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7歌類-16後石鼓歌(후석고가)

耽古樓主 2024. 2. 20. 10:56

古文眞寶(고문진보)

후석고가(後石鼓歌)-소식(蘇軾)

▶ 後石鼓歌 뒤에 다시 노래한 석고가.
韓愈의 석고가보다 뒤에 다시 지었으므로 자를 붙인 것임.
分類東坡詩》 古跡類에 鳳翔八觀 여덟 가지를 읊은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첫째가 〈후석고가이다.


冬十二月歲辛丑, 我初從政見魯叟.
신축년 겨울 섣달에 나는 처음으로 정치에 종사하여 鳳翔縣 孔廟에 참배했네.
辛丑 : 宋 仁宗嘉祐 6(1061). 소식이 26세 되던 이해에 制科3등으로 합격하여 大理評事簽書란 벼슬을 받고 겨울에 鳳翔으로 부임, 12월에 鳳翔八觀시를 지었다東坡年譜.
見魯叟 : 노나라의 長老를 뵙다. 노나라의 장로란 노나라[山東省] 曲阜 출신의 孔子를 가리키며, 봉상의 를 참배함을 가리킨다. 이때 석고는 그 공자묘에 있었다.

舊聞石鼓今見之, 文字鬱律蛟蛇走.
옛적부터 석고 얘기 듣다가 지금 그걸 보니, 그 문자 꾸불꾸불하여 교룡이나 뱀이 달리는 듯하네.
鬱律(울률) : 험하고 꾸불꾸불한 모양[文選西都賦 注].

細觀初以指畫肚, 欲讀嗟如箝在口.
자세히 보며 처음엔 손가락으로 배 위에 써보면서, 읽어보려 하였으나 한스럽게도 입에 재갈을 물린 듯하네.
指畫肚(지획두) : 손가락으로 배에 글씨를 쓰다. 唐初草書·行書의 명인이었던 虞世南이 글씨를 배울 때 늘 이불 밑에서도 손가락으로 배 위에 글씨를 썼다 한다[本書 注].
箱在口(겸재구) : 재갈을 입에 물리다. 읽지 못함을 형용.

韓公好古生已遲, 我今況又百年後?
韓愈는 옛것을 좋아하였어도 출생이 늦음을 한탄하였거늘, 나는 지금 더욱이 다시 백 년이나 뒤에 났도다.
韓公 : 韓愈를 가리킴. 석고가에서 그는 아아! 나는 옛것 좋아하면서도 태어난 게 매우 늦네 [嗟余好古生苦晚]’라고 읊었다.

强尋偏旁推點畵, 時得一二遺八九.
억지로 편방을 찾아보고 점획을 미루어보니, 열자 중 한두 자는 알아보아도 8~9자는 몰라보겠네.
尋偏旁 : 억지로 석고의 글자의 편방을 찾아보다. 漢字의 왼쪽 글자, 漢字의 오른쪽 글자임.

我車旣攻馬亦同, 其魚維鱮貫之柳.
‘내 수레 탄탄하고 말도 잘 갖추어졌다’, ‘물고기는 서어인데 버들가지로 꿴다.’라는 말만 알겠네.
我車旣攻 : 내 수레 튼튼하다. 은 견고함[毛傳].
석고문에서 我車旣攻, 我馬亦同이란 구절은 알아볼 수 있었음을 말함[蘇軾 自注].
其魚維鱮 : 물고기는 서어이다.
석고문 중, ‘잡히는 고기 무엇이었나? 서어와 잉어지. 무엇으로 꿰었던가? 버들가지로였지[其魚維何? 維鱮維鯉, 何以貫之? 維楊與柳]’란 구절은 알아볼 수 있었음을 뜻한다[蘇軾 自注]

古器縱橫猶識鼎, 衆星錯落僅名斗.
옛날 기물이 이리저리 놓인 속에 그래도 솥은 알아보고, 별들 뒤섞여 있음에 겨우 북두칠성 이름을 부르네.
古器縱橫 : 옛날 그릇들이 이리저리 많이 놓여져 있는 것.
錯落 : 어지러이 뒤섞여 있는 것.

模糊半已似瘢胝, 詰曲猶能辨跟肘.
글자가 흐릿해져 태반이 이미 흉터나 딱정이 같고, 꾸불꾸불하지만 그래도 발뒤꿈치와 팔꿈치는 분별할 정도이네.
瘢胝(반지) : 흉터와 딱정이. 는 흉터가 굳어 딱정이가 생긴 것.
跟肘(근주) : 발뒤꿈치와 팔꿈치.

