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15-王平文集後序(왕평보문집후서)-陳師道(진사도)

耽古樓主 2024. 4. 20. 09:39

古文眞寶(고문진보)

王平文集後序(왕평보문집후서)-陳師道(진사도)

 


歐陽永叔, 謂梅聖兪曰:
“世謂詩能窮人, 非詩之窮, 窮則工也.”
구양수가 梅堯臣을 평하여 말하였다.
“세상에서는 말하기를, 시가 사람을 궁하게 만든다고 하나 시가 궁하게 만듦이 아니라 궁하면 시를 잘 짓게 되는 것이다.”
歐陽永叔(구양영숙) : 歐陽修. 송대의 문인으로 蘇軾·王安石 등이 모두 그의 문하에서 나왔다. 작자약전 참조.
梅聖兪(매성유) : 梅堯臣. 자가 聖兪. 시를 특히 잘 지었으나 벼슬은 尙書都官員外郞에서 그치고 평생을 가난 속에 살았다. 시의 平淡을 주장하였고, 구양수의 인정을 받아 宋詩의 개척자적 역할을 하였다.
詩能窮人(시능궁인) :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할 수 있다. 이 말은 구양수가 쓴 梅聖兪集서문에 보이는 유명한 구절이다.

聖兪以詩名家, 仕不前人, 年不後人, 可謂窮矣.
매요신은 시의 名家였으나, 벼슬은 남보다 앞서지 못하고 나이는 남보다 적지 않았으니, 궁한 사람이라고 할 만하다.

其同時有王平甫者, 臨川人也.
그와 같은 시대에 王平甫란 사람이 있었는데 臨川 사람이다.
王平甫(왕평보) : 王安國. 평보는 자이며 王安石의 아우. 성격이 바르고 꼿꼿하여 형의 정치개혁을 반대하였고, 또 형에게 기대지 않고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臨川(임천) : 지금의 江西省에 있던 고을 이름.

年過四十, 始名薦書, 群下士, 歷年未幾, 復解章綬, 歸田里, 其窮甚矣.
나이 사십이 넘어서 비로소 이름을 추천장에 올려 낮은 관리에 끼었다가, 몇 해 지나지 않아 다시 벼슬이 해제되어 고향 마을로 돌아왔으매 그의 궁함이 심하였다.
名薦書羣下士(명천서군하사) : 이름이 추천서에 낮은 관리로 올라 천거되다. 下士는 낮은 관리를 뜻함.
解章綬(해장수) : 도장을 매다는 끈을 풀다. 옛날 관리들은 도장을 허리에 매달고 있었으므로 벼슬자리를 내놓음을 뜻함.

而文義蔚然, 又能於詩.
문장은 뜻이 아름다웠고 또 시에도 능하였다.
蔚然(울연) : 무성한 모양. 글의 文彩가 있는 모양.

惟其窮愈甚, 故其得愈多, 信所謂人窮而後工也.
그의 곤궁이 더욱 심해지매 그의 문학적 소득은 더욱 커졌으니, 진실로 이른바 '사람이 궁해진 뒤에야 글을 잘 짓게 된다.'이겠다.
() : ~할수록 더욱 ~하다.

雖然天之命物, 用之不全, 實者不華, 淵者不陸, 物之不全, 物之理也.
비록 그러하나 천지가 사물에 성품을 부여함에, 그 사용을 온전하게 하지 않아서, 충실한 것은 화려하지 않고 깊이 잠긴 것은 뭍에 드러나지 않으니, 만물이 완전하지 않음이 만물의 이치인 것이다.
命物(명물) : 만물에 명하다. 만물에 품성을 부여함.

盡天下之美, 則於富貴, 不得兼而有也, 詩之窮人, 又可信矣.
천하의 좋은 점을 다 가지고도 부귀까지 아울러 가지지는 못하니,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함도 믿어야 하겠다.

