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서를 노래함(草書歌行)-이백(李白)
▶ 草書歌行 : 초서의 노래.
懷素의 초서 쓰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李太白文集》 권7에 들어있다.
少年上人號懷素, 草書天下稱獨步.
젊은 스님의 호가 懷素인데, 草書가 천하를 독보하네.
▶ 上人 : 불교에서 上德之人의 뜻으로 쓰는 말. 후세에는 스님을 일컫는 말로 변하였다.
▶ 懷素는 성격이 매인 데가 없고 술을 좋아하고 초서를 잘 썼는데, 술에 취해 흥이 나면 절벽이고 동리 담이고 아무 데나 글을 썼고, 가난하여 종이가 없었으므로 파초를 만여 그루 길러 그 잎새에 글씨를 썼다 한다[陸羽 懷素傳].
墨池飛出北溟魚, 筆鋒殺盡中山兎.
墨池에서는 北海의 큰 고기가 튀어나왔고, 筆鋒이 하도 닳아서 中山의 토끼가 없어졌네.
▶ 墨池 : 먹물의 연못. 옛날 晉 王羲之가 永嘉太守로 있을 때 늘 못가에서 글씨를 써 못물이 검어져 사람들이 墨池라 불렀다고 한다. 浙江省 永嘉縣 積穀山 기슭에 있다.
▶ 北溟魚 : 북극 바다의 고기. 《莊子》逍遙遊 첫머리에 ‘북극 바다에 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모른다.’라고 한 데서 나온 말. 글씨를 많이 써서 큰 물고기가 튀어나올 정도의 큰 묵지를 이루었다는 뜻.
▶ 中山 : 중산의 토끼. 중산은 安徽省 宣城縣 북쪽에 있는 산 이름. 이곳에서 나는 토끼털로 만든 붓이 예부터 유명하였다.
八月九月天氣涼, 酒徒詞客滿高堂.
8, 9월 날씨 시원할 때, 술꾼과 문인이 큰 집 대청에 가득 찼네.
牋麻素絹排數廂, 宣州石硯墨色光.
삼베 종이 흰 비단 여러 방에 벌여놓고, 宣州의 돌벼루에는 墨色이 빛나네.
▶ 牋麻素絹 : 麻紙와 흰 비단. 마지는 삼을 원료로 만든 듯하며, 왕희지가 중년에 많이 써서 유명하다 [《癸辛雜識》].
▶ 排數廂 : 몇 개의 방에 벌여놓다. 廂은 행랑채의 방.
▶ 宣州 : 안휘성 선성현의 옛 이름. 본시 좋은 종이와 붓[宣州筆과 畵宣紙]의 산지로 유명하다.
吾師醉後倚繩床, 須臾掃盡數千張.
우리 스님 취한 뒤 胡沐에 기대앉아, 잠깐 사이에 수천 장을 다 써버리네.
▶ 繩床 : 胡琳이라고도 부르며 交椅이다.
▶ 掃盡 : 다 쓸어 버리다. 다 초서를 써버리는 것.
瓢風聚雨驚颯颯, 落花飛雪何茫茫?
회오리바람과 소낙비가 쏴하며 놀라게 하더니, 落花와 飛雪은 얼마나 질펀한가?
▶ 飄風驛雨 : 회오리바람과 소낙비.
▶ 颯颯 : 바람소리 또는 빗소리.
▶ 茫茫 : 廣大한 모양.
起來向壁不停手, 一行數字大如斗.
일어서서 벽을 향해 손 멈추지 않으니, 한 줄이 네댓 자요, 한 자 크기가 말[斗]만 하네.
恍恍如聞神鬼驚, 時時只見蛟龍走.
황홀하기 귀신의 놀람을 듣는 듯하고, 때때로 蛟龍이 달림을 보는 듯하네.
▶ 恍恍 : 정신이 아찔한 모양. 정신 차리지 못하는 모양.
▶ 蛟龍走 : 교룡이 달리다. 蛟도 용의 일종. 초서를 쓰는 모양을 형용한 말.
左盤右蹙如飛電, 狀同楚漢相攻戰.
왼편으로 구부리고 오른편으로 끌어당김이 번개치듯 하고, 모습이 마치 楚·漢이 서로 공격하며 전쟁하듯 하네.
▶ 左盤右蹙 : 왼편으로 구부리고 오른편으로 끌어당기다. 이리저리 초서를 거침없이 쓰는 모양.
▶ 楚漢 : 項羽의 楚나라와 劉邦의 漢나라.
湖南七郡凡幾家, 家家屏障書題徧.
湖南의 7郡이 모두 몇 집이던가? 집집마다 屛風이나 書額이 두루 퍼져 있네.
▶ 湖南七郡 : 洞庭湖 남쪽 지방의 일곱 郡. 湖南省뿐만 아니라 廣西省까지도 포함하는 지역을 옛날엔 호남이라 불렀는데, 일곱 개의 州가 있었다[《讀史方輿紀要》歷代州城形勢].
▶ 凡幾 : 거의 모든.
▶ 屛障 : 병풍.
▶ 書題偏 : 글씨 쓴 액자가 보편화되어 있다. 書額이 널리 퍼져 있다.
王逸少張伯英, 古來幾許浪得名?
王羲之나 張芝는, 예부터 얼마나 터무니없는 명성을 얻었는가?
▶ 王逸少 : 王羲之. 逸少는 그의 자. 〈蘭亭集序〉·〈黃庭經〉 등을 남긴 晉대의 명필가.
▶ 張伯英 : 後漢의 張芝. 伯英은 그의 자. 飛白書를 잘 썼고 초서에 뛰어나 草聖이라 일컬어진다. 幾許 : 얼마나.
▶ 浪 : 부질없이. 하릴없이.
張顚老死不足數, 我師此義不師古.
張顚은 늙어 죽었으니 따질 것도 없고, 우리 스님의 이러한 儀法은 古法을 스승삼지도 않았네.
▶ 張顚 : 唐대의 張旭. 자는 伯高. 초서를 잘 썼고 술에 취하면 머리에 먹을 찍어 글씨를 쓰기도 하여 張顚이라 불렀다. 특히 公孫大娘의 劒器舞(:칼춤)를 보고 영감을 받아 초서가 크게 발전하였다 한다.
▶ 此義 : 이러한 法, 이처럼 초서를 쓰는 법.
古來萬事貴天生, 何必要公孫大娘渾脫舞?
고래로 만사에 타고남이 귀중하니, 하필 公孫大娘의 渾脫舞이겠는가?
▶ 公孫大娘 : 唐 玄宗 때의 敎坊妓 이름. 노래도 잘했지만 劍器舞를 잘 추었다. 전하는 말로는 장욱뿐 아니라 懷素까지도 그의 춤에서 屈曲하는 초서의 妙理를 얻었다 한다.
▶ 渾脫舞 : 唐대에 유행한 춤 이름. 渾脫은 서역지방 말인 듯하며, 공손대낭의 칼춤을 ‘西河劒器’ 또는 ‘劒器渾脫’이라고도 부른다[杜甫〈觀公孫大娘弟子舞劒器行〉序].
해설
예부터 이 시는 李白의 작품이 아니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았다.
懷素의 술 좋아하고 매인 곳 없이 행동하는 모양이 이백과 서로 통한다고 여겨, 이 시를 이백에게 갖다 붙였는지도 모른다.
어떻든 회소의 草書는 이 시를 통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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