娟娟缺月隱雲霧, 濯濯嘉禾秀稂莠.
아름다운 조각달이 雲霧에 숨은 듯, 싱싱한 좋은 곡식 싹이 잡풀 위로 솟아있는 듯하네.
娟娟 : 고운 모양. 아름다운 모양.
濯濯 : 살찌고 윤택한 모양, 싱싱하게 잘 자란 모양.
秀稂莠 : 가라지풀 같은 잡초 위로 빼어나게 자라다. 稂莠는 모두 벼 비슷한 가라지풀의 일종.

漂流百戰偶然存, 獨立千載誰與友?
수백 번의 전쟁 속에 漂流하다가 우연히 남아 있으니, 천 년을 두고 홀로 서서 누구와 벗할 것인가?
漂流 : 떠서 흘러다님.

上追軒頡相唯諾, 下挹氷斯同鷇㝅.
위로 軒轅氏나 蒼頡을 좇아 견주니 서로 맞먹고, 아래로 唐대 李陽氷이나 秦나라 李斯의 小篆을 살펴보니 새 새끼와 젖먹이 같네.
軒頡 : 軒轅氏, 은 옛날 한자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蒼頡.
相唯諾 : 서로 대등하게 응대하는 것. 은 모두 하는 대답으로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응대함을 뜻함.
挹氷斯 : 나라 때 李陽나라 때 李斯를 들어보다. 은 주워들다, 취하다의 뜻. 이양빙은 小篆名家이며 이사는 소전을 만든 사람.
鷇㝅(구누) : 구는 어린 새 새끼, 는 젖먹이.

憶昔周宣歌鴻雁, 當時籀史變蝌蚪.
생각해보니, 옛날 周 宣王 때 鴻雁을 노래하였고, 그때 史籀가 蝌蚪文字를 변화시켜 大篆을 만들었다네.
鴻雁 : 기러기. 시경小雅의 편명. 毛詩序에 백성들이 周 宣王의 공덕을 칭송한 시라 하였다.
籀史 : 선왕 때의 太史. 大篆(:籀書)이란 서체를 만들었다 한다. 그러나 근래 王國維글을 읽는다.’라는 뜻으로 史官의 이름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史籀篇疏證.
蝌蚪(과두) : 올챙이. 여기서는 文字로 자획이 올챙이처럼 생긴 옛날 서체의 일종.

厭亂人方思聖賢, 中興天為生耆耉.
혼란이 싫어서 사람들이 막 聖人·賢人의 출현을 생각할 때, 중흥 위해 하늘은 老臣들 내어 돕게 했네.
中與 : 쇠해가는 나라를 중간에 다시 흥성케 함.
耆耉(기구) : 노인. 여기서는 천자를 보좌할 老成한 정치가를 뜻함.

東征徐虜鬫虓虎, 北伐犬戎隨指嗾.
동쪽으로 徐나라의 반역자들 정벌할 제 포효하는 호랑이 성내듯 하고, 북쪽으로 犬戎을 정벌하여 손가락질하는 대로 따르게 하였네.
徐虜 : 나라의 적. 서나라의 반역자들. 서나라는 의 후손으로 초부터 왕을 참칭하였고, 穆王때 멸망되었다가 다시 子國으로 봉해졌다. 安徽省 泗縣 북쪽에 있었다.
鬫虓虎(함효호) :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성내다. 은 호랑이가 성내는모양. 는 호랑이가 소리지르는 것.
犬戎 : 서쪽 오랑캐 이름. 犬夷·畎夷·晁夷등으로 도 불렸고, 섬서성 鳳翔府 북쪽에 있었다.
隨指嗾(수지주) : 손가락질하는 대로 따르다.

