祭歐陽文忠公文(제구양문충공문)-蘇軾(소식)
嗚呼哀哉! 公之生於世, 六十有六年. 民有父母, 國有蓍龜, 斯文有傳, 學者有師.
아아, 슬프도다! 공이 세상에 살아계신 66년 동안에 백성에게는 부모가 있었고, 나라에는 蓍龜가 있었고, 儒家의 글은 전하는 바가 있었고, 학자에게는 스승이 있었다.
▶ 六十有六年(육십육년) : 歐陽修는 宋 眞宗의 景德 4년(1007)에 나서 神宗의 熙寧 5년(1072)에 죽었다.
▶ 蓍龜(시귀) : 蓍草와 거북. 옛날 중국에서는 시초로 만든 점가치를 이용하여 점을 치는 易占과 큰 거북 껍질을 말려두었다가 그것을 불로 지져 그 龜裂을 보고 길흉을 판단하는 거북점의 두 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점은 사람들의 이성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일을 결정하는 수단으로 크게 존중되었다. 따라서 시귀는 중요한 나랏일을 자문함을 뜻한다.
▶ 斯文 : 성인의 도리가 적혀 있는 글. 《論語》子罕
君子有所恃而不恐, 小人有所畏而不爲. 譬如大川喬嶽, 雖不見其運動, 而功利之及於物者, 蓋不可數計而周知.
군자에게는 의지할 곳이 있어서 두려워하지 않았고, 소인에게는 겁내는 곳이 있어서 (나쁜 짓을) 행하지 못하였으니, 마치 큰 하천과 높은 산이 비록 활동을 드러내지 않으나 功利가 만물에 미치듯이, 숫자로 헤아리어 두루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 喬嶽(교악) : 크고 높은 산.
▶ 周知(주지) : 두루 알리다. 정확히 알다.
今公之沒也, 赤子無所仰庇, 朝廷無所稽疑, 斯文化爲異端, 學者至於用夷.
그런데 공께서 돌아가시니, 갓난아기에게는 우러러 보호받을 곳이 없고, 조정에는 稽疑할 곳이 없고, 유교의 법도는 이단으로 변하고, 학자는 오랑캐의 법도를 채용합니다.
▶ 沒(몰) : 죽음. 歿.
▶ 赤子(적자) : 갓난아기 백성을 가리킴.
▶ 仰庇(앙비) : 우러르고 보호받음.
▶ 稽疑 : 의심스런 점을 물음. 어려운 일에 대한 자문을 구함. 本指用卜筮來考正有疑問的事情。 後泛指稽考疑問。
▶ 異端(이단) : 올바른 학설에 위배되는 《論語》爲政. 「攻乎異端,斯害也已!」
▶ 用夷(용이) : 오랑캐의 문화를 사용함.
君子以爲無與爲善, 而小人沛然自以爲得時.
군자는 선행을 인정함이 없다고 여기고, 소인은 신이 나서 자신이 때를 만났다고 여깁니다.
▶ 沛然(패연) : 성하여 남음이 있는 모양, 신이 나는 모양.
譬如深山大澤, 龍亡而虎逝, 則變怪百出, 舞鰌鱔而號狐狸.
마치 깊은 산과 큰 호수에서 용이 없어지고 호랑이가 떠나 버리자 괴이한 일이 갖가지로 생겨서 미꾸라지와 뱀장어가 춤추고 여우와 너구리가 소리치게 됩니다.
▶ 變怪百出(변괴백출) : 괴이한 일이 여러 가지 생겨나다.
▶ 鰌鱔(추선) : 미꾸라지와 뱀장어.
公之未用也, 天下以爲病, 而其旣用也, 則又以爲遲. 及其釋位而去也, 莫不冀其復用, 至於請老而歸也, 莫不悵然失望. 而猶庶幾於萬一者, 幸公之未衰, 孰謂公無復有意於斯世也, 奄一去而莫予追?
