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題目 作者 原文 解釋
佳人(가인) -杜甫(두보) |
絶代有佳人
절대 가인이 있어
幽居在空谷
빈 계곡에 숨어 사네
自云良家子
스스로 말하길, “양가집 자식으로
零落依草木
영락해 수풀에서 지낸답니다
關中昔喪亂
지난 번 관중에 난리가 있을 때
兄弟遭殺戮
형제들은 죽임을 당했어요
官高何足論
관직이 높은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不得收骨肉
골육조차 거두지 못했는걸요
世情惡衰歇
세상 인정이란 몰락한 거 싫어하고
萬事隨轉燭
세상 일이 바람 따라 촛불 흔들리듯 하지요
夫婿輕薄兒
남편은 경박한 사람이었고
新人美如玉
새 여자는 옥 같이 아름다웠지요
合昏尙知時
합혼화도 때를 알고
鴛鴦不獨宿
원앙도 혼자 자지 않건만
但見新人笑
새 여자의 웃음만 보고 있으니
那聞舊人哭
옛 사람의 울음 어떻게 듣겠어요”
在山泉水淸
산에 있어야 샘물이 맑은 법이지
出山泉水濁
산을 나가면 샘물은 탁해진다네
侍婢賣珠迴
여종이 구슬 팔아 돌아오고
牽蘿補茅屋
덩굴 가져와 집을 수리해 산다
摘花不揷髮
꽃 꺾어 머리에 꽂지 않고
釆柏動盈掬
측백잎 따 언제나 두 손 가득할 뿐
天寒翠袖薄
날 추워져 푸른 옷 얇은데
日暮倚修竹
저물녘에 긴 대나무에 기대어 있네
2.通釋
“저는 양가집 여자인데, 불행을 만나 신세가 영락해 다만 수풀 속에 몸을 맡기고 있어요.
지난 번 관중 일대가 兵難을 만나, 제 형제들이 모두 피살당했으니 벼슬이 높은 집안이라 한들 또 어찌할 수 있었겠어요.
변고를 만나 골육들조차 수습해 묻을 방도가 없었지요.
인정이란 대체로 쇠퇴해 무너지는 것을 싫어하고, 세상사 변화가 많은 것은 바람 따라 흔들리는 촛불과 같아요.
제 집안의 경박한 남편은 또 새 여자를 데려와 저를 버렸답니다.
합환화도 저녁이 되면 꽃잎을 움츠려 합칠 줄 알고 원앙도 짝을 이루면 혼자 자지 않는데 남편은 새 여자가 웃고 기뻐하는 걸 보고만 있으니 어떻게 제가 울고 있는 것을 듣겠어요?”
샘물은 산에 있어야 맑지 산을 나가면 혼탁해져 버리니, 생활을 위해서 여종은 珠玉을 전당잡히고 간혹 초가집이 무너지면 푸른 넝쿨을 가져와 고친다.
그대 다시는 꽃 꺾어 머리에 꽂지 못하고 항상 측백나무 이파리만 가득 따온다.
날이 추워 푸른 옷은 홑겹이라 얇을 텐데 해지는 황혼녘 긴 대나무에 기대어 있으니 그대의 곧고 굳은 절개를 알겠다.
3.解題
두보는 전란에 휩쓸려 떠도는 사람들의 사회현실을 형상한 작품을 많이 썼는데, 이 시처럼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드물다.
시의 화자인 여성이 말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여러 의견이 있다. 여기서는 劉大澄의 《唐詩三百首欣賞》을 따랐다.
仇兆鰲는 《杜詩詳註》에서 첫구절인 ‘絶代有佳人’을 두고 “이연년의 노래에는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이라고 하였는데 당나라 사람들이 태종[李世民]의 이름을 諱해서 世를 代로 고쳤다.[李延年歌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唐人避太宗諱 故改世爲代]”라고 주석하였다.
중국 고전문학에 새겨진 인물 가운데 독특하고 선명한 여성 형상이 그려진 시로 평가받고 있다. 여인의 처지에 詩人 자신의 모습을 빗대었으니 이를 통해 시인의 감개와 의지를 아울러 읽을 수 있다.
4.集評
天寶의 亂 이후에 실제로 이러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 情을 곡진하게 형용하였다.
