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柳氏二外甥求毛跡(유씨2외생구모적) - 蘇軾(소식)

구글서생 2023. 4. 17. 01:52

 

退筆如山未足珍 讀書萬卷始通神(퇴필여산미족진 독서만권시통신)

退筆如山未足珍 讀書萬卷始通神(퇴필여산미족진 독서만권시통신).
君家自有元和脚 莫厭家雞更問人(군가자유원화각 막염가계갱문인).

버린 붓이 산처럼 쌓여도 진기한 일 아니요, 만 권의 책을 읽어야 비로소 신명에게 통한다네.

그대 집안에 내려온 유공권의 필법이 있거늘, 가문의 유산을 두고 다시 남에게 묻는구나. 

▶소식(蘇軾). 중국 송(宋) 나라의 문장가.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東坡)

▶이 시는 희녕 7년(1074) 1월에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유근(柳瑾)의 집에서 술잔치가 베풀어졌는데, 이 자리에서 유근의 두 손자(소동파 사촌여동생의 아들) 굉(閎)과 벽(闢)이 소동파에게 시를 글씨로 써주기를 청하였습니다.

소동파도 서예에 뛰어난 분이었기 때문에 유굉 형제가 글씨를 받고자 한 것입니다.

이 때에 소동파가 조카들에게 두 수의 시를 지어 글씨로 써 주었는데, 위의 시는 그중 첫 번째 것입니다.

▶ 외생(外甥) : 누나 또는 여동생의 아들.

▶ 유씨이외생(柳氏二外甥) : 유굉과 유벽을 말함.

▶ 퇴필(退筆) : 독필(禿筆)과 같은 뜻. 몽당 붓. 지영(智永)이라는 스님이 영흔사(永欣寺)에서 글씨공부를 할 때에 글씨를 쓰고 닳은 몽당 붓이 열 항아리나 되었고, 항아리마다 수천 개씩의 몽당 붓이 들어 있었는데, 나중에 이것들을 땅에 묻고 퇴필총(退筆총, 몽당 붓 무덤)이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있음.

▶ 여산(如山) : 산과 같이 많음. 산처럼 언덕을 이룸.

▶ 미족진(未足珍) : 진기할 게 없음. 보배로울 게 못됨.

▶ 讀萬卷書: 명대(明代) 관리이자 서화가인 동기창(董其昌)은 그림에서 기운(氣韻)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것(生而知之)이지만, 배워서 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려면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걸어야`(讀萬卷書 行萬里路)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 통신(通神) : 신명에 통함. 신령에 통함. 도통한 경지에 들어감. 글씨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니고, 독서를 해서 일만 권쯤은 읽어야 도통한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임. 조카들에게 서예에 지나치게 관심 갖지 말고 책읽기에 치중하라고 충고를 한 것으로 보임.

▶ 군가(君家) : 그대의 집안.

▶ 자유(自有) : 절로 있음. 본디 있음.

▶ 원화각(元和脚) : 유굉 형제의 조상 가운데 유공권(柳公權 778-865)이라는 분이 있는데 당나라 원화년간(806-820)에 진사시에 급제하여 서예로 이름을 떨쳤음. 각은 날각(捺脚)의 의미로 필법을 말함. 후대에 원화각은 유공권의 필법을 가리키는 말로 쓰임. (원래 당대(唐代) 관리이자 시인인 유우석(劉禹錫)이 유종원(柳宗元)의 필법을 두고 멋스럽게 표현한 말이었으나 나중에 유공권의 필법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다.)

▶ 염가계(厭家) : 는 집안에 있는 닭. 염가계 애야치(厭家鷄 愛野雉)라는 말이 있는데, 집안에서 기르는 닭을 싫어하고 들에 야생하는 꿩을 좋아한다는 말로서, 자기가 소유한 것을 가벼이 여기고 타인의 물건을 선망한다는 의미로 쓰임. 때로는 자신의 본처를 버리고 밖에서 만난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으로도 쓰임.

▶ 갱문인(更問人) : 다시 남에게 물음. 그대 집안에 훌륭한 필법이 집안 전통으로 전해져 오는데 그것을 익히면 그만이지, 굳이 다른 사람, 즉 나에게 필법을 배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말함.

退筆如山未足珍(퇴필여산미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