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인초(虞美人草)-증공(曾鞏)
▶ 虞美人草 : 앵속과에 속하는 식물 이름. 1년 또는 2년생의 초본으로 높이 1~2尺. 莖葉엔 털이 있고 잎은 互生한다. 초여름에 꽃이 피는데 紫·紅·白의 예쁜 꽃이 핀다. 麗春花라 부르기도 한다.
虞美人은 본시 楚王 項羽의 愛姬이다. 漢나라 高祖 劉邦에게 패하여 烏江에서 죽을 때 우미인은 전날 밤 자결하였다. 그의 무덤 위에 피어났다 하여 이 꽃을 우미인초라 부르게 되었다.
《史記》 項羽本紀에 항우의 최후를 서술하고 있다.
‘項王의 군대는 垓下(:安徽省 靈璧縣 동남)에 진쳤는데, 병력도 적고 군량도 다하였다. 漢軍과 諸侯의 군사는 이를 몇 겹으로 포위하였다. 밤에 한군이 있는 사면에서 楚나라 노래를 부름을 듣고 항왕이 크게 놀라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모두 얻었구나. 어찌 楚人이 이렇게 많은가?"라고 하였다. 항왕은 곧 밤중에 일어나 帳中에서 술을 마셨다. 이름이 虞라는 미인이 있었는데 언제나 사랑하여 데리고 다녔다. 이름이 騅라는 駿馬가 있었는데 언제나 이를 타고 다녔다. 이에 항왕은 슬프게 노래하며 스스로 시를 지어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 때가 이롭지 않아 추도 나아가지 않네. 추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떡하면 좋은가? 우여 우여! 어떡하면 되는가?”라고 하였다.
몇 차례 노래하니 미인이 이에 和하였다. 항왕이 눈물을 몇 줄기 흘리니 신하들은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하였다’
우미인은 그날 밤에 자결하고 항우는 이튿날 죽는다.
《漁隱叢話》에는 이 시를 宋나라 許彦國의 작이라 하고 《冷齋叢話》에선 증공(자는 子固)의 아우 布(:子宣)의 부인 魏氏의 작이라 한다.
鴻門玉斗紛如雪, 十萬降兵夜流血.
홍문에서 옥두를 부수니 눈처럼 흩어졌고, 진나라의 10만 항병이 밤에 피를 흘렸다.
▶ 鴻門 : 陝西省 潼縣 동쪽의 지명.
▶ 玉斗 : 옥으로 만든 술을 뜨는 구기.
▶ 鴻門玉斗紛如雪 : 漢나라 유방과 楚나라 항우가 秦나라를 쳐부수고 천하를 다투기 시작할 때 鴻門에서 만났다. 항우는 찾아온 유방을 술대접했는데 이때 항우의 참모 范增은 유방을 죽여버리라고 여러 번 암시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범증은 다시 項莊에게 칼춤을 추다가 그를 찌르게 하였으나, 項伯이 방해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 사실을 알고 한나라 장수 樊噲가 들어가서 법석을 떠는 사이에. 유방은 변소에 가는 체 빠져나와 도망쳤다. 그리고 張良을 시켜 항우에겐 白璧한 쌍, 범증에겐 玉斗 한 쌍을 보냈다. 범증은 유방을 놓쳤음을 알고 화가 나서 옥두를 칼로 쳐부숴 버렸다. 이 구절은 유방을 죽이지 못하여 화를 내며 범증이 옥두를 부쉈던 일을 읊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초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지 못한 첫째 원인으로 보았다.
▶ 十萬降兵夜流血 : 《史記》 항우본기에 일렀다.
'초나라 군사는 밤중에 공격하여 秦나라 항병 20여만을 安城 남쪽에서 땅속에 묻어 버렸다.'라고 하였다. 이런 잔인한 행동 때문에 초나라는 마침내 망하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咸陽宮殿三月紅, 覇業已隨煙燼滅.
함양의 궁전이 석 달이나 붉게 타오르니, 패업은 이미 이 연기를 따라 타버렸다다.
▶ 咸陽 : 秦나라 首都 섬서성 장안현.
▶ 三月紅 : 《사기》에 의하면 항우가 군사를 이끌고 咸陽으로 들어가 秦의 降王 子嬰을 죽이고 궁전을 불살라 버렸는데 석 달을 두고 탔다 한다.
▶ 覇業 : 제후의 우두머리가 되는 일. 천하통일사업.
▶ 燼(신) : 불타다 남은 끄트머리.
剛強必死仁義王, 陰陵失道非天亡.
