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答東峯山人書(답동봉산인서) - 南孝溫(남효온)

耽古樓主 2023. 4. 17. 03:29

 

答東峯山人書(답동봉산인서) - 南孝溫(남효온)

夫酒之爲德, 五經子史詳矣.
대저 술의 좋은 점은 經書와 다른 옛 기록들에 상세히 실려 있습니다.

得其中, 則可以合賓主, 可以養耆老, 行之几席而有文, 達之天地而不悖, 愁腸得酒而解, 鬱臆得酒而泰, 怡然與天地同其和, 萬物通其化, 古聖賢爲師友, 千百年爲閑中;

술이 적당하면 주인과 손님을 화합하게 할 수 있고 노인을 봉양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술은 궤석에서 마시면 문장이 생기고, 天地간에서 마셔도 어그러지지 않으며, 시름겨운 뱃속은 술을 마시면 풀리고, 답답한 가슴은 술을 마시면 편안해져, 흐뭇하게 천지와 그 화합함을 같이하고, 만물과 그 조화가 통하여, 옛 성현을 師友로 삼고, 천백 년을 한가한 세월로 여기게 됩니다.

 

失其中, 則囚首散髮, 恒歌亂舞, 叫呼乎百拜之間, 顚仆於相讓之際, 敗禮滅義, 發作無節, 甚者, 無故而憑心怒目, 爭鬪或起, 小而殞身, 中而亡家, 大而亡國者比比有之.

그러나 술이 적당하지 않으면, 蓬頭亂髮로 늘 노래하고 어지럽게 춤추며, 예의를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제멋대로 소리치고, 서로 揖讓하는 즈음에 넘어지고 자빠져서, 예의를 무너뜨리고 義理를 없애며 절도 없이 행동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까닭 없이 제 마음대로 눈을 부라리다가, 혹 싸움이 일어나서 작게는 자신을 죽이고 중간으로는 집안을 망하게 하고 크게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경우가 흔히 있었습니다.

 

是故, 酒禍如此, 而周公孔子用之則不亂;

이런 까닭으로 술의 禍亂이 이와 같지만 周公이나 공자가 마시면 난잡하지 않았습니다.

 

酒德如此, 而陳遵周顗用之則殺身.

술의 좋은 점이 이와 같지만 陳遵이나 周顗가 마시면 제 몸을 죽였습니다.

 

其得失之間, 不容一髮, 可不愼哉!

그 得失의 사이에는 터럭만한 차이도 용납되지 않으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是故, 中下之人, 所執不堅, 而用之不節, 則甘味移人, 愈危愈亂, 漸至於酗, 而不知其所以酗者, 有理之必然.

따라서 바탕이 중간 수준 이하 사람은, 마음을 단단히 잡지 않고 술을 마시되 절제하지 않으면, 좋은 술맛이 사람을 변하게 하여 심신이 더욱 위태롭고 더욱 난잡해지다가, 점점 술주정을 하는 데 이르면서도 자신이 주정하는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이 필연의 이치입니다.

 

爲士而志不堅者, 當躬飭內訟, 杜絶亂根, 百倍平人, 然後可以免此禍矣.

따라서 선비로서 뜻이 견고하지 못한 사람은, 응당 몸소 申飭하고 안으로 반성하여 혼란의 뿌리를 막고 끊기를 보통 사람보다 백배나 더해야만, 그런 災禍를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是故, 書載戒酒之誥, 詩有賓筵之篇, 揚子雲以之著箴, 范魯公以之作詩, 吾豈不欲從容桮酒, 進退揖讓於鄕飮鄕射之間哉!

이런 까닭으로 《서경》에는 〈주고(酒誥)〉가 실려 있고, 《시경》에 〈빈지초연(賓之初筵)〉篇이 있으며, 揚子雲이 이로써 酒箴을 지었고 范魯公이 이로써 시를 지었으니, 제가 어찌 조용히 술잔을 잡고서 鄕飮酒禮, 鄕射禮의 자리에서 進退하고 揖讓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但恐心弱德薄, 甘其味而不節, 則散亂而不自勝, 有如醯鷄之不能負一羽耳.

그렇지만 저는 마음이 약하고 덕이 적으니, 그 맛을 탐닉하다 절제하지 못하면, 마음이 산란해져서 자신을 이기지 못하기를 마치 초파리가 깃털 하나를 질 수 없는 것처럼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僕自少酷好麴糱, 中歲遭齒舌不少, 肆爲酒狂, 自分永棄.

저는 젊어서부터 술을 몹시 좋아하여, 중년에 口舌에 오른 일이 적지 않았고, 제멋대로 주정뱅이 짓을 하여 세상에 영영 버림받게 되기를 제 분수로 여겼습니다.

