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들의 대보름 유희인 널뛰기도 그네와 더불어 오랑캐들이 성벽을 넘어갈 때 이용했던 반동역학(反動力學)의 무술이었다.
우리 세시민속의 3분의 1이 집중돼 있는 날이 정월 대보름날이다. 그런데 이날에 놀았던 민속유희의 대부분이 무기(武技)를 단련하는 연무유희(鍊武遊戱)라는 데 주의하게 된다. 이웃 마을과 돌을 던지며노는 편쌈〔投石戰)도 그것이다.
우리 편쌈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수서(隋書)》에 나오는데 고구려사람들은 편을 갈라 패수(浿水)에 들어가 수석을 집어던지는 편쌈을 하는데, 임금까지도 옷 입은 채로 강물에 들어가 독전(督戰)을 했다고 쓰고 있다. 강을 넘어 들어오는 외적을 막기 위한 국가적인 연무유희임을 시사하고 있다. 고려의 병과(兵科) 가운데는 투석군(投石軍)이라는 게 따로 있었다. 이태조(李太祖)는 척석군(擲石軍)이라는 특공대까지 편성하고 있다. 삼포(三浦) 왜란이 일어났을 때는 편쌈 잘하기로 전통이 있는 안동과 김해에서 장정들을 뽑아 선봉군으로 삼고 있다.
1865년 미국의 무장상선(武裝商船) 제너럴 셔먼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왔을 때 평양의 투석군들이 모란대에서 투석으로 대항했던 일은 유명하다. 그중 이만춘(李萬春)이라는 투석군은 셔먼호의 선원이 갑판에 나오는 족족 명중을 시켜 '포화를 투석으로 막아낸 사나이'로 팔도에 소문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고갯길마다 돌서낭(石城隍)이라는 돌무더기가 있어 지나다닐 때마다 돌 하나씩 던지도록 습속화돼 있었는데 이 돌서낭은 유사시에 마을을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한 석탄(石彈)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대보름날 협곡의 비탈에서 암석을 굴려 내리는 돌굴림으로 성인식(成人式)을 베풀기도 했다.
멀리서 제 몸집만한 바윗돌을 굴려와 이 비탈에 내려 굴림으로써 장정(壯丁) 대우를 받았고, 품을 팔더라도 반품에서 온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협곡을 통해 마을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한 연무유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보름날의 줄다리기도 연무유희다. 전기한 《수서》에 보면 초(楚)나라 장수가 오(吳)나라를 친 후 힘을 기르기 위해 베풀었던 연무술(鍊武術)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이날 도처에서 이루어지는 연날리기도 그 기원은 진중(陣中) 통신 수단이었다. 한고조(漢高祖) 때 한신(韓信)이 통신 수단으로서 연을 날렸다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말에 최영(崔瑩) 장군이 제주도에서 일어난 목호(牧胡)의 난(亂)을 진압할 때 이 연으로 진중 통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부녀자들의 대보름 유희인 널뛰기도 그네와 더불어 오랑캐들이 성벽을 넘어갈 때 이용했던 반동역학(反動力學)의 무술이었다. 담높이를 올라 솟아야 잘 뛰는 널로 쳤던 것도 이것이 월담 무술이었음을 시사해 준다.
역시 보름날의 부녀자들 유희인 놋다리밟기도 전시(戰時)에 다리를 건너는 도강무술(渡江武術)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증되고 있다.
세시민속 가운데 내 마을 내 나라를 스스로 지키려는 향토방위의 연무술이 유희화된 것이 한둘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그런 시각에서 보면 대보름날은 호국민속의 날이라 해도 대과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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