강하기만 한 자는 반드시 죽고 어질고 의로운 이가 왕이 되니, 음릉에서 길을 잃음은 하늘이 망친 것이 아니다.
▶ 剛强 : 인정 없이 억세기만 한 것.
▶ 陰陵失道 : 《사기》 항우본기에 일렀다.
'항우가 8백인을 거느리고 垓下의 포위를 뚫었다. 새벽에 漢軍은 그것을 알고 騎將 灌嬰을 시켜 5騎로 추격하였다. 項王은 淮水를 건너 (......) 陰陵 땅 서북에서 길을 잃었다. 한 농부에게 물으니 농부가 거짓으로 왼편으로 가라고 하였다. 왼편으로 가자 곧 큰 못 가운데 이르렀다. 그리하여 한군이 따라오게 되었다.'
이 결과 항우는 최후를 맞게 된다.
英雄本學萬人敵, 何用屑屑悲紅粧?
영웅은 본시 만인을 적대하는 법을 배운다면서, 어찌하여 구질구질하게 여인을 두고 슬퍼하는가?
▶ 屑屑(설설) : 불안한 모양. 행동이 구질구질한 모양.
▶ 紅粧 : 붉은 화장을 한 미인.
三軍散盡旌旗倒, 玉帳佳人坐中老.
삼군은 다 흩어지고 군기는 넘어지니, 구슬장막의 미인은 앉은 채로 늙는다.
▶ 玉帳 : 구슬장막. 장군의 장막.
香魂夜逐劒光飛, 青血化為原上草.
향기로운 혼이 밤중에 칼빛을 좇아 날아가니, 푸른 피가 변하여 들 위의 풀이 되었다.
▶ 香魂 : 우미인의 혼
▶ 夜逐劒光飛 : 밤에 칼빛을 좇아 날아갔다. 곧 칼로 자결하여 그의 혼이 날아가 버렸다는 뜻.
▶ 原上草 : 들판의 풀. 우미인초를 가리킨다.
芳心寂寅寄寒枝, 舊曲聞來似斂眉.
향기로운 마음을 쓸쓸히 싸늘한 가지에 붙이니, 옛 가락이 들려오면 흡사 눈썹을 찌푸리는 듯하다.
▶ 舊曲 : 옛날의 曲. 항우가 四面楚歌를 듣고 불렀던 〈垓下歌〉를 가리킨다.
▶ 似斂眉 : 눈쌀을 찌푸리는 듯하다. 곧 슬퍼하는 모습을 형용한 것이다.
哀怨徘徊愁不語, 恰如初聽楚歌時.
슬픔과 원망 속에 배회하며 말없이 근심하는 듯, 마치 옛날 초나라 노래를 듣던 때 모습 같다.
▶ 初 : 옛날.
▶ 楚歌 : 垓下에서 漢軍에 포위되어 사면에서 들려오던 楚歌를 말한다.
滔滔逝水流今古, 漢楚興亡兩丘土.
도도히 가는 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흐르니, 한나라는 흥하고 초나라는 망했지만 지금은 모두 흙둔덕 뿐.
▶ 滔滔 : 물이 盛하게 흐르는 형용.
▶ 兩丘土 : 이겼던 한나라 유방이나 졌던 초나라 항우가 지금은 둘 다 모두 무덤 속의 흙이 되어 버렸다는 뜻.
當年遺事久成空, 慷慨樽前為誰舞?
지난 옛일들은 공허하게 된 지 오래이니, 맥없이 술통 앞에 선 모습으로 누굴 위해 춤추는가?
▶ 慷慨(강개) : 시름으로 맥이 없는 모양.
▶ 樽前為誰舞 : 술그릇 앞에서 옛날 우미인이 춤추듯이 우미인초가 바람에 나부끼고는 있으나, 그것은 누구를 위하여 추는 춤이냐의 뜻.
해설
이 편은 美人이 죽어 변했다는 우미인초를 두고 항우가 강하면서도 도망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일과 우미인의 최후를 노래하고 지금은 옛날의 兩雄相爭은 흔적도 없는 허무함을 노래한 것이다. 바람 앞에 춤추듯 하늘거리는 우미인초의 모습에서 자연의 섭리 앞에 연약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알고 보면 사람이란 이처럼 연약한 것인데도 짧은 일생을 아귀다툼 속에 흔히 보낸다.
작자인 宋나라 曾鞏(1019~1083)은 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며, 특히 史筆에 뛰어나 이러한 사적을 詩題로 잘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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