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人求薦書(위인구천서)-韓愈(한유)
木在山, 馬在肆, 過之而不顧者, 雖日累千萬人, 未爲不材與下乘也.
나무가 산에 있고 말이 시장에 있되 지나가면서 거들떠보지 않는 이가 하루에 수천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하여 재목이 못 되거나 下級의 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 肆 : 저자. 시장.
▶ 不材 : 재목감이 못됨.
▶ 下乘 : 하급의 말, 둔한 말.
及至匠石過之而不睨, 伯樂遇之而不顧然後, 知其非棟梁之材, 超逸之足也.
匠石이 지나가면서도 눈길을 주지 않고 伯樂이 대하고도 거들떠보지 않음에 이르면, 그런 뒤에야 그것이 棟梁之材가 아니고 超逸之足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 匠石 : 전국시대의 이름난 匠人으로 재목을 잘 감별하였다 함.
▶ 不睨 : 거들떠보지 않다. 睨는 흘겨보다, 눈여겨보다.
▶ 伯樂 : 秦나라 穆公 때 사람으로 본명은 孫陽. 말을 잘 감정함으로 유명했음.
▶ 棟梁 : 마룻대와 들보, 좋은 재목감을 뜻함.
▶ 超逸之足 : 재빠른 발을 가진 말 駿足之馬를 뜻함.
以某在公之宇下非一日, 而又辱居姻婭之後, 是生于匠石之園, 長于伯樂之廐者也.
某는 공의 문하에서 지낸 지 하루 이틀이 아니면서도, 욕되게도 인척관계의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장석의 뜰에서 생장하고 백락의 마구간에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 某 : 아무개. 한유가 이 書를 통해 추천하려는 사람. 이 글은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인물을 추천하고자 쓴 글이나, 추천서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또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떤 이는 한유가 자기를 自薦한 글이라 보기도 한다.
▶ 辱居姻婭之後(욕거인아지후) : 욕되어 인척관계상 뒷자리를 차지하다. 즉 추천서를 받을 사람과 추천하고자 하는 인물이 먼 친척관계임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임. 姻은 사돈을 뜻하며 婭는 同壻를 뜻하므로, 姻는 인척관계의 뜻.
▶ 生于 : ~에서 생장하다.
▶ 匠石之園 : 匠石의 뜰. 재목감을 잘 알아보는 사람의 뜰.
▶ 長于 :~에서 자라나다.
▶ 伯樂之廐 : 백락의 마구간. 말을 잘 감별하는 사람의 마구간.
於是而不得知, 假有見知者千萬人, 亦何足云耳.
여기에서 知遇를 얻지 못한다면, 가령 보고 알아주는 자 천만 인이 있어도 어찌 족하다 하겠습니까?
▶ 假 : 설령. 가령.
今幸賴天子每歲詔公卿大夫貢士, 若某等比, 咸得以薦聞.
지금은 다행히도 천자께서 해마다 詔命을 내리시어 공경대부에게 선비를 추천하게 하시는 덕분에, 某와 비슷한 사람도 모두 천거되었습니다.
是以冒進其說, 以累於執事, 亦不自量已.
이 때문에 무례를 무릅쓰고 말씀을 올려 공께 누를 끼치니, 자신을 헤아리지 못하는 까닭일 뿐입니다.
▶ 賴 : 입다. 의지하다.
▶ 貢士 : 선비를 뽑아 올리는 일. 조정에 선비를 천거함.
▶ 若某等比 : 某와 비슷한 사람들, 比는 類의 뜻.
▶ 冒進 : 실례를 무릅쓰고 올림.
▶ 不自量 :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다. 외람된 행동을 하였다는 뜻.
然執事其知某何如哉.
공께서는 某를 어떠한 사람으로 알고 계시는지요?
▶ 何如하여 : 《韓昌黎文集》에는 ‘如何哉'로 되어있다. ‘어떻게 …… 하십니까?'
昔人有鬻馬不售於市者, 知伯樂之善相也, 從而求之, 伯樂一顧, 價增三倍, 某與其事, 頗相類, 是故始終言之耳.
옛적에 어떤 사람이 말을 시장에서 팔려 해도 팔리지 않자, 백락이 말을 잘 감정함을 알고는 그에게 가서 청하매 백락이 한번 보아주자, 말의 가격이 세배로 뛰었다 하니, 某는 그 일과 몹시 비슷합니다. 그런 까닭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 昔人 : 《春秋後語》에 나오는 고사임. 전국시대에 蘇秦의 아우 蘇代가 齊나라 왕을 만나려 했으나 제왕은 소진을 원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대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에 소대가 淳于髡에게 말하였다. "준마를 팔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흘 동안 시장에 서 있었지만 말을 건네는 사람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락이 지나가다가 되돌아와서 이 말을 보아주자, 말값이 하루아침에 열 배나 올랐다고 합니다. 공께서는 저를 위해 백락이 되어 주실 수 없으신지요?"
▶ 鬻馬(육마) : 말을 팔다. 鬻은 賣의 뜻.
▶ 不售(불수) : 팔리지 않다.
▶ 善相 : 상을 잘 보다. 여기서는 말을 잘 식별한다는 뜻.
▶ 某與其事 : 某의 경우와 그 일. 其事는 백락이 말을 파는 사람을 돌보아 준 것.
▶ 頗 : 몹시.
▶ 相類 : 서로 비슷하다.
▶ 始終 : 처음부터 끝까지.
▶ 言之 : 그것을 말하였다. 즉 백락의 고사를 말하였다.
해설
한유가 어떤 유력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한 인물을 추천하기 위해 쓴 글이다.
추천서를 받은 사람이나 추천하는 인물은 밝혀져 있지 않은데, 어떤 사람은 한유가 自薦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인물을 추천하며 伯樂의 고사를 인용함은 옛날에 많이 쓰이던 수법인 듯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에 근거하여 논지를 편 점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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