方平甫之時, 其志抑而不伸, 其才積而不發, 其號位勢力, 不足動人. 而人聞其聲, 家有其書, 旁行於一時, 而下達於千世.
왕안국의 당시에 그 뜻을 눌러두고 펴보지 못하고 그 재능을 쌓아둔 채 펴지 못하여, 명성과 지위와 세력이 사람들을 움직이기에 부족하였으나, 사람들이 그의 명성을 듣고 집에 그의 글을 가져서 한때 널리 유행하였으니 아래로 천 세대에 도달할 터이다.
號位(호위) : 명성과 지위.
旁行(방행) : 널리 행하여지다.
() : 통달하다. 잘 알려짐.

雖其怨敵, 不敢議也, 則詩能達人矣, 未見其窮也 .
비록 그의 원수라 할지라도 감히 그를 이의를 달지 못할 터이니, 시는 사람을 현달하게 할 수 있으나 그 곤궁은 알지 못한다.

夫士之行世, 窮達不足論, 論其所傳而已.
선비가 行世함에 窮達은 논하기에 부족하고, 그가 전하는 바를 논할 따름이다.
所傳(소전) : 전하여짐. 여기서는 주로 문장을 가리킨다.

平甫孝悌于家, 信于友, 勇於義而好仁, 不特文之可傳也.
왕안국은 집안에서는 孝悌하고 붕우에게 미덥고, 의로움에는 용감하고 仁을 좋아하매, 단지 문장만을 전해서는 안 된다.

向使平甫用力于世, 薦聲詩于郊廟, 施典策於朝廷, 而事負其言, 後戾其前, 則幷其可傳而棄之. 平生之學, 可謂勤矣; 天下之譽, 可謂盛矣. 一朝而失之, 豈不哀哉?
가령, 왕안국이 세상일에 힘을 써서 郊廟에서는 詩歌를 연주하며 제사를 돕고, 조정에서는 국법과 왕명을 시행하더라도, 처사가 그의 말과 어긋나고 뒤와 앞이 어그러진다면, 그가 전하는 것을 아울러서 버릴 터이매, 평소의 학문에 부지런하였다고 할 만하고 천하의 명예가 융성하다고 할 만한데, 하루아침에 그것을 잃으면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聲詩(성시) : 樂歌.
郊廟(교묘) : 는 천자가 하늘에 제사지냄. 는 종묘에서 조상들을 제사지냄.
典策(전책) : 나라의 법과 임금의 .

南豊先生, 旣叙其文, 以詔學者, 先生之沒, 彭城陳師道, 因而伸之, 以通于世.
南豊先生께서 그의 글에 서문을 써서 학자에게 사실을 알려주었으나, 선생께서 돌아가셨기에 彭城의 陳師道가 그것을 근거로 설명을 덧붙여 세상에 알려지게 하려 한다.
南豐先生(남풍선생) : 증공. 진사도의 스승이며 古文의 대가. 상임수주서에도 보임.

 

 

後集114-上林秀州書(상임수주서)-陳師道(진사도)

上林秀州書(상임수주서)-陳師道(진사도) 宗周之制, 士見于大夫卿公, 介以厚其別, 詞以正其名, 贄以效其情, 儀以致其敬, 四者備矣, 謂之禮成. 周나라 제도에 士가 大夫와 公卿을 뵈려면 소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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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하다. 알려주다.
彭城(팽성) : 지금의 江蘇省 銅山縣, 진사도의 고향임.

 

誠愚不敏, 其能使人後其所利而隆其所棄者耶?
진실로 어리석고 불민한데 어찌 사람들이 그에게 이득이 되는 바를 뒤로 미루고 그가 버리는 바를 존중하게 할 수가 있겠는가?
() : 높히다. 존중하다.

因先生之言, 以致其志, 又以自勵云爾.
선생님의 말씀을 통하여 그 뜻을 나타내고 또 그럼으로써 자신을 勉勵하기가 이와 같다.

 

 해설


王安石의 동생 安國의 문집 앞, 曾鞏의 서문 뒤에 작자가 덧붙여 쓴 서문이다.
왕안국의 시와 글의 특징뿐 아니라 그의 사람됨도 짧은 글 중에 잘 드러나 있다.
더욱이 왕안국의 형은 당시에 군림하던 유명한 정치가요 문학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형에 대하여는 한마디 언급도 없음이 두드러진다. 글을 쓴 진사도도 왕안국과 같은 깨끗함과 강직함을 지닌 인물이었음을 느끼게 한다.