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16-思亭記(사정기)-陳師道(진사도)

耽古樓主 2024. 4. 20. 09:43

古文眞寶(고문진보)

思亭記(사정기)-陳師道(진사도)

 

 

甄故徐富家,
甄氏는 원래 徐州의 富豪였다.
() : 이 글을 써 달라 의뢰한 사람의 성.

至甄君始以明經敎授, 鄕稱善人而家益貧, 更數十歲, 不克葬, 乞貸邑里, 葬其父母昆弟凡幾喪.
진군의 代에 이르러 비로소 明經科에 합격하여 교수가 되었다. 鄕吏에서 善人으로 칭송되었으나 집안은 갈수록 가난해져 수십 년이 지나자, 장례를 치르지 못하다가 마을에서 장례비용을 빌려, 부모·형제의 몇 位 靈柩를 장사지냈다.
明經(명경) : 唐代 과거시험의 한 과목. 당대에는 秀才·明經·進士의 세 가지 과목이 있었는데 각 과목의 합격자는 그에 따라 관리에 등용되었다. 여기서는 명경과에 합격한 자격을 가리킨다.
() : 의 뜻으로 지나다.
() : 의 뜻.
乞貸(걸대) : 구걸하여 빌다.
昆弟(곤제) : 형제. 과 같은 뜻.

邑人憐之, 多助之者.
마을 사람이 이를 딱하게 여겨, 도와주는 사람도 많았다.

旣葬益樹以木, 作室其旁而問名於余,
장례를 끝내자 무덤 앞에 나무를 심어 墓標로 삼고, 무덤 옆에 집을 짓고 그 작명을 내게 물어왔다.
益樹以木(익수이목) : 묘표로 삼기 위해 무덤에 나무를 심다.

余以謂:
내가 대답하였다.

“目之所視而思從之.
“눈이 보는 바를 생각이 따른다.

視干戈則思鬪, 視刀鋸則思懼, 視廟社則思敬, 視第家則思安, 夫人存好惡喜懼之心, 物至而思, 固其理也.
방패와 창을 보면 전투를 생각하게 되고, 칼이나 톱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宗廟와 社稷을 보면 공경하는 마음이 일며, 집을 보면 편안한 마음이 생긴다. 사람이 好·惡·喜·懼의 마음을 가짐은 外物에 이르러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刀鋸(도거) : 칼과 톱. 형벌기구.
廟社(묘사) : 宗廟社稷. 묘는 선조를 제사지내는 곳이고, 사는 토지신을 제사지내는 곳.
() : 고급 주택, 邸宅,
物至而思(물지이사) : 外物을 대하고 생각을 일으킴.

今夫升高而望松梓, 下丘壟而行墟墓之間, 荊棘莽然, 狐兎之迹交道, 其有不思其親者乎.
이제 높은 곳에 올라가 소나무와 가래나무를 바라보고, 언덕을 내려와 오래된 무덤 사이를 지나다가 가시덤불이 무성하고 여우와 토끼 발자국이 길을 가로지르면 어버이를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松梓(송재) : 소나무와 가래나무, 주로 묘지 주변에 많이 심는다.
丘壟(구롱) : 언덕.
墟墓(허묘) : 오래되어 잡초만 무성한 채 거칠어진 무덤.
荊棘(형극) : 가시나무
莽然() : 잡초 등이 무성한 모양.
() : 발자국, 과 같은 자.
() : 肉親. 여기서는 어버이.

請名之曰思亭.
思亭이라 이름붙이고 싶다.

親者人之所不忘也, 而君子愼之, 故爲墓於郊而封溝之, 爲廟於家而嘗禘之, 爲衰爲忌而悲哀之, 所以存其思也, 其可忘乎.
어버이는 사람이 잊지 못하는 분으로 군자는 삼가야 하매, 멀리 교외에 무덤을 만들되 봉분을 만들고 물도랑을 파고, 집에는 家廟를 짓고서 禘祭와 嘗祭를 지내며, 상복을 입고 忌祭를 지내며 슬퍼함은, 어버이를 사모함을 가졌기 때문인데, 잊어서 되겠는가?
() : 교외.
封溝(봉구) : 封墳을 쌓고 도랑을 팜.
() : 선조의 神位를 모신 사당.
嘗禘(상체) : 四時의 제사. 원래 는 봄 제사를 뜻하고, 은 가을 제사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여름과 겨울의 제사를 약하고, ·가을 제사만 이야기한 것이다.
() : 상복. 와 같은 자.
() : 사람이 죽은 날. 여기서는 忌日에 제사를 올림 가리킨다.

