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가(菖蒲歌)-사방득(謝枋得)
▶ 菖蒲歌 : 창포 노래.
창포는 물가에 나는 풀로 泥菖蒲·水菖蒲·石菖蒲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 읊고 있는 것은 석창포임. 석창포는 水石 사이에 자라는 명품임[李時珍《本草綱目》〕.
有石奇峭天琢成, 有草夭夭冬夏靑.
돌이 기이하게 가파르니 하늘이 쪼아 만듣 것이요, 싱싱한 풀 있는데 겨울이고 여름이고 푸르르네.
▶ 奇峭 : 기이하게 솟아남. 峭는 산이나 바위가 솟아 있는 것. 석창포 곁의 돌과 바위를 형용한 말임.
▶ 夭夭 : 싱싱한 모양 [《시경》周南 桃天].
人言菖蒲非一種, 上品九節通仙靈.
사람들이 말하기를 창포는 한 종류만이 아니라 하며, 상품은 줄기 한 치 사이에 아홉 마디 있고 신선에 통달케 한다네.
▶ 上品九節 : 상급의 품종은 줄기 한 치 사이에 아홉 개의 마디가 있다. 晉 嵇含의 《南方草木狀》에 일렀다.
‘창포는 番禹(:廣東省 縣 이름) 동쪽에 계곡물이 있는데 그곳에서 난다. 모두 한 치에 아홉 개의 마디가 있다. 安期生이 이를 복용하여 신선이 되어 가버리고 옥신발 만을 남겼다 한다.’
▶ 通仙靈 : 신선과 신령에게로 통하게 하다. 신선이 되게 하다.
異根不帶塵埈氣, 孤操愛結泉石盟.
특이한 뿌리는 먼지나 티끌 기운을 띠지 않고, 외로운 절조는 泉石과 結盟하기를 좋아한다네.
▶ 孤操 : 외로운 절조. 고고한 志操.
▶ 結泉石盟 : 샘물과 돌과 盟約을 맺다. 석창포가 물과 돌 옆에 잘 자람을 뜻함.
明窓淨几有宿契, 花林草砌無交情.
밝은 창 앞 깨끗한 책상과는 예부터 인연이 있으나, 꽃 피는 숲속이나 풀이 남 섬돌 가에는 交情이 없다네.
▶ 明窓淨几 : 밝은 창 앞의 깨끗한 책상.
▶ 宿契 : 오래된 약속. 오래된 인연.
▶ 草砌 : 풀 우거진 섬돌.
▶ 無交情 : 사귈 정이 없다. 가까이하고픈 심정이 없다.
夜深不嫌清露重, 晨光疑有白雲生.
밤 깊어 맑은 이슬 되어 내림을 싫어하지 않고, 아침햇살 비치면 흰 구름이 피어나는 듯 느껴진다네.
嫩如秦時童女登蓬瀛, 手携綠玉杖徐行.
부드럽기는 秦始皇 때 숫처녀가 蓬萊·瀛洲 오를 적에, 손에 玉 지팡이 들고 천천히 걸어가는 듯하네.
▶ 嫩(눈) : 부드러움. 여리고 싱싱함.
▶ 秦時童女 : 진나라 때의 숫처녀. 秦始皇은 東海 가운데 삼신산이 있다는 말을 믿고 徐巿로 하여금 童男童女 수천 명을 데리고 가서 불로초를 구해오도록 하였다[始皇三六年, 《史記》始皇本記].
▶ 蓬瀛 : 蓬萊와 瀛洲. 方丈과 함께 삼신산의 이름.
▶ 綠玉 : 綠柱石, 또는 綠寶石이라고도 하는 옥돌 이름.
瘦如天台山上賢聖僧, 休糧絕粒孤鶴形,
마르기는 天台山의 聖賢 같은 스님이, 穀氣 끊고 살아가는 외로운 학의 형상일세.
▶ 天台山 : 浙江省 天台縣 북쪽에 있는 험하고 높은 산. 漢나라 때 劉晨과 阮肇가 약초를 캐러 갔다가 그곳에서 仙人을 만났다 하며, 隋나라 智者大師는 그곳에서 수양하여 天台宗이란 불교의 一派를 열었다.
▶ 休糧絶粒 : 양식을 멀리하고 곡식을 끊다, 곧 穀氣를 끊음.
勁如五百義士從田橫, 英氣凜凜摩靑冥,
굳세기는 5백 명의 義士들이 齊나라 田橫을 따를 적에, 英氣가 늠름하여 푸른 하늘에 닿을 듯함과 같네.
▶ 勁 : 굳센 것. 힘센 것.
▶ 田橫 : 秦나라 말엽에 齊나라 임금 田榮의 아우.
項羽와 劉邦을 상대로 싸우며 제나라를 지탱하다 齊王이 됨. 漢나라가 楚를 멸하자 전횡은 부하 5백여 명을 이끌고 바다속 섬으로 들어가서 漢高祖가 불러도 응하지 않다가 마침내는 모두 자살하였다 한다.
▶ 凜凜 : 싸늘한 모양. 위엄 있고 대단한 모양.
▶ 摩靑冥 : 푸른 하늘을 어루만지다. 푸른 하늘에 닿다.
淸如三千弟子立孔庭, 回琴點瑟天機鳴.
