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음의 노래(汾陰行)-이교(李嶠)
▶ 汾陰行 : 汾陰을 노래함.
분음은 山西省 榮河縣 북쪽에 있던 縣이름. 거기에 汾水가 흐르고 있어 얻은 이름이다. 元鼎 4년(기원전 113)에 寶鼎이 발견된 뒤 武帝가 그곳에 后土祠를 세우고 직접 가서 后土에 제사지냈다.
君不見
昔日西京全盛時,汾陰后土親祭祀。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옛날 西漢의 전성시대를. 분음에서 땅의 신을 천자가 친히 제사지냈네.
▶ 西京 : 長安. 여기서는 西漢을 가리킴.
▶ 后土 : 땅. 대지의 신.
齋宮宿寢設齋供,撞鐘鳴鼓樹羽旗。
齋宮에 머물러 자면서 재계 음식을 올리고, 종 치고 북 울리며 羽旗를 세웠네.
▶ 齋宮 : 천자가 재계하는 궁전.
▶ 設齋供 : 재계할 때의 음식을 재계에 맞게 마련해 올림.
▶ 樹羽旗 : 새깃 꽂은 기를 세우다. 羽旗는 羽旂라고도 하며, 오색의 새 깃털을 깃대 위에 꽂은 것.
漢家五葉才且雄,賓延萬靈服九戎。
漢 왕실 5代는 재능이 있고도 영웅다웠으니, 모든 신령 받들어 모시고 모든 오랑캐 복종시켰네.
▶ 漢家五葉 : 漢 왕실의 5대. 곧 高祖·惠帝·文帝·景帝·武帝를 가리킴.
▶ 賓延萬靈 : 모든 신령을 손님처럼 모시다. 모든 신령을 잘 모시다.
▶ 九戎 : 모든 오랑캐. 戎·夷·狄·蠻을 다 포함함.
柏梁賦詩高宴罷,詔書法駕幸河東。
柏梁에서 시를 읊던 성대한 잔치를 마치고, 詔書 내려 천자의 수레 내어 河東으로 납시었네.
▶ 栢梁賦詩 : 백량대에서 시를 읊다. 漢 무제는 백량대를 짓고 신하들을 모아 잔치하며 모두에게 칠언을 읊도록 하였다. 황제 이하 25명이 한 구절씩 읊은 聯作으로, 元封 3년에 지었다고 하나, 淸 顧炎武를 비롯한 학자들이 후인의 위작일 터이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高宴 : 성대한 잔치.
▶ 法駕 : 천자의 수레.
▶ 河東 : 대체로 山西省 境內의 黃河 동쪽 지방. 汾陰은 그곳에 있었다.
河東太守親掃除,奉迎至尊導鸞輿。
河東太守는 친히 土祠를 소제하고, 지존 받들어 마중하여 천자의 수레 인도하였네.
▶ 鸞輿 : 천자의 수레.
五營將校列容衛,三河縱觀空里閭。
五營의 장교들 늘어서서 儀容과 護衛를 맡고, 三河 사람들이 모두 구경나와 동리를 비웠었네.
▶ 五營將校 : 여러 군영의 장교들. 長水·步兵·射聲·屯騎·越騎의 5영[《後漢書》順帝紀 注]의 장교들.
▶ 列容衛 : 줄을 서서 儀容과 護衛를 맡다. 儀仗도 갖추고 호위도 담당하다.
▶ 三河 : 漢대에 河東·河內·河南의 三郡을 이르던 말.
▶ 空里閭 : 마을을 비우다.
回旌駐蹕降靈場,焚香奠醑徼百祥。
旌門으로 돌아와 머물며 靈場에 내려와서, 향 피우고 맑은 술 올리며 여러 가지 복을 비네.
▶ 回旌 : 旌門으로 돌아오다. 정문은 천자가 밖에 나가 제사를 지내거나 임시로 쉴 때 장막을 쳐 궁전으로 삼고 깃대를 세워 만들어 놓은 문.
▶ 駐蹕(주필) : 천자가 밖에 나가 다니다 머무름.
▶ 靈場 : 신령이 내리는 곳. 后土祠를 가리킴.
▶ 奠醑(전서) : 좋은 술을 올림.
▶ 徼百祥 : 백 가지 상서로움을 祈求하다. 여러 가지 복을 빌다.
金鼎發食正焜煌 , 靈祇煒燁攄景光.
금솥의 음식 올리니 매우 휘황하고, 신령께서는 번쩍번쩍 상서로운 빛 발산하네.
▶ 發食 : 음식을 올리다. 음식을 제물로 차려 올리는 것.
▶ 焜煌(혼황) : 휘황하다. 빛이 환함.
▶ 靈祇煒燁(영기위엽) : 신령께서 빛을 발하다. 后土께서 번쩍번쩍 빛을 내시다.
▶ 攄景光(터경광) : 상서로운 빛을 발산하다. 《漢書》 교사지에는 무제가 분음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이 분수에 붉은 비단 같은 빛이 남을을 보았다 하여, 거기에 후토사를 세웠다고 하였다.
埋玉陳牲禮神畢,舉麾上馬乘輿出。
옥을 묻고 제물 늘어놓고 신령께 제례 다 올리고, 지휘기 들고 말 몰아 수레 타고 나가셨네.
▶ 埋玉 : 옥을 땅에 묻다. 后土에게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 麾 : 지휘할 때 쓰는 깃발.