공께서 등용되기 전에는 천하 사람이 병폐라고 여겼고, 등용된 후에는 늦었다고 여겼고, 벼슬을 버리고 떠나게 되자 다시 채용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늙음을 이유로 귀향하자 모두가 슬퍼하며 실망했으나 그래도 만의 하나 희망을 지녔음은 다행히도 공께서 쇠약하시지 않았기 때문인데, 공께서 다시 이 세상에 뜻이 없어서 갑자기 떠나시어 우리는 쫓아갈 수도 없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 病(병) : 병폐. 잘못.
▶ 冀(기) : 바라다. 희망하다.
▶ 悵然 : 슬퍼하는 모양.
▶ 庶幾(서기) : 바라다. 희망을 지니다
▶ 萬一 : 만의 하나. 만의 하나의 요행.
▶ 奄(엄) : 갑자기.
豈厭世之溷濁, 潔身而逝乎? 將民之無祿, 而天莫之遺?
어찌 세상의 혼탁함이 싫으셔서 자신을 깨끗이 하려고 떠나셨습니까? 아니면 백성에게 복이 없어서 하늘이 공을 남겨두지 않은 것입니까?
▶ 涵濁(혼탁) : 어지럽고 더러운 것. 혼탁한 것.
▶ 將(장) : 또한, 그렇지 않으면
▶ 祿(록) : 福.
▶ 遺(유) : 남겨두다.
昔我先君, 懷寶遯世, 非公則莫能致.
옛날 저의 선친이 재능을 품고서도 숨어 살고 있을 때 공이 아니었다면 다시 세상에 나오시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 懷寶遯世(회보둔세) : 재능을 품고서도 세상에서 숨어 삶.
▶ 致(치) : 불러 냄.
而不肖無狀, 夤緣出入, 受敎門下者, 十有六年於斯. 聞公之喪.
그리고 못난 저도 보잘것없었으되 인연이 있어 공의 문하를 출입하며 가르침을 받은지 이제까지 16년이나 됩니다.
▶ 不肖(불초) : 못난 것. 자신을 가리키는 겸칭.
▶ 無狀(무장) : 보잘것없는 것. 善狀(:훌륭한 행실)이 없음.
義當匍匐往弔, 而懷祿不去, 愧古人以恧怩.
의리상 당연히 네 발로 뛰어가서 弔喪해야 하나, 벼슬에 매여 가지 못하니 고인에게 부끄럽고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 夤緣(인연) : 인연이 있음. 기회가 닿음. 因緣으로도 씀.
▶ 葡旬(포복) : 기다. 네 발로 뛰.
▶ 往弔(왕조) : 가서 弔喪함.
▶ 懷祿(회록) : 녹을 생각하다. 벼슬자리에 끌리다.
▶ 恋泥(뉵니) : 부끄러운 것. 송구스러운 것.
緘辭千里, 以寓一哀而已.
천 리 먼 곳에서 이 제문을 부치어 큰 슬픔을 실어 보낼 따름입니다.
蓋上以爲天下慟, 而下以哭吾私.
위로는 온 천하를 위하여 애통하고, 아래로 개인적인 정으로 통곡하는 바입니다.
▶ 緘辭(함사) : 글, 곧 제문을 지어 봉하여 보냄.
▶ 寓一哀(우일애) : 한 슬픔을 기탁하다. 곧 슬픔을 싣다.
해설
이 글은 소식이 杭州通判으로 있으면서 스승 구양수의 부음을 듣고 지어 보낸 제문이다. 구양수는 죽은 뒤 文忠이라 시하였기 때문에 제목에서 〈제구양문충공문〉이라 한 것이다.
소식의 아버지 蘇洵은 仁宗 만년에 고향 四川省을 떠나 소식·소철 두 아들을 데리고 汴京으로 왔다. 그는 구양수에게 문장 실력을 인정받아 구양수의 추천으로 秘書省 校書郞벼슬을 시작했으며, 소식도 嘉祐 2년(1057) 구양수가 禮部의 典試를 맡았을 때 과거에 급제하여, 이후 스스로 구양수의 문하생으로 자처하였다.
이 제문에는 스승 구양수를 존경하는 소식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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