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楓橋夜泊(풍교야박) - 張繼(장계)

구글서생 2023. 4. 17. 02:28

 

楓橋夜泊(풍교야박) - 張繼(장계)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월락오제상만천 강풍어화대수면).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고소성외한산사 야반종성도객선).

달 지고 까마귀 울고 하늘엔 서리 가득한데, 강가 단풍은 고깃배 등불을 마주하여 시름 속에 졸고 있네.

고소성 밖 한산사의 한밤중 종소리가 객선까지 들려온다.

 

▶이 시를 쓴 장계는 약 1천 4백여 년 전 당나라 현종 때 안록산의 난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과거에 낙방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지요. 이미 3번 째 낙방을 한 그의 나이는 56살이었습니다.

이 7언 절구에는 바로 그런 장계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요. 당송시대의 유명한 시인들, 이태백이나 두보 백거이 같은 시인들의 주옥같은 작품들도 있지만 장계는 오로지 이 한 수로 마치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같은 국민의 애송시 반열에 올랐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일본의 중학교 국정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소주'에 들려 한산사를 방문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되었답니다.

 

▶낙방의 쓰라림과, 황혼에 접어든 인생의 회한, 그리고 감내하여야 할 고단함을 품은 작가가 따뜻한 객잔에 들지 못하고 찬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깊은 가을, 객선에 남아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근심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그의 귓가에 멀리서 들려오는 산사의 새벽 종소리는 아마도 아침이 가까이 오는 희망의 전령은 아니었을까?

 

▶둘째 줄의 江楓에 대한 해석은 중국에서도 분분합니다. 평지에 있는 소주의 운하는 강이라고 할 수 없는 좁은 수로이며 따뜻한 남쪽 사철 푸른 소주에 빛깔 고운 단풍이 있을 리도 없지요. 아마도 마침 정박한 곳이 풍교라는 다리 밑이었고, 잡은 물고기를 새벽시장에 내기 위해 몰려온 어선을 보며 쓴 글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천년을 넘게 애송되는 이 시 한수와 ‘天有天堂, 地有蘇杭’이라는 말에 지금도 '소주'는 일 년 내내 여행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