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25-上張僕射書(상장복야서)-韓愈(한유)

耽古樓主 2024. 3. 12. 02:33

古文眞寶(고문진보)

上張僕射書(상장복야서)-韓愈(한유)

 

力月一日, 愈再拜.
9월 1일, 愈가 재배합니다.
: 한유가 자기를 가리킨 말.

受牒之明日, 在使院中, 有小吏持院中故事節目十餘事, 來示愈.
任命書를 받은 다음 날, 저는 절도사의 관청에 있다가, 어떤 하급 관리가 관청 내에서 예부터 지켜온 條例 10여 건을 가지고 와서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 임명서. 牒紙라고도 함. 한유는 德宗 貞元 159월에 徐州節度推官에 임명되었다.
使院 : 절도사의 관청.
故事節目 : 예부터 지켜온 條例.

其中不可者有, 自九月至明年二月之終, 皆晨入夜歸, 非有疾病事故, 輒不許出.
그중에 제가 하지 못할 것이 있었으니, 9월부터 이듬해 2월의 마지막까지는 모두 새벽에 출근했다가 밤늦게 퇴근하되, 질병의 이유가 있음이 아니라면,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晨入夜歸 : 새벽에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다. 절도사의 관청에는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는 규칙이 엄격히 지켜졌다 한다.
: 과 같음. ~이면 곧.
不許出 :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퇴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근무규칙이 엄격하여 규정된 시간에는 반드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보아야 하겠다.

當時以初受命, 不敢言.
당시에는 처음 임명을 받은 때라서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였습니다.

古人有言曰:
“人各有能有不能.”
옛사람이 말하였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古人有言 : 左傳定公 5년조에 나오는 말로, 나라 사람 由于가 한 말임.

若此者非愈之所能也.
그러한 일은 제가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抑而行之, 必發狂疾, 上無以承事于公, 忘其將所以報德者, 下無以自立, 喪失其所以爲心, 夫如是, 則安得而不言.
그런데도 그렇게 행한다면 틀림없이 미쳐버려서, 위로 公께 일을 받들지 못하여 은덕에 보답하기를 잊게 되고, 아래로는 自立하지 못하여 마음을 써야 할 곳를 잃게 될 터이니, 이와 같을진대 어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까?
狂疾 : 미친병, 광증.
承事 : 일을 받들어 행하다.
忘其將所以報德者 : 장차 은덕을 갚아야 할 소임을 잊다.
無以自立 : 스스로 설 수 없게 되다.
喪失其所以爲心 : 마음 써야 할 바를 잃다.
安得而不言 :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凡執事之擇於愈者, 非謂其能晨入夜歸也, 必將有以取之, 苟有以取之, 雖不晨入夜歸, 其所取者猶在也.
아마도 공께서 저를 택하심은, 제가 새벽에 출근하여 밤에 퇴근하기를 잘한다고 여겼기 때문은 아니고, 틀림없이 취할 점이 있었기 때문일 터이고, 진실로 취할 점이 있으면 비록 새벽에 출근했다가 밤늦게 퇴근하지 않더라도 그 취할 점은 여전히 있을 터입니다.
執事 :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 여기서는 편지를 받을 張僕射를 가리킴.
擇於愈 : , 즉 한유를 택하다.

下之事上, 不一其事, 上之使下, 不一其事, 量力而任之, 度才而處之, 其所不能, 不彊使爲.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섬김에 그 일이 한결같지는 않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림에 그 일이 한결같지는 않으매, 능력을 재어 임용하고, 재능을 헤아려 자리를 주어야 하며, 할 수 없는 일은 억지로 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是故爲下者不獲罪於上, 爲上者不得怨於下矣.
이런 까닭에 아래에 있는 사람은 윗사람에게 죄를 얻지 않고,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원망을 사지 않을 수 있습니다.
不一其事 : 그 일이 한가지가 아니다. 한결같지 않다.
量力 : 능력을 재다.
度才 : 재능을 헤아리다.
處之 : 그에게 자리를 주다.
不彊使爲 : 억지로 시켜서 하게 하지 않는다.

孟子有云:
“今之諸侯無大相過者, 以其皆好臣其所敎, 而不好臣其所受敎.”
맹자께서 이르셨습니다.
“오늘날의 제후에 크게 뛰어난 자가 없음은, 그들이 모두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 신하를 좋아하되, 그가 가르침을 받을 신하는 싫어하기 때문이다.”

今之時與孟子之時, 又加遠矣.
지금의 시속은 맹자의 시대에 비하여 더욱 심합니다.
孟子有云 : 맹자公孫丑 하편에 나오는 말이나, 조금 다르다.

今天下地醜德齊, 莫能相尙.
지금 天下의 土地가 醜하고 德敎도 비슷하여, 뛰어나지 못하다.

