左江右湖, 控引島蠻.
큰 성을 차지하고 산천을 아울러 다스리니, 왼편의 강 오른편 호수에서 남쪽의 오랑캐들도 이끌었네.
包絡(포락) : 包羅. 곧 함께 아울러 다스림.
左江右湖(좌강우호) : 절강성 杭州 동남쪽에 浙江이 흐르고 있고 서쪽에는 유명한 西湖, 일명 전당호가 있다.
控引(공인) : 이끌다.
島蠻(도만) : 남쪽 섬에 사는 오랑캐들. 실제로는 남쪽 오랑캐들을 가리킴.

歲時歸休, 以燕父老, 曄如神人, 玉帶毬馬.
歲時에는 돌아와 쉬면서 父老에게 잔치 벌이니, 神人처럼 빛내며 玉帶 두르고 큰 말 탔네.
燕父老(연부로) : 나이 많은 노인들에게 잔치를 베푸.
() : 빛남.
玉帶(옥대) : 옥으로 장식한 官服의 띠를 두름.
毬馬(구마) : 큰 말, 과 통하여 높다란 것을 뜻함.

四十一年, 寅畏小心, 厥篚相望, 大貝南金.
41년에는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조심하여, 그들의 바구니로 내조하니 大貝에 南金이라.
四十一年(사십일년) : 錢俶이 오월왕이 된 지 41년 되던 해일 것이다.
寅畏(인외) : 공경하고 두려워함.
厥篚(궐비) : 그들의 바구니. 바구니는 공물을 담은 바구니를 뜻함.
大貝南金(대패남금) : 좋은 비단과 남쪽에서 나는 금. 모두 중국 남쪽의 값비싼 특산물임.

五朝昏亂, 罔堪託國, 三王相承, 以待有德,
五代는 혼란하여 나라를 맡길 곳 없으매, 三王은 대를 이어 有德者를 기다렸네.

旣獲所歸, 弗謀弗咨, 先王之志, 我維行之.
귀부할 곳 얻고 나자 상의하거나 물어보지도 않고, 선왕의 뜻을 오로지 실행하였네.
弗謀弗咨(불모부자) : 누구에게 상의하거나 물어보지도 않음.

天祚忠厚, 世有爵邑, 允文允武, 子孫千億.
하늘의 복 정성스럽고 두터워 대대로 벼슬하며 고을에 봉해졌고, 文武에 미쁘고 자손이 천억이네.
天祚(천조) : 하늘의 복. 타고난 복.
() : 마땅하다. 합당하다. 미쁘다

帝謂守臣, 治其祠墳, 毋俾樵牧, 愧其後昆.
황제 고을 수령에게 일러 사당과 분묘 손질하여, 땔나무하고 가축 쳐서 후손을 부끄럽게 하지 못하게 하셨네.
祠墳 : 祠堂과 무덤.
毋俾樵牧(무비초목) : 그의 무덤 근처에서 땔나무를 하거나 가축에게 풀을 먹이지 못하게 함. 곧 그의 사당과 무덤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조치해 줌을 뜻한다.
後昆(후곤) : 후손.

龍山之陽, 巋然新宮, 匪私于錢, 惟以勸忠.
龍山 남쪽에 높다랗게 사당 세우니, 전씨를 사사로이 돌봄이 아니라 충심을 권면함이네.
() : 산의 남쪽 기슭
巋然(귀연) : 높은 모양.

非忠無君, 非孝無親, 凡百有位, 視此刻文.
충신이 아니면 임금도 없고 효자가 아니면 어버이도 없으니, 여러분 모두 여기 새겨진 글 잘 보시오.
凡百有位(범백유위) : 모든 분들, 여러분들. 諸位.

 

 

 

 해설


이 글은 五代 때 浙江 지방을 다스리다가, 송나라 초기에 나라를 들어 송나라에 귀부하여 남방을 안정시킴에 큰 공을 세웠던 吳越國王 錢鏐 집안의 사당인 ‘表忠觀’ 앞에 세운 碑石의 碑文이다.

오월국왕 전유와 그의 아들·손자로 이어지는 三代功德이 잘 드러난 글이며, 사람들에게 나라에 대한 충성의 뜻을 잘 일깨워 준다.

특히 앞머리의 산문으로 이루어진 序文은 강직하고 올바른 進言을 잘하기로 유명했던 송나라 초기의 趙抃의 奏言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우고 있음이 두드러진다.
이는 唐나라 柳宗元이 〈壽州安豐縣孝門銘〉에서 그 앞의 서문을 모두 壽州刺史의 주언으로 채웠던 수법을 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