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8行類-15琵琶行(비파행)

耽古樓主 2024. 2. 25. 01:10

古文眞寶(고문진보)

비파행(琵琶行)-백거이(白居易)

▶ 琵琶行 비파의 노래.
비파는 4으로 목이 길고 배가 넓은 악기 이름본시 서역 악기로 대에 들어와 유행하였다이 시는 白居易가 九江郡 司馬로 좌천되어 있을 元和 11(816) 潯陽江 汾浦口에서 친구를 전송하다 비파 타는 여자를 만났던 감흥을 노래한 것이다.
白氏長慶集》 12에 실려 있다.

 

潯陽江頭夜送客, 楓葉荻花秋瑟瑟.
심양강에서 밤에 손님을 전송하는데, 단풍잎 갈대꽃 위에 가을바람 쓸쓸하였네.
潯陽江 : 江西省 九江 북쪽 부근의 長江의 별명. 荻花 : 갈대꽃. 흰 갈대 꼬리.
瑟瑟 : 가을바람이 설렁설렁 소리내며 부는 모양.

主人下馬客在船, 擧酒欲飲無管絃, 醉不成歡慘將別, 別時茫茫江浸月.
주인이 말에서 내리고 손님은 배에 탔는데, 술잔 들어 마시려 해도 악기 반주가 없어, 취하여도 기뻐지지 않아 서글프게 작별하는데, 작별할 때 아득한 강물에는 달이 빠져 있었네.
慘將別 : 슬프게 작별하려 하다.

忽聞水上琵琶聲, 主人忘歸客不發.
그때 문득 물 위에서 비파 소리 듣고, 주인은 돌아감을 손님은 떠나기를 잊었네.

尋聲暗問彈者誰, 琵琶聲停欲語遲.
소리를 찾아 은근히 타는 분 누구인가 물으니, 비파 소리 멈추고도 말은 머뭇거리기만 하네.
欲語遲 : 말이 더디려 하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移船相近激相見, 添酒回燈重開宴.
배 옮겨 가까이 가서 불러내어 만나고자 하여, 술 다시 따르고 등불 다시 밝힌 다음 다시 잔치 벌였네.

千呼萬喚始出來, 猶抱琵琶半遮面.
여러번 부른 뒤에야 비로소 나오는데, 아직도 비파를 안고 얼굴 반쯤 가렸네.

轉軸撥絃三兩聲, 未成曲調先有情.
비파 끝의 조리개 돌려 줄을 조이고 두세 번 소리내어 보는데, 곡조를 이루기도 전에 먼저 정이 실려 있네.
轉軸 : 비파 목 끝의 조리개를 돌려 줄을 팽팽히 조임. 撥絃 : 줄을 아무렇게나 뜯어보는 것. 소리를 시험하는 것.

絃絃掩抑聲聲思, 似訴平生不得志.
줄줄이 마음 억누르되 소리마다 그리움이 실려, 평생의 불우한 정을 호소하는 듯하네.
絃絃掩抑 : 줄줄이 감정을 가리고 억누르듯 은근한 소리를 내는 것.
聲聲思 : 소리마다 슬픔이 실리다. 소리마다 그리움이 실리다.

低眉信手續續彈, 說盡心中無限事.
눈썹 내리깔고 손 가는 대로 연이어 뜯는데, 마음속의 무한한 일들을 다 말해 주는 듯하였네.

輕攏慢撚撥復挑, 初為霓裳後六么.
줄을 가벼이 누르고 천천히 비비며 뜯고 튕기고 하면서, 처음엔 霓裳羽衣曲 뜯고 뒤에는 六么를 연주하네.
輕擺(경롱) : 가벼이 누르다. 농은 비파를 연주할 때 왼손가락으로 줄을 가벼이 누르는 것.
慢撚 : 천천히 손끝으로 비빔. 은 왼손가락으로 줄을 누른 다음 弄絃을 함.
撥復挑 : 줄을 뜯고 또 튕김. 는 오른손으로 연주할 때 현을 다루는 방법임.
霓裳 : 霓裳羽衣曲. 唐 玄宗이 작곡했다는 음악.
六么(육요) : 綠腰라고도 부르는 대에 성행된 大曲 이름.