無他, 好臣其所敎, 而不好臣其所受敎.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임금이 가르치는 사람을 臣下로 삼기를 좋아하고, 임금이 가르침을 받는 사람을 신하로 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맹자집주 공손추장구 하 제2장

孟子將朝王, 王使人來曰: 「寡人如就見者也, 有寒疾, 不可以風, 朝將視朝. 不識可使寡人得見乎?」 孟子가 왕을 조정에서 알현하려 하시는데, 王이 사람을 보내어 말하였다. ‘寡人이 응당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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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大相過者 : 남보다 크게 뛰어난 사람이 없다.
皆好臣其所敎 : 모두들 자기가 가르칠 수 있는 신하를 좋아한다.
不好臣其所受敎 : 자기가 가르침을 받아야 할 신하는 싫어한다. 맹자에서는 임금이 신하 伊尹에게서 배웠고, 나라 桓公管仲에게서 배웠음을 예로 들면서, 오늘날의 제후에 크게 뛰어난 자가 없음은 그처럼 배우기에 힘쓰지 않고 명령하기를 즐기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又加遠矣 : 더욱 멀어져 가다. 곧 신하로부터 배우는 자세가 맹자 시대에 이미 시들해졌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는 뜻이다.

皆好其聞命而奔走者, 不好其直己而行道者.
모두들 명령을 듣고 뛰어다니는 사람을 좋아하지, 자신을 곧게 지키고 道를 행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聞命而奔走者, 好利者也, 直己而行道者, 好義者也, 未有好利而愛其君者, 未有好義而忘其君者.
명령을 듣고 뛰어다니는 사람은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자기 몸을 곧게 하여 도를 행하는 사람은 의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이익을 좋아하면서 그 군주를 사랑한 사람은 없으며, 義를 좋아하면서 그 군주를 잊는 사람은 없습니다.
聞命而奔走者 : 명령을 받으면 바삐 뛰어다니며 일하는 사람.
直己而行道者 : 자신을 곧게 지키며 도를 행하는 사람.

今之王公大人, 惟執事可以聞此言, 惟愈於執事也, 可以此言進.
오늘날 왕족이나 공경대부들 중에, 오직 공만이 이 말씀을 들어주실 수 있고, 오직 저만이 공께 이 말씀을 올릴 수 있습니다.
王公大人 : 왕족이나 공경대부들.

愈蒙幸於執事, 其所從舊矣.
愈는 공의 보살핌를 입고 따른 지 오래되었습니다.
蒙幸 : 총애를 입다.

若寬假之, 使不失其性, 加待之, 使足以爲名, 寅而入, 盡辰而退, 申而入, 終酉而退, 率以爲常, 亦不廢事.
만일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어 저의 천성을 잃지 않도록 해주시고, 특별히 대우하시어 명분을 세우기에 족하도록 해주신다면, 새벽 4시경에 출근하여 8시경이면 퇴근하고, 오후 4시경에 출근하여 6시경이면 퇴근함을 常規로 삼더라도 일에 태만하지는 않을 터입니다.
寬假 : 너그러이 용서하다. 의 뜻.
使不失其性 : 그 천성을 잃지 않게 하다. 은 타고난 본성.
加待之 : 그를 특별히 대우하다. 그에게 대우를 더 잘해주다.
: 寅時. 새벽 3시부터 4시 사이의 시간. : 辰時. 오전 7시부터 8시까지의 시간.
: 申時. 오후 3시부터 5시까지의 시간. : 酉時, 오후 5시부터 7시까지의 시간.
率以爲常 : 그렇게 함을 常規로 하다. 은 행의 뜻, 은 상규, 상례.
廢事 : 일을 그만두다. 일에 태만하다.

天下之人, 聞執事之於愈如是也, 必皆曰:
“執事之好士也如此, 執事之待士以禮如此, 執事之使人不枉其性而能有容如此, 執事之欲成人之名如此, 執事之厚於故舊如此.”
세상 사람들이 공께서 저를 이렇게 대우하심을 알면, 틀림없이 모두 말할 터입니다.
“공께서 선비를 사랑하심이 이와 같고, 공께서 선비를 예로써 대우하심이 이와 같고, 공께서 사람을 부림에 있어 그 천성을 굽히지 않게 하고 너그러이 수용할 수 있음이 이와 같고, 공께서 남의 명성을 이루어주시고자 함이 이와 같고, 공께서 예부터 알던 이를 후대함이 이와 같다.”
不枉其性 : 천성을 휘지 않는다.
能有容 : 능히 용납함, 너그러이 허용함.
成人之名 : 남의 명성을 이루어 주다. : 후하게 대하다.
故舊 : 예부터 알던 사람. 옛 친구.

