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朝鮮)이라 했던 우리나라 이름부터가 그렇고, 나라를 다스리는 장소를 朝庭 · 朝堂이라 하고, 나라 다스리는 정승과 판서들을 朝臣이라 했던 것도 아침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 세상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해가 지면 일찍 잠드는 아폴로 문화권(文化圈)과 늦게 일어나 밤늦게 잠드는 디오니소스 문화권으로 대별된다. 남(南)유럽으로 내려갈수록 아침이 늦고 밤을 즐기는 디오니소스 문화권에 속한다. 스페인에서는 정오쯤 돼야 우리나라 8시 정도의 러시가 이루어지며, 극장은 밤 10시에 시작되는 것이 상식이다. 이탈리아에도 '저녁밥을 9시에 먹는 바보'란 속담이 있는데, 너무 일찍 먹는 것을 빗댄 것이다. 이에 비해 독일과 영국 사람은 아폴로 문화권에 속한다.
‘굿 모닝’, ‘구텐 모르겐'처럼 인사에 아침이란 말이 들어간 나라들이 아침이 빠르다. ‘봉주르’처럼 아침 대신 주르(날)란 말이 들어가 있는 프랑스는 아침이 그만큼 늦다. 아침 인사로 '빠르십니다'하는 일본도 아침 민족이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는 한국 인사말도 아침 민족성의 인사말이다. 아침 가운데서도 바쁜 아침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밤의 향락보다 아침의 근면을 소중히 하는 아폴로 문화권의 대표주자가 우리 한국인이라 할 수 있다. 옛날 어머니들은 간밤의 달이 아직 서천에서 사라지지 않은 미명에 일어나 그달이 비친 샘물을 길었다. 샘물에 비친 달을 건진다 하여 용(龍)을 긷는다 하고 이 용란을 길은 신성한 물을 용왕수라 했다.
용왕수를 동쪽 담 아래 놓고 붉어오르는 동쪽 하늘을 향해 연거푸 큰절을 하면서 가족의 안태(安泰)와 무사를 비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던 것이다.
조선(朝鮮)이라 했던 우리나라 이름부터가 그렇고, 나라를 다스리는 장소를 조정(朝廷)·조당(朝堂)이라 하고 나라 다스리는 정승과 판서들을 조신(臣)이라 했던 것도 아침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본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떠는 것만은 우리 한국 사람들을 당해낼 어떤 나라 사람도 없는 것이다.
시장의 문호 개방을 재촉하러 왔다는 미 의원(議員) 가운데 한 분이 뉴욕 잡화상의 80퍼센트를 한국 이민들이 독점하고 있다 하고, 정부가 뒤에서 보조해 주지 않느냐고 반농담을 했다 한다.
일상의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파는 잡화상이나 야채상이야말로 남달리 일찍 일어나 가게문을 열어야 하는 조기성(早起性) 직업이다. 아침 민족에 속하는 영국 · 독일계 미국인은 잘살게 되어 노동 시간에 비해 벌이가 별볼일없는 잡화상을 하려 들지 않은 지 오래고, 밤 민족에 속하는 여타의 미국인들은 게을러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 잡화상이다. 유태계 미국인이 주로 해왔던 이 잡화상 • 야채상이 한국 사람의 손에 굴러든 것은 유태인들이 잘살게 돼서도 그렇지만 조기성이나 부지런함이나 근면함에 있어 한국 사람들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량에 비해 이윤이 박한 이 영세시장 점유를 가상하게 여겨야지, 미국 시장 침식이라는 도식(圖式)에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요, 그리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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