大絃嘈嘈如急雨, 小絃切切如私語.
굵은 줄은 소리 낮고도 잦아 소낙비 내리는 듯, 가는 줄은 소리 가늘고도 애절하여 사적 대화인 듯.
大絃嘈嘈(대현조조) : 굵은 줄은 낮고 잦은 소리를 내다. 嘈嘈는 보통 시끄러운 소리를 형용한다.
小絃切切 : 가는 줄은 소리가 가늘고도 애절하다. 切切은 슬픔. 간절함. 가늘고 빠름 등을 형용한다.

嘈嘈切切錯雜彈, 大珠小珠落玉盤.
낮게 애절하게 엇섞어 뜯으니, 큰 구슬 작은 구슬들이 옥쟁반에 떨어지네.

間關鶯語花底滑, 幽咽泉流氷下灘.
맑고 고운 꾀꼬리 소리 꽃 밑에 미끄러지고, 그윽이 흐느끼는 샘물에 떠서 얼음이 여울물에 떠내려가네.
間關(간관) : 맑고 고운 새소리.
幽咽(유열) : 그윽이 흐느끼다.
冰下灘 : 얼음이 여울물에 떠내려감.

冰泉冷澁絃凝絕, 凝絕不通聲蹔歇.
얼음 샘물 차서 걸리듯 줄이 엉기어 끊어졌는가, 엉기어 끊어진 듯 줄 소리 잠시 멎는데,
冷澁(랭삽) : 차가워져 걸리다. 물 위의 얼음덩이들이 서로 걸리어 붙어 떠내려가지 않음.
絃凝絶 : 줄이 엉기어 끊어지다.
蹔歇(잠헐) : 잠시 멈추다. 으로도 씀.

別有幽愁暗恨生, 此時無聲勝有聲.
별도로 그윽한 시름과 남몰래 한이 생겨나니, 이런 때 無聲이 有聲보다도 낫네.

銀瓶乍破水漿迸, 鐵騎突出刀鎗鳴.
은병이 갑자기 깨어져 담겼던 물이 터져 나오고, 鐵騎가 돌진하며 칼과 창이 부딪쳐 울리네.
乍破(사파) : 갑자기 깨지다.
水漿迸(수장병) : 물과 장이 흩어지다. 병 안의 물이나 장이 터져 흩어지다.
刀鎗鳴 : 칼과 창이 부딪쳐 소리내다.

曲終抽撥當心畫, 四絃一聲如裂帛.
곡을 끝내고 줄 채 뽑아 가슴 앞에서 한번 그으니, 네 줄이 한 소리로 비단을 찢는 듯하네.
抽撥 : 줄채를 빼어내다. 은 현을 뜯을 때 쓰는 물건. 줄채.
當心畵 : 비파를 들어 가슴에 대고 줄채로 줄을 긋다.’

東船西舫悄無言, 唯見江心秋月白.
동쪽 배 서쪽 배가 고요히 소리 내지 못하고, 오직 강물 가운데 가을 달이 희게 보이네.
: 고요함. 근심함.

沉吟收撥揷絃中, 整頓衣裳起斂容.
생각에 잠겨있다가 줄채를 거두어 줄에 꽂아놓고, 옷매무새 고치고 일어나 얼굴빛 바로잡네.
沉吟 : 생각에 잠김.
斂谷 : 얼굴빛을 바로잡다. 몸가짐을 바로잡다.

自言本是京城女, 家在蝦蟆陵下住.
자신을 말하기를 ‘본시 장안의 여자로, 蝦蟆陵 아래 있는 집에 살고 있었는데,
京城 : 서울 長安
蝦蟆陵 : 장안 동쪽에 있는 나라 董仲舒의 능. 그는 대학자여서 武帝도 그 앞에서는 말에서 내렸다 하여 下馬陵이라 부르던 것이 蝦蟆陵으로 달리 쓰게 되었다.

十三學得琵琶成, 名屬敎坊第一部.
열세 살에 비파를 잘 배워, 이름이 敎坊의 제1부에 올라 있었고,
名屬敎坊 : 이름이 敎坊에 오르다. 敎坊현종이 개설했던 음악 관서.
第一部 : 일류 악공들의 부서.

曲罷常敎善才服, 妝成每被秋娘妬.
한 곡 연주 끝나면 늘 비파의 명수를 감복하게 하였으며, 화장하면 언제나 秋娘이 질투하였습니다.
善才 : 훌륭한 재능을 지닌 사람. 여기선 비파의 명수.
秋娘 : 옛날 기생 이름.