又將曰:
“韓愈之識其所依歸也如此, 韓愈之不諂屈於富貴之人如此, 韓愈之賢, 能使其主待之以禮如此.”
또 틀림없이 말할 터입니다.
“한유가 몸을 의탁할 사람을 알아봄이 이와 같고, 한유가 부귀한 사람에게 아첨하고 굽신거리지 않음이 이와 같고, 한유의 현명함이 그의 주인을 예우하게 함이 이와 같다.”
: 은사태의 필연적인 추세를 나타낸다. “반드시 일 것이다” “기필코 할 것이다
願王釋齊而先越. 若不然, 後將悔之無及. 史記 伍子胥列傳
바라건대 왕께서는 제나라를 버려두고 먼저 월나라를 처치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후에 틀림없이 후회막급일 터입니다. <허사 참조>

 

 

한문의 허사(虛詞) 將

한문의 허사(虛詞) 將 將의 용법은 대단히 많다. 일반적으로 부사로 쓰이며 뜻이 여러 가지가 있다. 접속사로도 쓰인다. (1) 將은 부사로서 “곧” “불원간”의 뜻으로 쓰인다. ¶ 女奚不曰, 其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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識其所依歸 : 그가 몸을 의탁해야 할 곳을 알다.
詔屈 : 아첨하고 굽신거리다.

則死於執事之門, 無悔也.
그렇게만 된다면, 공의 문하에서 죽어도 후회가 없겠습니다.

若使隨行而入, 逐隊而趨, 言不敢盡其誠, 道有所屈於己, 天下之人, 聞執事之於愈如此, 皆曰:
“執事之用韓愈, 哀其窮, 收之而已耳, 韓愈之事執事, 不以道, 利之而已耳.”
만약에 행렬을 따라 출근하게 하시고 隊伍를 쫓아 뛰어다니게 하시며, 말함에 있어 감히 성심을 다 펴지 못하고 도를 행함에 있어 자신이 굽힘을 당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공께서 저를 이렇게 대함을 알고는 모두 말할 터입니다.
“공이 한유를 기용함은 그의 곤궁을 안타까워하여 거두어 준 것일 뿐이고, 한유가 공을 섬김은 道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취함일 뿐이다.”
隨行而入 : 행렬을 따라 출근하다. 다른 동료처럼 새벽에 출근함을 뜻함.
逐隊而趣 : 隊伍를 쫓아 뛰어다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행동함을 뜻함.
收之而已耳 : 그를 거두었을 뿐이다.
不以道 : 도 때문이 아니다. 도를 행하기 위하여가 아니다.
利之而已耳 : 이익을 취하기 위함일 뿐이다.

苟如是, 雖日受千金之賜, 一歲九遷其官, 感恩則有之矣, 將以稱於天下曰知己則未也.
진실로 이같이 된다면, 비록 날마다 천금의 보수를 받고 1년에 아홉 번 승진하더라도, 感恩이야 있겠습니다만, 틀림없이 이 때문에 천하에 일컬어지기를 知己는 아니라고 할 터입니다.
日受 : 날마다 받다. 千金之賜 : 천금의 보수. 는 하사금.
一歲 : 1.
九遷其官 : 아홉 번 관직을 옮기다. 여기서는 아홉 번 승진한다는 뜻.
知己則未也 : 知己는 아니다. 장복야와 한유의 사이가 서로 알아주는 진실한 사이가 아니라는 뜻.

伏惟哀其所不足, 矜其愚, 不錄其罪, 察其辭而垂仁採納焉.
엎드려 바라옵건대, 저의 부족함을 불쌍히 여기시고 저의 어리석음을 가련히 여기시어, 저의 죄를 새겨두지 마시고 저의 말씀을 잘 살피시고 어짊을 베풀어 채납하여 주십시오.

愈恐懼再拜.
愈가 두려운 마음으로 재배 올립니다.
伏惟 : 엎드려 바라옵건대.
哀其所不足 : 그가 부족한 바를 불쌍히 여기다. 즉 한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불쌍히 여겨 달라는 뜻.
矜其愚 : 그의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기다.
不錄其罪 : 그의 잘못을 새겨두지 말라. 즉 자기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는 뜻.
垂仁採納 : 垂仁은 어짊을 베풀다, 採納은 의견을 받아들이다. 대개 낮은 신분의 사람이 윗사람에게 공손히 간원할 때 쓰는 말.

 

 

 

 해설


이 편지는 한유가 15세 때당시 徐州의 절도사를 지내던 張建封에게 올린 글이다장건봉은 자가 本立이며 鄧州 南陽 사람인데檢校右僕射란 관직을 지냈으므로 장복야라 불리었다한유는 貞元 15년(799) 2월汴州의 난을 피하여 서주의 장복야에게 의탁하였는데가을에는 장복야의 屬吏인 節度推官(: 형법을 담당하는 벼슬)으로 임명되었다.

절도사의 관청에서는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퇴근하지 못하는 규칙이 엄격히 지켜졌으므로그것이 한유의 체질에 맞지 않자 이 글을 올려 자기만은 특별대우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그 요청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故事를 인용하여 설득하고또 그러한 요청을 들어줄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의 세상 사람들의 반응을 가상형식으로 열거해 보임으로써 장복야가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논리적 설득력이 강한 글이기는 해도한유가 자신을 남다른 인물로 자부하는 점은 다소 오만한 기분과 함께 젊은 객기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