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一居士文集序(육일거사집서)-蘇軾(소식)
夫言有大而非誇, 達者信之, 衆人疑焉.
이론에는 크면서도 과장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達者는 그것을 믿고 보통 사람은 의심한다.
▶ 達者(달자) : 모든 사리에 통달한 사람.
孔子曰: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성왕의 도리가 쓰인 글을 없애버리려 하셨다면 후인이 성왕의 도리가 쓰인 글을 접할 수가 없을 터이다.”
▶ 孔子曰(공자왈) : 《논어》 子罕에 보이는 말.
▶ 喪(상) : 없애다.
▶ 斯文 : 성인의 도리가 적혀 있는 글, 전통적인 유교문화를 가리키는 말로도 볼 수 있다.
▶ 後死者(후사자) : 뒤에 죽을 사람. 곧 후인, 공자 자신도 포함된다.
▶ 與(여) : 함께하다. 접하다.
孟子曰:
“禹抑洪水, 孔子作『春秋』, 而余距楊墨.”
孟子께서 말씀하셨다.
“禹는 홍수를 다스리시고, 공자께서는 《春秋》를 지으셨는데, 나는 楊朱와 墨翟의 학설을 막았다.”
▶ 孟子曰(맹자왈) : 《맹자》 滕文公 下편에 이 세 구절이 각각 따로 떨어져 실려 있다.
▶ 禹(우) : 舜임금의 신하로서 천하의 홍수를 다스리어 그 공로로 夏나라의 첫째 임금이 되었던 사람.
▶ 楊墨 : 楊朱와 墨翟, 전국시대 사상가들로 양주는 모두가 자기만을 위하고 돌보면 된다는 극단적 爲我主義를 주장했고, 묵적은 모든 남도 자기와 같이 사랑하고 위해야 한다며 양주와는 정반대의 兼愛主義를 내세웠다.
蓋以是配禹也.
이로써 우임금과 견주고 있다.
文章之得喪, 何與於天, 而禹之功, 與天之幷, 孔子孟子以空言配之, 不已誇乎.
문장을 얻음과 잃음이 하늘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우의 공로는 하늘과 竝稱하는 바인데, 공자와 맹자는 공연한 말로써 견주니 과장이 아니겠는가?
▶ 何與 : 무슨 상관이 있는가?
自『春秋』作而亂臣賊子懼, 孟子之言行, 而楊墨之道廢, 天下以爲是固然, 而不知大其功.
《춘추》를 지은 이래 亂臣賊子가 두려워하게 되고, 맹자의 말씀이 행하여지자 양자와 묵자의 학설이 退潮하였다. 천하 사람이 이것을 본시부터 그러했다고 여기고 그분들의 큰 공로는 알지 못한다.
▶ 自春秋作(자춘추작) : 이 구절은 《맹자》 등문공 하편의 글임.
孟子旣沒, 有申ㆍ商ㆍ韓非之學, 違道而趨利, 殘民以厚生.
맹자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申不害·商鞅·韓非의 학설이 올바른 도리를 어기고 이익을 좇게 하여 백성의 후생을 해쳤다.
▶ 申商韓非(신상한비) : 申不害·商鞅·韓非의 세 사람, 모두 法家에 속하는 사상가. 신불해는 전국시대 韓나라 사람으로 黃老를 바탕으로 하여 刑名을 주장했던 법가의 선구자. 상앙은 전국시대 衛나라 사람으로 형명과 法術을 공부하여 뒤에 秦나라 재상이 되어 많은 공로를 세웠다. 한비는 전국 말엽 韓나라 사람으로 법가를 대표하는 저술 《韓非子》 20권을 지은 사람.
其說至陋也, 而士以是, 罔其上, 上之人僥倖一切之功, 靡然從之.
그 학설은 지극히 비루하였으나 士大夫가 이것을 근거로 그들의 임금을 속였고, 윗사람은 모든 공로에 요행을 바라며 모두가 그것을 따랐다.
▶ 罔(망) : 함부로 속이다.
▶ 僥倖(요행) : 분에 넘치는 결과를 바람.
▶ 靡然(미연) : 모두가 좋고 따르는 모양, 모두가 한편으로 쏠리는 모양.
