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訪曺雲伯(방조운백) - 朴淳(박순)

구글서생 2023. 4. 17. 02:45

 

訪曺雲伯(방조운백) - 朴淳(박순)

醉睡仙家覺後疑 白雲平壑月沈時(취수선가각후의 백운평학월침시).
翛然獨出脩林外 石逕筇音宿鳥知(소연독출수림외 석경공음숙조지).

취하여 신선 집에서 자고 깨니 얼떨떨한데, 흰 구름은 골짜기를 채우고 달이 지는 때로다.

재빠르게 홀로 긴 숲 밖으로 나가니, 돌길에 지팡이 소리를 자던 새가 아는구나.

 

 

▶ 이 시는 조선 중기의 文臣 朴淳(1523~1589)의 <訪曺雲伯>이다. 박순이 경기도 포천군 永平의 白雲山 골짜기에 隱居하던 雲伯 趙駿龍을 찾아가서 거기에 묵고서 지은 것이다.

 

▶ 친구와 술을 마시고 취하였다가 이른 아침에 깨고 보니 그곳이 어딘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아리송한 기분인데 흰 구름이 가득한 골짜기에는 달이 지고 있다고 했다.

둘째 구절은 ‘백운동 평탄한 골짜기에 달이 지는 때로다’라고 새길 수도 있다.

새벽에 일어난 김에 홀로 긴 숲을 걸어서 밖으로 나가니 돌길에 부딪치는 지팡이 소리가 요란한데, 그 소리에 숲속에서 자던 새가 놀라서 깨어나더라는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 술 깬 다음날의 얼떨떨한 기분, 구름 가득한 골짜기에 지는 새벽달, 잽싼 거동으로 숲속을 거니는 선비의 모습, 지팡이 소리에 놀라서 소란스러운 새와 같은 장면이 映像처럼 떠오른다.

시의 作者는 마지막 구절로 인하여 ‘朴宿鳥’ 또는 ‘宿鳥知先生이라는 別名까지 얻었으니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 앞의 한 수는 다음과 같다.

靑山獨訪考槃來 袖拂秋霞坐石苔.

共醉濁醪眠月下 鶴飜松露滴空杯.

산에 기거하는 成德乐道하는 친구를 홀로 찾았노라.

단풍을 소매로 털고 이끼 덮인 바위에 앉아,

막걸리에 함께 취해 달 아래 잠이 드노라.

학 날자 솔 이슬 빈 잔에 떨어지네.

 

壑(학) ; 골짜기

翛然(소연) ; 날개 짓 할 소, 빠르고 급한 모습

脩(수) ; 길다, 멀다

筇(공) ; 대나무, 죽장


▶考槃:成德乐道。《诗·卫风·考槃》:“考槃在涧,硕人之宽。” 毛 传:“考,成;槃,乐。” 陈奂 传疏:“成乐者,谓成德乐道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