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99-李君山房記(이군산방기)-蘇軾(소식)

耽古樓主 2024. 4. 11. 10:44

古文眞寶(고문진보)

李君山房記(이군산방기)-蘇軾(소식)

 


象犀珠玉珍怪之物, 有悅於人之耳目, 而不適於用, 金石草木絲麻五穀六材, 有適於用, 而用之則弊, 取之則竭.
象牙·물소 뿔·진주·옥 같은 진귀하고 괴이한 물건은 사람의 耳目을 즐겁게 하나, 쓰임에는 적합하지 않고, 金石·草木·絲麻·五穀·六材는 쓰임에는 적합하지만, 사용하면 해지고 가지면 다함이 있다.
象犀(상서) : 象牙와 물소뿔.
五穀(오곡) : 다섯 가지 곡식. · 메기장·찰기장·보리·孟子滕文公注.
六材(육재) : ···나무·짐승·풀의 여섯 가지 기본 물자禮記.

悅於人之耳目而適於用, 用之而不弊, 取之而不竭, 賢不肖之所得, 各因其才; 仁智之所見, 各隨其分, 才分不同, 而求無不獲者, 惟書乎.
사람의 耳目에 즐겁고 쓰임에도 적합하며, 써도 해지지 않고 가져도 다하지 않고, 賢者나 不肖者의 소득이 각기 그 재능을 따르고, 仁者와 智者의 견식은 제각기 그 분수를 따르나, 재능과 분수가 같지 않더라도 구하여 얻지 못하는 자가 없으니, 책이다.
各因其才(각인기재) : 각각 그들의 재능에 따른다.
各隨其分(각수기분) : 각각 그들의 분수에 따른다.

自孔子聖人, 其學必始於觀書.
공자와 같은 성인도 그의 학문은 항상 책을 봄에서 시작되었다.

當是時, 惟周之柱下史老聃爲多書, 韓宣子適魯然後, 見易象與魯春秋, 季札聘於上國然後, 得聞『詩』之風雅頌, 而楚獨有左史倚相, 能讀三墳五典八索九丘.
그때에는 오직 周나라 柱下史인 老聃만이 책이 많았고, 韓宣子는 魯나라를 방문한 뒤에야 《易象》과 魯의 《春秋》를 보았으며, 季札도 上國에 가서야 《시경》의 風·雅·頌을 들을 수 있었으며, 楚나라에서는 左史 倚相만이 三墳·五典·八索·九丘를 읽을 수가 있었다.
老聃(노담) : 老子. 柱下史는 후세의 御史와 같은 벼슬. 노자의 이름은 李耳. 자는 伯陽. 이며, 주나라 守藏室였고, 공자도 주나라로 그를 찾아가 예에 관하여 배웠다고 한다 史記老子韓非列傳

 

列傳권63.老子韓非列傳(노자한비열전)

1. 老子 老子者,楚苦縣厲鄉曲仁里人也,姓李氏,名耳,字耼,周守藏室之史也。 노자는 楚의 苦縣 厲鄉 曲仁里 사람이며,성은 李氏이며 이름은 耳,자는 耼이라고 하는데 周나라의 藏書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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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宣子(한선자) : 춘추시대 나라 사람 이름은 韓起. 이며,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太史氏에게서 易象魯春秋를 보고 周禮는 모두 노나라에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한다左傳昭公 2. 역상노춘추는 후세에 전하지 않는 옛 책이름.
季札(계찰) : 춘추시대 나라 公子. 노나라에 사신으로 와서 詩經國風·小雅·大雅·을 차례로 감상하고 평하는 기록이 좌전襄公 29년에 보인다.
倚相(의상) : 춘추시대 나라의 左史로서 三墳·五典등의 옛 책을 잘 읽었다 좌전昭公 12. 삼분·오전·八索·九丘는 모두 옛 책이름.

士之生於是時, 得見六經者蓋無幾, 其學可謂難矣.
이때 살았던 선비로 六經을 볼 수 있는 자가 거의 없었으매, 그들의 학문은 어려웠다고 말할 만하다.
無幾(무기) : 얼마 되지 않다. 거의 없다.

而皆習於禮樂, 深於道德, 非後世君子所及.
그러나 모두 禮樂에 익숙하고 도덕을 깊이 체득하여 후세의 군자가 미칠 바가 아니었다.

自秦漢以來, 作者益衆, 紙與字畫, 日趨於簡便, 而書益多, 世莫不有.

秦·漢 이래, 책의 저자가 더욱 많아지고 종이와 자획이 날로 간편해져서, 책이 더욱 많아져 세상에 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然學者益以苟簡, 何哉.
그러나 學者가 갈수록 구차하게 簡易를 찾으니, 어째서인가?
字畵(자획) : 글자 획, 나라 이후로 한자 자체가 통일되고 날로 간소화된 것을 뜻함.
苟簡(구간) : 구차하고 간략함을 따름.

余猶及見老儒先生, 自言其少時, 欲求『史記』ㆍ『漢書』而不可得, 幸而得之, 皆手自書, 日夜誦讀, 惟恐不及.
나는 전에 늙은 선비 한 분을 뵈온 일이 있는데 스스로 말하기를, 그분이 젊었을 때는 《史記》나 《漢書》를 구하려 해도 되지 않았고 다행히 구하여도, 모두 손으로 자신이 베끼어 밤낮으로 읽고 외우면서, 오직 미치지 못할까만 두려워하였다고 하였다.
惟恐不及(유공불급) : 오직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하다. 책을 읽어 이해하지 못할까만 두려워함.