而世無大人先生如孔子ㆍ孟子者, 推其本末, 權其禍福之輕重, 以救其惑.
그러나 세상에는 공자나 맹자와 같은 위대한 선생이 그 본말을 미루어 밝히고 禍福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그 의혹을 구제함이 없었다.
▶ 權(권) : 저울질하다. 따지다.
故其學遂行, 秦以是喪天下, 陵夷至於勝廣ㆍ劉項之禍, 死者十八九, 天下蕭然.
그러므로 그 학설이 마침내 행해져서 秦나라는 이로 말미암아 천하를 잃었고, 세상의 혼란이 陳勝·吳廣·劉邦·項羽의 戰亂에 이르자 죽은 자들이 열에 8~9이어서 천하가 텅 비었다.
▶ 陵夷(능이) : 정의가 쇠퇴함. 혼란해짐.
▶ 勝廣劉項(승광유항) : 陳勝·吳廣·유방(劉邦·項羽의네 사람. 모두 秦나라 말기에 각지에서 일어나 천하를 다투었던 사람들, 이중 유방은 뒤에 漢나라 高祖가 되었다.
▶ 十八九(십팔구) : 십중팔구. 10명 중에서 8, 9명.
▶ 蕭然(소연) : 1 적막하고 조용하다. 쓸쓸하고 적적하다. 2. 텅 비어 있다. 3. 형용사 문어 소란스럽다.
洪水之患, 蓋不至此也.
홍수의 환란도 이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을 터이다
方秦之未得志也, 使復有一孟子, 則申韓爲空言, 作於其心, 害於其事, 作於其事, 害於其政者, 必不至若是烈也.
秦나라가 뜻을 이루지 못했을 즈음에 만약 또 한 분의 맹자만 계셨더라면, 신불해와 한비의 학설이 헛소리가 되었을 터이며, 사람들 마음에 작용하여 일을 해치고 일에 작용하여 정치를 해침이 그처럼 심한 지경에 이를 리는 없었다.
▶ 作(작) : 작용하다. 작동하다.
使楊墨得志於天下, 其禍豈減於申韓哉.
가령 양주나 묵적이 천하에서 뜻을 얻었다면 그 화가 어찌 신불해와 한비보다 덜하였겠는가?
由此言之, 雖以孟子配禹, 可也.
이것을 통하여 말하자면, 맹자를 禹에게 견주어도 괜찮다.
太史公曰:
“蓋公言黃老, 賈誼晁錯, 明申ㆍ韓.”
司馬遷이 말하였다.
“蓋公은 黃帝와 老子의 학문을 얘기하고 賈誼와 晁錯는 신불해와 한비의 학문을 밝혔다.”
▶ 太史公(태사공) : 《史記》의 저자 司馬遷. 이 글은 《사기》 太史公自序에 보임.
▶ 蓋公(합공) : 漢 초기 사람. 曹參이 齊相이 된 뒤 여러 가지 일을 합공과 의논함으로써 제나라를 잘 다스렸다 한다.
▶ 黃老(황로) : 黃老之學, 道家사상에 神仙術이 가미되면서 그들은 교조로 노자 외에 또 黃帝까지 끌어들여 뒤에는 道敎로 발전케 된다.
▶ 賈誼(가의) : 漢나라 洛陽 사람. 文帝 때 博士가 되었고, 초기의 賦 작가로 유명하다.
▶ 晁錯(조조) : 한나라 문제 때 太常掌故를 지냈고, 景帝 때에는 御史大夫도 지냈다. 문제 때 왕명으로 伏生에게 《書經》을 전수받아 유명하다.
▶ 申韓(신한) : 전국시대 사상가로 申不害와 韓非, 法家.
錯不足道也, 而誼亦爲之, 余以是, 知邪說之移人, 雖豪傑之士, 有不免者, 況衆人乎.
晁錯는 말하기에 부족하지만, 가의도 역시 법가를 배웠으매, 나는 이로써 邪說이 사람을 변화시킴에는 비록 호걸의 선비라도 면치 못함을 알 수 있는데, 하물며 보통 사람임에랴?
