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진인의 연엽도에 題함(題太乙眞人蓮葉圖)-한구(韓駒)
▶ 題太乙眞人蓮葉圖 : 太乙眞人蓮葉圖에 題한다. 태을진인은 하늘의 최고신의 이름을 지닌 남자 仙人. 태을은 太一이라고도 하며 본시는 별 이름이었다.
《史記》 封禪에 일렀다.
'옛날 천자는 3년에 한번씩 太牢를 차려 三一神을 제사지냈는데 天一·地一·太一이 그것이라.'
《索隱》에 일렀다.
‘宋均은 “천일·태일은 北極神의 別名”이라 하였고, 石氏는 말하기를, “천일·태일은 각 한 개의 별로 紫宮門 밖에 서서 天皇大帝를 받들어 모신다.”라고 하였다.’
宋 胡仔의 《漁隱叢話》에 일렀다.
‘李伯時가 태을진인이 하나의 커다란 연잎 속에 누워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읽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소연히 物外의 생각을 갖게 하는 그림이었는데 子蒼(:韓駒, ?~1135)이 그 위에 시를 題하였다. 시의 뜻이 절묘하여 정말로 이 그림을 잘 읊은 것이었다.’
이 시를 두고 한 말이다.
太乙真人蓮葉舟, 脫巾露髮寒颼颼.
태을진인이 연잎 배를 타고, 건 벗고 머리칼 내놓아 찬바람에 날린다.
▶ 颼颼(수수) : 바람이 쏴 부는 모양.
輕風為帆浪為楫, 臥看玉字浮中流.
가벼운 바람을 돛삼고 물결을 노삼고, 누워서 구슬 같은 글자 읽으며 물결 위에 떠간다.
▶ 楫(즙) : 배의 노.
▶ 玉字 : 옥 같은 글씨로 쓰인 책.
中流蕩漾翠綃舞, 穩如龍驤萬斛擧.
물결 속에 출렁이니 푸른 천이 춤추듯, 안온하기 진나라 용양장군의 큰 배가 떠있는 듯.
▶ 蕩渼(탕양) : 물결이 찰랑거리는 모양.
▶ 翠綃舞(취초무) : 부드러운 연잎이 '비취빛 엷은 비단이 춤추듯이 물에 떠있다'라는 뜻.
▶ 穩 : 안정. 또는 安穩의 뜻.
▶ 龍驤(용양) : 晉나라의 龍驤將軍 王濬. 그는 날마다 큰 군함을 만들어 가지고 吳나라를 쳤다.
▶ 斛(곡) : 度量의 단위, 10斗가 1곡이었다. 萬斛은 많은 容量이 많은 배를 뜻한다.
不是峯頭十丈花, 世間那得葉如許?
연화봉의 10장 넓이의 꽃이 피는 연잎이 아니라면, 세상에서 이러한 잎을 어떻게 구했겠는가?
▶ 峯頭十丈花 : 앞에 나온 韓愈의 〈古意〉 권4 시에 '太華山 봉우리 玉井의 연은 꽃이 피면 10장이나 되고 뿌리는 배와 같다' 하였다.
龍眠畵手老入神, 尺素幻出真天人,
용면거사의 그림 솜씨는 늙을수록 신묘해져서, 한 자 폭의 비단 위에 진짜 천인을 옮겨놓았다.
▶ 龍眠 : 李公麟(字 伯時)의 號. 그는 宋나라 元祐年間에 登第하였고, 그림과 草書로 유명했다. 元符年間에 은퇴하여 龍眠山莊의 그림을 그리고 龍眠居士라 불렀다 한다. 곧 〈太乙眞人蓮葉圖〉의 작자인 것이다.
▶ 尺素 : 한 자 넓이의 흰 비단.
恍然坐我水仙府, 蒼烟萬頃波粼粼.
황홀하게도 나를 수선의 집에 앉은 듯이 만들어, 푸른 안개 속의 넓은 바다엔 물결만 반짝인다.
▶ 侊然(황연) : 황홀하게.
▶ 水仙府(수선부) : 물속 仙人들의 궁전.
▶ 粼粼(인린) : 물속에서 깨끗한 돌이 반짝이는 모양. 잔물결이 반짝이는 모양.
玉堂學士今劉向, 禁直岧嶢九天上.
옥당의 학사들은 지금의 유향 같은 사람들이어서, 하늘 위에 높이 솟은 궁전 속에 지켜 앉아있다.
▶ 玉堂學士 : 翰林學士. 漢나라 때엔 玉堂署라 불렀으나 후세에 翰林院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劉向(: 자는 子政, 본명은 更生. 漢나라 宣帝·元帝·成帝 때 벼슬하여 光祿大夫가 되었고, 조명으로 조정의 秘府의 책들을 校正정리하였다. 또《洪範五行傳》도 지었다[《漢書》列傳].
▶ 禁直 : 禁中 곧 궁중에서 당직함.
▶ 岧嶢(초요) : 산이 높은 모양.
不須對此融心神, 會植靑藜夜相訪.
이 그림 대하고 마음과 정신을 융화시킬 건 없으니, 유향처럼 푸른 명아주 지팡이 짚고 밤이면 찾아가리라.
▶ 融心神 : 마음과 정신을 融會시킴.
▶ 會 : 틀림없이. 꼭.
▶ 植靑藜 : 푸른 명아주 지팡이를 세움. 옛날 漢나라 成帝 말에 劉向은 天祿閣에서 책을 교정하고 있었다. 온 정성을 다하여 일하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한 노인이 밖에 누런 옷을 입고 푸른 명아주 지팡이를 세우고 찾아왔다. 노인은 지팡이 끝을 불어 연기를 내며 '五行洪範'의 글을 유향에게 가르쳤다. 유향은 노인의 한마디라도 잊을세라 바지와 띠를 찢어 거기에 그의 말을 기록하였다. 새벽이 되자 노인은 떠나갔는데 이름을 물으니 太乙의 精이라 하였다. 유향의 아들 劉歆까지 이 太乙仙의 術을 받아 학문이 1世에 떨쳤다.
▶ 靑藜(청려) : 푸른 명아주,
해설
李伯時가 그린 연잎을 타고 누워 太乙眞人이 책을 읽는 모습의 그림을 읊은 것으로, 마치 눈앞에 그 그림을 보는 듯한 선명한 인상을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태을진인은 옛날 劉向에게 '五行洪範'을 가르친 신선이다. 유향이 지은 《洪範五行傳》이 너무나 훌륭하여 이런 전설이 생겼을 터이다.
여하튼 이백시의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도 태을진인이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푸른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찾아와 학술을 전수해 줄 듯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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