象胥雜遝貢狼鹿, 方召聯翩賜圭卣.
象胥에게 잔뜩 이리와 사슴 따위를 공물이 遝至하였고, 方叔과 召虎는 날렵하여 圭卣를 내리셨네.
象胥 : 사방 오랑캐들의 國使를 관장하고 임금의 말을 설명하여 전해주는 일을 관장하여 이들을 화친케 하고, 入朝하면 그들의 예를 이끌어 주고 말을 통역하던 관리 [周禮》〉 秋官]. 곧 통역관,
雜遝(잡답) : 뒤섞여 많이 몰려옴.
方召 : 方叔召虎. 선왕 때 南蠻을 정벌했던 신하들.
聯翩(연편) : 새가 나는 모양. 날렵한 모양. 여기서는 말을 타고 날렵하게 활동하는 것.
圭卣(규유) : 옥술잔과 검은 기장술 한 통. 시경大雅 江漢시에서 宣王召虎에게 그대에게 옥술잔과 검은 기장 술 한통을 내리노라[釐爾圭瓚, 秬鬯一卣]’라고 한 데서 따온 말. 圭瓚으로 옥술잔, 는 술통인데, 검은 기장술[秬鬯] 한 통[]을 가리킴.

遂因鼙鼓思將帥, 豈為考擊煩矇瞍?
마침내 鼙鼓는 장수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었지, 어찌 치고 두드리며 악공들 번거롭게 하기 위해서였겠나?
鼙鼓(비고) : 옛날 쓰이던 작은 북의 일종. 석고는 비고의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
考擊 : 두드리고 침.
矇瞍 : 장님. 은 판수이며, 옛날에는 장님이 주로 음악을 전공했음. 樂官을 가리킨다.

何人作頌比崧高? 萬古斯文齊岣嶁.
어떤 사람이 頌歌를 지어 석고에 새겨놓아 《詩經》 大雅 崧高에 비기게 하였는가? 만고의 이 글은 岣嶁山의 禹王碑와 같네.
崧高 : 시경大雅의 편명. 尹吉甫가 선왕의 공덕을 기린 시라 한다 毛傳.
岣嶁(구루) : 호남성 衡山縣 북쪽에 있는 산 이름으로, 형산의 主峯을 가리킴.
여기서는 거기에 있는 岣嶁碑를 가리키며, 그것은 나라 임금이 治水할 때 새겨놓은 것이라 하여 神禹碑라고도 부른다. 모두 70여 자로 篆書蝌蚪文도 아닌데, 나라 楊愼이 이를 해석한 일이 있다.

勳勞至大不矜伐, 文武未遠猶忠厚.
宣王의 공로는 지극히 크지만 뽐내고 자랑하지는 아니하였으니, 文王·武王으로부터 멀지 않은 시대라 아직도 忠厚했던 때문이리라.
矜伐 : 뽐내고 자랑함.

欲尋年代無甲乙, 豈有文字記誰某?
연대를 찾아보려 해도 甲乙의 간지가 없으니, 어찌 누가 지었는지 기록한 문자가 있겠는가?
甲乙 : 干支로 표시한 연대를 가리킴.

自從周衰更七國, 竟使秦人有九有.
周나라가 쇠한 뒤로 七國을 지나 마침내 秦나라 임금이 九州를 차지하게 하였네.
更七國 : 戰國七雄이 대립하던 시대를 지나다. ······. 은 지나는 것.
九有 : 九州. 천하를 가리킴.

掃除詩書誦法律, 投棄俎豆陳鞭杻.
《시경》·《서경》을 없애버리고 법률을 외우게 하였고, 祭器는 내버리고 채찍과 형틀만 늘어놓았네.
掃除詩書 : 시경·서경을 쓸어 없애다. 진시황의 焚書坑儒의 성격을 가리킴.
俎豆(조두) : 제기. 따위를 담는 그릇, 는 소금에 절인 음식 따위를 담는 굽이 높은 그릇.
鞭杻(편추) : 채찍과 刑具. 는 본시 手械로 손을 구속하는 형구.

當年何人佐祖龍? 上蔡公子牽黃狗.
그때 누가 祖龍을 보좌하였던가? 上蔡의 公子로 누런 개를 끌고 싶어 하였네.
祖龍 : 진시황을 가리킴.
始皇 36년 가을에 사자가 밤에 華陰 平舒道를 지나는데, 어떤 사람이 사자를 가로막고 祖龍이 죽는다.’라고 말하였는데, 다음 해 7월에 시황이 죽었다[史記秦本紀]. 集解에 일렀다.
의 뜻이고, 은 임금을 상징하므로, 조룡은 시황을 뜻한다.’
上蔡公子 : 진시황의 승상이었던 李斯를 가리킴.
이사는 上蔡 사람. 이세 2년에 이사는 咸陽에서 腰斬당했는데, 사형 직전에 아들을 보고 너와 함께 누런 개를 끌고 상채 東門 밖을 나가 사냥하고 싶지만 어찌 가능하겠느냐?’라고 하면서 부자가 통곡했다 한다 [史記李斯傳].