五陵年少爭纏頭, 一曲紅綃不知數.
五陵의 젊은이들이 선물하기 다투어, 한 곡 연주하면 빨간 얇은 비단 셀 수 없었고,
五陵 : 장안성 밖에 대 다섯 임금의 능이 있는 곳. 뒤에는 황족과 귀족들이 이곳에 몰려 살았다.
纏頭(전두) : 악공이나 기생에게 예물로 주던 물건. 흔히 비단을 머리에 감아주매 전두라 불렀다.

鈿頭銀篦擊節碎, 血色羅裙翻酒汚.
자개 박은 은빗이 장단을 맞추느라 부수어졌고, 핏빛 비단 치마를 엎지른 술에 버리기도 하였지요.
鈿頭銀篦(전두은비) : 머리쪽에 자개를 박아 장식한 은으로 만든 머리빗.

今年歡笑復明年, 秋月春風等閑度.
今年에 즐기며 웃고 明年에도 그렇게 하며, 秋月과 春風을 시름없이 보냈지요.
等閑度 : 아무 걱정없이 보내다. 等閑은 아무 생각도 없음. 걱정없고 여유가 있음.

弟走從軍阿姨死, 暮去朝來顏色故.
아우는 전쟁에 나가고 양모는 죽으니, 저녁이 가고 아침이 오는 대로 얼굴빛이 늙고,
阿娘 : 양모. 기생들의 양어머니.
顏色故 : 얼굴빛이 낡아지다. 몸이 늙음.

門前冷落鞍馬稀, 老大嫁作商人婦.
문앞이 쓸쓸하여져 안장 얹은 말이 드물게 되매, 나이 들어 시집가서 장사꾼 마누라 되었지요.
冷落 : 싸늘하게 시드는 것. 쓸쓸해지는 것.
鞍馬稀 : 안장 올려놓은 말 드물게 되다. 말타고 찾아오는 부자들이 드물게 되다.
老大 : 나이가 들어.

商人重利輕別離, 前月浮梁買茶去.
장사꾼은 이익을 중시하고 이별은 가벼이 여기는지라, 前月에 浮梁으로 茶를 사러 갔지요.
浮梁 : 의 명산지. 江西省 부량현.

去來江口守空船, 遶船明月江水寒. 夜深忽夢少年事, 夢啼粧淚紅闌干.
江口를 오가며 빈 배 지키고 있는데, 밝은 달은 배를 둘러싸고 강물은 싸늘하여, 밤 깊을 때 갑자기 젊었을 적 꿈이라도 꾸면, 꿈에 우느라 화장이 진 눈물 붉게 줄줄 흐른답니다.
: 두르다. 감싸다. 얽다. 와 통함.
紅闌干 : 붉게 줄줄 흐르다. 闌干은 줄줄 흐름.

我聞琵琶已歎息, 又聞此語重喞喞.
내 비파 가락 듣고 이미 탄식했거니와, 또 이 말 들으니 연거푸 탄식하네.
喞喞(즉즉) : 연이어 탄식하는 모양. 보통은 소리가 요란한 것을 형용하는 말임.

同是天涯淪落人, 相逢何必曾相識?
똑같이 天涯에 몰락한 사람이거늘, 서로 만남에 하필 舊面을 따질 것인가?
淪落 : 몰락하다. 타락하다

我從去年辭帝京, 謫居臥病潯陽城.
나는 지난해 서울을 떠난 뒤부터, 귀양살이로 潯陽城에 병들어 누워 있었네.

尋陽地僻無音樂, 終歲不聞絲竹聲.
심양은 땅이 편벽되어 음악이란 없고, 해가 다하도록 악기 소리라곤 듣지 못하네.

住近湓江地低濕, 黃蘆苦竹遶宅生.
사는 곳 湓江에 가까워 지대가 낮고 습하고, 누런 갈대와 대숲이 집을 둘러 자라 있네.
溢江 : 강서성 九江縣에서 長江으로 합쳐지는 강물이름.
黃蘆 : 누런 갈대.
苦竹 : 대나무의 일종. 죽순은 먹을 수 있고, 대로는 바구니나 가구를 많이 만든다.