 

身爲物役, 心爲形使, 精神自耗於曩時, 道德日負於初心,

몸은 外物에 끌려가고, 마음은 육체에 부려져서, 정신력은 예전에 비해 절로 줄었고 도덕은 初心을 날로 저버리게 되었습니다.

 

不意馴致不德, 肆酗於家, 大貽慈母之羞.

그래서 뜻하지 않게 不德한 데 길들고 집안에서 마구 주정을 부려, 어머님께 수치를 크게 끼치고 말았습니다.

 

孟子以博奕好飮酒不顧父母之養爲不孝, 況於酗乎!

맹자는 ‘장기나 바둑을 두며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부모님의 봉양을 돌아보지 않는 것’을 불효라 하였거늘, 하물며 술주정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醒而自念, 則罪在三千之首, 何心復擧桮酒乎?

술이 깨고서 스스로 생각건대, 그 죄가 삼천 가지 중의 으뜸에 해당되니, 무슨 마음으로 다시 술을 들겠습니까?

 

於是, 質之天地, 參之六神, 誓之吾心, 告諸慈堂, 自今以後, 非君父命, 不敢飮.

이에 天地에 물어보고 神明께 절하고 제 마음에 맹세한 뒤에 어머님께 아뢰기를, “지금 이후로는 君父의 명이 아니면 감히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所以如此者, 惡其醉也.

이렇게 한 까닭은 술 취하는 게 싫기 때문입니다.

 

若夫祭神而受胙則有飮福, 獻壽而有酬則甘醇美醴沃腸而不亂者, 吾何辭焉?

그러나 신에게 제사지내고 祭肉을 받으면 飮福이 있고, 祝壽를 올리고 술잔을 돌려받게 되는데, 맛좋은 술이 뱃속을 적셔도 정신이 어지럽지 않는 경우는, 제가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僕之志, 大略如此; 先生雖有勸酒之敎, 言之不可食也如此.

저의 뜻이 대략 이와 같으니, 선생께서 비록 술을 마시라고 권하는 말씀을 하셨지만, 말해놓고 食言할 수 없는 사정이 이와 같습니다.

 

吾言可食, 吾心可欺乎?

제 말은 어길 수 있을지라도 제 마음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吾心可欺, 鬼神可謾乎?

제 마음은 속일 수 있을지라도 신명을 기만할 수 있겠습니까.?

 

鬼神可謾, 天地可忽乎?

신명은 기만할 수 있을지라도 천지를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天地可忽, 則措諸身何處?

천지를 무시한다면 어느 곳에 이 몸을 두겠습니까?

 

況慈母育子, 每敎省酒, 及聞此語, 喜動於色; 斷酒之誓, 庸可渝乎?

더구나 어머님께서 저를 기르며 늘 술을 줄이라고 하시다가 제 말을 듣고 얼굴에 기쁜 빛을 보이셨으니, 술을 끊겠다는 맹서를 어찌 바꿀 수 있겠습니까?

 

嗚呼, 醒屈醉倫, 本非二致; 淸夷和惠, 竟是一道.

아아! 술 깬 屈原와 술 취한 伯倫이 본래 둘이 아니고, 맑은 伯夷와 너그러운 柳下惠는 결국 하나의 도입니다.

 

先生不可強以不飮之穆生爲累, 冀以一字示可否. ]

선생께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저를 억지로 허물하지 마시고, 제가 술을 마셔도 되는지 안 되는지 그 可否를 한 글자로 분부해 주시기 바랍니다.

 

- 南孝溫 〈答東峯山人書)〉추강집(秋江集)》

 

[해설]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 1454~1492)이 동봉산인(東峯山人) 김시습(金時習)에 보낸 편지이다. 술을 끊었다고 선언한 남효온에게 김시습이 아주 끊지는 말고 적당히 마시라고 간곡히 권한 데 대해 답한 것이다.

남효온과 김시습은 절친한 술친구였다. 그런데 남효온이 어느 날 갑자기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보고 김시습은 퍽 서운했으리라. 그래서 김시습은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를 들어서 술을 마시라고 권하였고, 남효온은 술에 얽힌 많은 고사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술을 끊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글이라 점잖게 표현한 것이지, 사실 김시습은 몹시 서운했고 남효온은 김시습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면서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한 것이다.

오늘날 술친구들끼리 만났을 때 술을 마시지 못하면 한쪽은 서운하고 한쪽은 미안한 것과 다를 바 없다.

 

▶子史:经史子集중 子部와 史部.

 

▶經史子集: 고대인들이 고서적을 내용에 따라 4가지 부류로 나눈 것.

