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93-後赤壁賦(후적벽부)-蘇軾(소식)

耽古樓主 2024. 4. 7. 11:40

古文眞寶(고문진보)

後赤壁賦(후적벽부)-蘇軾(소식)

 


是歲十月之望, 步自雪堂, 將歸于臨皐, 二客從予.
그해 시월 보름에 雪堂에서 걸어나와 臨皐亭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두 손님이 나를 따라왔다.
是歲(시세) : 송나라 神宗元豊 5(1082)
() :보름.
雪堂(설당) : 소식은 원풍 3(1080)黃州로 유배되었는데, 원풍 5년 그곳에 눈이 내릴 적에 초가집을 짓고 사방 벽에 雪景을 그려넣어 이름을 설당이라 하였다.
臨皐(임고) : 소식이 처음 황주에 왔을 때는 定禪寺에 있다가 후에 이 臨皐亭으로 거처를 옮겼다.
二客(이객) : 한 사람은 楊世昌으로 자는 子京이며 廬山으로부터 황주로 찾아와 소식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적벽에서 뱃놀이를 하게 된다.

過黃泥之坂, 霜露旣降, 木葉盡脫. 人影在地, 仰見明月. 顧而樂之, 行歌相答.
黃泥泥 고개를 지나는데 서리와 이슬이 이미 내려 나뭇잎은 모두 지고 사람의 그림자가 땅에 비치기에, 고개들어 明月을 쳐다보고 주위를 돌아보며 즐거워하며 걸어가면서 노래불러 서로 화답하였다.
黃泥之坂(황니지판) : 황니라 불리는 고개.
霜露旣降(상로기강) : 서리와 이슬이 이미 내렸다. 湖北 일대는 음력 9월이면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여 나뭇잎이 지게 된다.

已而歎曰:
“有客無酒, 有酒無肴. 月白風淸, 如此良夜何?”
뒤이어 내가 탄식하며 말하였다.
“객은 있는데 술이 없고, 술이 있더라도 안주가 없네. 달 밝고 바람 맑은 이런 좋은 밤을 어찌하나?”
已而 : 시간 부사. , 얼마 안 있어.

客曰:
“今者薄暮, 擧網得魚, 巨口細鱗, 狀如松江之鱸. 顧安所得酒乎?”
객이 말하였다.
“오늘 해질 무렵에 그물로 고기를 잡았는데, 입이 크고 비늘이 가늘어 형상이 松江의 농어 같았소. 허나 술을 어디에서 얻는다?”
今者薄暮(금자박모) : 금자는 금일, 박모는 해질 무렵. 여기에서 과 같은 뜻으로 쓰임.
松江之墟(송강지로) : 江蘇省송강의 농어는 맛이 뛰어나서 옛부터 유명하다.
() : 그러나. 하지만.

歸而謀諸婦, 婦曰:
“我有斗酒, 藏之久矣.
以待子不時之需.
집에 돌아와 아내와 상의했더니 아내가 말하였다.
“제게 술 한 말이 있는데 저장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당신이 불시에 찾을까 대비하였지요.”
謀諸婦(모저부) : 아내에게 그것을 의논하다. = ‘之於
斗酒(두주) : 한 말의 술.
不時之需 : 뜻하지 않은 때에 필요한 것.

於是携酒與魚, 復遊於赤壁之下, 江流有聲, 斷岸千尺.
이리하여 술과 고기를 가지고 다시 적벽 아래에 가서 노는데, 강물은 소리내어 흐르고 깎아지른 언덕은 천 자나 되었다.
斷岸(단안) : 깎아지른 듯한 강 언덕.
水落石出(수락석출) : 물이 줄어들어 돌이 드러남.

山高月小, 水落石出, 曾日月之幾何, 而江山不可復識矣.
산이 높아 달은 작은데 강물이 줄어서 돌이 드러나 있었다. 벌써 세월이 얼마나 지났다고 강산을 다시 알아볼 수 없단 말인가?
日月之幾何(일월지기하) : 지난번, 전적벽부를 지은 후로 세월이 얼마나 지났던가?

 

 

後集92-赤壁賦(적벽부)-蘇軾(소식)

赤壁賦(적벽부)-蘇軾(소식) 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泛舟, 遊於赤壁之下. 壬戌년 가을 칠월 열엿새 나는 객과 더불어 배를 띄우고 赤壁 아래에서 놀았다. ▶ 壬戌(임술) : 송나라 神宗 元豊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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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不可復識(강산불가부식) : 강산의 모습이 너무 달라져 알아볼 수가없다.

