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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43. 강강술래

耽古樓主 2023. 6. 15. 08:50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손으로 추는 춤을 '무(舞)'라 하고 발로 추는 춤을 '용[踊]'이라 한다면한국춤은 주로 손을 흐느적거려 정적(靜的腕曲美를 추구하는 무다.

 

아시안 게임 폐막식의 맨 끝마당인 '강강술래'는 그렇고 그러려니 했던 예상과는 달리 감흥과 인상을 주었다.

 

치마저고리 차림의 우리 아가씨들과 각국 선수들이 손을 잡고 돌아대는 강강술래는 우리 전통 유희라서가 아니라 이 같은 화합을 다지는 상징적 차원의 국제 유희로서 이보다 더 좋은 유희가 세상 어느 다른 나라에 있는가 싶었다. 또한 이 세상의 전통무용치고 이렇게 마치 저희 나라 춤추듯 저항감 없이, 또 배우지도 않고 당장에 출 수 있는 국제성의 춤이 어느 다른 나라에 있는가도 싶었다.

 

손으로 추는 춤을 '무(舞)'라 하고 발로 추는 춤을 ‘용(踊)’이라 한다면, 한국 춤은 주로 손을 흐느적거려 정적(靜的) 腕曲美를 추구하는 무요, 서양춤은 손은 묶어두고 발을 나부대어 동적 율동미를 추구하는 용이랄 수가 있다. 폴카며 마주르카·왈츠·탱고·포크 댄스·코작 댄스·트위스트·고고·디스코에 이르기까지 모두 용이요, 아프리카나 남태평양의 토인들 춤도 용이다. 무는 기교가 필요하지만 용은 충동적이기에 기교가 별반 필요없다. 그러고 보면 많은 한국춤 가운데 유일한 용이 '강강술래' 이며, 이 춤이 용이기에 이 세상 사람 아무나 당장에 출 수 있는 국제성이 내포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강강술래'는 문헌상 가장 오래된, 그리고 외래 문화에 때묻지 않은 순수한 우리 춤이라는 점에 조명을 대고 싶다. 중국 고대문헌인 《삼국지(三國志)》에 삼한(三韓) 시대의 마한(馬韓) 풍속을 적은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마한에서는 10월에 추수를 하고 귀신을 모시는 굿판을 벌이는데, 수십 명이 서로 손을 잡고 땅을 굴러 밟으며 돌아대는데 몸을 구부렸다 젖혔다 하는 품이 중국의 탁무(鐸舞)와 비슷하다.

 

지금의 강강술래 그대로였음을 알 수 있다. 민족무용학자 가브리엘버진의 <신성무용(神聖舞踊)>에 보면 농경 사회에서는 씨앗을 뿌리고 난 다음이나 추수하고 난 다음 생식력(生殖力)이 왕성한 부녀자들로 하여금 농토를 밟으며 원무(圓舞)를 추게 하여 땅을 풍요하게 하는 풍년기원의 습속이 있다 했다. 바로 생식력은 곧 생산력이라는 마한시대의 등식 사고(等式思考)가 강강술래를 있게 한 것일 게다. 춤에 있어 빙빙 돌아대는 원무는 眩氣라는 이상 체험을 자초, 그 이상 체험에서 신(神)과 접하려는 고대인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되고 있고, 돌아대면 신난다는 신은 바로 그 신(神)인 것이다.

 

강강술래의 어원을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라는 한문에 강인부회하여 억센 오랑캐가 물 건너온다는 뜻으로 풀이해 해변 지역에 자주 출몰하는 왜구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던 유희로 알려졌는데, 이것은 속설에 불과하다.

 

‘강강’은 ‘감감'이 구개음화한 것으로 감다. 감돈다. 감싼다. 감치다에서 보듯 '둥글게 둥글게' 라는 뜻이요, 술래는 수레(車)로 역시 둥글게 돌아간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튼 가장 오래된, 그러면서 순수한 우리 춤 최첨단의 그 복잡다단한 국제화사회의 화합을 돋우는 데 십상이라는 소중한 발견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