近世市人, 轉相模刻, 諸子百家之書, 日傳萬紙.
근세에는 시장 사람들이 서로 돌려가며 模刻하여 諸子百家의 책도 하루 만권씩 전해진다.

學者之於書, 多且易致如此, 其文辭學術, 當倍蓰於昔人, 而後生科擧之士, 皆束書不觀, 遊談無根, 此又何也.
학자의 책이 많고 구하기 쉽기가 이러하매, 그들의 문장과 학문이 마땅히 옛사람보다 10배는 되어야 할 터인데, 후배로서 공부하는 사람은 모두 책을 묶어 보지 않고 근거 없이 함부로 얘기하고 있으니 그것은 또 어째서인가?
模刻(모각) : 옛 책을 따라 각인함.
日傳萬紙(일전만지) : 하루에 만 장의 종이가 전해지다. 하루에 만 가지 책이 전해지다.
文辭學術(문사학술) : 문학과 학문.
倍蓰(배사) : 는 두 배. 는 다섯 배임.

余友李公擇, 少時讀書於廬山五老峰下白石菴之僧舍, 公擇旣去, 而山中之人思之, 指其所居, 爲李氏山房, 臧書凡九千餘卷.
내 친구 李公擇이 젊었을 때 廬山 五老峯 白石菴이라는 절에서 독서하였는데, 公擇이 떠나고 나서 산중의 사람들이 그를 생각하고, 그가 거처하던 집을 ‘李氏山房’이라 불렀는데 장서가 9천여 권이나 되었다.
李公擇(이공택) : 이름은 . 자가 公擇. 송나라 사람으로 王安石과 친했으나 그의 新法은 반대하였다. 벼슬은 哲宗御史까지 지냈다.
廬山(여산) : 江西省 九江縣에 있는 유명한 산 이름.

公擇旣已涉其流, 探其源, 採剝其華實, 而咀嚼其膏味, 以爲己有, 發於文辭, 見於行事, 以聞名於當世矣.
이상은 이미 그 流派를 섭렵하고 그 근원을 탐구하며 그의 꽃과 열매를 채취하고 그 기름진 맛을 씹음으로써 자기 소유로 만든 뒤에, 문장으로 발표하기도 하고 일을 행함에 나타내어 지금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涉其流(섭기류) : 장서에서 여러 학파의 책을 섭렵하다. 그곳 여러 학파의 책을 공부하다.
探其源(탐기원) : 여러 학파 학문의 근원을 탐구하다.
採剝其華實(채박기화실) : 여러 학파 학문의 꽃과 열매에 해당하는 중심 사상을 채취하다.
咀嚼其膏味(저작기고미) : 학문의 기름진 맛을 씹어 먹다.

而書顧自如也, 未嘗少損, 將以遺來者, 供其無窮之求, 而各足其才分之所當得.
그러나, 책은 도리어 예전과 같아서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으니, 그것을 뒷사람에게 남겨서 그들의 끝없는 요구에 이바지하고 그들의 재능과 분수에 해당하는 것을 충족시켰다.
() : 도리어. 그러나.

是以不藏於家, 而藏於故所居之僧舍, 此仁者之心也.
그래서 책을 자기 집에 두지 않고 옛날 거처하던 절에 두었으니 어진 사람의 마음씨인 것이다.

余旣衰且病, 無所用於世, 惟得數年之閑, 盡讀其所未見之書.
나는 노쇠하고 병들어서 세상에 쓰임이 없어 몇 년의 여가가 생기매, 그곳의 아직 보지 못했던 책들을 모두 읽으려 한다.

而廬山, 固所願遊而不得者, 蓋將老焉, 盡發公擇之藏, 拾其遺棄以自補, 庶有益乎.
그리고 여산은 본시 놀러 가고 싶으면서도 가보지 못한 곳이매, 그곳에서 노년을 보내고자 하나니, 이상의 장서를 모두 펼쳐서 그가 버린 것을 주워서 자신을 보충한다면 아마도 유익하지 않겠는가?
得數年之間(득수년지간) : 몇년의 여유를 얻다.
() : 노년을 보내다.

而公擇求余文以爲記, 乃爲一言, 使來者, 知昔之君子見書之難, 而今之學者有書而不讀, 爲可惜也.
그런데 이상이 나에게 記文을 지어달라고 요구하기에 한마디 말함으로써, 뒷사람들에게 옛날의 군자는 책을 보기 어려웠음을 알게 하고, 지금의 학자들에게 책이 있는데도 읽지 않음이 可惜한 줄 알게 하겠다.

 

 

 해설


李常이 廬山 아래 자기가 공부하던 白石菴에 자기 장서를 남겨놓아 이룩된 '李君山房'이라는 일종의 도서관에 관한 글이다.

소식은 책의 효용을 말하고, 옛날보다 지금은 책이 많은데도 공부를 게을리함을 한탄한 뒤에, 이러한 막대한 장서를 남을 위해 내놓은 이상의 뜻을 기린 글이다. 이 글을 쓴 소식 자신도 앞으로 여산으로 은퇴하여 그곳의 책을 읽겠다는 뜻을 쓰면서, 아울러 사람들에게 책을 읽고 공부할 것을 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