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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38.술래잡기의 의미

구글서생 2023. 6. 15. 05:18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숨바꼭질 술래잡기는 부모나 가정의 보호막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으로 옮겨가는 중간 과정에서의 인생 수업이요인생수련인 것이다.

 

도시 어린이 1천 8백 명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놀이 조사 결과에서 숨바꼭질과 술래잡기를 모르거나 놀아보지 못한 아이가 78퍼센트나 된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이 놀이 가운데 가장 많이, 가장 흔히 노는 전통놀이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노는 놀이가 아니라 세상 사람치고 이를 놀아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할 만큼 세계적으로 공통된 놀이기도 하다. 《구약성서》 <아가(雅歌)〉8장 13절에 결혼식날 술래잡기를 하는 의식이 있으며, 영국의 헨리4세는 숨바꼭질을 하다가 낙상, 다리를 다치고 있다.

 

태종이 왕세자가 아닌 세종을 후계자로 삼기로 맘먹게 된 것은 여러 왕자들과 더불어 숨바꼭질을 할 때 세종이 부리는 기지에 감탄한 때문이라 한다.

 

유희를 학문적으로 추구한 호이징기는 어느 한 놀이가 수천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지속돼 내려온 데는 그 놀이가 재미있어서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기 위한 교육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했다.

 

이 측면에서 술래잡기, 숨바꼭질을 연구한 분이 아동심리학자 피아제다.

 

가위 바위 보로 어린이가 술래가 되면 다른 많은 어린이들이 이 술래를 기피, 도망치거나 숨어 버린다. 이때 술래가 된 아이는 갑자기 유기당한 고독의 사막 속에서 혼자 방황하는 소외 체험을 하게 되며 소외자로서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고독 속에서 꾸준한 추적과 탐색으로 소외에서 탈피, 동료 틈에 참여하려 든다. 그리고 소외받았다 하여 집에서처럼 울거나 성내 보았댔자 먹혀들지 않는다는 중요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신의 집념과 노력으로 숨어 있는 아이를 잡아냄으로써 이제 처지의 역전을 체험하게 된다. 이 역전에는 힘이 세고 약하고 몸이 크고 작고와는 아랑곳없이 평등하다는 것과 또 기회가 균등하다는 중요한 체험이 곁들인다. 그래서 자신보다 처지거나 불우하거나 가난하다 하여 그것이 결정적인 게 아니라는 것과 나 자신도 또 그런 위치에 처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터득하게 된다.

 

이 어린이가 자라서 어느 날 갑자기 매정한 사회에 내던져졌을 때 그 사회에서 이 어린이는 소외 · 고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술래가 돼본 체험이 없는 아이는 그 인생의 초반에서 좌절하고 만다. 숨바꼭질 · 술래잡기는 부모나 가정의 보호막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으로 옮겨 가는 중간과정에서의 인생수업이요, 인생수련인 것이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우리 교육제도와 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과기대(過期待)가 이 소중한 '술래' 체험이라는 통과의례를 말소시켜 성인이 됐을 때 좌절감을 메가톤급으로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