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잔칫자리에서(燕思亭)-마존(馬存)
▶ 燕思亭 : 思亭에서 잔치하다.
사정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다. 宋 陳師道의 〈思亭記〉-《고문진보》後集 수록-가 있으나, 그것은 徐州의 甄氏 자손이 부모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니 이곳의 사정은 아닌 듯하다. 燕思亭이 정자 이름이라 보는 이도 있다.
李白騎鯨飛上天, 江南風月閑多年.
이백이 고래를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가니, 강남의 풍월이 閑散한 지 여러 해이네.
▶ 李白騎鯨飛上天 : 이백은 采石磯에서 뱃놀이하다 물에 비친 달을 건지려고 취중에 물로 뛰어들어 익사했는데, 뒤에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앞 매요신의 〈采石月贈郭功甫〉 참조.
▶ 江南風月閑多年 : 강남의 풍월을 읊는 이가 없어져 오랫동안 한산했었다는 뜻.
縱有高亭與美酒, 何人一斗詩百篇?
비록 높은 정자와 좋은 술이 있다 하더라도, 누가 술 한 말에 시 백 편씩 지어내랴?
主人定是金龜老, 未到亭中名已好.
주인은 필시 금거북을 술로 바꾼 노인일 터이니, 정자에 이르기도 전에 명성이 이미 훌륭함을 알았네.
▶ 金龜老 : 이백이 하지장을 처음 만났을 때 하지장은 이백을 謫仙人이라 부르고 金龜로써 술을 바꾸어 마시며 즐거움을 다하였다. 앞의 李白의 〈對酒憶賀監 二首〉 참조
紫蟹肥時晚稻香, 黃鷄啄處秋風早.
자줏빛 게가 살찌고 늦은 벼가 싱그럽게 익어가며, 누런 닭은 모이를 쪼는데 가을바람 벌써 이네.
我憶金鑾殿上人, 醉著宮錦烏角巾.
내 기억에 옛날 금란전 위의 사람이, 취하여 비단 장포(長袍)에 검은 두건 썼었지.
▶ 金鑾殿(금란전) : 당나라 궁전 이름. 일찍이 唐 현종은 이백을 금란전으로 불러 만나보고 양귀비와 함께 白蓮池에서 뱃놀이를 하며, 이백에게 시를 지으라 하였다. 그러나 이백이 이미 술에 취하였으매, 高力士를 시켜 이백을 부축하여 배에 오르도록 하고, 시를 보자 宮袍를 벗어 하사하였다 한다. 따라서 金鑾殿上人은 현종의 사랑을 받던 이백을 가리킨다.
▶ 宮錦 : 宮中 양식의 비단으로 만든 長袍,
▶ 烏角巾 : 은거하는 野人이 쓰는 검은 두건. 이 구절은 득의하여 傍若無人한 태도를 읊은 것이다.
巨靈劈山洪河竭, 長鯨吸海萬壑貧.
위대한 신령이 산을 쪼개고 큰 강물을 말리며, 큰 고래가 바닷물을 들이켜 온 계곡물까지 말리는 듯하였지.
▶ 巨靈 : 큰 神靈
▶ 劈山(벽산) : 산을 쪼갬.
▶ 洪河 : 큰 강물. 이 구절은 이백의 기세를 읊은 것이다.
▶ 萬壑貧 : 온 골짜기 냇물이 빈약해진다. 이것은 이백의 위대한 역랑을 비유한 것이다.
如傾元氣入胸腹, 須臾百媚生陽春.
元氣를 기울이어 그의 가슴과 배에 부어넣듯이, 잠깐 사이에 아름다운 글이 따뜻한 봄처럼 나왔네.
▶ 元氣 : 만물생성의 근원이 되는 氣.
▶ 百媚 : 온갖 아름다움. 갖가지 아름다운 글.
讀書不必破萬卷, 筆下自有鬼與神.
독서는 만 권을 넘겨 읽을 필요가 없으니, 붓 아래에 자연히 귀신이 있었네.
▶ 讀書不必破萬卷 : 앞에 나온 두보의 〈위좌승에게 올림(贈韋左丞〉시의 ‘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이 란 말을 뒤집어 쓴 것이다.
我曹本是狂吟客, 寄語溪山莫相憶?
나 따위는 본시 멋대로 시를 읊는 사람이나, 시냇물과 산에게 말하노니 그대들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 曹 : 무리. 사람들.
▶ 莫相憶 : 생각하지 않겠는가? 反語로 보아야 전후 문맥이 잘 통한다.
他年須使襄陽兒, 再唱銅鞮滿街陌.
훗날 양양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다시 거리 가득 銅鞮를 노래하게 하리라.
▶ 襄陽兒 : 襄陽의 젊은이들. 양양은 湖北省에 있는 고을 이름.
이백은 〈양양가〉에서 일렀다.
‘저녁해는 峴山 서쪽으로 지려 하는데, 거꾸로 두건을 쓰고 꽃그늘 아래 비틀거린다. 양양의 아이들이 다 함께 손뼉을 치며 거리를 막고 다투어 白銅鞮를 노래한다. 곁사람이 무얼 보고 웃느냐 물으니 山翁이 취하여 진흙같아서 우스워 죽겠단다.’
이곳의 산옹은 晉나라 山簡(자는 季倫)을 말한다.
▶ 銅鞮(동제) : 앞에 나온 〈白銅鞮〉歌, 白銅蹄로도 쓰며 양양 지방의 민요. 《玉臺新詠》엔 〈襄陽白銅鞮歌〉가 실려 있다.
해설
思亭이란 정자에서 술을 마시며 작자 馬存(?~1096)이 이백의 文才를 동경한 노래이다. 강남의 풍경은 이백이 죽은 뒤로는 오랫동안 아무도 노래부르는 이 없이 한산하다.
지금 자기는 사정에서 옛날의 하지장 같은 주인의 술을 대접받고 있으나, 그 친구인 자신에게는 이백 같은 시재가 없다. 이백의 기세와 천재는 이 세상에 비길 데 없이 위대한 것이다.
다만 자기도 이백에 比肩할 게 있다면 술 취하여 아이들의 웃음 속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리를 누비는 것이다. 이백을 홈모하는 정이 狂客다운 필치로 잘 표현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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