 

 

蒙求(몽구)195-李充四部(이충사부)

by 耽古書生 李充四部- 李充은 서적을 4부(經.史.子.集)으로 나누었다. 晉書 에 일렀다 李充字弘度 江夏人. 李充은 字가 弘度이니 江夏人이다. 善楷書 妙參鍾索 世咸重之. 해서를 잘 썼는데, 오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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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经书,是指儒家经典著作

史:史书,即正史

子:先秦百家著作,宗教

集:文集,即诗词汇编

 

比: 자주, 빈번히

 

▶《논어》 〈향당(鄕黨)〉에 공자는 “술을 마심에는 일정한 양이 없었으나 정신이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唯酒無量 不及亂]”고 하였다.

 

▶진준(陳遵)은 한(漢)나라 때 사람으로 술을 좋아하여 호기가 있어 손님들이 집에 모여 술을 마시면 대문을 닫아 빗장을 걸고 손님들이 타고 온 수레의 굴대빗장을 죄다 우물에 던져 넣어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진준투할(陳遵投轄)이란 고사성어가 생겼으며, 회양왕(淮陽王)이 패했을 때 술에 취해 있다가 적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주의(周顗)는 진(晉)나라 때 사람으로 술을 몹시 좋아하여 술 때문에 실수가 잦았고, 결국 왕돈(王敦)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伯仁由我而死라는 古事의 주인공.

 

▶〈주고(酒誥)〉는 강숙(康叔)이 은(殷)나라 고도(故都)로 부임할 때 그 지역 백성들이 술을 너무 좋아하므로 무왕(武王)이 이 글을 지어 경계하였다고 한다.

 

▶〈빈지초연(賓之初筵)〉은 위(衛)나라 무공(武公)이란 임금이 술을 마신 뒤 허물을 뉘우치는 뜻을 읊은 시라고 한다.

 

▶범노공(范魯公)은 북송(北宋)의 명재상인 노국공(魯國公) 범질(范質)을 가리킨다. 조카 범고(范杲)가 자신을 천거해주기를 바라자 범질이 “너에게 술을 즐기지 말기를 경계하노니, 술은 미치게 만드는 약이요 좋은 음식이 아니다.[戒爾勿嗜酒 狂藥非佳味]”는 내용의 시를 지어주었다.

 

▶桮: =杯

 

▶鄕飮酒禮는 한 고을 사람들이 모여 나이 순서에 따라 술을 마시던 것이고, 鄕射禮는 활쏘기를 한 다음 술을 마시던 것인데 모두 예법에 따라 술을 마셨던 고대의 제도이다.

 

▶馴致: 길들이다

 

▶공자는 “다섯 가지 형벌의 종류가 3천 가지이지만 불효보다 더 큰 죄는 없다.[五刑之屬三千 而罪莫大於不孝]”고 하였다. 《孝經》에 나오는 말이다.

 

▶庸: 어찌

 

▶渝: 변할 투, 변할 유

 

▶굴원(屈原)은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충신으로, 〈어부사(漁父辭)〉에서 “뭇 사람들은 모두 취했으나 나 홀로 깨어 있다.[衆人皆醉 我獨醒]”고 하였다.

 

▶백륜(伯倫)은 진(晉)나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유령(劉伶)의 자(字)이다. 그는 술을 몹시 좋아하여 〈주덕송(酒德頌)〉을 지어 술을 예찬했었다.

 

▶맹자가 말하기를, “백이는 성인으로서 맑은 분이고, 유하혜는 성인으로서 너그러운 분이다.[伯夷聖人之淸者也 柳下惠聖人之和者也]”고 하였다.

 

▶穆生: 前漢 초원왕과 동문 수학하고 중대부로 기용됨. 술을 못하여 초원왕(劉交)이 처음엔 단술로 대접했으나 뒤에 소홀해지자 떠나감. 떠나지 않은 신공, 백생은 죄를 받았다

 

▶ 남효온이 집안에서 무슨 주정을 부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기 어머니에게 큰 수치를 끼쳤다고 하면서 천하의 주객(酒客)인 그가 술을 끊을 정도였다면 작은 실수는 아니었을 것이다. 김시습의 편지에서 남효온의 얼굴이 수척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이 무렵 남효온의 건강이 이미 나빠졌을 것이다. 남효온은 이 때 술을 끊는다는 뜻을 담은 〈지주부(止酒賦)〉를 짓고 10년 동안 술을 끊었다가 다시 술을 다시고 풍병(風病)이 생기자 또다시 5년 동안 술을 끊었다. 그렇지만 이미 건강을 크게 해친 터라 성종 23년(1492)에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남효온은 그 좋아하던 술을 오래 마시지도 못했다.

 

▶남효온은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으로, 성품이 온화하고 담백하여 영욕을 초탈하고 물욕이 없었다. 그래서 스승인 김종직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우리 추강’이라 부르며 아꼈다고 한다. 세상에 욕심이 없고 마음이 맑은 그였기에 오히려 혼탁한 세상, 악착같은 사람들을 못 견디고 도피하여 술의 세계에 안주하기 쉬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