舊謂托棄婦以比逐臣 傷新進猖狂 老成凋謝而作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버림받은 부인을 쫓겨난 신하에 비유하여, 新進은 날뛰고 老成한 사람은 영락해 물러나는 것을 슬퍼하여 지었다.”고 하였다.
恐懸空撰意 不能淋漓愷至如此
근거 없는 것을 자기마음대로 쓴 것이라면 진실하고 간절하기가 이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楊億詩 獨自憑欄干 衣襟生暮寒 本杜天寒翠袖句 而低昻自見 彼何以不服杜耶 - 淸 仇兆鰲, 《杜詩詳註》 卷
楊億 시에, “혼자 빈 난간에 기대니, 옷깃에서 저물녘의 찬 기운이 생긴다.[獨自憑欄干 衣襟生暮寒]”는 시구는 두보의 ‘天寒翠袖’ 句에 근본을 두고 있는 것으로 그 높고 낮음이 저절로 드러나니 저 양억이 어떻게 두보에게 굴복하지 않겠는가.
○ 依仇本分三段 幽居在空谷一句 領一篇 筆高品高
仇兆鰲가 세 단락으로 나눈 것에 따르면, ‘빈 계곡에 숨어 사네[幽居在空谷]’ 한 구절이 전편을 통괄해 솜씨도 높고 품격도 높다.
首段敍不得宗黨之力 提出良家子三字 見其出身正大 中段敍見棄其婦之曲 末段美其潔淸自矢之操
첫 단락은 친척의 도움을 얻지 못했음을 서술했는데 ‘양가집 자식’이란 말을 써서 그의 출신이 正大함을 드러내었고, 가운데 단락은 버림받은 그 여자의 곡절을 서술했으며, 마지막 단락은 청결하고 곧은 지조를 찬미하였다.
在山淸 出山濁 可謂貞士之心 仕人之舌矣
‘산에 있으면 맑지만, 산을 나가면 탁해진다.’는 말은 곧은 선비의 마음이요, 벼슬하는 사람의 말이라 할 수 있다.
建安而下 齊梁而上 無此見道語
建安 이후부터 南朝의 제나라와 양나라 때까지 이처럼 道를 담은 말을 볼 수 없다.
只以寫景作結 脫盡色相
다만 경치를 묘사하는 것으로 끝맺었는데 사물의 형상[色相]에서 다 벗어났다.
此感實有之事 以寫寄慨之情 - 淸 浦起龍, 《讀杜心解》 卷1
이 시는 실제 있었던 일에서 느껴 감개를 담은 情을 묘사한 것이다.
○ 結句不着議論 而淸潔貞正意 隱然言外 是爲詩品 - 淸 沈德潛, 《唐詩別裁集》 卷2
마지막 구절에 의론을 부치지 않았는데도 청결하면서 곧은 뜻이 은연중 말 밖에 드러나니 이것이 바로 시의 품격이다.
5.譯註
▶ 關中昔喪亂 : 天寶 15년(756) 안녹산이 장안을 함락한 일을 가리킨다. 函谷關 서쪽이 關中이다.
▶ 萬事隨轉燭 : 세상 일은 마치 바람 따라 흔들리는 촛불과 같이 변화가 심함을 이른다.
▶ 合昏 : 꽃 이름으로 合歡이라고도 한다. 꽃은 색이 붉은 데 새벽에 피었다가 저물녘에 오므라든다.
▶ 鴛鴦 : 물오리 종류로 암수가 짝을 이루면 서로 헤어지지 않는다.
▶ 在山泉水淸 出山泉水濁 : 이 구절은 후대에 ‘在山水淸 出山水濁’이라는 성어가 되어 널리 쓰였는데, 여자의 마음을 샘물에 비유한 것으로 맑은 물처럼 굳은 마음을 가지고 산에 살 것을 나타낸다.
▶ 釆柏動盈掬 : 측백나무는 곧고 굳은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측백나무 잎을 따매 항상 양손에 잎이 가득하다는 것은 곧고 굳은 마음을 품어 끝내 굴복하지 않음을 비유한다. ‘掬’은 두 손으로 잡는 것이다.
▶ 修竹 : 긴 대나무를 말한다.
▶ 建安 : 後漢의 마지막 황제인 獻帝의 연호이다.
6.引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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