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8行類-12偪側行(핍측행)

耽古樓主 2024. 2. 25. 01:02

古文眞寶(고문진보)

궁박함을 노래함(偪側行)-두보(杜甫)

▶ 偪側行(핍측행) : 窮迫함을 노래함.
다른 杜甫詩集엔 贈畢曜(: 필요에게 줌)’란 석 자가 제목으로 덧붙여 있다두보에겐 贈畢四曜란 시가 또 있는데필요는 글을 좋아하는 그의 친구였는데 굶주리고 헐벗어 하인들도 천하게 여겼다[饑寒奴僕賤]’라고 읊었을 정도로 가난했다.
杜詩鏡銓엔 권4에 실려 있다.

 

偪側何偪側, 我居巷南子巷北.
궁박하기 어찌 그리 궁박한가? 나는 골목 남쪽에 살고 그대는 골목 북쪽에 사는데,

可恨鄰里間, 十日不一見顔色.
한스럽게도 이웃 동리에서, 열흘에 한번도 얼굴을 대하지 못하네.

自從官馬送還官, 行路難行澀如棘.
官馬로 관청에서 거두어 가니, 길을 다니기 어려움이 가시밭 가듯 깔끄럽네.
官馬 : 여기서는관에서 요구하는 말의 뜻. 至德 2(757)肅宗은 난적들에게 빼앗긴 兩京을 수복하려고 온 나라의 말을 군용으로 징발했다.
澀如棘 : 깔끄럽기 가시밭 같다.

我貧無乗非無足, 昔者相遇今不得.
내 가난하여 탈 것 없어도 발까지 없음은 아니로되, 옛날 서로 찾아다니듯 지금은 할 수 없네.

實不是愛微軀, 又非闗足無力.
실로 미미한 이 몸 아껴서가 아니며, 또 다리에 힘이 없기 때문도 아닐세.
非關 : 관계가 없다. ~때문이 아니다.

徒步翻愁官長怒, 此心炯炯君應識.
걸어 다니다가 官長을 노엽게 할까 걱정하니, 이 마음 분명히 그대는 응당 알 터이네.
翻愁 : 걱정을 일으키다. 걱정하게 만들다.
炯炯 : 밝게 빛나는 모양, 분명한 것.

曉來急雨春風顛, 睡美不聞鐘鼓傳.
새벽이 되자 갑자기 비내리고 봄바람 어지러웠으나, 잠이 푹 들어 시각 알리는 종과 북소리 듣지 못했네.
: 어지러운 것. 狂亂한 것.
睡美 : 잠을 잘 자다.
鍾鼓 :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와 북소리.

東家蹇驢許借我, 泥滑不敢騎朝天.
동쪽 집에서 절름발이 노새 내게 빌려주기로 했으나, 진흙 미끄러워 감히 타고 궁궐에 나가지 못하겠네.
蹇驢 : 절름발이 노새.
朝天 : 천자의 궁전으로 가는 것.

已令請急㑹通籍, 男兒性命絶可憐.
이미 임시 휴가를 신청하여 마침 허락이 났지만, 남아의 한 목숨 매우 가련하게 느껴지네.
請急 : 다급히 휴가를 요청함. 임시 휴가를 요청함.
會通籍(회통적) : 마침 허락이 나다. 이란 대쪽에 쓰인 일종의 공문으로 通籍은 관청의 공문에 의하여 어떤 결정을 통보함.

焉能終日心拳拳, 憶君誦詩神凜然.
어찌 종일토록 마음 꽁하게 지내겠는가? 그대가 시를 외우는 정신 늠름하였음이 생각나네.
拳拳 : 꼭 쥐고 놓지 않는 모양, 여기선 마음이 꽁함.
凜然 : 늠름함. 남에게 존경심과 두려움을 느끼게 함.

辛夷始花亦已落, 況我與子非壯年.
목련꽃 처음 피었다가 이미 떨어졌는데, 하물며 나와 그대는 장년 나이 아니던가?
辛夷 : 木蓮. 봄에 가장 일찍 꽃이 핀다.

街頭酒價常苦貴, 方外酒徒稀醉眠.
거리의 술값 늘 너무 비싸, 세상일 모르는 술꾼 취해 잠드는 일 드물다네.
方外 : 이 세상 밖. 곧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 것.

速宜相就飲一斗, 恰有三百青銅錢.
속히 만나서 술 한 말 마셔야 할 터인데, 마침 3백 錢의 푸른 동전이 있다네.
() : 마침.

 

 

 해설


至德 2년(757) 肅宗이 鳳翔에 있을 때 杜甫는 천자를 배알한 뒤 拾遺란 벼슬을 받았다그러나 안녹산의 난이 한창이던 때라 두보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매우 궁박하였던 듯하다.
그가 궁박한 친구를 동정하는 듯하면서도 실은 자신을 동정하는 것이다.
끝머리에 술이나 실컷 마시자는 뜻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음도 그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