其間旦暮聞何物? 杜鵑啼血猿哀鳴.
그런 속에서 아침저녁 무슨 소리 들리겠나? 두견새 피를 토하며 울고 원숭이 슬피 울 뿐.
杜鵑啼血 : 周末蜀王 杜宇(:望帝)가 죽어서 두견새[소쩍새]가 되었다 한다 [華陽國志]. 그리고 두견새가 피를 토하고 울어 그 피가 杜鵑花가 되었다 한다. 두우의 전설 자체에는 슬픈 게 없으나 두견새 울음소리가 애절하여 후세 문인들은 두견과 슬픔을 관련시키고 있다. 이 다음에 春江花朝秋月夜, 往往取酒還獨傾의 구가 탈락되었다고 한다.

豈無山歌與村笛? 嘔啞晭哳難為聽.
어찌 농부들의 山歌와 마을 사람들의 피리조차 없겠는가? 조잡하고 시끄러워 듣기에 거북하였을 뿐.
山歌 : 산사람의 노래. 사실은 농촌의 민요.
嘔啞晭哳(구아조찰) : 소리가 잡되고 시끄러운 것.

今夜聞君琵琶語, 如聽仙樂耳蹔明.
오늘 밤 그대의 비파 연주 듣고 나니, 신선의 음악 들은 듯 귀 잠시 깨끗해지네.

莫辭更坐彈一曲, 為君翻作琵琶行.
제발 사양 말고 다시 앉아 한 곡조 더 뜯어 주게, 그대 위해 글로 옮겨 琵琶行을 지을 테니.
翻作 : 옮겨 짓다. 비파 곡조의 뜻을 글로 옮겨 쓰는 것.

感我此言良久立, 却坐促絃絃轉急.
내 이 말에 감동하여 한참 서있다가, 물러앉아 잽싸게 줄 튕기니 줄의 가락 다급해지는데,
却坐 : 물러나 앉다. 물러서서 제자리에 앉음.
促絃 : 빠른 동작으로 줄을 뜯음.

凄凄不似向前聲, 滿坐聞之皆掩泣.
슬프기 먼저 곡과 같지 않아, 그 자리 사람들 모두 듣고는 눈물 닦으며 울었는데,
凄凄 : 싸늘한 모양. 쓸쓸한 모양. 여기서는 와 통하여 슬픈 모양.
掩泣 : 눈물을 닦으며 움.

就中泣下誰最多? 江州司馬靑衫濕.
그중에서도 눈물을 누가 가장 많이 흘렸던가? 江州司馬의 푸른 저고리가 눈물에 흠뻑 젖었었지.
江州司馬 : 白居易 자신을 가리킴.
靑衫 : 파란 저고리. 삼은 웃옷의 일종.

 

 

 

 해설


앞에 보인 〈長恨歌〉와 함께 白居易의 시를 대표하는 長詩이다. 장시이면서도 全篇의 얘기 속에 깃들인 서정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 시 앞에는 이 작품을 쓰게 된 연유를 밝힌 작자의 서문이 붙어 있다. 

참고로 번역과 본문을 소개한다.

元和十年 予左遷九江郡司馬.
원화 10년(815) 나는 九江郡 司馬로 좌천되었다.

明年秋送客湓浦聞舟中夜彈琵琶者.
그 다음해 가을에 湓江의 포구에서 손님을 전송하다가 배에서 밤에 비파를 타는 소리를 들었다.

聽其音錚錚然有京都聲.
그 곡조를 들으니 맑게 울림에 長安의 가락이 있었다.

問其人本長安倡女嘗學琵琶於穆曹二善才年長色衰委身爲賈人婦.
그 사람에게 물으니본시는 倡女였는데 일찍이 穆曹二란 명수에게서 비파를 배웠고나이 들고 용모 쇠하매 장사꾼의 아내로 몸을 맡긴 처지라 하였다.

遂命酒使快彈數曲曲罷憫然自敍少小時歡樂事今漂淪憔悴轉徙於江湖間.
이어 술을 부르고 그를 시켜 어서 몇 곡을 타게 하였는데곡이 끝나자 슬픈 모습으로 자신이 젊었을 적의 즐거웠던 일을 얘기하며지금은 몰락하고 초췌해져서 江湖를 옮겨 다닌다고 하였다.

予出官二年恬然自安感斯人言是夕始覺有遷謫意因爲長句歌以贈之凡六百一十六言命曰琵行.
나는 지방에 나와 벼슬하기 2년고요히 편안하게 지내다가이 사람의 말에 감동하고 그날 밤에야 비로소 좌천된 뜻을 깨닫게 되었으매긴 노래를 지어 그에게 주니도합 616字로〈비파행〉이라 題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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