彼汾之曲嘉可遊,木蘭爲楫桂為舟。
저 汾水의 물굽이는 매우 유람하기 좋은 곳이라, 木蘭으로 노를 만들고 계수나무로 만든 배를 만드네.
▶ 嘉可遊 : 매우 놀기에 좋다. 잘 놀기에 합당하다.
▶ 楫(즙) : 배의 노.
櫂歌微吟彩鷁浮,簫鼓哀鳴白雲秋。
櫂歌 가늘게 읊조리며 채색의 배를 띄우니, 퉁소와 북소리 슬프게 울리니 白雲 뜬 가을이네.
▶ 櫂歌(도가) : 본시는 뱃노래로 옛 악부 瑟調의 곡 이름. 그러나 晉나라 때의 이 노래는 魏 明帝의 시로 吳나라를 평정했던 공훈을 노래한 내용이라 한다 [《樂府解題》].
▶ 彩鷁(채익) : 채색으로 장식한 배. 익은 본디 白鷺와 비슷한 큰 물새 이름.
歡娛宴洽賜群后,家家复除戶牛酒。
즐거운 잔치 무르익자 제후들에게 상을 내리시고 집집마다 다시 牛酒를 내려주셨네.
▶ 宴洽 : 잔치가 무르익다.
▶ 賜群后 : 제후들에게 恩賜를 내리다. 群后는 제후와 같은 뜻.
▶ 戶牛酒 : 家戶별로 牛酒를 내리다. 우주는 천자의 하사물로 흔히 쓰이던 물건. 《漢書》 武帝本紀에 분음에서 후토에 제사지내기 직전에 雍에 가서 五畤에 제사지내고 우주를 내린 기록이 있다.
聲明動天樂無有,千秋萬歲南山壽。
천자의 명성 밝아 하늘을 감동시키고 신령까지 즐겁게 해드리니, 천년 만년 남산처럼 수하실 것일세.
▶ 聲明動天 : 聲譽가 밝게 하늘을 움직이다. 천자의 명성이 하늘을 감동시키다.
▶ 樂無有 : 신령[后土]을 즐겁게 해드리다. 무유는 존재가 없는 것으로 道나 神 따위.
自從天子向秦關,玉輦金車不復還。
천자께서 秦關 향해 떠난 이후로, 천자의 수레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였네.
▶ 秦關 : 秦나라 關門. 이곳에서는 唐 玄宗이 蜀으로 피란할 때 나갔던 관문을 말함.
▶ 玉輦金車 : 천자의 수레를 가리킴. 옥과 금으로 장식한 수레.
珠簾羽帳長寂寞,鼎湖龍髯安可攀。
구슬발과 깃털장막은 언제나 적막하니, 鼎湖의 용수염에 어찌 매달릴 수 있겠는가?
▶ 鼎湖龍髥 : 옛날 黃帝가 鼎湖에서 용을 타고 하늘에 올라갔는데, 그때 용의 수염을 잡고 따라 올라갔던 신하들은 모두 중간에서 떨어졌다 한다. 따라서 이 용의 수염은 권세가 떨어진 上皇이 된 현종을 가리킴.
千齡人事一朝空,四海為家此路窮。
천년의 人事가 하루아침에 공허해지니, 온 세계 한 집안 만들려던 일은 이 길로 궁해졌네.
▶ 千齡人事 : 천년 두고 공들여 온 사람의 일. 천년 두고 닦아온 唐나라의 정치.
▶ 四海爲家 : 온 세계를 집안으로 삼다. 天下統一을 이룩함.
雄豪意氣今何在,壇場宮苑盡蒿蓬。
영웅호걸의 의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제단이며 궁정이며 모두 쑥대로 덮혔네.
▶ 壇場 : 땅을 높이고 깨끗이 만들어 놓은 곳. 곧 제단.
▶ 蒿蓬 : 쑥, 쑥대가 우거진 것.
路逢故老長太息,世事回環不可測。
길에서 노인 만나 길게 탄식하니, 세상일은 돌고 돌아 예측할 수 없다 하네.
昔時青樓對歌舞,今日黃埃聚荊棘。
옛날에 기생집에서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었는데, 오늘은 누런 먼지 덮어쓰고 싸리와 가시나무에 싸여 있네.
▶ 靑樓 : 妓樓. 기생집.
▶ 聚荊棘 : 싸리나무, 가시나무가 모여 자라다. 곤경에 빠져 있는 모양을 비유함.
山川滿目淚沾衣,富貴榮華能幾時?
山川이 눈에 가득하나 눈물이 옷을 적시니, 부귀영화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는가?
不見只今汾水上,唯有年年秋雁飛。
지금은 汾水 가에 해마다 가을이면 기러기만 날고 있음을 보지 못하는가?
해설
앞에서는 西漢의 전성시대와 汾陰에 가서 后土에 제사지내며 국토의 확장을 위해 분주하던 漢 武帝를 찬양하는 한편, 뒤에서는 세월의 덧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뒤에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 賊徒들이 長安으로 쳐들어오자, 玄宗은 蜀 땅으로 피란을 떠났는데, 도중에 악공이 이 시를 노래함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였다 한다 [《明皇傳信記》].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9吟類-1古長城吟(고장성음) (1) | 2024.02.26 |
---|---|
9吟類(음류) (0) | 2024.02.26 |
8行類-22君子行(군자행) (0) | 2024.02.25 |
8行類-21今夕行(금석행) (1) | 2024.02.25 |
8行類-20桃源行(도원행) (1) | 2024.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