맑기는 3천 명의 제자가 공자의 집 뜰에 서 있을 적에, 顔回의 琴과 曾點의 瑟이 天理를 따라 자연스럽게 울림과 같네.
▶ 孔庭 : 공자의 집 마당.
▶ 回琴瑟 : 공자의 제자인 顔回가 타는 琴과 曾點이 타는 슬. 《論語》 先進편에 증점이 슬을 타는 얘기가 보이나, 안회가 금을 타는 얘기는 《莊子》에 보일 뿐이다.
▶ 天機鳴 : 하늘의 이치가 움직임대로 울리다.
堂前不入紅粉意, 席上嘗聽詩書聲.
창포가 있는 집 앞에는 여자의 붉은 연지와 흰 분 기미가 묻어들지 않고, 창포가 있는 자리에서 《詩經》 《書經》을 읽는 소리 들리는 게 보통이네.
▶ 紅粉意 : 붉은 연지와 흰 분을 바른 여자의 味.
恠石篠簜皆充貢, 此物舜廊當共登.
괴상한 돌과 가는 대 굵은 대로 모두 貢物에 충당되었으니, 이 石菖蒲도 舜임금 궁정엔 당연히 공물로 함께 올랐다.
▶ 恠石篠簜 : 靑州에서 나는 옥 비슷한 특이한 돌과 揚州에서 나는 가는 대[화살대]와 굵은 대. 恠는 怪와 같은 자임.
▶ 充貢 : 貢物에 충당되다. 공물은 각 지방에서 조정에 바치던 그곳의 특산물.
▶ 舜廊 : 옛 순임금의 궁전. 廊은 궁전의 곁채를 가리킴.
神農知已入本草, 靈均蔽賢遺騷經.
神農이 알고 이미 〈本草〉에 넣었으나, 屈原은 현명함이 가려저 離騷에서 빠뜨렸네.
▶ 神農 : 태곳적 三皇의 한 사람. 처음으로 모든 풀을 맛보고 醫藥을 마련했다 한다 [《史記》三皇本紀].
▶ 本草 : 神農이 지었다는 《本草經》 3권. 약재에 관한 가장 오래된 책이라 한다 [李時珍《本草綱目》].
▶ 靈均 : 《楚辭》 離騷의 작자인 屈原의 자.
▶ 遺騷經 : 離騷에서는 언급을 빠뜨리다. 騷經은 離騷經의 생략. 굴원은 이소에서 모든 향초를 동원하여 성인군자에 비유했는데, 창포는 인용하지 않았다.
幽人耽翫發仙興, 方士服餌延脩齡.
幽人이 석창포에 빠져 좋아하면 신선의 흥취를 발하고, 方士가 이를 복용하면 길게 수명 연장한다네.
▶ 耽翫 : 지나치게 좋아하며 즐기는 것.
▶ 方士 : 方術, 곧 仙道를 닦는 사람.
▶ 脩齡 : 긴 수명. 長壽.
綵鸞紫鳳琪花苑, 赤虯玉麟芙蓉城.
채색의 난새와 자줏빛 鳳새가 노는 琪花瑤草의 정원이고, 붉은 虯龍과 옥빛 麒麟이 노는 芙蓉城이네.
▶ 綵鸞紫鳳 : 채색의 鸞새[봉황새의 일종]와 자줏빛 봉새. 창포꽃의 아름다움을 비유한 것
▶ 琪花苑 : 琪花瑤草가 가득한 정원.
▶ 赤虯玉麟 : 붉은 虯龍과 옥빛 麒麟. 창포의 줄기와 뿌리의 아름다움을 비유한 것.
▶ 芙蓉城 : 연꽃이 많고 신선이 산다는 성 이름[胡微之《芙蓉城傳》].
上界真人好淸淨, 見此靈苗當大驚.
상계의 仙人은 淸淨을 좋아하니, 이 신령스런 석창포 싹을 보면 당연히 크게 놀라리라.
▶ 靈苗 : 신령스런 풀의 싹. 석창포를 가리킴.
我欲携之朝太淸, 瑤草不敢專芳馨.
나는 이를 갖고 太淸宮을 朝會하려 하노니, 瑤草가 감히 향기를 혼자만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네.
▶ 太淸 : 道家의 三淸境 중의 하나인 太淸宮[《抱朴子》雜應].
玉皇一笑留香案, 錫與有道者長生.
玉皇上帝께서 웃으시며 향기로운 책상 위에 두었다가, 도를 얻은 이에게 내려주어 장생하게 하리라.
▶ 玉皇 : 여러 신선을 다스리는 옥황상제.
▶ 錫 : 줌. 賜와 같다.
人間千花萬草儘榮艶, 未必敢與此草爭高名.
人世의 천만가지 화초가 아무리 아름답고 곱다 해도, 반드시 이 풀과 고상한 이름을 다툰다고는 못하리라.
▶ 榮艶 : 꽃 피고 고운 것.
해설
여기에서 읊은 석창포는 겨울이나 여름이나 푸르다고 했으니 남방 식물임에 틀림없고, 언제나 水石 곁에 자라는 蘭 비슷한 풀인 듯하다.
석창포의 특성이나 빼어난 모습이 잘 묘사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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