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陣中吟(진중음) - 李忠武公(이충무공)

耽古樓主 2023. 4. 15. 09:40

 

天步西門遠(천보서문원) / 임금님의 발걸음은 서문 멀리 떠나갔고
君儲北地危(군저북지위) / 
왕자들은 북녘멀리 위태롭게 살아가네.
孤臣憂國日(고신우국일) / 이내 몸은 하루하루 나라를 걱정하고
壯士樹勳時(장사수훈시) / 장병들은 순간순간 나라위해 공을 세우네.

天步는 '임금님의 발걸음, 나라의 운명' 등의 뜻이다. 이 문장은 선조가 저 멀리 평안도 의주 땅으로 도망가버린 상황을 말하는 듯 하다. 西門은 선조가 도망가며 경복궁을 나서던 서쪽의 문(=영추문)이겠다.

君儲는 '왕자들'이다. 이 말은 임해군과 광해군의 상황을 말하는 듯 한데 특히 함경도에서 왜놈들에게 포로가 된 임해군의 상황이 연상된다. https://blog.naver.com/aromatics/220038228361

孤臣은 '외로운 신하'라는 제3인칭이라기 보단, '이순신 장군 본인'을 칭하는 말로 들린다. 실제로 조정의 도움없이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상황을 은유하는 듯하다.

壯士는 자신 휘하의 장병들을 말하겠지.

誓海魚龍動(서해어용동) / 저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들도 감동하고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 이 산천에 맹세하니 초목들이 알아주네.

讐夷如盡滅(수이여진멸) / 왜놈들을 모조리 멸하기만 한다면

雖死不爲辭(수사불위사) / 내 비록 죽더라도 사양하지 않겠노라.

 

二百年宗社(이백년종사) / 이백년을 전해오는 이 나라의 종묘사직

寧期一夕危(영기일석위) / 하루 저녁에 위기올 줄 어찌 알았겠는가

登舟擊楫日(등주격즙일) / 배에 올라 노를치며 왜구격퇴 맹세하고

拔劍倚天時(발검의천시) / 하늘의 뜻 의지하며 칼을뽑아 진격하네

擊楫은 '노를 두드리다' 인데 이말은 中流擊楫이라는 중국의 고사(東晉의 祖逖)를 인용한 말이다. '잃은 영토를 찾겠다'는 결기에 찬 은유이다.

倚天은 '하늘에 의지하다'인데 이는 '천명에 의지하다, 천명에 따라서' 정도의 뜻이겠다.

 

虜命豈能久(노명기능구) / 왜놈들의 명줄이 어찌오래 가겠는가

軍情亦可知(군정역가기) / 우리 군의 높은 사기로 능히 알 수 있노라.

慨然吟短句(개연음단구) / 강개하여 짧은 시를 읊어 보지만

非是喜文辭(비시희문사) / 기쁜일에 짓는 글이 아니라네

軍情은 '우리군의 정세'로 읽힌다. 즉 우리 군의 사기가 높으니 왜구들의 명줄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慨然은 '분개하다' 정도이다.

"내가 이리 시를 읊조리는 것은 기쁜 일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저 왜적들의 모습을 보니 비분강개하고 열받아서 시를 읊는 것이다"로 해석해야 한다.

 

水國秋風夜(수국추풍야) / 水國에 가을바람 부는 밤이여

愀然獨坐危(초연독좌위) / 근심하며 홀로 단정하게 앉아있네.

太平復何日(태평부하일) / 평화롭던 그 시절은 언제 다시 올까

大亂屬玆時(대란속자시) / 이 순간은 너무나 큰 혼란속에 빠져있네.

愀然은 '근심하다' 정도이다.

危는 '위험하다'란 뜻이 아니라 여기서는 '단정하다, 바르다, 엄하다' 의 의미이다.

水國은 장군님이 주둔하고 있는 남해 바다를 말하겠다.

玆時는 '이 순간' 정도의 의미다.

 

業是天人貶(업시천인폄) / 나의 공적 하늘도 사람도 폄훼하지만

名猶四海知(명유사해지) / 내 이름은 그래도 온나라가 알아주리.

邊優如可定(변우여하정) / 변방의 근심거리 평정할 수 있다면

應賦去來辭(응부거래사) / 응당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읊으리라.

이 문장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폄훼하다, 나쁘게 말하다' 정도이다.

주변에서 수많은 모략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장군의 마음을 말하는 듯하다.

業은 '공적, 공' 정도이다.

貶은 '폄훼하다, 낮춰 말하다' 정도이다.

猶는 많은 풀이가 '부질없다'로 읽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내 생각엔 '그래도'라고 해야 할 듯하다. 조정의 관리들에게 평가 받는 것은 개의치 않고 오로지 백성들만을 바라보고 싸우겠다는 결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邊은 '나라의 변방' 정도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 https://blog.naver.com/aromatics/221599055796 를 읊겠다는 말은, 도연명의 귀거래사 속의 내용처럼 자신도 속세의 일을 다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다는 말이다.

너무도 막중한 일을 맡고 책임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 책임감에서 하루 바삐 벗어나고 싶다는 소망도 읽힌다.

 

-강산해님의 풀이를 참고하였습니다.

 

이 「진중음」의 배경은 임금이 都城을 버리고 義州로 도피하였고 왕자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있었을 때다.

한 외로운 水軍將帥로서 공이 어떻게 나라를 구할 것인가를 勞心焦思하며 쓴 한시다.

서해맹산은 이충무공 死後 200여 년이 지난 1795년, 공을 흠모한 正祖大王께서 공의 崇高한 정신을 계승하면서 合成한 警句(epigram)다.

臨時政府 主席을 지냈던 白凡 金九선생이 1946년 경남 진해를 방문했을 때 이충무공의 해당 구절을 친필로 남겼다.

해군사관학교로 이어진 3 정문 입구의 남원로터리에는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 대한민국 29년 8월 15일 김구 근제>라고 쓴 김구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진해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해군의 주둔지이자 대표적 근대 계획도시로 건설된 곳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비석은 이충무공에 이어 백범 김구선생이 후대에 “다시는 일제에 흔들리지 말라”고 역설한 경고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이 <서해맹산 誓海盟山>을 읊조렸다고 하는데, 하늘을 우러러 웃어주노라. 아들 딸의 출세를 위하여 無所不爲의 鼠君子가 감히 입에 올릴 말은 아닌 듯하니... 

 

陣中吟(진중음) - 李忠武公(이충무공)
陣中吟(진중음) - 李忠武公(이충무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