登山刻石頌功烈, 後者無繼前無偶.
시황제는 산에 올라 바위에 글 새겨 큰 공로 칭송하기를, 뒤에도 秦을 이을 공로가 없고 전에도 짝할 만한 공로는 없었다고 하였네.
▶ 登山刻石  : 진시황 28년에 동쪽 군현을 순행하다가 鄒嶧山(:山東省 鄒縣 동남쪽 嶧山)에 올라 돌에 의 공덕을 새겨 세웠고, 남쪽 琅邪山(:山東省 諸城縣 동남 바닷가)에도 올라 송덕비를 세웠다 [史記始皇本紀].

皆云皇帝巡四國, 烹滅彊暴救黔首.
바위 글에는 모두 말하기를 ‘황제가 사방의 나라에 巡狩하시어, 강폭한 자들을 삶아 죽여 없애고 백성들 구원하였다.’라고 하였네.
烹滅彊暴 : 강하고 난폭한 자들을 삶아 죽여 없애다.
黔首 : 평민들. 관을 못 써서 검은 머리를 드러내고 있어 그렇게 부른다고 하고, 평민은 검은 두건을 썼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진나라 때부터 백성을 그렇게 불렀다[史記秦本紀].


六經旣已委灰塵, 此鼓亦當隨擊掊.
六經은 이미 焚書로 재와 먼지가 되어 버려졌으니, 이 석고도 마땅히 쳐부숴져야만 했으리라.
六經 : 유가의 기본 경전으로 ·····春秋의 여섯 가지. 樂經은 전하지 않으므로 뒤에는 흔히 五經을 일컫게 되었다.
委塵 : 재와 먼지 되어 버려지다. 焚書를 당했음을 뜻한다. 擊掊 : 쳐서 깨버림.

傳聞九鼎淪泗上, 欲使萬夫沈水取.
시황제는 禹의 九鼎이 泗水에 빠졌음을 알고, 1만 명의 장정을 동원하여 물속에 들어가 찾게 하였다네.
九鼎 : 임금이 九牧(:九州長官)의 쇠를 모아들여 九州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솥을 만들어, 국권을 상징하게 하였다. 荊山 아래에서 이를 주조하여 夏都(:山西省 夏縣)에 두었고, 殷 湯王商邑에 두었고, 나라는 洛邑에 두었다 한다. 顯王 때에 나라가 주를 공격하여 九鼎을 빼앗았는데 그때 하나는 泗水에 빠뜨렸다 하고 나머지 八鼎도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시황 26년에 천여명을 동원하여 사수에 빠진 솥을 찾았다 [漢書郊祀志·史記秦本紀 ]
: 물속에 빠지다. 가라앉다.

暴君縱欲窮人力, 神物義不汙秦垢.
폭군이 자기 욕망대로 백성의 힘을 다 짜보았지만, 神物인 九鼎은 義理上 진나라 때로 더럽혀지지 않았다네.
汙秦垢(오진구) : 나라 때에 더럽혀지다. 진나라의 무도한 손에 들어가 욕을 보다. 구정이 나타나지 않아서 욕을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是時石鼓何處遊? 無乃天工令鬼守?
이때 석고는 어느 곳에 놀고 있었던가? 하늘의 조화가 귀신을 시켜 지켰음은 아닐까?
無乃 : ~한 것은 아닐까? 바로 ~한 것은 아닐까?

興亡百變物自閑, 富貴一朝名不朽.
나라의 흥망이 백 번 변하였으되 이 물건 스스로 한가하니, 부귀는 하루아침이나 이름은 영원히 식지 않네.

細思物理坐歎息, 人生安得如汝壽?
만물의 이치 자세히 생각하면 저절로 탄식이 나오나니, 사람으로 나서 어찌하면 그대처럼 장수를 누릴까?

 

 

 해설


韓愈의 〈石鼓歌〉에 뒤이어 다시 지은 시이다.
蘇軾도 한유와 같이 석고가 西周 때의 것임을 의심하지 않고 있으니중국인으로서의 선입견 때문인 듯하다.
여하튼 석고의 인상과 그 공덕을 읊은 소식의 문장은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