予乃攝衣而上, 履巉巖披蒙茸, 踞虎豹, 登虯龍, 攀棲鶻之危巢, 俯馮夷之幽宮, 蓋二客之不能從焉.
나는 옷을 걷고 올라가서 높이 솟은 바위를 밟으며 무성히 자란 풀숲을 헤치고 虎豹처럼 걸터앉고 虯龍처럼 오르고 매가 사는 높은 둥지에 등반하고 馮夷의 깊은 궁전도 내려다보았는데 두 객은 나를 따르지 못하였다.
攝衣(섭의) : 옷자락을 걷어올리다.
巉巖(참암) : 깎아지른 듯 높고 험준한 바위.
蒙茸(몽용) : 풀이 무성하게 난 모양.
鋸虎豹(거호표) : 호랑이나 표범같이 생긴 바위에 걸터앉다.
登虯龍(등규룡) : 이무기와 용처럼 구부러진 枯木에 올라가다.
攀棲鶻之危巢(반서골지위소) : 매가 깃들어 사는 높은 둥지에까지 올라가다.
俯馮夷之幽宮(부풍이지유궁) : 풍이가 사는 깊은 못 속의 궁전을 내려다봄. 풍이는 수신인 河伯.

劃然長嘯, 草木震動, 山鳴谷應, 風起水涌.
문득 휘파람 소리가 길게 나더니 초목이 진동하고 산이 울고 골짜기가 메아리치며 바람이 일고 강물은 솟구쳤다.
畵然(획연) : 돌연.

予亦悄然而悲, 肅然而恐, 凜乎其不可留也.
나도 쓸쓸하여 슬퍼지고 숙연하여 두려워지며 몸이 오싹하여 더 머무를 수 없었다.
悄然(초연) : 쓸쓸한 모양.
肅然(숙연) : 삼가고 두려워하는 모양.
凜乎(늠호) : 써늘한 것.

反而登舟, 放乎中流, 聽其所止而休焉.
돌아와서 배에 오르고, 강 가운데에 배를 맡기되 배가 멈추는 데서 쉬게 하였다.
聽其所止而休焉(청기소지이휴언) : 그것이 머무는 대로 그곳에서 쉬게 내버려두다. 과 같다. = ‘於之

時夜將半, 四顧寂寥, 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 玄裳縞衣, 戞然長鳴, 掠予舟而西也.
때는 거의 한밤으로 사방을 둘러보니 적막한데 마침 외로운 학이 강을 가로질러 동쪽에서 날아오는데 날개는 수레바퀴처럼 크고 검은 치마 흰 저고리 입고 끼룩끼룩 길게 울며 우리 배를 스쳐서 서쪽으로 갔다.
玄裳縞衣(현상호의) :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 학의 외모를 형용한 말. 학은 날개 끝과 꼬리가 검고 온몸이 희므로 이렇게 표현하였다. 는 백색.
戞然(알연) : 금속이 서로 부딪쳐 나는 소리. 여기서는 맑고 격양된 학의 울음소리를 형용한 것.
() : 살짝 스치고 지나감.

須臾客去, 予亦就睡, 夢一道士羽衣翩躚, 過臨皐之下, 揖予而言曰:
‘赤壁之遊樂乎?’
잠시 후 객은 돌아가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에 한 도사가 羽衣를 펄럭이며 날아서 臨皐亭 아래를 지나와 내게 揖하며 말하였다.
“적벽의 놀이가 즐거웠소?”
羽衣翩躚(우의편선) : 새 깃털로 만든 옷을 입고 펄럭이며 날다.
() : 두 손을 맞잡아 예를 표함.

問其姓名, 俛而不答.
그의 성명을 물었으나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 : 고개를 숙이다.

‘嗚呼噫嘻! 我知之矣. 疇昔之夜, 飛鳴而過我者, 非子也耶?’
“아하! 알았소. 지난 밤에 울면서 나를 스쳐 날아간 것이 바로 그대가 아니오?”
嗚呼(오호희희) : 감탄사.
疇昔之夜(주석지야) : 어젯밤.
非子也耶(비자야야) : 그대가 아니었나요? 也耶는 의문·反語를 나타내는 조사.

道士顧笑, 予亦驚悟, 開戶視之, 不見其處.
도사는 고개를 돌리며 웃고 나도 놀라 잠을 깨어 문을 열고 내다보았으나, 그가 있는 곳을 보지 못하였다.

 

 해설


소식은 〈전적벽부〉를 쓰고 3개월 후에 다시 적벽에 놀러 가서 이 〈후적벽부〉를 짓게 되었으니, 이곳도 역시 적벽대전의 적벽은 아니었다.
불과 석 달 사이에 강산의 경치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소식은 변함없이 자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그가 당한 貶謫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은 여전히 넓고 광활함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앞의 작품과 작법이 서로 다르다. 앞의 작품은 실제의 풍경을 통한 서정을 쓴 것이고, 이 작품은 虛景의 묘사가 중심이 되어있다.
신선의 화신인 仙鶴을 등장시키고 또 꿈에 신선이 등장하는 夢境까지 그려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적벽부 兩篇을 읽으면 《莊子》한 部를 읽은 것보다 낫다.”라고 하였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