雖然自親而下, 至于服盡, 服盡則情盡, 情盡則忘之矣.
그러나 어버이로부터 후대로 내려가면 상복이 다함에 이르게 되고, 상복이 다하면 情도 다하고, 정이 다하면 잊게 된다.
服盡(복진) : 돌아가신 분의 玄孫까지만 상복을 입으므로, 촌수가 그 이상 되면 을 입지 않는다는 뜻.

夫自吾之親而至于忘之者, 遠故也, 此亭之所以作也.
나의 어버이로부터 잊는 자까지는 관계가 먼데, 이것이 정자를 짓는 까닭이다.
遠故也(원고야) : 관계가 멀기 때문.
所以作(소이작) : 지은 까닭 만든 이유.

凡君之子孫登斯亭者, 其有忘乎.

무릇 진군의 자손으로 이 亭에 오르는 자에 조상을 잊을 자가 있겠는가?

因其親, 以廣其思, 其有不興乎.”
그 어버이로 인하여 그의 思慕함을 넓혀가면 효심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君曰:
“博哉, 子之言也!
吾其庶乎.”
진군이 말하였다.
“넓습니다, 선생의 말씀은!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 : 가까이하다. 바라다.

曰:
“未也.
賢不肖異思, 後豈不有望其木, 思以爲材, 視其榛棘, 思以爲薪, 登其丘墓, 思發其所藏者乎.”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賢者와 不肖者는 생각이 다르니, 훗날 그 나무를 보고 재목으로 쓰려 여기거나, 개암나무와 가시나무를 보고 땔나무로 쓰려 여기거나, 그 분묘에 올라가 소장품을 발굴하려는 자가 어찌 없겠는가?“
未也(미야) : 아직 할 말을 다하지 못했음.
望其木思以爲材(망기목사이위재) : 무덤 주변에 자란 나무를 보고, 베어서 목재로 쓸 생각을 함.
榛棘(진극) : 가시덤불, 잡목 따위.
() : 땔나무
() : 감추어져 있을 헤쳐 찾아냄.
所藏者(소장자) : 무덤 속에 들어 있는 부장품.

於是遽然流涕以泣.
이에 진군이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 遽然(거연) : 갑자기.

曰:
“未也.
吾爲君記之, 使君之子孫誦斯文者, 視其美以爲勸, 視其惡以爲戒, 其可免乎.”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내가 그대를 위해 記를 쓰니, 그대의 자손에게 이 글을 외우게 하면, 훌륭한 것을 보고 勸勉하고 나쁜 것을 보면 경계하여, (앞서 말한 나쁜 일을) 면할 수 있을 터이다.”
其美(기미) : 앞 문장의 登者乎? ‘因其親以廣其思, 共有不興乎?’를 가리킨다.
爲勸(위권) : 그렇게 하도록 권면함.
其惡(기악) : 앞 문장의 後豈不有望其木思以爲材, 視其枝棘思以爲 登其丘墓思發其所藏者乎?’를 가리킨다.
(위계) : 경계가 되도록 함. 훈계로 삼음.

君攬涕而謝曰:
“免矣.”
진군은 눈물을 닦고 사례하며 말하였다.
“틀림없이 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攬涕(남체) : 눈물을 닦음.

遂爲之記.
마침내 그를 위하여 기록한다.

 

 

 해설


甄氏 성을 가진 사람이 어버이를 장사지낸 다음에 그 무덤 곁에 집을 짓고陳師道에게 이 집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진사도는 자식이 어버이를 생각한다는 의미로 '思亭'이라는 이름을 그 집에 붙이고 이 記를 썼다이 글에서는 글 중간에 문답형식을 빌려 이치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 점이 이 글의 특색이다.

사정이라는 의미 속에는 조상을 늘 생각하여 잊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나타내는 의미와 잊기 쉬운 먼 자손에게도 조상의 뜻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