▶ 移人(이인) :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어 변화시킴.
自漢以來, 道術不出於孔氏, 而亂天下者多矣.
漢나라 이후로 治道와 정치의 술법이 공자에서 나오지 않으매 천하를 어지럽힌 적이 많았다.
晉以老莊亡, 梁以佛亡, 莫或正之, 五百餘年而後, 得韓愈, 學者以愈配孟子, 或庶幾焉.
晉나라가 老莊의 학설 때문에 망하였고 梁나라는 불교 때문에 망하였으나, 누군가 바로잡음이 없다가, 5백여 년 뒤에 韓愈를 얻자 학자들이 한유를 맹자에게 견주는데 혹 그렇기도 할 터이다.
▶ 道術(도술) : 나라의 도리와 정치의 술법.
▶ 庶幾(서기) : 거의 옳다. 아마도 올바른 것이다.
愈之後三百有餘年而後, 得歐陽子, 其學推韓愈ㆍ孟子, 以達於孔氏, 著禮樂仁義之實, 以合於大道.
한유의 후세 3백여 년에 歐陽子를 얻었는데, 그의 학문은 한유와 맹자를 미루어 나가서 공자에게 도달하여, 禮樂과 仁義의 내용을 드러내어 위대한 도리에 합치시키고 있다.
▶ 歐陽子 : 宋 歐陽修를 가리킴.
其言簡而明, 信而通, 引物連類, 折之於至理, 以服人心, 故天下翕然師尊之.
그의 이론은 간단하고도 분명하며 미더우며 통달하며, 만물을 끌어다 부류를 연결하고 지극한 이치에 절충시킴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감복시키매, 천하 사람이 뜻을 같이하여 스승으로 모시고 존경한다.
▶ 信而通 : 미덥고 통달한 것.
▶ 引物連類 : 만물을 끌어들여 여러 가지 종류들을 연결시키는것. 곧 만물의 진리와 모든 존재의 상호관계를 규명하고 있음을 뜻함.
▶ 翕然(흡연) : 많은 것이 모여드는 모양. 사람의 뜻이 일치함
自歐陽子之存, 世之不悅者, 譁而攻之, 能折困其身, 而不能屈其言.
구양자께서 계심에, 세상의 좋아하지 않는 자가 시끄럽게 그를 공격하여 그의 몸을 곤경에 빠뜨릴 수는 있었으나 그의 이론을 굽힐 수는 없었다.
▶ 譁(화) : 시끄러운 것. 소란한 것.
▶ 折困(절곤) : 곤경에 빠뜨림.
士無賢不肖, 不謀而同曰:
“歐陽子今之韓愈也.”
선비는 賢·不肖할 것 없이 의논하지 않고도 한결같이 말한다.
“구양자는 今世의 한유이다.”
宋興七十餘年, 民不知兵, 富而敎之, 至天聖景祐極矣, 而斯文終有愧於古, 士亦因陋守舊, 論卑而氣弱.
宋나라가 일어난 지 70여 년, 백성은 전쟁을 모르고 부유하고 교화를 받아서 天聖·景祐 연간에는 極盛을 이루었으나, 유가의 학문에는 아무래도 옛날에 비하여 부끄러움이 있고 선비도 고루하고 守舊하여 이론은 비루하고 기상은 허약하였다.
▶ 天聖景祐(천성경우) : 송나라 仁宗의 연호(1023~1037)
▶ 斯文 : 성인의 가르침이 적힌 글. 성인의 학문.
自歐陽子出, 天下爭自濯磨, 以通經學古爲高, 以救時行道爲賢, 以犯顔敢諫爲忠, 長育成就, 至嘉祐末, 號稱多士, 歐陽子之功爲多.
구양자가 나오자, 천하 사람이 다투어 자신을 씻고 갈고 함으로써, 경전에 통달하고 古道를 공부함을 고상하게 여기고, 時世를 구제하고 도의를 행함을 현명하게 여기고, 안색을 범하며 과감히 간함을 충성이라 여기어, 학문이 발전하고 훌륭한 기풍이 이룩되어, 嘉祐 말엽에는 선비가 많았다고 일컬어지는데 구양자의 공이 多大하였다.
