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渭川漁釣圖(위천어조도) - 金時習(김시습)

구글서생 2023. 4. 17. 02:56

 

風雨蕭蕭拂釣磯 渭川魚鳥識忘機(풍우소소불조기 위천어조식망기)
如何老作鷹揚將 空使夷齊餓採薇(여하노작응양장 공사이제아채미)

비바람 우수수 낚싯돌을 스칠 적에, 위천(渭川)의 물고기·새들은 욕심 잊은 줄 알았는데,

어찌하여 늘그막에 용맹스런 장수되어, 공연히 백이·숙제에게 배고파 고사리 캐게 하였나.

 

서거정(徐居正)이 김시습을 초대하여 강태공(姜太公)이 낚시질하는 그림(渭川漁釣圖)을 보여주며 그림에 맞게 시 한 수 써달라고 하였다.

강태공은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천자국인 은(殷)나라를 정벌할 때 선봉장이 되어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다. 원래는 몹시 가난에 찌든 생활을 하다 늘그막에 위수(渭水:渭川)에서 낚시질하고 있을 때 무왕의 부친인 문왕(文王)을 만나 능력을 인정받고 등용되었다. 성이 강(姜)씨이고 별칭이 태공망(太公望)이어서 ‘강태공’이라고 불린다.

 

강태공은 낚시할 때 곧은 낚싯바늘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물고기나 새들은 그가 고기잡을 마음이 없기 때문에 기심(機心:이익을 탐하는 사악한 마음)을 잊은 사람인 줄 알았다는 것이 두 번째 구의 뜻이다. 그러나 강태공의 야심은 세상의 큰 권세에 있었다.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하러 가는 길에 백이·숙제가 옳지 않다면서 길을 막은 것은 유명한 일이다.

그때 주변에서 백이·숙제를 죽이려 할 때 그들을 의롭게 여겨 살려주도록 한 사람이 바로 강태공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왕을 도와 정벌을 성공시켰으니 백이·숙제가 고사리를 캐 먹다가 굶어죽게 한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서거정은 강태공이 초야에 묻혀 있다가 일약 세상에 나서 공을 세운 드라마틱한 삶을 찬양하는 시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하가 임금을 내치는 것을 뼛속 깊이 미워하는 김시습인지라 시 속에 날카로운 칼날을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현실에서 호의호식하는 훈구관료인 서거정에 대해서도 은근히 풍자를 곁들이고 있다.

시에 밝은 서거정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시를 한참 들여다보고서 “그대의 시는 나의 죄를 기록한 것이구려”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구 풀이

渭川:강태공이 낚시질하던 중국의 강 이름.

漁釣圖:낚시질하는 그림.

蕭蕭:비바람 소리.

拂:스치다.

釣磯:낚시질할 때 앉는 물가의 바위.

識:알다. 忘機:욕심을 잊음.

如何:어찌하여.

作:∼이 되다.

鷹揚將:매가 날아오르는 것 같은 날래고 용맹한 장수.

空:공연히.

使:∼하게 하다.

夷齊:백이(伯夷)와 숙제(叔齊).

餓:굶주리다.

採薇:고사리를 캐다.

 

金時習: 

1435년(세종17년)~ 1493년(성종24년)

본관: 江陵.   자: 열경(悦卿).   호: 梅月堂, 東峰, 碧山淸隠, 췌세옹(贅世翁)

김시습은 3세에 글을 지어 신동이라 불리었다.

단종이 세조에게 양위할 때 크게 충격을 받아 실의하여 머리를 삭발하고 중(僧)이 되어 山水間에 방랑하며 절의를 지킴. 生六臣의 한 사람. 조선초기의 문인 (소설가).

1782년 이조판서로 추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