▶ 濯磨(탁마) : 씻고 갊. 이단을 버리고 올바른 학문을 함.
▶ 犯顔敢諫(범안감간) : 임금의 면전에서 과감히 올바른 건의를 함.
▶ 長育成就(장육성취) : 올바른 학문을 성장육성하여 성과를 이룩함.
▶ 嘉祐(가우) : 송 인종의 연호(1056~1063)
嗚呼! 此豈人力也哉. 非天其孰能使之.
아아! 이 어찌 사람의 힘이겠는가? 하늘이 아니고 누가 그렇게 시킬 수 있겠는가?
歐陽子歿十有餘年, 士始爲新學, 以佛老之似, 亂周孔之實.
구양자께서 돌아가신 지 10여 년, 선비들이 新學(:王安石의 新法)을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불교나 도교와 비슷한 방법으로 周公과 공자의 학문 내용을 어지럽혔다.
▶ 新學(신학) : 王安石의 新法을 가리킴.
▶ 周孔之實(주공지실) : 周나라 주공과 공자의 학문 내용.
識者憂之, 賴天子明聖, 詔修取士法, 風厲學者, 專治孔氏, 黜異端.
식자들이 이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천자께서 명철하신 덕분에 取士法을 詔命으로 고치고 학자들을 독려하여 오로지 공자의 학문만을 공부하고 이단을 내치셨다.
▶ 風厲(풍려) : 격려함.
然後風俗一變, 考論師友淵源所自, 復知誦習歐陽子之書.
그러자 풍속이 一變하여 師友와 淵源의 유래를 연구하고 다시 구양자의 글을 외우고 익힐 줄 알게 되었다.
予得其詩文七百六十六篇於其子棐, 乃次而論之曰:
“歐陽子論大道似韓愈, 論事似陸贄, 記事似司馬遷, 詩賦似李白.”
나는 그분의 아들 棐에게서 그분의 시와 산문 766편을 얻어 차례를 매기고 논평하는 바이다.
“구양자가 위대한 도를 논함에는 한유와 같고, 일을 논함에는 陸贄와 같고, 일을 기록함에는 司馬遷과 같고, 詩賦는 李白과 비슷하다.”
▶ 其子棐 : 그의 아들 棐. 구양수의 셋째아들 이름이 棐이다.
▶ 陸贄(육지) : 唐나라 德宗 때의 학자. 덕종 때 翰林學士로서 올바른 건의를 많이 하여, 실질적인 재상이란 뜻으로 內相이라 불렀다 한다. 朱泚의 난을 평정할 때 공을 세웠고, 뒤에는 中書侍郞同平章事 벼슬까지 하였다.
此非予言也, 天下之言也.
이것은 나의 말이 아니라, 천하 사람의 말이다.
歐陽子諱修字永叔, 旣老自謂六一居士云.
구양자는 이름이 修이고 자는 永叔이며, 늙어서는 자신을 六一居士라 부르셨다.
해설
소식이 스승 구양수의 문집을 편찬하고 그 앞에 써놓은 서문이다.
앞의 〈제구양문충공문〉이나 마찬가지로 작자의 스승에 대한 존숭이 잘 드러나 있다. 소식은 유학의 道統論을 바탕으로, 공자와 맹자의 학문은 唐代에 이르러 韓愈에 의하여 다시 계승 발전되었고, 다시 宋代에 와서는 구양수에 이르러 계승되었다는 것이다.
당대 한유·柳宗元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古文運動은 사상적인 면에서는 유학의 새로운 전통을 확립하려는 데 그 특징이 있었다. 고문운동은 송대에 이르러 구양수가 다시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성공을 거두게 되므로 사상적인 면에서 구양수를 이토록 크게 평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송대의 문인이란 점에서만 구양수를 보기 쉬우나 실제로는 문학사상으로 송대 문학의 건설자요, 시·사·부·산문 등의 만능작가였을 뿐 아니라, 새로운 송대 학문을 발전시킨 학자요 사상가이며, 그 시대 정계를 이끈 정치가이기도 하고, 또 그 문하에서 소식·왕안석 등 무수히 위대한 인물을 배출한 교육가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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